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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깨알 같은 함정들


홍인기의 교육 정책 뒷담화 10

깨알 같은 함정들

 

 

   

법률안과 시행령

국회는 입법권을 가지고 있다. 국회가 입법권을 통해 법률을 만들 때는 행정부가 일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지나치게 꼼꼼하게 법률을 만들면 행정부가 자율권을 발휘하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야당은 행정부를 믿지 못하기에 가능하면 꼼꼼하게 법률을 통해 행정부의 정책을 유도하고 싶어 한다.

교육 문제를 다루는 교과위 본회의에는 장관이나 차관이 반드시 참여해서 위원장에게 관련 법률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법을 만들면 행정부로써는 지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교과부 직원이나 장관은 많은 시간을 국회에서 보낸다.

행정부도 자신들의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 재정과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 의원이 일정 인원 이상이 모여 입법 발의하듯, 정부도 입법 발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물론 당정 협의를 통해 때로는 정부가 원하는 법안을 의원 입법 형태로 진행하기도 한다. 정기 국회마다 교과부에서는 이번에 재·개정해야 할 법안에 대해 우선순위 목록을 만든다. 그리고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법안들을 정해서 해당 국장이 국회 의원을 만나 도움을 요청한다. 시민 단체에서 토론회를 주최하면 교과부에서는 주로 장학사들이 나오지만 국회 의원이 주최하면 해당 국장이나 최소한 과장이 나와서 토론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법안을 만들어도 법에 담기지 않은 세부 내용은 시행령을 통해 교과부 장관이 만들게 되는데 시행령을 통해 좋은 법안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무력화시키는 방법으로 주로 사용하는 것은 관련 시행령을 천천히 만드는 것이다. 법안 시행과 관련한 구체적 일정을 부칙으로 만들지 않을 경우 1년이 넘게 시행령을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는 법에서 하라고 하는 것을 최대한 축소해 시행하는 것이다. 법과 시행령을 통해 많은 교육 정책들이 좌우되는 모습을 보면서 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요즘이다.

 

여론 조사와 교육 통계

여론 조사 기관이 여러 번 선거 결과 예측에 실패했다. 정부의 국책 사업에서 수요도 조사의 예측 정확률은 10% 내외다. 원숭이가 다트를 던져서 맞힐 확률도 30%인데 할 말이 없다. 프란시스 쉐퍼 박사는 그의 책에서 과학이 앞으로 자신의 말이 과학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과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 적이 있다. 많은 경우 정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학적 수단을 동원하는데 이때 자주 사용하는 도구가 통계다.

얼마 전 교과부는 자사고가 학생들을 잘 가르친다는 것을 학력 향상도 비교를 통해 발표했다. 자사고 24개 학교와 전국 일반계고의 학력 향상도 평균값을 비교했다. 사실 이 비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학업 성취도 평가는 학습 부진아를 발견하기 위한 도구다. 개인의 성적 향상을 판가름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다.

서울시 13개 자사고 전체와 비슷한 지역에서 우수한 일반계 고등학교를 비교해 보면 정확한 흐름이 보인다. 13개 자사고 학력 향상도 평균은 1.34지만 13개 일반 우수고 학력 향상도 평균은 5.00이다. 같은 자료를 가지고 얼마든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교과부가 자사고를 얼마나 띄우고 싶어 하는지 그 꼼수가 빤히 보인다.

뉴스를 볼 때 통계가 자신의 일반적 정서와 맞지 않을 경우 어떻게 만든 통계인지 꼼꼼히 봐야 한다. 또한 시행령이 교육 정책을 두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눈 크게 뜨고 볼 일이다. 여러 모로 피곤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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