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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만남

사람을 낚는 어부, 희망을 낚는 어부(2017.3)


사람을 낚는 어부,

희망을 낚는 어부





한성준 선생님 (인천 관교중학교)




인터뷰,정리 김현경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아요

1996년도에 대학에 입학했어요. 제가 가게 될 거라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학교에 입학했죠. 고등학교 때 공부를 아주 열심히 했었고 어릴 때부터 다녔던 교회에서도 열심히 활동했는데, 제가 원하는 것 하나도 이루어주지 않는 하나님을 믿을 수 없었어요. 대학 1학년 초반에 학교에 적응을 못 하고 많이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캠퍼스에서 한 형이 제게 성경공부를 하자고 접근했는데요. 당시 제 안에는 불만이 가득해서 누가 건들기만 하면 훅하고 화내곤 했었죠. 그 형이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말하는데, 오기가 생겼어요. “나도 교회 좀 다녀봤는데, 나는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음을 입증할 테니까 당신은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해 봐.” 그렇게 해서 네비게이토 선교회에 들어가서 성경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8년 동안 네비게이토에서 훈련받고 섬겼는데, 결정적으로 하나님께로 돌아섰던 건 그거였어요. 네비게이토 12일 수련회에서 누군가가 요한복음 155절 말씀을 묵상한 것을 나누어 줬어요. 바로 이 말씀이거든요.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저는 그리스도를 떠났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럼 그리스도 안에 거한 거잖아요. 근데 나는 왜 아무것도 없나.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는 원하는 대학도 못 갔지, 대학 와서 적응도 못하고 있지, 과실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이것이 저의 첫 번째 질문이었어요.

그런데 말씀을 다시 묵상하고 생각하면서 어떤 마음이 들었냐면, 그리스도 안에 거한다는 것의 의미를 제가 잘못 알았던 거예요. 그저 기독교 문화에 있고 교회 다니면 그리스도 안에 거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리스도 안에 거한다는 건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 속에서 하나님을 배워가는 것이라고 그 말씀이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동안 저는 하나님 안에 거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다시 성경공부하고 전도하고 사람 양육하고, 그렇게 한참 살 수 있었죠.

96년에 그리스도 안에 거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된 것처럼, 2001년에도 똑같은 경험을 했어요. 4년이 지나고 네가 그리스도를 제대로 믿느냐?”하고 저한테 하나님께서 똑같은 질문을 하신 거죠. 저는 국어교사가 되기 위해 군대에서 만반의 인생 계획을 다 했어요. 그 첫 단추가 국어교육과를 복수전공 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안 됐어요. 네비게이토 간사님을 찾아가 제 상황을 다 얘기하자 이렇게 묻는 거예요. “성준 형제, 지금 이 상황에서도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시에는 인생 계획이 무너졌다고 생각했던 상태였는데, 그 질문을 듣고 왈칵 눈물이 났어요. 그러면서 , 변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날 사랑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라고 고백했어요. 96년 때처럼 제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예전과 다르게 믿음을 발휘했어요. 다행히 그 다음 학기에 복수전공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

대학 4학년 때 종일 도서관에서 임용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아주 근소한 점수로 떨어졌죠. 떨어지고 나서 교대에 편입하려고 진주까지 면접을 보러 갔는데 떨어졌어요. 사립학교 갔는데 최종면접에서 떨어졌어요. 동네 학원 갔는데 경력이 없다고 떨어졌어요. 제가 꽤 열심히 대학생활을 했고, 네비게이토에서도 열심히 했는데. 또 안 되는 거예요. 답답한 마음에 성경책을 넘겼어요. 넘기다가 우연히 누가복음 54, 베드로가 그물 던지는 광경에서 눈이 멈췄어요. 밤새 베드로가 그물질을 했는데 한 마리도 못 잡았잖아요. 그 마음이 너무 이해되는 거예요. 군 제대하고 2~3년 죽어라 공부했는데 하다못해 동네 학원에서도 절 안 받아 주니, 빈손인 거예요, 빈손. 그런데 그때 베드로가 예수님한테 뭐라고 하냐면, “우리들이 밤이 맞도록 수고를 하였으되 얻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이러거든요. 말씀을 보면서 하나님, 제가 이 말씀 의지해서 재수하겠습니다. 요한복음 155절이 제 삶에서 이루어졌듯이 누가복음 54, 이 말씀도 제 인생에서 이루어지게 해주십시오.”라고 했어요.

그날 이후로 일 년 동안 매일 아침 그 말씀을 묵상했어요. “하나님, 다시 그물 내리라고 했지요? 32, 오늘 그물 내립니다. 반드시 붙여주셔야 합니다. 반드시.” 다음날 또 똑같이. 일 년간 매일이요. 베드로는 말씀을 의지해서 물고기를 잡았지만 자기가 잡은 것을 통째로 버려두고 예수를 따라갔어요. 베드로처럼, “날 기독교사로 불러주시면 다 버리고 사람 낚는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나를 기독교사로 불러주세요.” 1년간 기도했어요. 그리고 붙었어요. 하나님이 저를 기독교사로 부르셔서 감사했어요. 교사가 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아주 좋아요. 특별히 기윤실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이런 공동체 안에 제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몰라요. 지금의 삶이 너무너무 행복하고, 너무너무 가치 있죠. 절 부르실 때 하나님께서 귀한 말씀으로 제게 주신 은혜를 기억하니까요. , 정말 만족해요!

 

영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신규 첫 학교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저는 교직 2년 차에 기윤실교사모임을 만났는데요. 당시 우리 제물포모임에 학교 짱, 중간에 강제 전학 오는 아이, 그런 아이들을 우리 반에 데리고 와야 한다. 그런 아이들을 충분히 반겨주고 사랑으로 보살펴주면 아이가 변할 거다라고 가르쳐 주었던 선생님이 계셨어요. 마음을 굳게 먹었죠.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그래서 학교에서 사고 제일 많이 치는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영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아이는 계속 사고를 쳐대고 저는 계속 힘들고.

한 아이가 기억나요. 학교 옆 아파트에 살았는데 학교에 안 와서 제가 매일 아침마다 빵이랑 우유 사들고 그 아이 집에 가서 들쳐 업고 차 태워서 학교 오는 게 일이었어요. 저는 그 정도 하면 바뀔 줄 알았거든요? 제가 들은 강의에서도 그 정도 해주면 바뀐다 하더라고요. 그런데 당근과 채찍을 다 써 봐도 아이는 안 바뀌었어요. 하루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답답해서 바다나 보러 가자.”하곤 그 아이와 바다에 갔죠. 해안도로에 차 세워두고선 둘이 아무 얘기도 안하고 30분인가, 바다만 보고 서 있다가 온 적이 있어요. 그 아이와 지금도 연락해요. 그러더라고요. “선생님이 저 태우고 바다 보러 갔던 거 기억나요.” 이제는 그 친구도 웃으면서 그때 이야기를 하죠. 당시에 아이들과 같이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냈던 것들이 저한테는 소중한 추억이에요. 포기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경험이 모두 소중해요.

신흥중(2016년까지 근무한 학교예요)에 오기 전에 1년만 근무했던 학교에서 만난 두 여학생도 생각나요. 중학교 1학년 담임이었는데, 한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따돌림을 당했죠. 한마디도 얘기를 안 하는 친구였어요. 이 아이가 제게 마음을 열기까치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래도 아이를 끊임없이 불러서 이야기했고, 사정이 어려워서 일대일 결연도 했어요. 1년이 지나 저는 좋은교사운동에서 상근을 하기 위해 휴직했는데, 이 친구가 2학년, 3학년이 되어서도 계속 저하고는 이야기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중1 때에 비해 좋아지긴 했지만, 이후로도 고3 때까지 계속 왕따를 당했어요. 제 안에 드는 무력감과 자괴감은, 제가 그렇게 도와주어도 한 아이의 아픔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교육을 새롭게 한다고 하고 기독교사를 섬긴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지금도 그 아이는 가끔 한 번 씩 우리 집에 오는데, 이제 폭풍 수다를 해요. 자기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막 이야기해요. 처음엔 저한테 조그마한 쪽지 하나 주는 것도 한참을 망설였던 친군데요. 이제 신앙생활도 하고, 조금씩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재미있고, 감사해요.

또 한 아이는 학교 짱이었고, 우리 반에서 자퇴한 아이에요. 무조건 졸업시키려고 했지만 결국 결석이 많아서 그만뒀어요. 저는 그런데 그 아이에게 화내거나 아이와 부딪힌 적이 없었어요. 그냥 선입견 없이 대했고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려고 애썼어요. 그게 끝이에요. 그렇다고 그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한다거나, 영화 같은 성공스토리를 쓰지 않았어요. 몇 년 전에 그때 선생님 반이었던 ○○인데, 기억하세요?”하면서 연락이 왔어요. “기억하지. 너 졸업 못 했었잖아. 졸업 못 시켜서 기억해.” 그렇게 그 아이를 오랜만에 만나서 우리 가족이랑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때 이 아이가 말하더라고요.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 편견 없이 들어준 사람이 선생님밖에 없어요. 그래서 다시 연락한 거예요.” 지금은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했대요. “정말 훌륭하다. 어떻게 다 했니. 너의 인생을 내가 응원할게.” 이런 대화를 나누었죠.

두 아이를 만나면서 저는 아이들의 문제, 어떤 것도 해결해 준 게 없어요. 한 아이는 계속 따돌림을 당했고, 한 아이는 학교를 그만뒀고요. 제 한계에 많이 좌절하게도 했던 아이들이지만 나는 저들이 힘들어 하는 순간에 옆에 있었던 사람이구나. 아이들도 그렇게 기억하는구나.’ 그걸로 만족스러웠어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제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교사라는 게 뭐하는 사람인지 좀 더 알 수 있게 해준 아이들이죠. 이 아이들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힘을 주는 기윤실교사모임

기윤실교사모임, 저에게 참 의미 있는 공동체죠. 올해 새로 대표가 됐어요. 사실 대표를 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의 단점들 때문에요. 저는 일 중심적인 사람이고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이 굉장히 좁아요. 기윤실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 광화문에서 깃발 드는 사람부터 교실에서 조용히 일대일로 성경공부 하는 사람까지, 이들을 묶어낼 능력이 제게는 없어요.

그런데 2016 기독교사대회 때 기도를 하는데, 절 지금껏 인도하셨던 하나님을 떠올리게 하셨어요. 인생의 중요한 기점마다 주셨던 말씀을 쭉 떠올리게 하시며 뭘 고민하니, 내가 널 40년간 이렇게 인도해줬는데. 그것도 아주 촘촘하게! 지금까지 완벽하게 인도해줬는데 뭘 그렇게 재니? 뭘 그렇게 너의 단점에 힘들어하니? 내가 너를 인도하잖아.’하고 말씀하시는 듯했어요.

그래서 걱정을 내려놓고 부르심에 응답하는 마음으로 대표를 맡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두렵습니다.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했던 기도가 기대됩니다. 저의 남은 생을 어떻게 인도하실지 너무 기대됩니다. 지난 40! 하나님, 정말 완벽하셨어요. 앞으로의 삶도 너무 기대되고 설렙니다. 하나님도 제 인생을 어떻게 펼쳐 가실지 생각하면 너무 설레시죠?’하는 기도로 바뀌었어요.

대표가 되면 앞에 서서 다 이끌어 가야한다고 생각하니까 부담스러웠던 건데, 모임을 이끄는 건 하나님이신 거예요. 저는 좋은 도구가 되면 된다는 마음을 주셨어요. 저는 대표로서 회원 선생님들과 울고 웃으며 의견을 내고 이야기하며 함께 결정할 수 있는 기윤실교사모임을 만들고 싶어요. 다같이 모여서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드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결정한 것만큼 실행에 옮기도록 해야죠. 저에게 주어진 중요한 미션은 권역모임을 활성화하는 거예요. 그래서 지역모임의 대표들을 잘 연결하여 각 권역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공유하게 하는 역할이 중요하죠. 또 하나는 후배 선생님들을 리더로 세워야 해요. 새로운 사람들을 전체 사역으로 끌어오고 중요한 리더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에요. 함께 사역을 공유하며 방법을 찾아 가야겠죠.

 

사람을 낚는 삶

월간 좋은교사편집장 할 때, ‘사람을 낚는 어부 한성준이라고 썼어요. 나를 기독교사로 부르신 말씀이니까요. 이 말씀대로 평생 살고 싶어요. 사람을 낚는 어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한 아이에게 복음을 전해서 양육하는 일이 됐든, 한 학교에서 선생님을 모아서 그분들에게 기독교사로서의 삶을 동기화해주는 사람이 됐든, 기윤실 대표가 되어 사람을 세우는 것이 됐든. 결국은 그게 다 사람 낚는 어부라는 범주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하나님을 경험해가면서 사람을 낚는 사역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아이들과 선생님을 만나는 일이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특별히 뭔가를 이루고 저를 드러내는 결과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하나님은 결과만을 보시는 분이 아니니까요. 그 과정에서 제가 얼만큼 성장하는지, 제가 하나님과 어떤 관계를 맺어 가는지, 제가 무슨 동기를 가지고 그런 일들을 하는지하나님은 과정 속에서 철저하게 함께하시는 분이심을 알아요. 10년 후에도 하나님 안에서, 제게 주어진 사람들과 사역 안에서, 결과가 아닌 과정 안에서 하나님을 충분히 배우고 경험해 가는 삶을 살고 싶어요. 부르심을 다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