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만남

하나님의 따뜻함을 전해주는 따뜻한 기독교사(2017.07)

 

 

하나님의 따뜻함을 전해주는

따뜻한 기독교사

 

 

 

박종식

(거제 하청초등학교)

 

 

 

 

인터뷰사진 김영식

 

 

 

 

교사로서의 부르심

3 담임선생님이 제게 추천해 주신 학교가 진주교육대학교였습니다. 그런 대학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대학에 들어갔는데 꿈꾸던 학교가 아니었고, 모든 것이 고등학교를 다시 다니는 듯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학교에 실망해 휴학하고 군대도 다녀와 복학을 했습니다. 이상철 당시 SFC 간사님(, 마산성막교회 담임목사)과 함께 성경공부를 했는데 본문이 마태복음이었어요.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4:17)라는 말씀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하나님 나라는 어떤 모습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말씀을 통해 먼 미래의 천국이 아니라 내 삶 가운데 와 있는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배우면서 그 긴장감에 무척 놀라며 주님께 매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기독교사로서의 부르심은 물론이고 직업적인 교사로서의 부르심도 깨닫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목회자를 꿈꾸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능력이 내게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교사로서의 제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교대 부속초등학교로 현장실습을 갔습니다. 현장실습 마치고 떠나려는데 실습 기간 동안 만났던 3학년 아이들이 몰려와 울면서 선생님 가지 마요.” 하며 저를 붙들었습니다. 한 명씩 안아주는데 마음이 찡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 나는 아이들을 사랑해주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이렇게 나를 사랑해주다니. 나도 어쩌면 교사를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교사로서의 모습을 조금씩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교대 SFC에서는 노천전도를 다니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쁨을 알아갔습니다. 교회 없는 곳을 찾아가 아이들을 모으고 기타치며 찬양하고 말씀도 가르치는데, 아이들이 많지 않고 함께하는 지체들이 없어도 은혜가 넘쳤습니다.

졸업 이후에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리란 믿음으로 거제로 지원을 했습니다. 교직 첫 해 6학년을 맡았습니다. 늦게까지 이어지는 잦은 회식 때문에 수업 준비를 잘 할 수 없었고, 첫째아이를 갖게 되면서 여러모로 정신없게 보냈습니다. 첫 제자인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는 자책감에 시달렸습니다. 학교 가기가 무서울 정도였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동학년 선생님의 말씀과 그분의 학급운영을 보면서 조금씩 초등교사의 방향을 찾아갔고, 다음 해에는 5학년 아이들과 놀이수업 중심으로 즐겁게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교사로서 성공하고 싶은 욕구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GT 공동체

과학을 좋아했던 저는 당시 물로켓 대회와 학교 홈페이지 제작과 관련하여 좋은 실적을 거두었고, 승진에 대한 부추김도 있었죠. 그런데 바로 다음해 물로켓 대회에 출전했다가 마음이 온통 무너져 내렸습니다. 저는 가장 멀리 보낼 수 있는 최적의 설계를 준비하여 아이들에게 안내를 했어요. 밝게 웃으며 다 만들었노라고 하며 내미는 물로켓을 봤는데날개가 거꾸로 붙여져 있었습니다. 물로켓은 펑~ 소리를 내며 하늘에서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에게 화를 직접 내지 않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과 한마디 말도 나누지 못했습니다.

그날 나에게 점점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가 있었습니다. ‘성적이 중요해? 아이들이 중요해? 너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었니?’ 제가 살아가는 방향이 틀렸음을 알려주는 목소리였습니다. 멋지고 유능한 교사가 되어 부러움을 사고, 승진도 하고그런 교사는 그 날 접어버렸습니다.

다른 학교로 근무지를 옮겨 열심히 사는 중에 류철형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양육모임에 한 번 오시지요?” 이전에도 몇 번의 초대가 있었지만 이도 저도 아니게 거절했던 터라 이번에는 거절할 수 없어 방문했습니다. 특별한 기대 없이 간 모임 이었는데, 처음부터 저의 마음은 뜨거워졌습니다. 직접 식사를 준비하고 따스함 가운데 교제를 나누고 기독교사의 소명에 대하여 말씀으로 전하며 서로의 삶을 나누며 기도해주는 모임이었어요.

아이들과 뒹굴며 사랑하는 학급운영을 해왔지만 마음 구석에서 꾸준히 올라오는 의문이 있었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헌신하는 리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답을 찾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기독교사로 부르셨다. 잘 가르치는 교사, 능력 있는 교사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교사로, 그 복음으로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사역에 동역자로 부르셨다.’

앞으로도 교사 양육모임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양육이라는 가치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물려주신 귀한 신앙의 전수 방법이라는 것을 경험합니다. 단기간에 어떤 단계나 성취로 마무리하는 훈련이 아니라, 인생을 통틀어 서로 책임지고 간섭하는 관계에서 양육이 일어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사심으로 신앙을 전수하셨듯이, 저도 양육을 통해 교사들과 제자들이 함께 살아가며 키우는 신앙을 배우고, 저 역시 배운 대로 살기를 소망합니다.

요즘은 세종·공주 지역모임을 동시에 섬기고 있습니다. GT 사역을 경남 밖으로 넓혀가는 사역을 고민하는 차에 2016 기독교사대회에서 진주교대 후배들과 연결됐습니다. 이 친구들이 세종·공주 지역에 발령받아 가게 되면서 이들을 돕기 위한 사역으로 한 달에 한 번씩 가서 함께 밥 먹으면서 양육모임을 시작했어요.

올해부터 5~6명 정도가 한 번은 지역모임으로, 한 번은 양육모임으로 매달 두 번씩 모이고 있습니다. 참 귀합니다. 올라갈 때 3시간 반, 내려올 때 3시간 반이에요. 처음에는 마음이 어려웠어요. 얼마나 만나고 올까? 얼마나 힘이 있을까? 그런데 힘이 생기더라고요. 선생님들이 너무 환영해주고 반겨주니 내려올 때는 행복한 마음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예전에는 1~2시간 걸리는 김해에 한 번 가는 것도 참 멀게 느껴졌는데 이제 그 정도 거리는 가깝게 느껴지고요. 비록 SNS로 바로 연락이 가능한 시대라 해도 서로 대면하는 것만큼 질 높은 관계를 맺게 해 주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제자양육

교사양육모임 리더였던 류철형 선생님이 반에서 제자양육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고민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따로 불러서 제자로 삼는 사역이 공립학교에서 가능한가? 다른 아이들은 차별받지 않나? 학부모는 어떻게 설득하지? 기독교사로 부르심에 확신은 하지만, 학급에서 실천하려니 선뜻 나서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격려와 기도를 해준 덕분에 아이들을 부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함께 하겠노라 신청하였습니다. 성경읽기, 11, 암송하기 등 제자선발기간 일주일을 걸쳐 디모데(제자)를 선발하였습니다.

제자들을 선발하고 나니 나머지 아이들이 염려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반 아이들 전체를 대상으로 기도제목을 받았습니다. 4월 선발 과정 전에 가정방문을 통해 학부모들과는 마음이 통했던 터라, 교실 내에서 하는 기도에 대하여 불만을 얘기하는 학부모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상담기간에 감사해하는 부모님들이 계셨고, 지금도 그 시간이 무척 재미있었다고 기억하는 제자들도 많습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어색해하더니, “강아지가 아파요, 엄마가 아파요, 다른 나라의 굶는 아이들이 불쌍해요.” 등 다양한 기도제목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공책에 적어서 아이들이 다 말한 이후에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로 시작하는 하루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지금은 기도제목을 나누는 시간 대신 학생상담 안녕하세요?’ 라는 학급 체험활동 시간으로 바꾸어 실시하고 있습니다. 디모데 양육을 하면 디모데만 말씀을 배우고 성장하는 게 아니라 반 아이들도 함께 그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디모데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학급이 더욱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오히려 나중에는 아이들이 디모데들 걱정을 하지요. 디모데들이 청소도 많이 하고, 오래 참고, 모범을 보이려고 애쓰니까요.

2004년부터 계속 이어진 디모데가 많이 있지만, 특별히 기억나는 디모데들이 있습니다. 은 그때는 몰랐는데 ADHD에 성격장애라고 할 만큼 학급에서 툭하면 싸우고 성질을 이기지 못해서 마구 주먹을 휘두르고,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는 친구였어요. 그런데 굳이 디모데를 하겠다고 하며 선발기간 중에 열심히 오버해가며 디모데로 선발되었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 저 친구만큼은 떼어내고 싶다는 마음이 자주 들었어요. 그래도 주님께서 조금씩 변하게 해주시리라 기대하며 모임을 이어갔습니다. 2년 동안 담임하며 가르쳤지만 당시에는 변화를 볼 수 없어 안타까운 적이 많았습니다. 이 친구는 이제 20대 중반이 넘어섰는데 아직까지 교제하며 인생의 진로, 고민을 함께 기도하고 나누고 있습니다. GT에서 한 번 디모데는 영원한 디모데라고들 말합니다. 그 말처럼 이 디모데는 평생 서로 책임지며 살아갈 제자가 되었습니다.

 

학급운영은 뼈와 같은 것

학급운영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수업이 중요하긴 한데, 초등에서 수업이 살이라면 학급운영은 뼈와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급운영에서 자신만의 트렌드를 가지고 하는 것도 좋겠지만, 전 아이들이 중심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3월에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한 뒤에 학급운영 계획을 세우는 것이죠. 요즘엔 일주일 정도 관찰하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올해 담임한 아이들을 지켜보니까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창체활동 주제를 노래 부르기로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문집제작 활동을 넣었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과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함께 하는 것이죠. 그리고 좋은교사 실천운동인 학부모 편지보내기, 가정방문, 일대일 결연과 같은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학급밴드를 만들어 운영해요. 그러면 학부모님들이 저에게 신뢰를 보내 줍니다. 그리고 나서 디모데로 초대하면 아이들도 잘 받아들입니다. 아이들을 토디학교(토요디모데학교)로 모이게 해서 여러 활동을 함께 하기도 하고요. 따뜻한 학급운영을 통해서 아이들이 교사에 대해 마음을 열고, 나도 아버지의 마음으로 아이들과 같이 뒹굴면서 이들을 제자로 불러서 제자의 삶을 살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급운영과 제자양육의 균형입니다. 학급운영과 수업을 소홀히 하면 제자양육이 어려워지고, 제자양육에만 집중하다보면 학급운영과 수업에 소홀하게 되요. 그 반대로 학급운영을 잘하면 제자양육에 도움이 됩니다. 제자양육이 잘되면 학급운영이 큰 도움을 받고요. 뿐만 아니라, 제자양육을 잘하려면 최소한 학교에서 욕먹는 교사가 되면 안 될 것 같아요.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춰지기 시작하면 제자양육을 하기 어렵습니다. 힘든 일을 먼저 지원하고 모범을 보여야 해요. 제자양육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빈둥거리고 놀면서 제자양육을 할 수는 없더라고요.

 

공동체 살이의 유익

진주에서 회의를 마치고 거제로 내려오는 두 시간은 지체들과 사역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신앙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헤어지지 않고 계속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우리 삶을 나누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지요. 마치 연인들처럼 말입니다. 2011년이었는데, 집을 옮겨야할 시기였습니다. 때마침 네 가정이 마음을 모아 함께 살 집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야영하며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고, 아내들을 위한 시간, 남편들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하나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일 년 동안 틈틈이 땅을 찾으면서 거제 전역을 찾아 다녔습니다. 원칙은 모두가 일치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는다였습니다. 그러다 다공이라는 지역을 찾게 되었고, 모든 지체가 동의하여 집을 짓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사는 공동체를 시작했네요.

일 년간 함께 예배를 드리고 다음 해에는 함께 섬길 교회를 선택했습니다. 자유 가운데 함께 살아감에 중심을 두고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일은 모두가 함께 결정합니다. 매주 수요모임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공동체 식사를 합니다. 방학에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공동체의 가장 큰 유익은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함께 보는 것입니다. 특히 급할 때 아이들을 마음 편히 맡길 수 있고, 밤늦게 사역을 마치고 돌아와도 전혀 염려되지 않아 참으로 좋습니다. 함께 살수록 서로의 장점도 알게 되지만 단점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럴 때 서로 격려할 수 있는 공동체라 참 감사합니다.

우리 공동체는 단순합니다. 모두가 함께 하면 하고, 아니면 안 하고. 때로는 걸림돌이 되는 것 같고 불편기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공동체는 더디게 단단히 세워져갑니다. 또 우리는 공동체를 영원히 소유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필요가 있는 지체들에게 물려줄 것입니다. 그래서 이 공간의 유익이 나누어지게 하려 합니다. 이런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지체들이 있다면, 무엇보다 끈끈한 예비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편보다는 아내들의 합의가 더욱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셔요.

 

아이들이 기억하는 따뜻함

좋은교사란 따뜻함을 가진 교사라고 생각해요. 교사는 하나님의 대리자이고, 하나님께서 교실을 맡긴 청지기잖아요. 교실이 하나님 나라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따뜻함인 것 같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 하나님은 우리가 경외하는 존재이지만 따뜻하셨잖아요. 교사도 따뜻함을 보여주는 존재여야 합니다.

세상을 보면 아이들도 변하고 교사들도 변하고, 점점 딱딱해진다는 느낌입니다. 교사들끼리도 참 사무적으로 대하는 것 같고요. 우리가 아무리 문서를 잘 만들어놓고, 대비해 놓아도 책임질 일은 책임지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문서 잘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과 대화하고 뒹구는 것이죠. 교사 양육모임도 하고 제자양육도 하고 있는데, 양육은 바로 같이 살아가기입니다. 양육은 평생입니다. 작년에 2년을 맡아 졸업시킨 제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오래 보자. 한 번 제자는 영원한 제자 아이가?” 디모데하는 친구들 아니면 오래 보기 힘든데, 반 아이들과도 깊은 관계를 맺으며 오랫동안 남는 선생님이면 좋겠습니다.

실수하고 낙담하지만 모닥불에 고기 구워주는 예수님처럼, 그런 선생님이고 싶습니다. 교실에서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수시로 아이들 이야기 듣고, 상담하면서 기도제목 듣고 함께 빵을 떼면서 기도해 줍니다. 아이들도 참 좋아합니다. 선생님이 기도해 주는 것에 고맙게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이런 걸 기억합니다. 수업은 기억 못해도.

 

교정에 들어서면서 만난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얘들아, 박종식 선생님 어떤 분이셔?”

따뜻한 선생님이요~”

인터뷰를 마치고 물었습니다. “선생님, 좋은교사란 어떤 교사인가요?”

좋은교사는 따뜻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말과 삶이 하나인 따뜻한 선생님. 그 따뜻함에 감싸인 복음이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