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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만남

좁은 길을 찾아 걷는 교사 (2018.2)

 

 

 

 

좁은 길을 찾아 걷는 교사

 

 

 

김홍임(대화고등학교)

 

 

 

 

인터뷰·사진 김만호

 

 

불교재단 학교에서 만난 예수님

저는 충청북도 보은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제가 3살 때 우리 가족은 제주도로 이사를 갔고 저는 제주도에서 초, , 고 시절을 보냈습니다. 가난한 형편에 단칸방에서 여러 식구가 부대끼는 것이 싫었던 저는 1365일 중 하루 이틀 빼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지냈습니다. 고등학교 교악대(밴드부)였던 저에게는 색소폰을 불 수 있는 음악실과 늦게까지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이 피신처였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에 별다른 꿈이 없었습니다. 제가 교사가 된 것은 저의 성적에 맞춰 원서를 써 주신 담임선생님 덕분입니다. 저는 교사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교사가 된 것이 아니라, 단지 수학이 좋아서 사범대 수학교육과에 지원하였기에 수학교사를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진학한 대학이 조계종 재단의 동국대학교였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입학 당시 저는 예수님을 믿고 있지 않았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필수 과목이었던 불교 채플에 매주 참석해야 한다는 안 좋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불교재단 대학에 진학하면서 확률적으로 하나님을 만날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확률과 상관없이 일하시는 분입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정말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군 제대 후 복학하면서 알게 된 한 후배를 통해 예수님과 기독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근처에 있는 장충교회에 자발적으로 찾아가 예배를 드렸고, 그렇게 저의 신앙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청년들이 뜨겁게 찬양하는 모습은 마치 뉴스에서 봤던 광신교도들 같아서 무척 혼란스럽고 힘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친하게 지내던 CCC 친구들이 저를 붙들어 주었고, 그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저의 믿음은 점차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기독교인이 살아가기엔 매우 척박한 대학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유독 우리 수학과에는 신실한 크리스천이 많았습니다. 이것은 저를 향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요, 놀라운 은혜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신실한 크리스천 친구들과 함께 불교재단 학교라는 환경을 초월하여 신앙 생활을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기독교사대회, 사막 같은 교직에서 만난 오아시스

2002, 오랜 대학 생활을 마치고 부푼 마음과 기대감으로 교직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러나 젊은 패기와 자신감을 갖고 시작한 교직 생활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저는 신규 발령이었기에 비담임으로 알고 있었는데, 개학 날 갑자기 고2 담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2 담임을 하면서 고3 수업을 더 많이 해야 했고, 생활지도 업무와 학생자치회도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 학기가 지나기 전에 학교 내 비민주적인 의사소통 구조, 도발적인 학생들의 생활지도 문제, 학급운영의 미숙함과 경험 부족이 겹치면서 교사로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교사로서의 성취감이나 보람은 맛보지 못한 채,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때 인터넷 서핑을 하다 ‘2002년 기독교사대회를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등록하였고 스스로 원주 연세대 캠퍼스로 찾아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많은 기독교사를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부조리하고 답답한 학교 현실에 동화되거나 안주하지 않고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기독교사들의 삶의 이야기는 사막 같이 느껴지던 교직 생활에서 만난 소망의 오아시스가 되었습니다.

 

내 삶의 일부가 된 기윤실교사모임

저는 기독교사대회에서 기윤실교사모임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일산 지역모임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지역모임을 꾸준히 나가면서 지역대표를 거쳐 꿈섬(꿈꾸는 섬김이 학교, 기윤실교사모임 리더십 과정) 1기를 이수하고 사무국 총무로 섬겼고, 지금은 부대표 및 서부권역대표로 섬기는 자리에 있습니다. 이런 과정도 돌아보니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기윤실교사모임에서 만난 선배교사들의 삶의 향기를 좇아 살다 보니 어느새 그 향기가 제 삶의 향기가 되었고, 제 삶이 되었습니다. ‘삶의 전 영역에서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야 한다.’라는 말은 진리이면서도 너무나 당연한데 실제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난해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함께하는 기독교사 선생님들의 삶을 보면서 이 명제의 답을 하나씩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기윤실교사모임의 슬로건은 학교를 바꾸는 기윤실교사모임입니다. 이 땅의 학교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변화되어 우리 모임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질 그날을 상상해 봅니다. 참으로 멀고 먼 길이 될 것입니다. 더 많은 선생님들이 그 길에 동행하며 든든한 동역자가 되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기윤실교사모임이 좋은교사운동에서 제시하는 교육 정책이나 교육 실천에 앞장서서 무너지고 병들어 있는 한국 교육을 회복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모임은 소수의 헌신된 기독교사 선배들이 세운 기초 위에 20년을 달려왔습니다. 이제는 다수의 평범한 리더들이 함께 기도하는 집단지성을 통해 모임을 끌어가야 할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모임의 역사와 사명을 잘 이해하고 이어 나가는 다수의 리더 그룹이 형성되기를 소망합니다.

 

좋은 교사를 꿈꾸며 맺어 온 기쁨의 열매들

학교 중심에 선 기독교사라는 슬로건으로 개최했던 2008년 기독교사대회의 은혜로 각종 학교 위원회를 맡은 적이 있습니다. 학교운영위원, 학교평가관리위원회, 다면평가위원, 인사자문위원, 성과급심의위원 등 학교 내 첨예한 갈등의 소지가 있는 위원회에서 기독교사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했던 시절이 많이 생각납니다.

가정방문의 결과로 얻게 된 많은 간증은 제 교직 생활의 또 다른 열매입니다. 16년 교직 생활 중에 14년은 가정방문을 다녀왔습니다. 가정방문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부터 설렘이 있었고, 한 가정 한 가정 방문하면서 가슴 따뜻해지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급식비를 지원하고 싶다며 조용히 일대일 급식 결연을 요청하셨습니다. 또 암으로 투병 중인 가정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었습니다. 어떤 가정은 불의의 사고로 투병 중인 부모님이 있었는데 가정방문을 통해 상황을 잘 이해하고 학생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끝날 줄 모르는 학부모님의 긴 말씀을 자연스럽게 끊기 위해 기념 촬영을 제안한 후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가정방문이 끝나면 그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 드렸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어떤 사진관에서는 너무 좋은 일 한다면서 가정방문 기념사진을 하나의 큰 사진으로 편집해서 선물해 주기까지 하셨습니다.

무엇보다 값진 열매는 복음의 열매입니다. 학생들이 기도와 예배의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고 찾아와서 오아시스, POP(People of prayer) 같은 동아리를 만들어 함께했습니다. 때론 학교 분위기 때문에 비밀리에 모임을 만들어 등교 전이나 점심시간에 모여 기도하고 예배드렸습니다. 특별히 이 모임 출신의 학생이 졸업 후 교사가 되어 인사하기 위해 저를 찾아온 것이 기억납니다. 저와 같은 기독교사의 좁은 길을 걷겠다고 말하는 그 학생의 인사는 제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커다란 위로가 되었습니다.

 

두려움과 설렘으로 서는 교사

저는 수포자들을 볼 때마다 수학교사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연구모임을 시작했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서 학생 참여형 수업을 위한 수업 모형과 수업 과정형 평가를 위한 학습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자체만으로 두려움과 설렘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의 기도와 동역이 필요합니다. 함께 연구에 동참하는 선생님들의 두려움이 사라지고 설렘과 기대감으로 뭉쳐서 이 연구에 힘과 지혜를 모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하루빨리 모든 학생이 수학 교과에 스스로 참여하고 배움의 기쁨을 느끼는 수업으로 가득해질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부르신 곳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로, 그리스도의 편지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선생님을 통해 많은 도전을 받습니다. 항상 좁은 길을 찾아 걸어가는 선생님의 아름다운 믿음의 삶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