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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책갈피

철학을 묻는 교실 철학을 묻는 교실 "30분만 더 공부하면 네 남편 직업이 바뀐다." "졸 테면 졸고 잘 테면 자라. 서울대는 너를 버려도, 서울역은 너를 받아 줄 것이다." 웃고 넘기기엔 씁쓸한 급훈들이네요. '옆 반 정복'이나 '우주 정복'보다는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교훈으로 삼기에는 불편한 구석이 있어요. 우리가 매일 출근하는 학교와 매일 만나는 아이들이 지향해야 할 가치로 여기기에는 아니다 싶어요. 작년 연말, 저희 여섯 살 큰아이와 네 살 작은아이가 교회 어린이집에서 성탄 행사를 한다고 교회 어린이집에서 학부모들을 초대한 적이 있어요. 여섯 살, 네 살 두 아이가 영어로 뮤지컬을 했는데, 행사 내내 마음이 너무 불편했어요. 뜻도 모를 영어를 외우고 있는 아이들과 흡족한 표정으로 그들을 지켜보는 부모들 사이에서 이건.. 더보기
교육 재정, 어렵지 않아요 교육 재정, 어렵지 않아요 저는 수학이 싫어요. 수학도 저를 싫어했던 것 같아요. 계산이 좀 나온다 싶으면 머리부터 아파요. 돈은 좋은데 돈이 수학적 계산을 요구하는 상황이 되면 마찬가지로 머릿속이 흰 종이가 되요. 다짐했어요. 결혼만큼은 수에 밝은 사람과 하겠다고. 왜냐하면 장가를 가면 은행에 가서 좋은 조건으로 대출도 받아야 하고, 가정 경제도 계산해야 하니 나보단 셈에 밝은 사람이 낫겠다 싶었던 거죠. 장가를 갔고 제 아내는 수학 교사예요. 그런데 그냥 수학 교사예요. 셈에 밝지가 않아요. 은행 대출도 제가 가서 받았어요. 은행 직원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 엄청 땀을 흘렸지요. 올 1월에는 설날이 있네요. 제겐 열여덟 명의 조카들이 있어요. 제가 딸 부잣집 외아들이거든요. 명절이 오면 모태 수학치 .. 더보기
효율에서 공감으로 효율에서 공감으로 2012년 한 해가 저물어 가지만, 따뜻한 커피 한잔에 한 해를 정리해 볼 수 있는 그 잠깐의 여유도 교사에게는 허락되지 않나 봐요. 교사에게 12월은 한 해를 정리하는 달이기보다는 오매불망 방학을 기다리는 일념 하나로 살게 되는 그런 달인 것 같아요. 마지막 남은 힘까지 쥐어짜면서 말이죠. 미국의 교육 개혁 관련 내용을 다루는 책을 읽다 제 가슴을 울리는 한 구절을 찾았어요. “단일성에서 다양성으로, 수월성보다는 평등성으로, 효율에서 공감으로.” 우리의 학교가, 이 땅의 교육이 이제는 다양성과 평등성의 가치에 좀 더 귀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효율성을 전제한 경쟁과 통제에서 벗어나 교사와 아이들의 삶에 좀 더 많은 여백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무엇을 위해 달려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동.. 더보기
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남자 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남자 교직 생활을 하다 보면 굉장히 애매한 것들 때문에 서로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활기록부 학생 종합 의견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공문 한 장을 놓고도 교무부에서 처리해야 할지, 연구부에서 할지. 사소하지만 참 애매합니다. 선생님, 대한민국 교육이 왜 아름다운지 아십니까잉? 바로 우리들만의 보이지 않는 약속을 정해 놓고 지키기 때문입니다잉. 예를 들면 학생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 이거 지키지 않는다고 쇠고랑 안 찹니다잉. 경찰 출동 안 합니다잉. 하지만 지키기 때문에 아름다운 겁니다잉. 자, 이번 특집에서 다룬 교육감 선출 방식. 이거 정말 애매합니다잉. 그래서 좋은교사가 빨리 결론을 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잉. 앞으로 새로 뽑히는 교육감에 한에서 교육감 .. 더보기
토끼와 거북이 토끼와 거북이 안 그래도 바쁜 월요일 아침에 큰아이 어린이집 준비물을 챙기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 줄거리를 적어 월요일까지 보내 주세요. 구연동화 대회를 합니다” 하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학습 안내 사항을 불행히도 처음 발견했어요. 부랴부랴 아이에게 묻습니다. “은택아, 너 무슨 동화가 제일 재밌었니? 빨리.” “엔진 포스 로봇 합체.” “그런 거 말고, 토끼와 거북이 알지? 그걸로 하자.” 부랴부랴 한글 자판을 두드립니다. 편집장의 전문성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잘 적다가 잠자고 있는 토끼를 외면하고 앞서 달려가는 거북이 대목에 자판이 멈춥니다. ‘아니 이러면 저 혼자 앞서 달린 토끼와 다를 바가 뭐야? 결국엔 거북이도 자기만 이기면 된다는 거잖아.’ 이건 아니다 싶어 거북이가 잠자고 있는 토끼를 깨워.. 더보기
회복 :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 회복 :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 편집장만이 누리는 특권이 있어요.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무실 소식을 비롯한 모든 꼭지의 글들을 가장 처음 읽을 수 있다는 거예요. 더 좋은 특권은 그 많은 글들 속에 흐르는 공통된 화두를 맨 먼저 발견할 수 있다는 거고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뚜렷이 잡히는 공통된 화두를 발견할 때면 ‘이것이 하나님의 음성인가’ 하며 혼자 호들갑을 떨곤 하죠. 이번 호의 공통 화두는 ‘회복적 정의’예요. 여는 글에서 김진우 선생님은 회복적 생활 지도를 학교에서 실천해 보겠다 다짐하셨고, 김주화 선생님은 회복적 정의를 학생의 기독교적 배움의 과정과 연결하셨지요. 이봉수 선생님의 시사 수업을 먼저 읽어 보시면, 죄와 벌에 내재된 정의의 개념을 새롭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읽고 나면 .. 더보기
《좋은교사》와 얼굴들 《좋은교사》와 얼굴들 좋은교사 지역 모임에 처음 갔을 때, 모임 선생님 중에 한 분이 저를 보고 박지성을 닮았다고 했어요. 당시에는 박지성이 지금만큼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서 모임에 오신 분들도 박수를 치며 꼭 닮았다고 했지요. 이후로 박지성의 성공 신화를 보면서 속으로 ‘나는 박지성 닮은 사람이야’ 하며 나름 자부심을 갖고 살았어요. 얼마 전에 사무실 간사님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어요.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각자의 사진을 찍어 유명 연예인의 닮은꼴 찾기 게임을 했어요. 홍인기 선생님이 코미디언 박수홍을 닮은 것으로 나오자 여기저기서 간사님들이 탄성이 쏟아지고 저는 내심 박지성을 기대하며 사진을 찍었어요. 결과는 연기자 변희봉! 괜히 했다 싶었어요. 저 변희봉 아니거든요. 지난 호부터 《좋은교사》도 얼.. 더보기
세상을 역류하는 그리스도인 세상을 역류하는 그리스도인 6월호 부록으로 나간〈교육을 위한 중보 기도문〉을 읽다 보니 ‘세상을 역류하는 그리스도인이 아닌 세상을 향유하는 그리스도인 되기를 바랐다’는 기도 문구가 제 마음에 깊은 여운으로 남았어요. 어디 한국 교회뿐이겠어요. 입시 위주의 교육 구조에서 문경민 선생님의 표현대로라면 ‘가르침의 폭력’으로 이 땅의 교육을 향유한 제 삶의 모순이기도 하지요. 《좋은교사》편집 일을 하다 보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원고를 아주 꼼꼼하게 읽게 돼요. 그것도 여러 번. 7월호 원고들 속에서 세상을 역류하는 생명력 있는 그리스도인을 만날 수 있어 참 감사했어요. 그 바쁜 3월에 모두 업무를 뒤로 하고 학교 부적응 아이를 품는 장종심 선생님의 교단 일기 속 삶이 그러하고, 특집에서 풀어낸 관과 언론이.. 더보기
나무와 집과 삶과 그림 나무와 집과 삶과 그림 계룡산 야간 산행, 100km 도보 여행, 삼대(三代) 가족 이야기 쓰기. 고등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미술 숙제였어요. 숙제만큼 미술 선생님은 전교에 괴짜로 유명하셨지요. 모든 수업은 교탁에 걸터앉은 채로 하시고, 그림은 붓이 아닌 오직 손가락으로 그리게 하셨지요. 오늘은 또 무슨 괴짜 행보를 이어 가실까 싶었던 어느 날, 대뜸 하시는 말씀. “죽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슨 나무가 되고 싶으냐? 다시 태어나 보고 싶은 나무를 그려라.” “20년 후의 세상이 궁금하지 않냐? 20년 후에 너희들이 살 집을 그려라.” 이 두 그림 그리기로 한 학기 실기 평가를 했고 꽤나 재밌게 그렸던 것으로 기억해요. 제 그림은 참 어처구니없었지만요. 6월호를 끝으로 잠산 님의 나무와 집《좋은교사》 표지.. 더보기
서바이벌 나는 교사다 송구합니다. 교사가 서바이벌이라니요. 안 그래도 한 줄 세우기 교육에 피가 마를 지경인데 좋은교사운동마저 서바이벌 운운해서 죄송합니다. 이번 호에는《좋은교사》 독자들 중에 글과 그림, 사진에 재능 있는 숨은 필자를 찾고자 공모전 광고를 실었어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를 흉내 내 보았지요. 함께 실린 광고 문구로 인해 혹여나 상처받으실 분은 없으시겠죠? ‘엄청난 내공을 소유한 레전드급 필자들의 극한 서바이벌!’ 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광고는 광고일 뿐. 2011년 학교 현장을 살아가는 《좋은교사》 독자분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실은 이번 호는〈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보다는〈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에 가까워요. 이번 호부터 새롭게 선보인 꼭지와 필자들이 많거든요. 아프리카 파견 근무 경험을 들려주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