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교육의 주체로 목소리 내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대표_2016.2)
교사들이 교육의 주체로 목소리 내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성식 (익산왕궁초등학교 교사, 실천교육교사모임 대표)
두 아이의 아빠로 농촌의 작은 마을에서 초등교사로 살아가고 있다.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돌보며 삶을 배우기도 하고, 텃밭 채소를 벗들과 나누며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교사공동체에 관심이 많으며 다음 카페 ‘세상을 배움터 삼아 아이들과 더불어’를 운영하고 있다. 부끄러워야 바뀐다는 생각으로 우리 교육의 속사정을 종종 들춘다. 글은 호흡이 빠른데 말과 천성은 느린 편이다. 지은 책으로는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가 있다.
인터뷰_김효수 / 사진_임종화, 최한성
2015년 7월 11일, 세종시에서 ‘교사가 만들어 가는 교육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300여 명이 모였다. 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이 더 이상 수동적인 대상이기를 거부하고 교육정책과 교육학의 능동적인 주체로 서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움직임이었다. 강의와 토의내용, 후기는 <교사독립선언>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단회적인 행사로 기획되었던 이 모임은 새로운 움직임을 낳아 ‘실천교육교사모임’으로 발전했다. 이 모임은 아직 실체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으나 페이스북 그룹을 가보면 폭발적인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선생님들의 이토록 뜨거운 반응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졌다. 이 모임의 중심에는 대표로 선출된 정성식 선생님이 있다. 그는 최근 한겨레 신문이 주관하여 ‘2015 교사들이 꼽은 화제의 교육서적’ 1위로 뽑힌 책인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의 저자이다. 스스로를 평범한 시골교사였다고 말하는 정성식 선생님이 베스트셀러 저자로 바쁘게 살아가며, 실천교육교사모임 대표로 서게 된 배경과 마음이 궁금하여 그가 살고 있는 익산으로 찾아갔다.
먼저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 책을 쓰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당시 선생님이 생각하는 학교에 대한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나요?
기존에 ‘교육과정’이란 이름으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었죠. 하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때 제가 느끼는 고민은 ‘정말 좋은데, 이걸 나보고 또 하라고?’였어요. 시스템 자체가 잘못되었는데 그 위에 또 뭔가를 하라는 것이 부담으로 느껴졌던 거죠. 거의 2년마다 바뀌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의 교사들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에 대해 글로 담아내고 싶었어요. 현장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어떻게 느끼고 무엇에 대해 갈증과 어려움을 느끼는지를 쉽게 말하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교육과정은 현장에서 학교생활의 총체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교사들이 느끼는 교육과정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학교가 이렇다’는 속살을 있는 그대로의 자료로 쭉 올려주고, 그 자료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드러내는 방법을 선택했죠. 책을 내니까 의외로 상당한 반응이 왔습니다. 작년 이맘때 원고를 가지고 씨름할 때만 해도 이런 반응은 생각도 못했어요. 사실 지금 보면 부끄러워요. 조금 더 세련되게 쓰고, 조금 더 적절한 사례를 넣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죠.
올해 학습연구년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강의가 많았는데 몇 개 학교나 들어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또 학교 변화에 대한 가능성과 회의감, 어떤 면을 더 많이 보셨나요?
정리해보니 한 해 동안 150개 학교 정도 돌아다녔네요. 유치, 초, 중, 고, 특수학교, 교육전문직, 교육정책 토론회 등 여러 지역을 돌아다닌 경험이 나에게 큰 행운이었죠. 몸은 고되었지만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산경험이라 소중했습니다. 학교를 좀 더 종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학교 변화의 가능성과 회의감은 둘 다 느꼈고요. 다 있었어요. 제가 크게 느낀 것은 결국, 학교의 구조적인 모순이 있어도 교사들이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협업하여 공동의 문제로 해결하려 한다면 돌파구가 보인다는 거예요. 여기에 선결 조건이 있죠. 바로 ‘교사들의 자각’ 이예요. 여러 학교에서 워크숍을 하며 자각 있는 교사들을 만나면 희망이 생겼어요. 그 후에 공동으로 사고하며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으니까요. 이것은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차이는 아니었어요. 제가 간 학교 중에 혁신학교라고 해도 암담할 정도여서 한숨을 쉬고 나온 학교들도 있었고, 일반 학교였지만 긍정의 마인드를 많이 배워온 학교들도 있었어요. 학교 변화의 걸림돌은 시스템의 문제보다 교사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교사들이 자발성을 바탕으로 모임을 만들어 서로 긍정적 시너지 속에 성장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능성을 본 학교는 어떤 식으로든 그런 움직임이 있었어요.
선생님은 혁신학교에 근무하지 않으셨는데,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학교가 핵심적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저는 교직 경력 16년 중에서 12년 동안 연구부장을 했어요. 제가 교직에 입문 했을 때 명예퇴직 바람이 불어서 중간 선배들이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일찍부터 연구부장을 하게된 것이죠. 학교교육과정에 갈증이 많아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직접 혁신학교에 방문하기도 하고 열심히 배우러 다녔습니다. 그때 느낀 것이, 대부분 학교교육과정이 ‘왜 이렇게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형식일까?’ 하는 문제의식이었습니다.
그 무렵 제가 대학원에서 교육행정을 전공하며 교육법 공부를 시작했어요. 교육법으로 학교를 비춰보니 생각이 두 갈래로 정리되었어요. 첫 번째는 학교가 지금의 법대로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학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의 법대로 학교의 시스템이 이루어만 져도 훨씬 더 숨 쉴 수 있다고 봐요. 현재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학교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더욱 더 틀에 매이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틀을 법이 하라는 것과 관행적으로 해 온 것으로 구분해 보았는데 후자가 너무 많았습니다. 학교교육과정을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시작해 볼 필요가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죠.
지금의 교육법으로도 교사는 뭔가의 계획서를 작성하고 공시하는 행정적인 업무가 아닌 수업과 평가의 운영이라는 교육적 일을 하는 사람으로 규정되어 있어요.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교사가 과도하게 행정 업무에 매달려 있는 거예요. 작성과 공시를 위한 불가피한 측면은 제하더라도 말이죠. 사실 이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나이스 시스템을 만든 거예요. 나이스 시스템의 도입 취지를 교원의 업무경감, 교육생산성 강화 두 가지로 이야기해요. 하지만 학교 강의에서 나이스 도입 이후에 업무가 줄었다고 느끼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했을 때 한명도 없었어요.
작성과 공시에 대한 부담을 좀 덜어줘야 교사가 수업과 평가의 운영이라는 본질적인 고민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책은 위와 같은 문제제기를 풀어낸 거였죠.
최근 진보교육감 지역을 중심으로, 말씀하신 작성과 공시로 대변되는 교원의 업무가 상당히 경감되는 흐름에 있잖아요. 시도별로 교원업무경감에 대한 정책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올해 전국적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건 지역마다 큰 편차가 있어요. 전체적인 분위기는 교원업무경감의 방향으로 가긴 하는 거 같아요. 저는 교원의 업무경감 측면도 아까 말한 대로 법대로만 하면 어느 정도 해결된다고 봐요. 문제는 그런 정책을 펴지 않는 거죠.
법에 교사는 교무가 아닌 교육만 한다고 되어 있어요. 행정직원, 관리자, 부장교사까지는 행정업무를 겸한다고 되어 있고요. 보직교사도 상하의 개념이 아니라 말 그대로 보직을 두어서 교무를 분장할 수 있도록 되어 있죠. 교사는 행정 업무에 대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이 없는데도 대부분 학교는 업무분장표라는 이름으로 개별 교사에게 행정 업무를 맡기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현재 많은 시도에서 일부 교사들이 업무전담팀을 실시하는 것은 과도기적 해법은 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봐요. 궁극적으로는 법대로 교사에게 행정 업무를 떼야 해요. 사실 교수와 교사는 법 규정의 차이가 없어요. 교수가 수업과 연구만 하는 것처럼 교사도 근본적으로 그렇게 가야죠.
지금 시스템 그대로를 두고 재고해 볼 수 있는 여지도 많다고 봐요. 예를 들어, 학습준비물, 환경에 관한 업무담당자가 왜 필요하나요? 왜 한 교사에게 학습준비물, 청소도구 신청하고 사 주는 방식으로 일 하는지 물어야 해요. 본질적으로 개별 교사에게 모두 그런 예산 집행 권한을 주면 되는 거잖아요. 이런 식으로 학교 업무 분장은 예산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실행주체를 세우는 거예요. 우리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죠. 책에서 자세히 다루지 못했는데 학교회계와 교육과정과의 불일치가 심하다고 봐요.
올 한해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한 활동이 ‘우리가 한 일 돌아보기 워크숍’이예요. 학교에서 한 일을 쭉 나열해보고 ‘교육적인 것’, ‘교육이 아닌 것’, ‘교육은 아니지만 해야 할 것’, ‘교육을 위해서 해서는 안 될 것’ 네 가지로 분류합니다. 여기서 교육의 기준은 교사와 아이의 성장으로 봅니다.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교육이 아닌 것으로 분류하는 거죠. 무엇보다 교육적이라 하더라도 이 방식이 과연 최선인지에 대해 반드시 논의했어요. 예를 들어 체육대회, 학예회가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생각해 보는 거죠. 학교 일이라는 것이 연도만 바꿔서 하는 것이 부지기수잖아요. 그런 일에 한 번쯤은 반성적으로 성찰을 해보고 새로운 상상을 해보자는 취지로 하는 거예요.
저는 5년 전부터 이런 사고를 하게 됐습니다. 저도 제 업무에 따라 연도 바꿔서 해왔지 그런 의문을 제기하고 공동의 사고로 함께 논의할 생각을 못했죠. 혁신학교 운동의 바람이 불면서 저도 그런 흐름 속에 고민을 해보게 된 거죠.
그런데 선생님 말대로 교사들에게 업무를 떼고 교육과정 개발과 실행의 주체로 서라고 하면 당장 가능할까요? 관행적인 학교 시스템에서 교사가 본질적인 전문성을 훈련할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한 것 같은데, 교사가 교육 주체로 서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교육주체논쟁은 해방 이후에 우리나라에 계속 있어 왔죠. 예전에는 교육의 주체가 법상으로도 국가였어요. 우리나라의 교육을 규정했던 교육법은 1949년 12월 31일 제정되어 50년 동안 유지해왔죠. 교육법 75조에 “교사는 교장의 명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 규정되어 있었어요. 이것이 1998년에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으로 나눠지면서 초중등교육법 20조에 “교사는 법령에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로 바뀐 거예요. 이렇게 바꾸는데 50년이 걸렸습니다. 문제는 아직도 ‘교장의 명’이 유령처럼 떠돌며 ‘법령’을 비웃고 있는 학교가 많은 거예요. 학교 혁신이란 교장에 의존하는 학교 경영을 벗어나 민주적 자치 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이에요. 저는 이 부분에 대해 교사들이 자각이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저는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 교육법을 독학하고 있는데, 저를 포함한 교사들은 교육법이나 학교회계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요. 학교회계를 편성해야 하는데 배워 본 적이 없으니까 전년도 것을 보고 그대로 하는 거예요. 교사가 법령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정작 그 법령을 잘 몰라요. 교사들이 법령에 따른 자신의 실직적인 권한을 모르니까 그냥 관행에 따라가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교사들은 이미 교육법상으로 교육의 주체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교사 스스로 어떤 일은 할 의무가 없고 어떤 것을 해야 되는지 깨달으면 충분히 주체로 설 수 있다고 봐요. 시스템과 행정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교사들의 반성적 사고, 비판적 사고가 더 중요한 거죠. 사실 우리가 그런 교육을 받아 오지 못했고 그것을 쉽게 용인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교사들의 반성적·비판적 사고가 점차 수용되는 학교 문화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의식 속에서 교사들이 주체로 서는 운동을 하고 싶어 실천교육교사모임을 시작하신 거 같은데요. 이 모임이 만들어진 배경과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사실 이 모임은 무엇을 계획해서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모임의 시작은 2015년 4월 25일 권재원 선생님의 <학교라는 괴물> 북콘서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가 그 책의 서평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권재원 선생님을 태그해서 독자가 저자를 초대하는 방식으로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거기에 댓글이 이어진 거죠. 그렇게 얼렁뚱땅 전국의 20여명 선생님들이 서울에 모여서 북콘서트를 열게 된 거예요. 저자인 권재원 선생님을 책 이름에 빗대어 ‘괴물’이라 부르고, 학교에서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내지 못하는 우리를 ‘고물’이라 부르며 ‘괴물과 고물의 학교 이야기’ 라고 이름 지었어요. 일면식도 없었던 선생님들은 서로의 고민을 꺼내 놓으며 공감과 연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내기가 아쉬워 제가 익산으로 내려오는 기차에서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었어요. 그러던 중 정유진 선생님이 세종에서 이 모임을 한 번 더 하자고 제안을 했고 그것이 호응을 얻어 7월 11일 세종에서 ‘교사가 만들어 가는 교육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50명 정도 규모의 모임을 예상하고 홍보 웹자보를 만들어서 신청을 받았는데 이틀 만에 200명이 넘어섰어요. 결국 장소를 옮겼고, 행사 당일 330여 명이 모였어요. 전교조 참실대회도 있고 기존의 교사모임도 많은데, 이 모임이 응집력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모인 사람들은 저자의 강연을 들으러 온 ‘청취자’이상의 에너지가 있었어요. 2부 때 모둠을 편성하여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상당히 깊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어요. 현장의 교사들이 만들어진 교육정책과 교육과정을 수행하는 역할을 넘어 적극적으로 교육정책을 말하고 교육의 주체로 나서야 하다는 목소리가 특히 많았습니다. 뒤풀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욕구를 어떻게 담아내서, 어떻게 갈 것인가 얘기 했어요. 저는 일단 오늘의 모임을 정리해서 단행본을 내자고 제안했습니다. 책 내는 것의 어려움 때문에 회의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여러 선생님들이 협조해주셨고, 저도 열심히 정리하여 <교사 독립선언>이 나오게 된 거죠. 저자들의 이름을 모두 기록하고, 인세를 교사의 연구와 실천 활동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SNS·채팅을 통해 계속적으로 소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천교육교사모임이라는 단체로 발전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실체나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10월 31일, 전북 익산에서 ‘교사가 만들어가는 교육이야기 2’를 하며 발기인 43명이 모집이 되었어요. 창립총회를 하고 정관과 임원진 선출 정도 한 상태예요. 겨울방학 때인 1월 30, 31일 세미나로 모이는데 그때 앞으로의 방향이 다듬어질 것 같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은 안 정해졌군요. 선생님이 실천교육교사모임 대표로 선출되셨는데, 선생님이 그리는 모임의 향후 모습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저는 우리 모임이 일종의 학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교수들도 자신들의 학문 분야에서 학회를 꾸려서 활동하듯이 교사들에게도 그러한 모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천교육학’이라는 것, 교사들 각자 삶의 자리에서 실천되고 축적된 전문적인 것들이거든요. 다만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 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느껴져요. 교사의 실천들을 잘 담아내는 플랫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플랫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요. 좋은교사도 있고, 전교조 참실도 있었죠. 좋은교사는 비기독교인이 참여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고, 전교조 참실 역시 비조합원은 활동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요. 우리 모임이 정파, 종교적 관점에 무게감을 두지 않고 편안하게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 10월의 2차 모임도 책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기존의 저자 아닌 교사도 세웠습니다. 한 번 모임 때마다 10명의 공식적인 저자들이 나오게 됩니다. 이는 자신의 실천을 발표할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꾸준히 단행본을 내서 1,000명의 저자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마치 연예인 기획사가 있는 것처럼 우리 모임이 각자의 분야에서 교단에서 실천물을 발표할 수 있도록 무대에 세울 수 있는 기획사 같은 그릇 역할을 하는 거죠.
이렇게 출간된 책들은 우리 교사들의 학회지라고 할 수 있겠죠. 이것은 외현적인 교육계 행사이고, 내부적으로는(궁극적인 목표) 교사들의 창구가 될 겁니다. 선배 교사가 신규 교사의 고민을 쓰고, 젊은 교사들의 고민을 솔직하게 담고, 퇴직을 앞둔 교사들에게 필요한 책 등을 기획하고 싶어요. 아직은 조직 구조나 앞으로의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구체적인 것은 함께 만들어가야겠죠. 일단 지난 창립총회 때 무겁게 가지는 말자고 모두가 동의했어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 촘촘하면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것처럼, 어떠한 것을 딱 걸고 가지는 않고 일단 좀 가볍게 발걸음을 디딜 생각입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페북에서 보니 겨울에 있는 세미나에 대한 반응이 좋던데, 이렇게 모이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욕구는 무엇 때문일까요? 기존에 교원단체가 못 채워준 부분이 있었을까요?
저도 놀랬습니다. 원래 운영진 회의를 하는 모임이라 프로그램도 없고 해서 30명 정도 규모로 생각했는데 더 넘치도록 오겠다고 하셔서 결국 60명 규모로 하게 되었어요. 선생님들이 어딘가에 터놓지 못하는 갈증이 있다고 봐요. 페이스북에서 왜 우리 모임에 왔는지 우리 모임은 어디로 갔으면 좋겠는지 자신의 삶의 경험에 비추어 쓰고 두 명 태그 하는 식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태그 받은 분들은 또 화답으로 진솔하게 자기 삶의 경험을 나누고 하면서 이게 릴레이로 이어지고 있어요.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요. 글쎄요. 저도 글을 쓰고 쭉 읽어가면서 이렇게 자신들의 진솔한 나눔의 공간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기존의 교원단체가 못 채워줬다기보다는 그만큼 각자의 욕구가 다양하다고 봐요. 그 욕구가 채워지려면 소속감이 있어야 하는데 기존 교원단체는 가입조건이나 운동 방식 등 나름의 경계가 있는 거죠. 우리 모임은 들어오려는 교사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교사운동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좋은교사〉 잡지에 나쁜 선생님이 실려 송구스럽네요. 하하. (정성식선생님은 교사 인디 밴드인 수요일밴드의 ‘나쁜 선생님’을 쓰도록 계기를 주었고 피처링에 참여한 바 있다) 앞으로는 조금 덜 나쁜 교사가 되고 싶고요. 좋은교사운동이 학교 현장에 긍정적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저도 그런 메시지를 받아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이제 태동하는 우리 모임이 좋은교사운동을 보면서 많이 배워야 할 것 같고요. 앞으로 같이 뜻을 모아 협력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이 시대에 교사들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에 함께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아무쪼록 뒤늦게 태동하는 우리 모임에 힘을 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사가 교육과정 개발자·전문가로 성장하는 것과 그 문화에 대해 고민이 많은 때이다. 정성식 선생님과의 만남은 참 반가운 마음이었다. 최근에 읽은 <학교교육 제4의 길>에서 교사들의 교육전문성을 키워주는데 교원단체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된 것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까? 교사들이 교육의 주체로 서고 있는 흐름 속에서 좋은교사운동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 속에 2016년부터 시작되는 좋은교사운동의 ‘교육실천 연구프로젝트’가 자리매김하길 소망해본다. 아무쪼록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좀 더 새로운 교육운동단체의 모습으로 발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