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건다는 것은, 진심을 건네는 일
말을 건다는 것은, 진심을 건네는 일
변지연
내 마음속 담 허물기
지난 기독교사대회에서 ‘말 걸기 캠페인’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극 I 성향 선생님들과 함께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카톡 대화도, 전화 통화도 즐기지 않는 사람입니다. 카톡 대화는 별것 아닌 안부도 썼다 지우고, 전화는 열 번을 망설여야 걸곤 합니다. 업무상 나누는 메신저 대화조차 여러 번 고민하여 보냅니다. 제게 말 걸기를 한다는 것은 ‘내 마음속 담 허물기’를 매일 작정하겠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가까운 사이, 낯선 용기
동료 교사에게 ‘말 걸기’를 실천했습니다.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7학급의 작은 규모에서 3년째 매일 보는 사이임에도 따로 만나는 일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학예회 업무로 힘들어하던 선생님에게 차 한잔 대접하고 싶은 마음을 전하며 처음으로 생일을 챙겨보았습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카드에 적어 출근길 선생님 자리에 올려두었습니다. 힘을 얻었다는 반응에 기뻤고, ‘생일을 챙기는 것도 말 걸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올해 신규로 발령받은 도움반 선생님께는 문득 떠오르는 책을 선물했습니다, 책 표지에 응원의 말을 적어, 출근 전 책상 위에 살짝 올려두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책 내용이 위로가 되어 펑펑 울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습니다. 생각보다 큰 반응에 오히려 제가 놀랐습니다.
기도로 시작한 말 걸기
학생들에게도 ‘말 걸기’를 실천했습니다. 학생들과의 대화는 일상적으로 해오던 일이지만, 저를 힘들게 했던 학생에게 진심을 담아 말을 건네는 것은 기도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 부모님께 말을 거는 일은 말할 것도 없이 불편했고요. 하지만 아이의 변화를 위해서는, 말을 걸어야 했습니다.
어느 날, 그 아이의 문제행동으로 또 다른 아이가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어머니께 드릴 말씀을 적고 기도하기를 반복하다가, 정리되지 않은 마음 그대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실,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전날 했던 학급 학예회 덕분이었습니다. 어쩌면 크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학급 학예회가 서로 마음의 담을 허물고 신뢰 관계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학급 학예회에 부모님을 초청하고 아이들을 준비시키는 모든 과정에서, ‘말 걸기 캠페인’이 제 마음에 큰 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아이들과 소통하려 애쓰니, 결과에 대한 걱정보다는 과정을 통해 얻을 것이 더 크게 보였습니다. 학예회 당일,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무대를 보며 웃으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모습이 있었기에,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화는 역시 어려웠습니다. 아이의 문제행동 자체보다 상대 아이의 책임을 더 크게 보려는 방어적인 태도에 답답했습니다. 혹시 내 말이 왜곡되어 전해지지는 않았을까, 상대 학생에 대한 편견을 만들진 않았을까, 자기검열을 반복하며 오히려 더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변화의 순간을 보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며칠 후, 아이가 조금 나아진 순간을 드디어 포착했습니다. 그날 하교 후 어머니께 그 행동을 칭찬하며, 함께 지도해주신 덕분이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돌아오는 답은 없었습니다.
다음날은 갈등 상황이 두 번이나 일어났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화를 냈고 제 훈계를 듣지 않으려 했지만, 잠깐 나아진 순간이 포착되어 따로 불러 “네가 전 시간에 보여준 행동이 멋졌다.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고맙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하굣길에 또다시 갈등이 생겼고, 아이는 화를 내며 돌아갔습니다. 결국 저는 다시 한번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야 했습니다.
그 통화에서 처음으로 “감사하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문득, ‘아이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에 어머니께도 말을 걸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존심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고, 드디어 ‘진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에 “제가 더 감사합니다.”라고 했더니, 어머님도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인사하셨습니다. 그날 이후, 그 아이에 대한 제 감정도 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 진짜 안전은 친구로부터 획득되는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짜 안전함을 찾아서
저는 면 지역에 하나 있는 아파트에 거주하며, 그 앞 학교로 자녀 둘을 데리고 출근하고 있었습니다. 육아휴직 시절 이웃이었던 엄마들을 학부모로 다시 만나면서 혹여나 실수할까 봐 더 마음의 담을 높였던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는 6학급이 된 학교에 막내까지 입학하면서 얽히고설킨 관계가 더 늘어났습니다.
그런 저에게, ‘말 걸기 캠페인’은 ‘진짜 안전함’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관계의 기술과는 별개로, ‘진심의 위력’을 깊이 경험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걸어가 보고 싶습니다. 기대와 소망이 피어납니다.
변지연 ‘어쩌다’ 집현면에 십 년째 거주 중이고, ‘어쩌다’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소심한 초등교사. 대범한 남편과 함께 변방을 지키는 마음으로, 매일 돕는 지혜를 구하며 하루씩 살아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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