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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학교가 직면한 현실은? ④ 고교학점제의 성공을 위한 가장 단순하고 본질적인 조건

좋은교사 2025. 6. 27. 19:08

[특집]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학교가 직면한 현실은? ④

 

 

제언. 고교학점제의 성공을 위한 가장 단순하고 본질적인 조건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회

 

 

 

출결 확인, 교육의 본질을 가리는 행정의 덫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며, 우리 교육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학생 중심의 선택 교육을 실현한다는 이상적인 취지 속에 출발한 이 제도는, 아쉽게도 현장에서는 여러 혼란 속에서 피로감을 키워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출석 체크 시스템의 변화다. 책임을 명확히 하고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교과 교사가 직접 출결을 마감하는 구조로 전환되었으나 현장의 반응은 달랐다. 담임 교사와 교과 교사 간의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혼선이 끊이지 않았고 오류가 속출했다.

 

나이스 출결 관리 시스템은 충분한 현장 테스트 없이 적용됐고, 매뉴얼 조차 정립하지 못할 정도로 수시로 바뀌었다. 현장 교사들은 실시간 정보 확인을 위해 구글 문서를 부수적 방편으로 활용하거나 종이 출석부와 같은 아날로그 방식에 다시 의존해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졌다.

 

그 와중에 문제 해결의 방안으로 나이스의 모바일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나이스 플러스가 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마감 처리가 불가능한 참고용 도구에 그쳤으며, 수업 시간 중 스마트폰으로 체크한 뒤 다시 컴퓨터로 마감해야 하는 이중 작업이 강요되었다. 쉬는 시간마다 반복되는 이 노동은 짧은 쉬는 시간 동안 학생들의 질의를 해결하고 다음 차시 수업을 준비하며, 행정 업무까지 처리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또 다른 전쟁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출결 확인이 단순한 불편의 차원을 넘어, 교육의 본질적 가치까지 해친다는 점이다. 학생을 살피고 수업을 준비해야 할 시간에, 교사는 복잡한 출결 확인을 반복하며 누락오류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는 이러한 변화 앞에 교사가 베타 테스터가 된 꼴이라 자조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덫이 아닌 길을 놓는 행정을 위해

고교학점제의 시행은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중대한 시도다. 그러나 변화의 흐름이 학교 현장의 준비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여질 때, 교육은 본질이 아닌 행정 절차 속에서 길을 잃는다.

 

먼저, 길을 명확히 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교과 교사가 자신이 담당한 수업의 출석을 직접 체크하는 것은 책임 교육의 측면에서 타당한 방향이다. 그러나 해당 기능이 교사들의 주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역효과를 내고 있다면 일단 출결 관리 방식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점검하는 것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현재의 나이스 시스템은 실시간 출결 마감을 강제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복잡한 절차들이 교사들의 수업 준비 시간, 학생 상담 시간까지 잠식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체크하느냐보다 무엇을 위해 체크하느냐가 핵심 질문임을 고려할 때 지금 학교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출결 시스템의 형식적 이상보다, 진의를 구현하려는 여건이라 하겠다.

 

둘째, 지속적으로 고교학점제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면, 단순히 기존 담임 중심 행정 구조에 새로운 제도를 끼워 맞추는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학급 단위가 아닌 개별 학생의 선택과 이수 중심 교육을 지향한다면 출결 관리 시스템 역시 학생 개인 단위를 반영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경우 SIS(Student Information System)와 같이 학생 개개인의 출결, 수강 이력, 진로 정보, 평가 결과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학급이라는 행정 단위가 아니라 학생 1이 시스템의 단위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담임 교사들은 매일 아침 학생들의 출결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고 정리하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다. 출결 사유 확인, 결석 및 조퇴 확인서 수합, 가정 통신문 발송, 생활기록부 입력 등은 모두 담임 교사의 책임 아래 이루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교사의 행정적 부담을 가중하고, 정작 학생 상담이나 관계 형성과 같은 본연의 교육적 역할에 집중할 여력을 줄인다.

반면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SIS 방식의 출결 관리 시스템이 보편화되어 있다. 교과 수업을 맡은 각 교사가 자신의 수업 시간에 출석을 확인하고 이를 시스템에 직접 입력하면, SIS가 이를 자동으로 취합·관리한다. 이 시스템은 결석, 지각, 조퇴의 누적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고, 학부모와의 정보 공유도 투명하고 간편하게 이루어진다.

 

해당 시스템은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한 한국 교육 현장에서도 참고해 볼만하다. 담임 교사의 행정 업무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고,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출결 정보 관리가 가능해진다. 특히, 학부모와 실시간으로 출결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전화나 수기로 이루어지던 소통도 간소화된다. 무엇보다 담임 교사가 교육의 본질인 학생 이해와 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다.

 

나이스 시스템은 단순히 전산 시스템이 아니다. 교육 운영의 철학을 반영하는 도구다. 물론 단순히 시스템만 도입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리는 없지만 고교학점제가 학생 선택 중심 제도인 점을 상기한다면, 나이스 시스템 또한 개별 학생 중심 데이터 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일의 가치를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셋째, 어떤 시스템의 도입이든 반드시 현장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번 출결 확인 시스템의 혼란은 현장이 시스템에 맞춰야 한다.’라는 발상에서 비롯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 특히 학생과 교사가 중심이 되는 관계의 영역이다. 새로운 기능이나 운영 방식을 설계할 때는 사전 시뮬레이션과 현장 교사의 참여, 즉 파일럿 테스트와 피드백 반영 절차를 필수로 운영함으로써 미묘한 관계망을 살피고 섬세히 조정해 가야 한다. 지금처럼 시스템이 안정되기도 전에 수시로 기능이 바뀌고, 일선 교사들이 베타 테스터처럼 움직이는 구조는 현장의 피로도만 누적시킬 뿐 실질적 개선을 이끌지 못한다.

 

 

 

선택권의 확대일까, 혼란의 확장일까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선택권의 확대는 분명 교육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진전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이 현장에서는 복잡한 시간표 구성과 과도한 업무 부담, 그리고 행정 시스템과의 충돌로 이어지며, 교사들에게는 고통의 이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선 시간표 편성은 교사가 풀어내야 할 고난도 퍼즐이 되어 버렸다. 고교학점제 내에서 이 작업의 복잡성은 고도로 높아졌다. 특히 담당 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시간표를 손수 조정해야 할 정도로 업무가 민감해졌고, 여기에 학년 담임, 고사계, 교육과정부, 시간표 담당 교사 간의 협력이 더해져야 비로소 수업이 돌아가는구조가 되었다. 그럼에도 교사의 수는 늘지 않았고, 별도의 지원도 마련되지 않아 고교학점제라는 이름 아래 무한 책임이 부과되고 있다.

 

이쯤 되고 보니 누구를 위한 선택권인가?’라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진로 맞춤형 교육의 핵심임에도 간담회에 참가한 교사들은 학생들의 선택이 반드시 진로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내신 유불리를 고려하거나, 상대적으로 학습 부담이 적은 과목으로 편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과목 쏠림 현상이 생겼고, 그로 인해 특정 과목은 수요 폭증으로 담당 교사가 과도한 수업을 맡게 되거나, 반대로 수요가 적은 과목은 폐강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여기에 일부 학생들의 무분별한 수강 변경 문제는 혼란을 가중한다. 학기 초 한두 차례의 수강 변경이 아니라, 수업이 시작된 이후에도 수시로 과목을 바꾸려 할 경우 이는 수업 집중도 저하를 넘어 교사 업무 과중으로 이어졌다. 수강 신청 변경을 제한할 명확한 규정이나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다 보니, 민원이 해당 문제를 심화시키는 악순환도 발생했다.

 

 

 

선택 중심 교육의 성공은 교사를 적극 도울 때라야 가능하다

현재 시간표 편성은 소수의 교사가 모든 변수를 고려해 수작업으로 짜는 구조다. 하지만 선택과목이 다양해지고, 과목 간 이동 수업이 일반화된 상황에서는 단일 교사의 역량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교육청 또는 학교 차원에서 교육과정 설계 지원팀을 운영하는 방안, 시간표 편성 전담 실무자 또는 행정 직원을 배치하여 교사가 수업 기획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무적 부담을 분산하는 방안, AI 기반 시간표 자동 생성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 방안 등을 적극 간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일부 학교가 사용하는 시간표 편성 프로그램은 정확성이나 사용 빈도 면에서 한계가 노출되었다.

 

수강 신청 변경과 관련해서는 학생의 선택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수업의 안정성과 교육 운영의 일관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현재는 수강 변경 시점이나 사유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학생 요청 또는 민원에 따라 임의로 처리되는 경우가 잦다. 그렇기 때문에 수강 신청 변경과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학교 현장에 보급되어야 한다. 수강 신청 변경 가능 기간을 정해진 주간 내로 한정하는 방안, 변경 허용 횟수에 제한을 두는 방안 등을 학교 현장에 명확히 제시하고, 학생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동시에 길러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착시켜 갈 필요가 있다.

 

선택과목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인력 운용의 유연함을 갖춰야 한다. 과목 간 쏠림 현상으로 인해 특정 교사는 한 학기에 수업 시수가 과도하게 몰리고, 다른 과목은 개설조차 어려운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청 차원의 순회 교사 인력풀을 강화하고, 신청 시기를 실제 수강 결과와 연동할 수 있는 시점으로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수업은 학기 단위’, 행정은 학년 단위라는 이중 체계의 충돌이 교사들의 실무에 큰 혼란을 주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과목별 운영 단위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 완화, 일부 교과는 연 단위 이수도 허용하여 과목 운영 안정화를 도모하는 방안도 적극 살펴야 한다.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는 교육의 사명인가, 교육의 왜곡인가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함께 새롭게 강조되고 있는 제도 중 하나가 바로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다. 이 제도는 모든 학생이 기본적인 성취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학습 부진 학생을 조기에 발굴해 예방 및 보충 지도를 시행하겠다는 교육적 이상을 담았다. 취지 자체로는 매우 긍정적이며, 어느 교사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도 설계의 허술함과 실행의 어려움이 맞물려, 교육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고 교사의 역할이 왜곡되는 현실이 표출되고 있다.

 

우선 학생을 사전에 발굴, 예방 및 추가 보충 지도하는 과정은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이미 과중한 행정과 수업 준비에 시달리고 있으며, 최소 성취 지도는 추가 노동이 될 뿐 별다른 지원이나 실질적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 그 결과 최소 성취 지도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일로 인식되어 교사들의 의욕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평가 왜곡 현상도 커지고 있다. 최소 성취 지도는 학생 개개인의 성취를 높이기 위한 제도이지만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미도달 학생의 발생은 학교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평가 기준 자체를 왜곡하게 했다. 기본 점수를 대폭 상향 조정하거나, 평가 문항 난이도를 인위적으로 낮추거나, 그 와중에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을 위해 교내 킬러문항을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평가를 설계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최소 성취 보장을 위한 편법일 뿐만 아니라, 교육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로서 학생들은 자신의 실제 학업 수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교사는 성취 기준을 지키려는 노력 대신 평가를 관리하는 데 집중하는 기형적 상황으로 변질된다.

 

최소 성취 수준에 미도달한 학생들을 위한 예방 지도 및 보충 지도의 실행 가능 여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매뉴얼은 성취 미달을 막기 위해 예방 지도를 강조하지만, 이 또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예방 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이 불명확하고, 선정 후에도 구체적 지도 방법이나 시간 확보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다. 일례로, 중간고사 이후 미도달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예방 지도 대상자로 지정하면, 교사는 수업 중 별도 시간을 마련하거나 방과후, 주말, 방학 중에 추가 지도를 해야 하지만, 수업 시간에 따로 지도하면 전체 수업의 흐름이 깨지고, 방과후나 방학을 활용하고자 하면 학생 참여율이 극히 낮아진다.

 

끝으로 유급과 졸업 제도의 불명확성 문제가 있다.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는 미도달 학생들을 위한 책임 교육의 장치로 설계되었지만, 현실에서는 성취 수준에 미달해도 형식적으로 구제되거나, 교사가 어떻게든 졸업시켜 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 결국 학점을 따지 못하면 졸업이 가능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명확한 답이 부재하다. 매뉴얼 상에는 학점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 수료가 아닌 졸업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설명이 있으나, 교육청이나 학교 현장에서는 유급이나 졸업 불가 처분을 현실적으로 적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는 학점제의 본래 취지, 즉 책임 있는 학습과 성취를 통한 이수라는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제도를 지탱하는 것은 이상이 아니라, 실행할 수 있는 구조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는 고교학점제의 핵심 운영 기제이지만, 이상이 실행 가능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학교 현장에서 해당 지도가 교육의 사명이라기보다는 교사의 짐으로 인식된 까닭도 제도의 취지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운영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시간, 인력, 권한, 시스템이 전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는 학생 개별 맞춤 지도를 전제로 하지만, 이를 실행할 시간과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규 수업 시간은 진도를 따라가기에도 빠듯하고, 방과후나 방학 중에 지도하려 해도 학생들의 참여율이 낮아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자율활동 시간 중 일부를 최소 성취 지도용으로 활용하거나, 보충 지도를 방과후 프로그램이나 튜터링 프로그램과 연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학생이 보충 지도에 참여한 기록이 생활기록부나 자기주도학습 포트폴리오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 학생 자신도 동기를 갖고 참여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교사에 대한 실질적인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좋은교사운동이 마련한 고교학점제 간담회 현장에서는 지금 지급되는 수당은 최저 시급도 안 된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도 대상 학생이 많을수록 교사의 부담도 급격히 늘어나는데, 이에 상응하는 지원이 거의 없다.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교사에게는 업무 경감 혜택과 같은 구체적인 지원 제도를 도입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는 보충 지도 전담 인력이나 보조 인력을 배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지도 시간과 횟수에 따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수당제나 시간 보상이 병행되어야 교사들이 교육적 의욕을 잃지 않고 제도를 수용할 수 있다.

 

제도의 뼈대도 점검해야 하는데, 미도달 학생이 노력 또는 의지 부족으로 학점을 취득하지 못했을 경우, 유급이나 졸업 불가 등의 조치를 실제로 이행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 교육부의 매뉴얼은 모호하고, 학교 현장은 이를 실질적으로 집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최소 성취 제도의 의미를 약화시키고, 교사의 보충 지도를 형식적인 과정으로 전락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학점을 취득하지 못했을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대체 이수나 유급 기준은 무엇인지, 졸업 조건과 어떤 연계가 가능한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매뉴얼 정비가 시급하다.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는 교사의 헌신을 전제로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 제도를 지탱하는 것은 이상이 아니라, 실행할 수 있는 구조다. 제도를 무너뜨리는 것은 교사들의 태도가 아니라, 교사들의 의지를 소진시키는 시스템이다. 교육은 결국 사람의 일이기에,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구조만이 교육을 살릴 수 있다.

 

 

고교학점제의 성공을 위한 가장 단순하고 본질적인 조건

진정한 개혁은 현장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가능성을 존중하고 확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교육의 이상을 현실로 바꾸는 힘은 언제나 아래, 교실 안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지금, 미래 교육의 성패를 가를 전환의 시점에 서 있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한 가지가 무엇인가? 교육은 바로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지속 가능해야 교육도 지속된다. 그러므로 제도를 설계하는 일은 곧 사람을 설계하는 일이어야 한다. 교사가 지탱할 수 있어야 학생도 자랄 수 있고, 학교가 숨 쉴 수 있어야 정책도 퍼져갈 수 있다. 고교학점제가 진정 학생을 위한 제도라면, 먼저 교사가 학생 곁에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교육의 출발점이며, 제도의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단순하고도 본질적인 조건이다.

 

 

고교학점제 현실 진단 토론회 영상 보기

https://youtu.be/Xtt9PK0bs7o?si=FYPzs9w-cH_YMFI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