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취재 : 수석 교사에 대한 우려와 기대
수석 교사에 대한 우려와 기대
한 성 준
수석 교사제 통과에 대해 현장 교사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학교급과 나이에 있는 좋은교사운동 회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의외로 많은 선생님들은 수석 교사제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아직 자신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수석 교사제에 관심을 갖기에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일들로 지쳐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렇지만 자신의 학교에 수석 교사가 존재하는 학교의 선생님, 그리고 승진을 놓고 고민하는 40대 선생님들의 경우는 다양한 기대와 우려를 표현해 주었다.
수석 교사에게 맡겨진 일이 정확하게 뭐죠?
수석 교사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수석 교사에게 명확한 일이 맡겨지지 않음으로 인해 현재의 원로 교사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수석 교사가 학교에서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없잖아요. 법적으로 주어지는 사무가 없으면 둘 중에 하나입니다. 누구도 하기 싫은 일을 시키든지 아니면 아무 일도 안 시키든지 입니다. 그런데 수석 교사는 나이 많은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수업도 적게 하고…. 그렇다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확률이 많습니다. 기존의 원로 교사들처럼 말이죠.” (일산, 40대 남 초등학교)
“저는 사립 학교에 근무하는데 사립은 경력이 많은 원로 교사에게 자리를 주는 것으로 변질될 수 있어요. 수업도 적고 연간 수당이 480만 원이면 한 달 치 봉급이 더 들어오는 거잖아요. 군에서 이야기하는 ‘꽃 보직’이네요. 중등에서 타 교과를 코칭하기는 어려워요. 만약에 경력이 짧은 사람이 수석 교사를 할 경우에는 잡무를 몰아서 할 가능성도 큽니다.” (안성, 30대 남 고등학교)
수석 교사 ! 시어머니? 혹은 보조원?
수석 교사가 생김으로 인해 관리자가 한 명 더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들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조금 다른 차원에서 수석 교사들이 교장, 교감이나 교육청에서 지시하는 수업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느라 실제 교사들의 수업 코칭 관련해서는 아무 역할도 못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수석 교사제 도입을 반가워하지 않아요. 교감, 교장 외에 또 다른 높은 사람이 한 명 더 생겨서 우리를 괴롭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어요.” (인천, 30대 남 초등학교)
“수석 교사에 대해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었어요.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수석 교사에 대해 부정적이었어요. 수석 교사 제도를 통해 학교가 변화되리라는 기대감이 없어요. 수석 교사가 교사들의 시어머니 역할을 하거나 아니면 교장, 교감의 보조원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가 하는 염려가 있어요.” (일산, 30대 여 고등학교)
“수석 교사에게 수업을 줄여 주었지만 또 다른 부과적인 일이 부과될까 걱정입니다. 지역 교육 지원청의 컨설팅 요원이 되면서 지역 교육 지원청의 행정적 업무를 담당할 확률이 높습니다.” (영천, 40대 남 중학교)
정말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
정말 수업 코칭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수석 교사로 뽑을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수업 코칭에 대한 분명한 능력이 없는 사람이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수석 교사로 임용되기 시작하면 수석 교사는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석 교사 제도에 대해 찬성하지 않습니다. 과연 올바른 사람들이 뽑힐 것인가 의심스럽습니다. 정말 돼야 할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은 지금 학교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업무와 수업에 특혜가 있으면 다름 사람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강진, 50대 여 중학교)
“누굴 뽑느냐가 중요합니다. 교육 경력이 많다고 해서 수업을 잘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뽑는 기준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서울, 30대 남 초등학교)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있어요. 한국 리더십 센터 전문 강사들 같이 전문성이 확보된 교사가 수석 교사가 되어야 해요. 연수를 제대로 실시해야 해요. 아니면 교사들에 대한 간섭이나 무임승차의 길이 될 수도 있어요.” (서울, 30대 남 초등학교)
“수석 교사제가 통과됐지만 학교에서는 별로 이야기가 안 되고 있어요. 학교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요. 교육청에서 수업 모델을 만들고 자료를 배부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교사들이 관심이 없으면 활용 안 할 게 뻔해요. 원로 교사들이 수업이 힘들어서 진로 상담 교사를 하려고 해요. 그래서 수석 교사는 젊고 능력 있는 분들이 하면 좋겠어요. 원로 교사들이 하면 수업 장학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원로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가 예전 자료일 경우가 많아요. (통영, 30대 남 고등학교)”
잘 가르치는 사람이 승진하는 길이 열린 거죠
수석 교사에 대한 기대를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수석 교사는 현재의 승진 제도가 평가해 주지 못했던 수업 능력을 평가해 주고, 후배들의 수업 코칭을 할 수 있는 공적인 길이 열렸다는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해 주었다.
“수업 코칭을 하시고 싶어도 관리 행정에서 일하시는 교장 교감 선생님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수석 교사가 수업 코칭 역할을 맡으면 됩니다. 관리 행정과 수업 코칭이 이원화되는 것이 시대적 요구이며, 교사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길입니다.” (백선희, 율현중학교, 전국중등수석교사협의회 회장)
“교사들에게 승진에 대한 동기나 욕구가 있는데 이 욕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구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승진에의 동기와 욕구가 관리자가 되는 길 외에는 없어 교육적으로 문제가 많습니다. 승진의 또 다른 형태로써 잘 가르치는 것이 승진의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영천, 40대 남 중학교)
수석 교사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의 반응이 많았다. 아마 교육 행정 중심의 견고한 구조를 수석 교사가 얼마나 균열을 낼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 확신을 못 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등에서는 타 교과 선생님이 자신의 수업을 코칭하는 부분에 대한 부정적 정서도 강했다.
교과부는 교육청별로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같은 학교 안에서 선후배 교사 간의 인간관계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수업 코칭의 특성상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현재의 우리 교육 상황에서 수석 교사가 제대로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