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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핀란드 교육의 속살2 : 한 눈에 보는 핀란드 교육

 한눈에 보는 핀란드 교육 1)

 

핀란드 교육 체계

핀란드 교육 체계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예비 학교(Pre-school) 단계, 기본 의무 교육 과정인 9년제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 단계, 우리나라 고등학교에 해당되는 Upper Secondry School과 Vocational school 단계, 그리고 대학 교육 과정인 University와  Polytechnics 단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기본적인 교육 체제와 함께 매우 발달된 성인 교육(Adult education) 제도를 갖추고 있다. (다음 쪽 그림 <핀란드 학제> 참고)

핀란드 학제


교육 철학

핀란드의 교육 철학을 이야기하지 않고 핀란드 교육을 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어느 나라든지 나름대로의 교육 철학이 있고, 그 교육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홍익인간’을 비롯하여 여러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교육 철학이 추상적인 구호 수준에 머물고, 실제 교육 활동과 삶을 지배하지 못하고 있음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반면, 핀란드의 경우는,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한 비교적 분명한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실제 교육 활동과 삶을 지배하는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대체로 핀란드 사회에서 공유하고 있는 교육 철학은 크게 다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 “모든 아이들이, 사는 곳, 언어, 경제적 형편 등에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배우고 발전을 위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모든 아이들’이 중요한데,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모든 아이들과 함께 가겠다는 국가적, 사회적 의지가 반영된 철학이다. 이러한 철학은 실제 핀란드 학교 현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모든 아이들에게 높은 질의 교육을 제공하며, 안전한 학습 환경과 복지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교육의 기회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질적으로 우수한 교육을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각 학교에 특수 교사뿐만 아니라, 사회 복지사, 심리 치료사, 상담사 등을 배치하여 학생들의 교육과 복지를 돌보고 있다.

셋째, “유연한 교육 체제와 교육적인 안전망을 통해 결과에 있어 평등과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핀란드에서는 기본 교육 체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교육 및 성인 교육 체제를 갖춰 놓고 있다. 낙오자나 실패자라 하더라도 언제든지 재기할 수 있는 기본적인 교육 안전망을 갖추고 있다. 단순하게 교육 기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교육 수준에 도달하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교육과 복지 수준에 모든 국민이 도달하도록 하기 위한, 즉 결과에 있어 평등 추구가 이들의 중요한 교육 철학이 되고 있다.


기본 교육 단계

핀란드 국적의 모든 아이들은 9년 과정의 종합학교를 다닐 교육 법적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 2010년 현재 거의 모든 아이들이(99.7%) 이 과정을 마치고 있다. 종합학교 1학년은 7세에 시작하며 모든 학교 교육이 무상이다. 수업료, 급식, 학용품, 실험 실습 등 교육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를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가 부담하고 있다. 수업 일수는 연간 190일이며, 학기는 8월 중순에 시작하여 이듬해 6월 초순에 마친다. 약 60일 정도의 여름 방학 기간이 있다. 기본 교육은 모든 학생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통학할 수 있는 인근이나 지역의 학교에서 받을 권리가 있으며, 만약, 학생이나 부모의 희망에 의해 먼 거리에 있는 학교에 다니게 되었을 때에도 지방 자치 단체는 통학에 따른 편의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 기본 교육 단계에서 학교 차원의 혹은 전국 단위의 평가는 없다. 따라서 핀란드 종합학교에는 석차가 없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핀란드 학교에서도 학생들은 많은 시험을 본다. 다만, 이 시험은 교사에 의해 개별적으로 부여되는 시험이며, 석차 산정을 위한 시험이 아니라, 성취 수준을 점검하기 위한 시험이다. 한편, 국가 차원에서 몇 개 학년을 선정하여 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 평가에는 모든 학교가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표집된 학교만 참여한다. 물론 이 시험에 응시를 원하는 학교가 있으면 참여할 수 있다. 표집된 학교만을 위한 평가라 하더라도 학교별 평가 결과 공표는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종합학교 마지막 학년인 9학년을 마치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핀란드에서는 어떻게 고등학교에 진학할까? 핀란드에서 고등학교 진학 과정에서 중요한 전형 요소가 종합학교 내신 성적이다. 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의 석차나 서열은 없지만, 교사의 평가에 의한 그 학생의 성취 수준은 매우 자세하고 풍부하게 기록된다. 그리고 이 성취 수준이 점수화되는데, 대체로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기록된다. 그 과목에서 탁월한 성취 수준을 보인 학생에게는 10점을 주고, 그 다음 수준에 따라 9점, 8점, 7점 등을 부과한다. 각 과목별로 부여된 점수의 종합이 이 학생의 내신 성적이 된다. 한편, 자신이 가르친 학생이 좀 더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도록 하기 위하여, 점수를 올려 줄 수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고 대답한다. 기본적인 신뢰와 정직의 문제라는 것이다.

종합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서 학생들은 자신의 내신 성적을 가지고 3~5개 정도의 고등학교에 지원한다. 대체로 자신의 수준보다 좀 더 높은 학교, 자신의 수준에 맞는 학교, 자신의 수준보다 낮은 학교 등을 함께 지원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핀란드의 경우, 기본 교육인 종합학교 단계에서는 학교 간 서열이나 차이가 드러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서열이 존재한다. 헬싱키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들도 선호하는 학교와 비 선호하는 학교, 공부를 잘해야 가는 학교와 그렇지 않는 학교 등으로 나누어진다. 따라서 좋은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내신 성적이 좋아야 한다. 좋은 내신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핀란드 학생들이라고 해서, 항상 공부에 대한 부담 없이 즐겁고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핀란드에서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한다. 하지만 공부를 하는 학생들, 목표를 가진 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며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도 적지 않게 받고 있다고 한다.         

한편, 원하는 학생은 종합학교를 1년 더 다닐 수 있다. 즉 10학년에 들어갈 수 있는데, 일종의 재수인 셈이다. 대체로 종합학교에서 좀 더 준비를 하고 싶거나, 좀 더 좋은 내신 성적을 얻기 위하여 10학년에 들어간다. 핀란드 전체적으로 종합학교 졸업생의 3%정도가 10학년에 들어가고 있다.



상위 중등(고등학교) 교육 단계

핀란드에서 학생들이 종합학교를 마치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는데, 고등학교는 인문 고등학교(Upper secondary school)과 직업 고등학교(Vocational school) 두 종류가 있다. 핀란드 전체적으로 종합학교 졸업생의 약 55% 정도는 인문 고등학교로, 약 45% 정도는 직업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있는데, 아직은 인문 고등학교 진학 비율이 더 높지만, 직업 고등학교 진학 비율 완만하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 인문 고등학교 (Upper Secondary School)

인문 고등학교는 그 목적 자체가 대학 준비 학교로서, 대학 교육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과 역량을 배우는 과정이다. 핀란드의 인문 고등학교는 대학 시스템과 비슷하게 무학년 학점제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소정의 학점을 이수하면, 2년 만에도 졸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2년 만에 졸업하는 학생은 소수이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3년 내지 3.5년 정도 걸려서 졸업을 하며, 일부 학생들은 4년 정도가 소요되기도 한다.

인문 고등학교는 기본적으로 대학 진학 준비 과정으로서, 국가의 기본 교육과정을 토대로 각 학교에서 나름대로의 교육 과정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인문 고등학교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또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대학 진학을 위한 예비 시험인 Marticulation Test에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이 시험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의 과정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이 시험 준비에 초점을 맞추거나, 시험 준비에만 매달리지는 않는다. 실제 인문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보면, 예비 시험과 관련된 다양한 과목들을 이수하게 하고 있지만, 이 외에도 학생들의 미래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것들을 배우게 하고 있다. 음악, 미술, 체육, 기술 등과 관련된 다양한 과목들을 마련하여 운영하기도 하고, 독서, 운전 등 특기를 길러 주는 과목을 이수하게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헬싱키 시내의 명문 인문 고등학교 중의 하나인 Ressu 고등학교에서는 전교생에게 운전면허 취득 과목을 이수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방침에 대해 이 학교 교장 선생님은 학교의 자랑거리라고 이야기하면서, 학생들의 미래 삶을 준비시켜 주는 것이 학교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하였다. 인문 고등학교이기는 하지만, 시험 준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학생들의 미래 삶을 대비하여 필요한 것을 가르쳐 준다는, 이들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공부를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보고 있는, 이들의 교육 철학을 엿볼 수 있다.

핀란드 직업 고등학교에 게시되어 있던 흡연 예방 포스터

핀란드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를 학교에서만 하고도 그렇게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일까? 종합학교와 달리 고등학교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학생들이 주로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대체로 학교 공부를 위해 상당한 과제가 부과된다. 따라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에서도 공부를 해야 한다. 핀란드도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공부를 하는 학생이 있고,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이 있다. 핀란드에서도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내준 과제를 하느라 방과 후 시간은 물론이고, 밤늦게까지 공부를 한다. 다만 우리와 같은 사교육 기관들이 없기 때문에, 학교 끝나고 나서는 스스로의 계획에 의해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한다. 이들이 방과 후에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이나 사회 교육 시설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한편, 핀란드도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 때문에 골치 아파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핀란드의 고등학생들은 대체로 3~4시 정도에 학교 공부를 마치고 하교한다. 학교 과제가 주어지기는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자유 시간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 부모가 돌봐 주는 학생 등은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시간을 보내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탈선의 위험에 노출된다. 실제로 핀란드에서도 학생들의 음주, 흡연, 이성 문제 등이 자주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인문 고등학교 학생들이 대학을 가기 위해 보는 시험인 Marticulation Test의 시험 과목은 4과목이다. 국어는 필수이고, 수학, 외국어, 사회 과목 군, 과학 과목 군 중에서 3과목을 선택하여 시험을 본다. 시험은 대체로 논술형 시험으로 한 과목 시험 치르는 데 6시간 정도가 걸려 하루에 한 과목씩 시험을 보고, 전체 시험 일정은 1~2주 정도가 걸린다.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이 시험에 통과해야 하는데, 하위 5% 정도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시험 점수가 낮은 학생은 차기 시험에 재응시할 수 있다.               

인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University)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약 23% 정도이고, 폴리테크닉(polytechnics)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30~40%이며, 나머지 30~40% 정도의 학생들은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군대를 가거나 취업을 하여 다른 경험을 쌓는다. 즉 대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과 필요가 있을 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경험을 쌓은 후에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다. 교사 교육학과 입학 전형에서도 보조 교사나 혹은 아이들을 가르쳐 본 경험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이와 같이 고교 졸업 후 대학 입학 과정에서 여러 경로로 분산되기 때문에 대학 입학 경쟁이 상대적으로 완화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체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대학에 들어가려고 하기 때문에 대학의 서열보다는 자신의 적성과 관심을 우선시하고 있다. 더군다나 핀란드 대학들은 서열화되어 있지 않다. 다만 핀란드에서도 의대나 법대, 교사 교육학과 등은 인기 있는 전공이어서, 이들 학과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를 하거나 입학시험 준비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2) 직업 고등학교 (Vocational school)

 핀란드에서 종합학교를 마친 학생들 중 거의 절반 정도의 학생들이 직업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있다. 직업 고등학교에서는 인문 고등학교와는 달리,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졸업 후 곧바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직업인으로서의 소양, 직업 세계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평생 학습 역량을 길러 주고 있다.

 직업 고등학교에서 교육은 그 취지에 맞게 실무와 실습 위주로 이루어진다. 전공 역시 기술, 수송, 경영, 행정, 건강, 사회 복지, 관광, 가정 경제, 문화, 자연 자원, 레저, 체육 등 현장에서 곧바로 필요한 전공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직업 고등학교 학생들의 실습을 위하여 관련 기업 및 기관들과의 매우 긴밀한 연계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직업 고등학교 역시 국가 기본 교육 과정의 토대 위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교육 연한은 3년이며, 12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인문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나 인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도 직업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인문 고등학교에서 배운 과목은 30학점까지 인정해 준다. 직업 고등학교에서는 젊은 학생들을 위한 교육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성인들을 위한 교육도 실시하기 때문에, 성인들도 해마다 적지 않게 직업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있다. 직업 교육과 관련하여 사전에 배운 것, 다른 기관에서 배운 것 등을 학점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직업 고등학교는 위치하고 있는 각 지역의 직업 교육 및 훈련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지역 노동 시장의 필요나 요구를 반영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어떤 종류의 전공이나 학과 등을 운영할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현재 직업 고등학교는 지방 자치 단체, 지자체 컨소시엄, 연합 재단, 국영 회사 등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스웨덴어 직업 고등학교도 있다. 한편, 직업 고등학교에서는 인문 고등학교와 달리, 20~30% 정도의 학생들이 중도 탈락하고 있어, 대책 마련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직업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나 폴리테크닉에 진학할 수 있으나 소수에 불과하며, 거의 대부분이 직업 현장으로 나가고 있다.


고등 교육 단계

핀란드의 고등 교육 단계는 University와 Polytechnics 둘로 나누어져 있는데,  University는 학문 및 연구 중심의 대학이고, Polytechnics은 노동 시장의 수용에 맞는 전문 직업인을 길러 내는 대학이다. 그동안 핀란드의 대학들은 모두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립 대학이었는데, 2009년 6월에 통과된 새 대학법에 의해 2010년부터 법인화되어 새로운 체제에 들어서고 있다. 대학들이 법인화되어 자율과 책임이 더 늘어났는데, 그동안에도 핀란드 대학들은 국립 대학이기는 했지만, 교육 및 연구, 운영에 있어 상당한 자유와 자율을 누리고 있었다. 법인화 이후 대학들의 구조 조정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경제 논리가 작용하여 일부 인문학 학과나 강좌들이 통합, 폐쇄되는 현상이 나타나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히 있다.


(1) 일반대학 (University)

2011년 현재 핀란드에는 16개의 일반 대학이 있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대학들은 교육부와 수행 협약을 맺어 운영하고 있다. 대체로 3년간의 수행 협약을 맺어 이행 성과를 평가하여 재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협약 내용에는 학위자 배출 등을 포함한 대학의 목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자원, 목적 성취를 위한 모니터와 평가, 발전 계획 등이 포함되어 있다. 협약 기간이 3년이기는 하지만, 평가는 매해 이루어져, 해마다 목적 및 목표 성취 정도를 평가받고 있으며, 구두나 서면으로 발전에 필요에 피드백을 받는다.

핀란드 대학 예산 운영과 관련하여, 직접적인 정부 지원금은 평균적으로 각 대학 예산 전체의 64% 정도다. 교육부 이외에 대학에 재정을 지원해 주는 기관은 핀란드 학술원, 기술 개발 센터, 경영 회사, EU, 기타 공공 기관 등이 있다. 물론 학생들로부터는 등록금을 받지 않고 있다. 대학에서의 교육과 학위 과정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애 필요에 따라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 대학을 다니다가 직장을 얻어 그만두거나 휴학하는 경우도 많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나중에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도 많다. 대학 전체적으로 20대 초반보다 20대 후반이나 30대 학생들이 더 많다. 각 대학에서는 학위 과정 이외에, 노동 분야의 지원을 받은 개방 대학 프로그램, 전문성 연수 프로그램, 성인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 대학 과정은 이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체로 3년간의 학사 과정과 2년간의 석사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학사 과정만 마치고 졸업을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석사 과정까지 이수한다. 따라서 현재 핀란드 대학에서는 학사 과정 졸업생 수보다 석사 과정 졸업생 수가 훨씬 더 많다. 학점은 2005년부터 유럽 국가들의 협약에 의해 ECTS(European Credit Transfer System) 체제에 의해 부여된다. ECTS는 유럽 대학들의 공동 학점 체제로서 EU 내의 어느 나라의 대학에서든 통용되고, 인정해 주는 학점 단위다. 학생들은 전공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1년에 대략 60 ECTS 정도를 이수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석사 과정을 마치고 직장으로 나가게 되는데, 일부 학생들은 박사 과정에 지원한다. 물론 박사 과정에는 직장 생활을 하다가 들어온 학생들이 훨씬 더 많다. 박사 과정 공부는 도제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핀란드에서는 박사 과정까지 무료일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일정 정도의 생활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2) 폴리테크닉 대학 (Polytechnics)

핀란드의 폴리테크닉 대학은 직업 시장의 수요에 맞는 기술과 역량을 길러 주는 직업, 기술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의 2년제 전문 대학과는 성격이 다르며, 오히려 4년제 대학의 응용 학문 영역의 학과들과 좀 더 비슷하다. 실제로 핀란드 내에서도 University와 Polytechnics의 차이는 크지 않으며, 더 많은 학생들이 폴리테크닉으로 진학하고 있다. 폴리테크닉 역시 일반 대학과 동일한 학위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졸업생들에게는 동일한 학사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폴리테크닉 대학 내에 석사 학위 과정도 개설되어 있는데, 박사 학위 과정은 아직 설치되어 있지 않다.

핀란드에서 폴리테크닉 대학의 역사는 아직 짧다. 1991~1992년도에 폴리테크닉 대학이 시범적으로 운영되다가 1996년부터 제도로 정착하였다. 핀란드의 폴리테크닉 대학은 전형적인 산학 연계 과정이다. 핀란드에서 폴리테크닉 대학은 2011년 현재 26개로서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데, 각 지역의 경제 및 직업 시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폴리테크닉 대학은 해당 지역의 경제적 수요와 필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또한 지역의 기업이나 기관, 시장 등은 중요한 폴리테크닉 대학들의 파트너다. 실무 능력 함양을 중시하는 폴리테크닉 대학의 특성상 많은 실습 기관들이 필요한데, 이러한 지역의 기관들은 폴리테크닉 학생들의 실습의 장이 되고 있다. 폴리테크닉 대학을 마치고 실습했던 기관이나 지역의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는 산학 연계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폴리테크닉 대학은 대부분 지자체에서 운영을 하는데, 소수의 사설 대학도 있다. 모든 폴리테크닉 대학은 교육부의 관리와 감독을 받는다. 교육부에서는 폴리테크닉 대학의 교육 목표, 교육 분야, 학생 수, 지역 등을 결정하며, 내부 운영은 폴리테크닉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정부와 지방 자치 단체가 폴리테크닉 대학 운영 비용을 분담하고 있으며, 폴리테크닉 대학의 학생들 역시 학비는 무료이고, 정부로부터 생활 보조금을 받고 있다.


성인 교육 단계

핀란드에서 성인 교육은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데, 성인 교육은 성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성인 교육은 성인들의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 이루어진다. 핀란드에서 성인 교육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누어지는데, 여가나 취미를 위한 성인 교육, 자기 발전이나 개발을 위한 성인 교육, 재취업이나 직업을 위한 성인 교육 등이다. 세 유형의 성인 교육이 모두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최근 들어서는 경제적인 여건이 반영되어 재취업이나 직업을 위한 성인 교육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가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성인 교육을 확대, 개편하고 있으며, 교육부 재정 지출의 약 12% 정도를 성인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핀란드 전체적으로, 2010년 현재, 대략 800여 개의 기관에서 다양한 기간 동안 비학위 과정으로 성인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해마다 17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여러 유형의 성인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핀란드 전체 인구의 1/3에 해당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핀란드에서도 청소년들의 탈선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다른 나라와의 차이점은 이들이 다시 돌아 올수 있는 길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성인 교육 기관들이 이러한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기관들인데, 나이나 학력, 경제적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언제든지 들어와 배울 수 있고, 직업도 얻을 수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탈선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학생들에게 든든한 재기의 발판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핀란드에서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부모에 대해서는 별로 고마워하지 않는데, 국가에 대해서는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예비 학교 (pre-school) 단계

핀란드에서는 학령 이전의 아동들은 다양한 어린이집(day care center)이나 유치원(kindergarten)에서 보살핌과 교육을 받는다. 이러한 기관들과 별도로 예비 학교(pre-school) 과정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예비 학교 과정은 6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며, 의무 교육인 종합학교를 시작하기 이전에 1년 동안 받는 교육이다. 각 지방 자치 단체에서는 해당 지역 아동들의 교육을 위하여 의무적으로 예비 학교를 설치하여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예비 학교 과정은 의무 교육이 아니다. 따라서 아동을 예비 학교에 보내는 것은 부모의 자율과 선택이다. 물론 예비 학교 과정은 모두 무상으로 이루어진다. 의무 교육 과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핀란드 전체적으로 6세 아동의 약 96% 정도가 예비 학교에 다니고 있다. 예비 학교의 한 학급 아동 수는 13명을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만약 학급 학생 수가 20명을 넘을 경우에는 보조 교사 1명을 추가로 배치하도록 되어 있다.


종합 : 핀란드 교육의 특징

핀란드 교육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오늘날 핀란드 교육의 성공이 교육 분야만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국가, 사회적인 기반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한적으로나마 핀란드 교육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 철학을 정립하여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핀란드에서는 왜 아이들을 가르치는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 등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 공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핀란드 교육의 든든한 바탕이 되고 있다.

둘째, 실질적인 교육 자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핀란드에서 교육 운영의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지방 자치 단체다. 지방 자치 단체의 책임 아래 그 지역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방 자치 단체는 그 지역의 교육적 필요에 민감해야 하고, 그 지역에 맞는 교육을 펼쳐야 한다. 실질적인 교육 자치를 통해 개별적인 필요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분명 교육 성공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다.

셋째, 사회적으로 교사가 존중받고 있고, 교사의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다. 핀란드에서는 사회적으로 교사의 전문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논란이 되지도 않는다. 교원 평가라는 개념이 생소하게 여겨질 정도다. 그만큼 핀란드에서 교사는 전문가로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있다. 교사를 전문가로 인정해 주는 만큼 교사들에게 자율을 보장해 주고 있다. 만나 본 핀란드 교사들 대부분이 자신들은 교사로서 자율을 누리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자율에 따른 책임도 있는데, 책임은 전적으로 교사의 양심에 맡기고 있다. 또한 수준 높은 교사 교육을 통해, 교사의 전문성을 유지하는 장치를 든든하게 마련해 놓고 있다.

넷째, 사회 복지 기반이 잘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핀란드에서는 가정의 경제적 형편에 상관없이,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누구든지,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박사 과정까지 무상 교육이니 돈 때문에 공부 못 했다는 말은 못한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이러한 기반은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 모두에게 교육의 본질에 좀 더 집중하게 하는 토대가 된다. 물론, 완벽한 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배우는 학생들에게 국가의 복지 시스템은 든든한 발판이 되고 있다.

핀란드 교육이 장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단점 또한 있다. 따라서 핀란드 교육에 대해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으며, 핀란드 교육의 열매만 보지 말고, 그 뿌리까지 볼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 뿌리까지 보기 위하여 이렇게 직접 핀란드까지 날아온 좋은교사운동의 열심과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좋은교사운동의 이러한 노력이 분명 한국에서 아름다운 교육의 꽃으로 피어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1) 이 글은 2011년 1월 10일 김병찬 교수가 좋은교사운동 북유럽 교육 탐방단에게 했던 강의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김병찬 교수는 서울대학교 학부에서 윤리 교육을, 대학원에서 교육 행정을 전공했다. 중학교 교사로 10년 정도 근무했으며,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0년 8월부터 헬싱키 대학에서 교환 교수로 머물면서 핀란드 교육과 한국 교육 비교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bckim@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