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서울대 10개 만들기, 교육 개혁으로써 의미와 과제
기고 1. 서울대 10개 만들기 톺아보기
: 등장 배경부터 보완 과제까지
장승진(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
한국 사회의 대학 서열화 구조
대한민국의 대학 서열화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며 여러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학 서열화가 미국과 유럽에서도 존재한다며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장하기도 하나, 이는 대학 체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생긴 오해다. 한국의 대학 서열화는 미국, 유럽과는 완전히 결을 달리한다. 서울이라는 특정 지역에서, 일부 몇 개의 대학에 의해, 그것도 완전한 피라미드 형태로 대학 서열이 매겨져 있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정상적 서열화 고착 이면에는 역사·문화·사회적 맥락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요소는 교육여건의 격차라 할 수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지방 학부모의 사례
대한민국에서 자녀의 대학 문제는 누구나 겪는 큰 고민이다. 여기 자녀의 대학 문제로 고민하는 한 지방 학부모가 있다고 하자. 지금까지 자녀가 성장해 온 지역에서 대학 교육까지 안정적으로 받게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주변 지인들은 너도나도 조언을 건넸다. “무슨 소리야!재수를 해서라도 인 서울은 해야지!” 이에 학부모는 자녀와 함께 대학들에 대해 하나씩 꼼꼼히 알아본 후 대학을 정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 시작으로 각 대학들의 교육여건을 살폈다.

학부모는 먼저 ‘대학의 총교육비’를 살펴보았다. 총교육비는 교육의 양적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중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교육투자가 높은 대학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분포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나아가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투입되는 ‘1인당 교육비’를 살펴보았는데, 역시 소위 SKY를 필두로 한 수도권 대학들이 월등히 높게 투자하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학부모는 대학의 현재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며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8년 대학지원사업 대학별 지원액’을 찾아보았더니, 67개 대학 중 지원액 상위 10개 대학이 65.9%(1,771억 원)의 지원액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서울 소재의 18개 대학이 지원액의 무려 53.2%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학부모는 자녀에게 가장 직접적인 문제가 대학 졸업 후 취업 여건이라는 판단 아래, 관련 내용을 최종 확인 후 진학 대학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09년 8월~2010년 2월 사이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의 2011년 평균 급여와 취업률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개 대학 졸업자의 평균 급여는 월 269만 5천 원이었다. 반면 수도권 대학은 월 208만 2천 원, 지방대학은 월 196만 7천 원으로, 명문대에서 수도권 4년제, 그리고 지방 4년제로 갈수록 급여가 낮아졌다. 심지어 취업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수도권의 질 높은 교육여건, 여기에 더해진 노동시장 여건, 게다가 수도권 명문대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 후광효과, 서울의 사회·문화 인프라까지…. 과연 위의 학부모와 자녀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등장 배경
현재로서는 수도권 대학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 차원의 결정이 누적되었을 때 발생하는 국가적 차원의 결과들이다. 수도권 진입을 위한 29.2조 원 규모의 사교육비, 대학서열화에 발맞춘 줄 세우기 평가와 문제풀이식 교육, 여기서 비롯되는 공교육 붕괴, 초중고생 4명 중 1명이 극단적 시도를 생각할 만큼 극심한 경쟁고통, 부모의 양육 부담과 낮은 출산율, 지역 인재 유출로 인한 지역사회 소멸위기까지. 대학 서열화가 유발하는 수도권 쏠림은 이제 국가의 실존과 관계되는 직접적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상황 아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말은 우리에게 교훈을 던진다.
심각한 불평등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불변의 경제 법칙이 초래한 결과가 아니라, 정책과 정치가 초래한 결과다. (중략) 따라서 다른 정책이 시행되면 전혀 다른 결과, 예컨대 경제적 성과가 개선되고, 불평등 수준이 개선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즉, 지금의 상황은 정책과 정치가 빚어낸 결과이며, 다른 방향의 정책 수립과 실행을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해결 논리는 분명하다. 지방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수도권 대학 못지않은 합리적 선택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방대학이 고유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동시에 대학의 공공성까지 보장하는 종합적인 대학 체제 개혁안이 필요하다. 해당 논의는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약 20년 전 정진상의 ‘국공립네트워크’ 구상에서 출발해, 반상진의 ‘대학연합체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상생네트워크’, 그리고 최근 김종영의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이어지며 지속 진전해 왔다.
모든 안은 장단을 동반하지만, 공유된 지향점은 독점을 해체한다는 데 있다. 학점교류제와 공동학위제를 통해 교육여건과 학위 경쟁력을 공유함으로써 독점을 무마하고, 공동입학제를 활용해 서열화와 희소성을 극복함으로써 기회구조를 폭넓게 구축하고자 했다.
다만 관련 안들의 한계는 동가홍상(同價紅裳)에 있다. 대학의 공공성·평등성이 확보되었을 때, 같은 조건이라면 대중은 서울(수도권)을 택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즉 지방으로 가야 할 뚜렷한 유인책 없이는 해당 개혁안들은 온전한 안이 될 수 없었다. 이에 김종영은 그의 책 《서울대 10개 만들기》에서 평등성을 넘어 각 지역의 대학들이 갖춰야 할 탁월성에 주목했다. 지식 경쟁력, 그의 표현을 따르면 창조 권력이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주요 내용
김종영이 평등성을 넘어 탁월성을 갖추기 위해 강조한 것은 연구 중심 대학이다. 구조조정과 예산지원을 통해 규모있는 학문을 구축하고, 거점국립대학들의 교육·연구 역량을 높여 해당 지역의 새로운 산업을 추동하는 엔진으로 작동케 하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학마다 특화된 연구 영역을 갖추어 수도권 쏠림이 불필요하게 하며 인서울/지방대라는 경계를 허물기 위해 대학 이름을 ‘서울대’ 또는 ‘한국대’로 공유한다. (중략)
글 목록
[특집] 서울대 10개 만들기, 교육 개혁으로써 의미와 과제
- 기고 1. 서울대 10개 만들기 톺아보기: 등장 배경부터 보완 과제까지 _ 장승진(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
- 기고 2.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진정한 성공을 위한 제언 _ 김종영(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 대담. 서울대 10개 만들기, 다양한 목소리를 듣다 _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회
(계속해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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