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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현재의 관료적 구조와 점수 경쟁 구조를 그대로 둔 채로 주어지는 교육과정과 학교운영의 자율성 확대나 학교평가의 강화는 관료주의적 점수 경쟁의 강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교과부의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이 발표되었다. 이는 자율과 경쟁이라는 정부의 정책기조를 구체화한 것으로써 단위학교의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에 자율성과 책무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경쟁이 무엇을 위한 경쟁이고 그 결과가 무엇으로 나타나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의 여건과 현 정부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을 감안할 때 결국 이 경쟁은 점수 경쟁이고, 이를 위해 주어진 학교의 자율성은 학교의 성적을 높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귀결된다고 예측할 수 있다. 한편 학교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관료주의의 개혁인데 관료주의적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점수 경쟁만 강화될 경우 이는 관료적 지배와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할 수 있다.


1. 교육과정 20% 자율화, 무엇을 위한 누구의 선택인지가 중요하다.

교육과정 20% 자율화가 가져올 학교 현장의 시나리오는 시험 위주 교육의 강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현재 일제고사가 강화되고 있으며 시험 결과에 따른 학교 단위의 책임을 묻는 구조를 정착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의 자율화의 핵심은 평가 체제에 달려 있다. 전국 단위의 획일화된 시험 체제 속에서는 교육과정의 자율화라는 것은 결국 일제 고사 점수 경쟁을 위한 자율화 외의 의미를 지니기 힘들다. 자연스럽게 점수와 관계없는 과목은 축소될 것이고 영수국 중심의 시험 위주 과목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과정의 자율화는 교사별평가 체제의 정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가르친 자에 의한 평가가 교육학적으로 가장 타당하다. 표준화된 시험은 최저 학력 수준을 점검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그것도 저학년 단계에서 실시되는 것이 필요하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표준화된 교육보다는 다양한 교육이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양한 교육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교사의 수업 기획권이 장려되어야 하고 이는 교사별 평가 체제를 통해 성립될 수 있다.
그리고 교육과정의 자율화는 궁극적으로 학생 선택권의 보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20% 자율화보다는 현재도 권장되고 있는 교육과정의 선택권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제시하기를 바란다.


2. 자율학교 확대, 저소득지역 초중학교부터 적용되어야 한다.

자율학교의 확대는 학교혁신을 이룩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 더욱이 농산어촌이나 저소득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입시 문화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자율성이 왜곡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현재의 입시체제에서 잘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무시될 수 없는 과제이지만 우리가 바라는 학교의 미래상은 적어도 현재의 점수 위주의 경쟁체제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율학교의 확대는 대입제도의 개선과 맞물려 추진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입제도의 문제 때문에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을 마냥 미룰 수도 없다. 그러므로 최선의 대안은 비교적 입시의 영향력이 약한 단위에서부터 자율학교를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형식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성이다. 미래지향적 교육과정에 의거하여 전인교육이 구현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3. 학교평가 체제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


단위학교의 자율성이 강화됨에 따라 책무성의 강화를 위해 학교평가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평가는 관료주의의 전형으로 문서에 의한 형식적 평가가 되다보니 불필요한 잡무만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평가를 통해 교장의 중임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부작용만 키울 것이다.

한편 일제고사 성적을 토대로 학교를 평가하겠다는 것 역시 더 많은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학교의 자율화는 결국 점수 경쟁을 위한 도구가 될 것이다. 현재도 학교는 점수를 위해 학생의 인권과 인성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데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크다.
성적보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포괄적 만족도가 학교를 평가하는 지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 평가의 과정이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 자체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할 수 있는 과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4. 단위학교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

아직도 학교는 관료주의적 풍토가 지배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는 미약하고 교사들의 자율성도 확보되어 있지 않다. 진정으로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고자 한다면 현재까지 왜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되지 않는지에 대한 냉철한 현실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현재의 승진위주의 인사체제 속에서 교감에 대한 평가 체제가 핵심 고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교육청의 눈치만 살피게 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차적으로 현재의 교장승진체제를 교장공모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고, 현재의 승진구조 속에서는 교감에 대한 평가권을 교육청 중심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향하도록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관료적 구조와 점수 경쟁 구조를 그대로 둔 채로 주어지는 교육과정과 학교운영의 자율성 확대나 학교평가의 강화는 관료주의적 점수 경쟁의 강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양성과 수월성, 자율성과 책무성이 균형을 이룬 미래의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점수 경쟁 구조를 심화시키는 대입제도와 일제고사를 개혁하여 교사별 평가 체제를 정립하여야 하고, 관료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승진제도를 개혁하여 단위학교 구성원의 참여와 소통이 중심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2009년 4월 30일
(사) 좋은교사운동
(대표 : 정병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