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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7. 제안 : 대학생 교육 봉사, 버려야 할 4가지


특집7. 제안
대학생 교육 봉사, 버려야 할 4가지

김 중 훈 (좋은교사 연수원장)

 

지난 몇 년간 교육청이나 지자체가 주관하는 대학생 교육 봉사 프로그램들이 학교로 쏟아지듯 내려오더니, 올해 들어서는 그 규모나 재정 지원 면에서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거대 언론에서 여러 이름으로 대학생 교육 봉사를 들고 나오고 있다. 하지만 관과 언론이 주관하는 대학생 교육 봉사 사업은 그 소리의 요란함에 비해 내실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어 학교 현장에서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물론 이러한 거대한 흐름 가운데서도 민간 차원에서의 내실 있는 대학생 교육 봉사 단체들과 프로그램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이 흐름마저도 관과 언론 주관의 대학생 교육 봉사 프로그램의 요란한 등장과 내실 없는 쇠락에 함께 휩쓸러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 교육이 활용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교육 자원과 프로그램이 관과 언론의 어설픈 활용으로 인해 소모되고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관과 언론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가 교육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투자 없이 생색 내려하고, 아이들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 없고, 대학생이 처한 불안한 상황과 노동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업적을 내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관이나 언론에서 하는 대학생 교육 봉사 사업을 모두 이렇게 매도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요소가 강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대학생 교육 봉사 활동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관이든 민이든 할 것 없이 교육 봉사 활동을 하고자 하는 대학생들과 동시에 대학생 교육 봉사 활동을 통해 돕고자 하는 가난하고 소외된 아동들에게 대한 깊은 애정과 이들을 제대로 돕고자하는 교육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함께 성장하는 멘토와 멘티

 우선 대학생 교육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보자. 우선 대학생들이 처해 있는 매우 불안하고 불리한 처지를 활용해 대학생 노동력을 값싸게 학교에 동원하겠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요즘 대학생들이 자신의 취업 이력서에 ‘교육 봉사’라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제공하는 한 줄 이력에 목말라 있고, 정부가 제공하는 수고비나 장학금에 목말라 있다 해도 이런 것을 대학생들을 움직이는 지렛대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생 교육 봉사자들을 모집할 때 이들도 가난한 아동들 못지않게 교육을 받고 훈련을 받아야 할 학생이라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관이든 민이든 대학생 교육 봉사 단체들은 가난한 멘티 아동들에 우선해서 멘토 대학생들에게 사회봉사의 보람과 의미를 일깨워 주며, 이를 통해서 대학생 봉사자들이 삶의 정체성과 비전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에 최우선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봉사 스펙 한 줄이나 약간의 용돈을 넘어서 교육 봉사에 참여함을 통해 대학 강의실이나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인생을 배우고 자기를 성장시키는 것이 되게 해야 한다.

 실제로 대학생 교육 봉사 활동은 어떻게 기획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멘티 학생에게는 물론이고 멘토 대학생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매우 잠재력이 큰 활동이다. 그리고 대학생 멘토의 성장은 멘티에게 충실한 멘토링으로 연결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멘토들의 성장이 있어야만 대학생 멘토링 활동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고, 점차 더 발전해 갈 수 있다.


재정 투입을 통한 교육 봉사 질 관리

 다음으로 대학생 교육 봉사 활동이 재정 투자 없이 교육의 자원을 끌어낼 수 있는 활동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학생 교육 봉사 활동은 다른 어떤 것보다 우수한 자원을 저렴하게 교육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활동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정을 투자할 생각 없이 대학생 멘토를 멘티와 연결시켜 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이는 값싼 교육, 질 낮은 교육이 되고 결국 학생들에게 버림받는 활동이 될 수 있다.

 어떤 교육이든 교육 과정이 있어야 하고 이 교육 과정 개발에 연구비가 투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데는 교구와 재료, 활동 경비가 들 수밖에 없다. 또한 멘토를 교육하고 이들의 성장을 돕고자 한다면 여기에 또한 돈이 들게 된다. 이 교육 과정 개발과 운영, 그리고 멘토 교육과 관리에 충분한 재정 투입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대학생 교육 봉사가 질을 유지할 수가 있고, 지속 가능할 수 있다.

 현재 관에서 주도하는 교육 봉사의 경우 멘토 대학생에게 기본적인 교통비와 수고비를 지급하고 있다. 물론 멘토 대학생에게 기본적인 교통비 등을 지급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멘토 대학생에게 수고비를 지급하는 부분만을 재정 수요의 전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멘토 대학생에 대한 수고비 지급을 지금보다 줄이더라도 멘토링 교육 과정 개발과 운영, 그리고 멘토 교육과 관리에 재정을 충분히 투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이들의 삶과 꿈을 키워 주는 멘토링

 셋째 대학생 교육 봉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해소하거나 학습 부진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소외된 계층의 학습 결손 문제는 심각한 문제지만 이 문제는 주1회 대학생 교육 봉사로 풀기에는 너무 큰 문제다. 학습 부진아 문제는 국가에서 별도의 전문 교사를 투입해서 풀어야 할 문제다.

 이보다는 대학생 교육 봉사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아이들과의 깊은 만남을 통해 아이들이 사랑을 받는 경험을 하고 자기 삶을 소중하게 여기며 무언가 꿈을 갖고 열심히 살아 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는 부분이다. 말 그대로 멘토링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멘토링은 아무 프로그램이나 교육 과정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필요한 교육 과정과 프로그램이 주어지고, 이 부분에 대한 멘토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프로그램과 교육 과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멘토링은 한 사람의 교사가 35명의 아이를 상대로 해야 하는 정규 교실 수업 상황 가운데서는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부분이다. 교사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아이들과 좀 더 나이 격차가 적은 대학생들이 한 아이를 집중해서 한 학기 이상 만나면서 사랑과 관심을 쏟을 때에 멘토링 프로그램과 교육 과정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전문성과 헌신성을 겸비한 민간 차원의 멘토링

 넷째, 관에서 주도하거나 짧은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대규모로 실시하려는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 대학생 멘토링은 그야말로 대학생 교육 봉사자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 간의 일대일의 만남이다. 그러기 때문에 매우 섬세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봉사를 신청한 대학생 멘토가 가진 역량과 준비 정도, 그리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을 잘 고려해서 거기에 맞는 프로그램과 만남이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효과가 있고 상처가 없다.

 그런데 관이나 언론 등에서 한꺼번에 많은 대학생들을 선발해서 각 학교 현장에 무작위로 투입할 경우 효과는 적은 반면 부작용은 많이 발생한다. 그러기 때문에 관이나 언론은 재정을 마련하고 홍보하는 등 후원의 역할을 하지만 실제 교육 봉사 활동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시행하는 것은 이 부분에 전문성과 헌신성을 가진 민간단체나 대학생 동아리 등을 통해 실시하는 것이 좋다.

 다른 부분도 그렇지만 대학생 교육 봉사 활동의 경우 이를 시행하는 단체의 이름을 내기보다는 실제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적 성과와 열매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