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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6. 모범사례 : 대학생 교육 봉사, 이렇게 하면 된다



특집6. 모범 사례
대학생 교육 봉사, 이렇게 하면 된다

홍 인 기 (정책 위원장)

 

교육청이나 지자체 차원, 혹은 기업이나 주요 언론에서 대규모로 대학생을 모집해 일정한 재정 지원이나 봉사 경력을 인정해 주는 방식의 교육 봉사 활동이 학교 차원에서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반면, 민간 차원의 교육 봉사 단체들 가운데는 그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면서 여러 학교와 대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단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한민국교육봉사단(씨드스쿨)과 아름다운배움, 두 단체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은 통일 한국을 대비할 리더를 양성하는 1년 과정의 리더십학교(교장, 이장로 고려대 교수)에서 출발했다. 2008년 여름 방학 동안 리더십학교의 교육 과정에 있던 학생들이 미국을 방문 중 웬디콥이 시작한 TFA(Teach For America)에 감동을 받고, 이 비전을 한국 교육에 적용해 보기로 하고 몇몇 학생들이 이 일에 헌신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뜻에 동조하여 2009년 1월부터 좋은교사운동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경영연구원,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한빛누리재단 등이 협력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교육 현장에 명문 사립대 출신 대학생들을 파송하는 TFA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방과 후 교육 봉사 활동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 후 멘토링 교육 과정을 만들고, 교육 봉사를 희망하는 대학생들을 모집해 훈련하는 일을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2009년 2학기 좋은교사운동 출신 선생님이 내부형 공모제 교장으로 있는 덕양중학교와 협약을 맺고, 대학생 20명에 중학생 20명이 주1회, 회당 3시간 정도 멘토링을 시작하면서 이 멘토링 과정을 ‘씨드스쿨’이라고 붙였다. ‘씨드스쿨’은 총 1년 과정으로 하되, 첫 학기는 비전 코칭이라는 이름으로 자아와 꿈을 찾는 과정으로, 두 번째 학기는 학습 코칭이라는 이름으로 공부 방법과 학습에 대한 재미를 느껴 가는 과정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여행, 답사, 프로젝트 등의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덕양중학교에서 첫 번째 ‘씨드스쿨’이 교사들과 아이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받고 주변에 알려지면서 2010년 1학기에는 용인에 있는 모현중학교, 2학기에는 성남에 있는 창곡여자중학교의 요청을 받아 같은 프로그램으로 ‘씨드스쿨’을 운영했다. 2010년에 시작한 모현중학교와 창곡여자중학교의 경우 인근 지역 교회와 연결해서 그 지역 교회 소속의 대학생들을 교육 봉사자로 모집하고, 멘토링에 필요한 경비를 분담하는 체제로 틀을 잡았다. 이렇게 대학생 자원 봉사자 모집과 멘토링에 필요한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모델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현재 모현중학교는 지구촌교회가, 창곡여자중학교는 우리들교회가 중요한 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 들어서는 광주에 있는 치평중학교에서 씨드스쿨을 시작했다. 치평중학교의 경우 인근 지역 교회들이 연합해서 교육 봉사자들을 모집하고 재정을 부담함으로써 중소교회들이 지역의 아이들을 도우며 지역 차원에서 자생적으로 운영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 외에도 많은 중학교에서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의 ‘씨드스쿨’ 운영을 요청하고 있어 교육 봉사자 모집과 재정 확보, 각 학교 봉사 팀들의 질 관리와 지속적인 교육 과정의 보완, 교육 봉사자 훈련 등 다양한 수요에 체계적으로 부응할 수 있도록 그 체제를 정비하고 있는 중이다.


 아름다운배움은 2009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재학 중인 고원형 대표(월간《좋은교사》 2010년 7월호 ‘만나고 싶었습니다’에 소개)를 포함한 몇몇 대학생, 대학원생들이 당시 교육청이나 지자체가 주관하여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던 멘토링 사업의 실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교육청과 지자체가 많은 수의 대학생들을 교육 멘토링에 동원하여 학교 현장에 투입하였으나 실제 교육적 효과는 미미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 이들은 교육청이나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멘토링의 문제점을 극복한 대안적인 멘토링 사업을 실제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2009년 2학기에 서울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교육 봉사자를 모집한 후 초등학교 6학년 두 그룹(한 그룹 당 5명씩)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실시했다. ‘두드림’(Do Dream)이라는 이름으로 실시된 이 멘토링은 기존 교육청 멘토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 봉사자에 대한 철저한 훈련, 멘티를 부적응아나 학습 부진아만으로 구성하지 않고 이들을 포함하되 다양한 아이들로 구성, 학습이 아닌 책 읽기와 문화 활동을 통한 비전 찾기 멘토링, 멘토와 멘티의 일대일 연결을 하되 집단으로 활동하기, 대학생 교육 봉사자에 대한 지속적인 피드백과 관리 등을 실시했다. 그 결과 멘티 아이들과 멘토 봉사자들이 함께 성장하고, 학부모와 교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되자 2010년부터는 교육 봉사에 응하고자 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멘토링을 받고자 하는 학교와 교사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몇 대학에서 교육 봉사 동아리가 생겨나고, 학교 현장의 요청은 물론이고 교육청 단위에서도 요청을 해서 현재 그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대학생 교육 봉사 사례의 공통점을 보면, 우선 대학생 교육봉사자들에 대한 충분한 동기 부여와 훈련, 관리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지만, 멘토링 과정 자체가 내실 있게 운영됨으로 인해 여기에서 오는 보람 자체가 최대의 인센티브가 되게 하고 있다. 또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자신이 만나야 하는 아이들의 상황과 필요, 그 아이들에게 제공할 교육 과정의 내용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교육을 한다. 그리고 실제로 멘토링을 하면서 부딪히는 어려움들에 대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도와주는 관리 체계를 가지고 있다.

 둘째는 교육 과정과 교육 체계를 잘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의 경우 자체 연구팀에서 개발한 ‘비전 코칭’과 ‘학습 코칭’이라는 1년 과정의 멘토링 교육 과정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을 기본 틀로 진행하되,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형시키기도 한다. 또 멘토링 경험의 축적과 함께 교재를 매년 새롭게 보완해 가고 있다.

 아름다운배움의 경우 독서를 통한 멘토링과 리더십 향상 프로그램, 문화 활동을 통한 멘토링 등의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그리고 두 단체 모두 기본적으로 일대일 멘토링을 진행하지만 이들이 개별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정한 시간 정한 장소에서 함께 만나 진행함을 통해 상호 확인이 가능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멘토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있어서 전체 멘토링을 조율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들이 작은 차이 같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아이들이나 교사들 사이에 매우 큰 차이로 다가온다. 그래서 교육청이나 지자체 멘토링의 경우는 벌써 시큰둥해졌지만, 이들 두 단체에 대해서는 학교 현장에서의 지원 요청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기에 향후 대학생 교육 봉사의 방향은 교육청과 지자체가 대규모로 직접 시행을 하기보다는 민간 차원에서 제대로 하고 있는 단체들을 선별해서 이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