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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4. 인터뷰1 : 스펙 쌓기와 멘토링, 그리고 아쉬움


특집4. 인터뷰 1
스펙 쌓기와 멘토링, 그리고 아쉬움

정책위원회


 

대학생 교육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활동에 임할까? 실제로 아이들을 만나면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혹 이들이 이 과정을 통해 느낀 좌절과 아픔은 없을까? 이러한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 교육청 혹은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대학생 2명을 인터뷰했다. 고은혜(가명) 학생은 서울시 교육청이 주관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으며, 임지선(가명) 학생은 서울시가 주관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인 ‘동행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먼저 자신이 참여했던 멘토링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 주세요.

고은혜 : 대학교 3학년 2학기에 서울시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학교에서 선발해서 거주하고 있는 주소지에 맞춰서 교육청에서 학교를 배정해 주었어요. 9월부터 12월까지 멘토 역할을 했는데 특별한 사전 교육을 받은 적은 없어요. 교육청에서 대학에 와서 오리엔테이션을 1~2시간 정도 하는 것이 전부였어요. 제가 세 명의 학생을 멘티로 가르쳤는데 가정 형편이 어렵고,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었어요. 처음에는 서로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스스럼없게 되었어요. 멘토링은 공부뿐 아니라 노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여학생들만 있어서 성교육 프로그램에도 함께 참여했어요. 한 아이는 공부를 잘하고, 두 아이는 공부를 못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수업은 힘들었어요.

학교에서는 공부하는 습관이 들도록 학습 태도를 지도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일주일에 두 번씩 2시간을 지도해서 40시간을 지도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6시간 더 하게 됐어요. 활동비는 한 시간당 만 원씩 총 40만 원을 받았어요. 담당 선생님은 부진아 교실에 근무하시는 분이셨는데 조언을 많이 해 주셨고. 선생님이 시작과 마칠 때 도움을 주셨어요. 선생님은 제가 하는 멘토링 사업 외에도 여러 사업을 담당하고 계셨어요. 저에게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의 공부나 학습의 향상에는 도움이 안 된 것 같아요. 정서적 지원을 했다고 생각해요.

임지선 : 서울시 주관 멘토링 프로그램인 ‘동행 프로젝트’가 대학교에 공지가 난 것을 보고, 인터넷을 통해 봉사할 수 있는 요일과 가능한 학교를 신청했어요. 해당 중학교에서 저에게 확인 전화를 해 주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학교 동행 대상자를 위한 교육 봉사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는데 지원자가 많은 학교를 중심으로 주변의 학교 지원자들이 모여서 교육을 받았어요.  

중학교 1학년 여학생 2명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중학교에서 원하는 교과목과 날짜가 있었지만 실제로 학교에 가 보니 전반적으로 봐 달라고 하셨어요. 한 주에 한 번 3시간씩 40시간을 봉사했어요. 동행 프로젝트는 활동비가 없고, 학점이랑 서울시장이 발행하는 봉사 인증서가 있어요. 스펙 쌓기 열풍에 편승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어요. 봉사 인증서를 공장에서 찍어 내듯이 주셔서 인증서를 찍는 알바가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봤어요.

학교에서는 담당 선생님과 소통이 안 되는 것이 힘들었어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복도에서 뛰어다니기도 했어요. 복도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아이를 불렀지만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상태가 불안정하고 돌발 행동이 많았는데 선생님께 물어보면 “놔둬라. 걔는 원래 그렇다”, “선생님들도 힘들어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상담 선생님이 필요할 것 같은데 선생님들은 그냥 무섭게 하거나 단호하게 하라고 하셨어요.

선생님께서 ‘동행 프로젝트’에서 문제집을 살 수 있는 예산이 지원이 있다고 해서, 아이들과 국어 문제집을 사서 풀었어요. 제 것은 학교에서 구입해 주었어요. 국어는 문제집, 수학과 영어는 교과서를 푸는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했어요.


대학생들이 멘토링 사업에 많이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은혜 : 2008년에 멘토링 사업을 많이 한 것 같아요. 2009년에도 있었고요. 대학생들은 멘토링도 스펙의 한가지로 생각해요. 교육 관련된 직장에 취직 할 때 경력이 된다고 생각하죠. 기업의 경우는 멘토링 경험이 있는지 쓰도록 하기도 해요.

임지선 : 진짜 하고 싶은 경우도 있지만 안 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스펙을 하나라도 더 쌓는다는 마음에서 많이 해요. 오리엔테이션 갔을 때 돈 때문이라면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실제 지원금은 차비 정도예요. 차비 빼면 20만  원 정도 남아요. 2010년에는 학교 교육 봉사 카페에서 교과부와 교육청 멘토링은 없어지고 동행 프로젝트와 지역 고등학교 멘토링만 남아 있었어요. 친구 중에는 아이들과 사진 찍고 블로그에 올리는 등 활동을 재미있어 하는 친구도 있어요.


멘토링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임지선 : 학생들에게 정서적 지원의 의미가 컸다고 생각해요. 황당한 일은 아이들 만나러 학교에 갔는데 선생님들이 단축 수업을 하고 연수를 가신 거예요. 당연히 학교에 아이들이 없는 거죠. 담당 선생님이 연락을 안 해준 거죠. 선생님들은 가끔 들어와서 사진 찍고, 기록하는 칸에 기록하고, 사인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세요. 아이들을 보내 줄 때 아이 개개인에 대한 성향을 파악하지 않고 그냥 무작위로 끊어서 보내 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맡은 두 아이는 수준도 다르고 관계도 안 좋았어요. 그 중 한 명은 학원도 다니고 학습지도 하는 아이였는데 학교에서는 학생이 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요.


주로 멘토링을 자주 받는 아이들이었을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상처는 없었나요?

고은혜 : 상처라기보다는 선생님들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저와 옛날 선생님을 비교를 많이 했어요. 아이들마다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는 질문 레퍼토리가 있는 것 같았어요. 짧은 기간이라서 친해지기도 어려웠어요.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라오기는 해도 인간적으로 친해지지는 않아서 어떤 상처가 있는지 알기는 어려웠어요.

임지선 :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감정을 주고받기에는 시간이 짧았어요.


멘토링을 하고 난 소감이 어때요?

고은혜 : 저는 굉장히 보람 있었어요.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은 있어요. 지금은 4학년이라 하기가 힘들어요.

임지선 : 저에게는 씁쓸한 기억이 남아요. 나는 언니가 되어 주고 꿈을 물어보고 싶었는데, 무시되고 마치 과외 선생님이 된 느낌이었어요. 중학생 아이들이 첫 시간에 수학 능력 시험은 어떤 건지, 대학은 어떻게 가는지 묻더군요. 하지만 ‘이렇게 교육에서 소외된 계층의 아이들이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어요. 개인적으로 멘토링을 하고 나서 성취감이나 성공감이 없었어요. 그렇게 불쌍한 아이들인데 아이들에게 화내는 제 모습에 실망했어요. 저의 악한 모습을 발견해서 너무 속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