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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2. 분석 : 교육청 멘토링의 허와 실


특집2. 분석
교육청 멘토링의 허와 실

고 원 형(아름다운 배움 대표)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각 멘토링 프로그램의 효과성에 대한 보고는 미비하다. 그래서 2009년 한 해 동안 서울시 교육청이 주관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학생 멘토들을 대상으로 교육청 멘토링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분석해 보았다.


멘티 선발 과정상의 문제점

 교육청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멘티 선발은 저소득층 자녀 중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저소득층 자녀만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낙인 효과로 인해서 출석률이 저조한 경우가 많았다. 경우에 따라 신청자 명단에 이름만 명시되어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들은 비슷한 환경에 있더라도 자기가 좀 더 나은 환경에 산다고 생각하고, 그들과 동일시되는 것을 싫어한다. 따라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숨기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것은 프로그램 참여에 영향을 미쳤다.


멘토 사전 교육상의 문제

 각 교육청에서는 학기 초 결연식 및 멘토링 프로그램 사전 교육을 실시한다. 사전 교육 진행 시간은 30분에서 2시간 사이다. 사전 교육 내용은 대학생 멘토링 사업의 의의, 멘토의 자세, 멘티의 이해, 생활 지도와 학습 지도 방법, 상담 기법, 행정 사항 등이다. 이러한 교육청의 사전 교육 내용은 추상적이고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또 교육 시간이 짧고 교육 내용 대부분이 행정 업무에 관한 것이어서 멘토들의 봉사 정신 함양이나 참여 욕구를 증진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리고 사전 교육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에도 특별한 제재가 없어, 사전 교육 없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멘토도 있었다.


멘티의 미흡한 사전 수요 조사와 멘토-멘티 매칭 방법의 문제점

 설문 조사 결과 멘티의 사전 수요를 조사하거나, 조사 내용을 반영하여 멘토에게 전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일방적으로 일선 학교 담당 교사가 요구하는 교과목을 진행하였다. 멘티에 대한 사전 수요 조사 없이 참가자를 모집하고 멘토와 서로 조율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경우에도 멘토와 멘티 사이 조율 결과와 상관없이 학교 측에서 프로그램 과목을 수정하기도 하였다. 또한 일정한 과목을 지정하지 않아 한 과목을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멘티의 사전 수요 조사는 프로그램 진행 과정상 멘티의 참여 욕구와 멘토의 수업 준비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조사가 없거나, 조사를 하여도 이를 반영하지 않아 출석률이 저조하고 프로그램 진행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멘토-멘티 매칭은 교육청이나 일선 학교에서 멘토 1명 당 멘티 3~5명으로 배정한다. 멘티가 원하는 성별이나 과목을 토대로 매칭하는 학교가 있는 반면, 멘토와 멘티의 사전 조사 없이 무작위로 배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멘토가 자신의 특기 사항을 미리 적어서 교육청에 제출하면 이를 참고하여 매칭한다는 응답도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일정한 매칭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사전 수요 조사가 없으므로 대부분의 매칭은 랜덤으로 이루어지고, 멘토도 확실한 수업 준비 없이 프로그램에 접근하게 되므로 성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교육청, 슈퍼바이저, 교사 등 관리자의 역할 문제점

 멘토링 프로그램의 참여자로 코디네이터와 슈퍼바이저, 담당 교사가 있다. 코디네이터란 프로그램의 기획, 멘토와 멘티 선발 및 매칭, 멘토 교육, 기타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자다. 슈퍼바이저란 멘토의 역량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슈퍼비전을 제공하는 자다.(박경민 2008) 교육청 멘토링 프로그램에서는 대학 단위별로 슈퍼바이저를 두고, 행정 업무 및 정기 모임을 주관하여 멘토링 프로그램 진행 과정상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상의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슈퍼바이저는 주로 교육학과 박사 과정이나 전직 초등학교 교사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대학별로 슈퍼바이저의 역할에 통일성이 없었다. 멘토링 기법 교육부터 프로그램 진행상 어려운 점을 보완해 주는 슈퍼바이저가 있는 한편, 행정적인 업무만 담당하는 슈퍼바이저도 있었다. 멘토 중에는 슈퍼바이저가 누구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른 경우가 많았고, 슈퍼바이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있었다. 설문 응답자의 상당수는 특히 일선 학교가 멘토링 프로그램에 비협조적일수록 코디네이터와 슈퍼바이저와 같은 관리자의 역할이 필요하고, 슈퍼바이저가 있을 때 멘토링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있다고 응답하였다.

 그리고 일선 학교 수준에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담당 교사가 필요하다. 일선 학교 담당 교사들의 프로그램 참여 자세는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친다. 멘티들의 담임 교사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전체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담당 교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러나 응답자 대부분, 멘티의 담임 교사와 접촉해 본 경험이 없으며 오히려 학교의 비협조적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예를 들면, 학교 내 행사가 있어서 멘티들이 학교에 남아 있지 않은 경우(소풍, 운동회 등) 사전 연락을 받지 못해 헛걸음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멘티와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경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교사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일부 응답자는 멘토링 프로그램 관리 교사가 오히려 멘토링 프로그램을 귀찮아했다고 지적했다.


체계적인 시간과 장소 관리 부족

 교육청 프로그램은 멘티가 다니는 학교에서 실시한다고만 정해져 있고, 구체적인 교실과 시간이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실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예정된 교실을 교사 회의 등을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갑자기 교실이 바뀌기도 하였다. 이런 경우 지각한 멘토는 바뀐 교실을 몰라 결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운동회나 시험 등 학교 행사가 있어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못하는 경우, 사전에 멘토에게 통보가 되지 않아 학교에 가서 헛걸음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경우 멘토는 멘티들과 개인적으로 시간 조율을 다시 해서 수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정해진 장소와 정해진 시간이 없으므로 정기적인 수업이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수업의 횟수만 맞출 뿐, 정기적인 만남이 아니므로 성적 향상, 인성 교육 등 교육청 멘토링 프로그램의 목적 달성에 한계가 있었다.


중간 피드백의 부족

 교육청 멘토링 프로그램의 문제점 중 하나로 멘토의 자질에 대한 것이 지적되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대답한 응답자들 대부분이 멘토링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멘토의 자질에 달려 있다고 대답하였다. 프로그램 진행 동안 멘토의 역량, 멘토의 자세를 다지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멘토 모임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기적인 멘토 모임이 있어서 이를 활용한 경우는 서울대에 한정되어 있고, 대부분의 대학은 온라인 모임이 있거나, 프로그램 진행 중 1회 정도 만났거나, 온라인 모임마저 없는 경우도 있었다.

 멘토 모임이 필요한 이유는 모임을 통해 멘토링 기법과 관련된 노하우를 얻고, 멘토링 프로그램에 대한 동기 부여와 함께 중간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경우 슈퍼바이저를 중심으로 정기적인 멘토 모임이 있었고, 모임에 참여해야만 활동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 모임 참여를 의무로 하였다. 그곳에서 멘티의 집중을 유도할 수 있는 게임을 공유하거나 멘티와의 관계나 학교와의 관계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하였다. 또한 멘토 모임은 대화를 통해 멘토들이 각각 어떤 자세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프로그램 종료 후의 문제점

 교육청 멘토링 프로그램은 소외 계층 청소년이 대학생과 정기적인 만남으로 개별 학습 지도와 인성 지도를 통해 계층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몇 년간 실시한 이 프로그램에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고 많은 인원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학기마다 이루어지는 이 프로그램의 사후 관리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본 연구를 위해 서울시 11개 교육청에 본 프로그램의 결과에 대해 정보 공개 청구를 하였으나, 출석부나 활동 일지는 물론, 프로그램 종료 후 실시하는 설문지조차 취합되지 않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정기적인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차 관리되지 않고, 단지 만남의 횟수만큼 활동비를 지급할 뿐이었다. 11개 교육청 중 남부교육청만 출석부와 활동 학습지 및 설문 조사 통계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대 사범대학교 자체 내에서 결과를 보고하는 책자가 매년 발간되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서울시에서 실시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선 학교들이 모두 같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진행 상황과 성과는 일선 학교 수준에서 취합하도록 자율에 맡겨져 있었다. 따라서 거시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의 보완, 멘토의 자질 향상, 멘토링 프로그램의 목표 달성 측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설문에 참여한 멘토들의 참가 시기가 2007년에서 2009년까지 3년, 6학기에 걸쳐 있는데도 불구하고 교육청 프로그램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부분들이 거의 비슷하였다. 프로그램의 보완을 위해서는 사후 결과 보고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반영하여 더 나은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생 멘토링이 나아가야 할 방향

 위에서 지적한 현재 교육청을 중심으로 하는 관 주도 멘토링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생 멘토링을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설정하고 보완해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교과 중심이 아닌 독서 토론 중심으로
- 문화․예술 활동과 봉사 활동 현장 체험 학습 강화
- 비전을 설정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리더십 프로그램 개발
- 멘토 사전 교육의 내실화
- 다양한 계층의 참여로 낙인 효과 제거
- 1:1 매칭을 기본으로 한 팀 단위 활동
- 몸풀기 게임 등 멘티들의 다양한 참여 유인 기제 마련
- 학부모들의 참여 통로와 참여 유인 기제 마련
- 직접 참여자로서의 코디네이터 역할 강화
- 정기적인 멘토 월례 모임 운영
- 사후 관리 체계 마련
- 온라인 커뮤니티 활성화(멘토·코디네이터 일지 작성 및 멘토링 피드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