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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식이 가장 쉬웠어요.

이번 2010년 1월 특집은 숙제 이야기에요. 아이들은 바빠서 숙제를 못 하기도 하지만, 너무 어렵거나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하기 싫기도 하대요. 학교를 졸업한 어른에게도 인생 숙제들이 있지요. 저는 몇 가지 절실한 숙제를 앞두고 지난 달 보름을 작정하고 저녁 금식 기도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오랜만의 금식이 생각보다 너무 쉬운 거예요. 오후 5~6시경의 출출함만 이겨 내고 나면 금세 공복감에 적응하겠더라고요. 덩달아 살 빠지는 재미도 한몫했고요. 문제는 금식은 쉬운데, 기도가 어렵더란 거예요.

남들 밥 먹을 때 너무 심심해서 TV를 켜게 되고, 메일을 읽으려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뜬 뉴스와 인기 블로그 글까지 읽고 나오게 되더라고요. 사야 할 것이 생기면 더 싸게 살 곳이 없나 여전히 인터넷 쇼핑몰을 기웃거리고요.

기도에 더 잘 집중하고 겸비한 모습으로 주 앞에 나아가기 위해 금식하는 건데, 금식만 쉽고 기도가 어려웠다면 그저 열흘간의 다이어트였을 뿐이었다고 해야겠지요.

또 다시 제 앞에 숙제가 떨어진다면, 그때는 禁食 기도가 아닌, 禁포털 기도, 禁쇼핑 기도, 禁TV 기도를 해야겠다 싶어요. 제 마음과 시간을 쉽게 앗아가 버리는 그것들을 뒤로해야 제대로 기도도 하고 제게 주어진 숙제를 잘 해낼 수 있을 테니까요.

송인수 선생님이 ‘기독교사운동사’ 연재를 시작했어요. 사교육 걱정 쫓아내느라 여력과 여유가 없을 텐데 연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일이 그에겐 하나님이 주신 숙제였기 때문이겠지요. 첫 글에는 밀린 숙제를 드디어 시작하는 심경을 담았네요.

2009년 좋은교사운동의 주요 사역을 정리해 보았어요. 다들, 2009년의 숙제 잘 해내셨나요? 2010년의 새 숙제를 받아 든 분도 계시겠지만, 풀지 못한 지난 해의 숙제를 그대로 품고 가야 하는 분도 계시겠지요. 힘을 내어 숙제 잘 해내기로 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