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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덴마크 교육의 발견 4 : 덴마크 학교에 다녀 보니

 

특집 4 ) 인터뷰

덴마크 학교에 다녀 보니

편집부


이번 북유럽 교육 탐방 기간 중 덴마크 한인 교회를 담임하고 계신 오대환 목사님의 따님(초등학교 5학년 때 아빠를 따라 덴마크에 왔고, 코펜하겐 대학 졸업 후 현재는 금융 회사에 다니고 있다)과 덴마크 학교에 관한 인터뷰를 가졌다.



학교에서 평가와 선택 과목 운영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9학년제로 되어 있는데, 6년까지는 점수화된 성적이 없고 ‘이 아이가 잘 따라 한다, 중간이다’ 정도의 서술형 평가만 있다. 7학년부터는 점수가 나오지만 등수는 나오지 않는다. 9학년까지는 모든 학생이 같은 내용을 배우고, 고등학교에 가면 문과와 이과가 나뉜다. 교과에 대한 흥미에 따라 본인이 선택을 한다.



아이들은 보통 방과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두 시 반이나 세 시 반에 끝나고 학교가 마치면 주로 논다. 방과 후 활동으로 운동이나 미술 등을 배우는 경우도 많은데, 이것도 무상이다. 이외 대부분의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특별히 다른 공부는 하지 않는다.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하나?


이곳 아이들은 4학년 5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데, 처음에는 미국 방송을 보여 주는 등 영어와 익숙하게 해 준다. 학교에서 뿐 아니라 공영 방송에서 미국 방송을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영어에 익숙하다. 어느 정도 익숙하게 되면 기본 문법만 가르쳐 주고, 그 후에는 짧은 동화책 등을 읽기도 한다. 거의 대부분의 영어 수업이 회화 위주고, 연극, 인터뷰, 역할극 등으로 수업을 하기도 한다. 이러는 과정을 통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영어에 익숙하게 된다. 나 같은 경우 5학년 때 이곳에 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영어 시간에 별도의 선생님에게 덴마크어를 배웠다. 한 학기 후부터 영어 수업에 참가했는데, 나도 모르게 영어에 익숙하게 되었다.



교사와 학생들의 관계는?


보통 덴마크어와 수학 과목 시수가 많기 때문에 이 과목 선생님들이 담임 선생님을 맡으시는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9년 동안 계속 맡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사와 학생들과의 관계가 가족과 같이 편한 편이다. 졸업하고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매년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다. 물론 선생님을 항상 존경하는 것은 아니고 반항할 때도 있다. 선생님의 교육 방식이 맘에 안 들면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선생님들은 가급적 들어주시려고 한다. 반 학생들끼리 마찰이 있으면 선생님이 개입을 하신다. 우리 반에도 한 여학생이 반 아이들이 자기와 잘 안 어울리려 한다고 해서 한 시간을 따로 내서 서로 이야기를 하게 하였다. 그런 후에 선생님께서 화해하게 만들어 주셨다.



교사에 대한 학생이나 학부모 평가가 있는가?


초ㆍ중ㆍ고등학교 때는 없었고, 대학교 때만 있었다. 학부모 만족도 조사도 없었다. 교사와 학부모가 매년 한 번 정도씩 만나기 때문에 그런 평가는 필요 없다.



교사직에 대한 사회적 선호도는?


교사에 대한 인식이 아주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선호하는 직업은 아니다. 교사되는 것이 어렵지가 않고 원하면 누구나 될 수 있기에 그런 것 같다.



중학교 졸업 후 애프터 스쿨(자유 중등 기숙 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이 많은가?


중학교 때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 스포츠, 예술 분야 등 다양한 애프터 스쿨이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어느 분야로 갈지 모르겠을 때, 바로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들어가기 힘들 때,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갖기를 원할 때, 부모님을 벗어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을 때 주로 간다. 40% 정도의 아이들이 이 과정을 선택한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공부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는가?


관심 있는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시험만 잘 본다고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은 아니다.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성적에 많이 반영된다.



종교 관련된 과목이나 동아리는?


종교 수업이 따로 있고, 역사적 배경 등 종교학을 배웠다. 거의 강의식으로 배웠다.



대학에 진학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나?


고등학교 졸업 때 졸업 시험을 본다. 각 과목마다 에세이 형식의 시험을 본다. 이 시험의 결과와 내신 성적을 합해 평균 점수로 대학을 간다. 보통 대학과 전공별로 진학이 가능한 점수대가 나와 있다. 의대나 심리학과의 경우 인기가 많아 점수가 높은 편이다. 물론 성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에세이나 직업 경력을 쌓아서 진학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의대에 진학하려면 평균 11점의 점수가 요구되는데 내 성적이 10.5라고 할 경우 의대와 관련된 곳의 일을 해서 포인트를 받아 보충하기도 한다. 이렇게 인기 있는 대학이나 전공이 있긴 하지만 여기에만 몰리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에 따라 선택하는 편이다. 그래서 어느 대학, 어느 전공이든 사람들이 성적이 나빠서 그곳으로 갔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없다. 자신이 가고 싶어서 갔다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에세이 쓰기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떻게 배우나?


모든 시험이 에세이 형식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에세이 쓰기를 많이 훈련한다. 에세이를 쓰면 선생님께서 해설을 달아주신다. 내용과 표현을 함께 보고, 길게 쓰기보다는 핵심적인 내용을 깔끔하게 잘 표현하도록 훈련한다.



에세이 평가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있는가?


고등학교 교사들의 평가를 대학이 신뢰한다. 다만 졸업 시험의 경우 우리 학교 선생님 한 분과 다른 학교 선생님 한 분이 같이 채점을 한다.



고등학교 간의 격차와 선호도는?


좀 더 좋은 학교에 대한 평판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자기 지역의 학교로 진학하고 굳이 평판이 좋은 학교로 진학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초ㆍ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분위기 차이는?


고등학교는 초ㆍ중등 학교와 많이 다르다. 초ㆍ중등 선생님은 아이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시는데, 고등학교는 그렇지 않다. 고등학교에 다니다 학업에 흥미를 잃고 그만두는 아이들도 있지만 크게 이상하게 보지는 않는다.



직업에 따른 보수와 인식의 차이는?


직업 간, 학력 간 보수의 차이는 일부 있으나 세금 떼고 보면 큰 차이가 없다. 직업에 대한 귀천 의식이 전혀 없다. 친구는 전문 학교 나와서 전기 기술자가 되었는데 나보다 훨씬 돈을 많이 번다고 들었다. 대학교 석사를 나온 것과, 전문 학교를 나온 것에서 별로 차이를 느끼진 않는다.



취업할 때 어느 학생이 취업이 잘되는가?


학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거나 좋은 학교를 나온 학생들보다는 관심 있는 자기 분야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취업이 잘된다.


덴마크 교육의 강점은?


특별히 머리 싸매고 공부 안 해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학할 수 있었던 것, 영어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던 것이 참 좋았다. 서로 경쟁하지 않고 도와주는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과 서로 차별하지 않고 학교생활을 했던 것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