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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덴마크 교육의 발견 2 : 한눈에 보는 덴마크 교육

 

특집 2 ) 정리

한눈에 보는 덴마크 교육

 

북유럽 교육 탐방단


덴마크 교육의 두 줄기


덴마크의 학제는 좀 복잡해서 일반 다른 나라의 교육 틀을 가지고 보면 눈에 쉽게 들어오지는 않는다. 덴마크의 학제는 크게 공교육과 자유 교육(대안 교육)으로 나뉜다. 자유 교육을 학제에 넣은 이유는 전체 덴마크 교육에서 다양한 형태의 자유 교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정도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자유 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도 교사의 급여를 포함 전체 학교 운영비의 75% 정도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본인 부담해야 할 25%의 학비까지 국가가 지원한다. 이뿐 아니라 자유 학교 출신들도 공립 고등학교로 진학하는데 아무런 차별이 없으며, 공교육 재학 학생들도 자유 학교의 한 형태인 애프터 스쿨이나 시민 대학 등을 거쳤다가 다시 공교육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덴마크 공교육의 뿌리


덴마크의 공교육의 뿌리는 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루터의 종교 개혁의 영향을 받은 덴마크는 체계적인 교육 제도의 틀을 마련하지만 몇 백 년 동안은 귀족이나 엘리트를 위한 교육에 국한되었다. 루터가 처음 주창했던 모든 국민을 위한 공교육은 1814년에 ‘일반 교육법’을 도입함으로 시작된다. 이 법은 지자체가 7~14세에 해당하는 모든 아동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고 그 재정을 부담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법에 의거해서 전국의 지자체는 학령기 아동(7~14세) 전체를 대상으로 7년간 의무 교육 제도를 국가 차원에서 도입해, 학교를 설립하고 잘 정비된 교사 양성 제도를 마련했다. 이 일반 교육법에는 공교육의 목적을 “모든 아이들로 하여금 그리스도교의 교훈을 따라 선하고 올곧은 인격으로 자라게 하며, 한 국가의 쓸모 있는 시민이 되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데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일정한 나이에 해당하는 모든 아동을 국가가 책임을 지고 무상으로 교육하는 세계 최초의 공교육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공립 학교의 기본 교육 단계


덴마크의 공교육은 공립 기초 학교(Folkeskole)에서 출발한다. 공립 기초 학교는 보통 1학년부터 9학년까지의 과정으로 되어 있으며, 10학년은 선택적으로 이수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의 교육 과정은 인문학(덴마크어, 영어, 기독교․종교, 역사, 사회), 자연 과학(수학, 자연과 기술, 지리, 생물, 물리와 화학), 실용․예술 과목(스포츠․체조, 음악, 시각 예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외 독일어와 프랑스어는 7~9학년 학생들이 선택 과목으로 공부할 수 있고, 각 지역 특성에 맞게 학교는 다양한 선택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의무 교육 단계인 공립 기초 학교의 교육에 대한 책임은 지역 의회가 진다. 지역 의회는 자기 지역 공립 학교들의 교육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법규를 제정하고, 각 학교가 이 기준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각 학교로부터 매해 보고를 받는다.

실제적인 단위 학교의 운영은 학교 위원회의 책임 하에 이루어진다. 학교 위원회는 학부모들이 선출한 5~7명의 학부모 대표, 교사 대표 2명, 학생 대표 2명, 이렇게 9~11명으로 구성된다. 교장과 교감은 학교 위원회의 간사로 봉사하는데 이들은 발언권은 갖지만 의결권은 갖고 있지 않다. 위원회 의장은 학부모 가운데 선출된다. 학교 위원회는 지역 의회가 정한 교육 목표의 틀에 따라 각 학년별 수업 일수, 학년별 교육 과정,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위한 특별 교육, 교사들 사이의 업무 분담, 각종 학교 행사, 학교 예산, 교칙 등 전반적인 학교 운영 관련 의사 결정을 한다. 교장은 학교 위원회의 의결 사항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며, 지역 의회에 학교의 교육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



자유 학교의 기본 교육 단계


공립 학교인 공립 기초 학교에 대한 대안으로 부모들은 일반 사립학 교나 자유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인 특징을 보자면 사립 학교는 읍이나 도시의 중상류층 시민들이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자유 학교는 19세기 시작된 농민 해방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현재까지 대부분 작은 마을이나 시골에 자리를 잡고 운영되고 있다. 사립 학교와 자유 학교 가운데 60% 정도가 ‘덴마크 자유 학교 협회’에 소속되어 있는데, 자유 학교 협회는 자유 학교의 사상적 기초를 놓고 학교를 처음 시작한 니콜레이 그룬트비와 크리스텐 콜의 교육 이념과 실천을 계승하고 있다. 자유 학교는 자신의 이념을 실천할 자유,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을 선택할 자유, 경비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사용할 자유, 교사 자격증과 관계없이 교사와 교장을 선택할 자유, 입학하고자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선택하고 거부할 자유 등 5가지 자유를 지닌다.

이렇게 교육과 관련된 모든 자유를 허용하면서 국가에서는 학교 재정의 75%를 부담하는 이유는 덴마크의 헌법이 교육의 의무를 ‘학교 교육’으로 한정하지 않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로 넓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814년 제정된 최초의 덴마크 학교법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권리는 집에서 자체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권리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소수자의 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덴마크 민주주의 전통 때문이다. 덴마크 헌법은 “민주주의는 소수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가에 따라 판단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이 있다 보니 지방 자치 단체나 공립 학교가 사립 학교나 자유 학교를 교육계 내의 경쟁자로 여기는 풍토는 거의 없고, 이를 전체 덴마크 교육의 자산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덴마크에는 1학년부터 9학년(혹은 10학년)까지의 공립 기초 학교에 대응되는 9년제 사립 학교나 자유 학교(Frieskole 또는 Free school)가 있다. 그리고 이들 외에 애프터 스쿨(Efterskole 또는 After school, 자유 중등 기숙 학교)이라는 독특한 학교가 있다. 애프터 스쿨은 공립 기초 학교를 졸업하고 김나지움이나 직업 학교로 진학하기 전 1년 과정의 기숙형 자유 학교다.

  그러니까 덴마크 학생들은 공립 기초 학교나 자유 학교에서 9년 과정을 이수한 후 곧바로 김나지움이나 직업 학교로 진학할 수도 있고, 공립 기초 학교에 남아 10학년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애프터 스쿨에서 1년 과정의 공부를 할 수도 있게 되어 있다. 애프터 스쿨은 같은 나이의 덴마크 학생들의 30% 정도가 다니는데, 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자아를 찾고 진로를 탐색하기를 원하거나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선택을 한다.

교육 과정은 주로 음악, 미술, 체육 등 감성 교육과 단체 활동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어떤 학교들은 8학년이나 9학년 과정을 함께 개설하기 때문에 8, 9학년 학생들이 이용하기도 한다.   



덴마크의 고등학교


고등학교 과정은 김나지움(대학 준비 과정)과 직업 교육으로 나뉜다. 김나지움은 공립 기초 학교 9학년 과정의 연장선으로, 향후 대학에서 자신이 공부할 진로에 맞추어 대학 공부에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게 교육 과정이 구성되어 있다. 김나지움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기본 과정을 공통으로 듣는다. 이 기본 과정에서는 덴마크어, 영어, 제2외국어, 역사, 체육, 예술, 수학, 기본  자연 과학, 사회, 일반 언어학 등을 배우는데, 이 공부들을 하면서 향후 2년 반 동안 자신이 공부할 방향을 선택하게 된다. 이 과정 후 학생들은 자신이 남은 2년 반 동안 공부할 방향을 ‘인문학과 언어학의 주요 과목들’, ‘사회 과학의 주요 과목들’, ‘자연 과목의 주요 과목들’ 3가지 중에서 선택한다. 각 공부의 방향에는 필수 과목과 선택 과목이 있고, 각 과목마다 수준에 따라 A, B, C 3단계의 과목이 개설된다. 이러한 복잡한 체계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공부 계획이나 역량에 맞게 공부를 해 나가게 된다.

김나지움에는 이러한 일반적인 틀 외에도 특화된 학교들도 존재한다. 공립 기초 학교 졸업 후 취업이나 여행 혹은 사회생활을 하다가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인 ‘대학 준비 과정’(HF, Higher Preparatory Exam), ‘상경계 대학 준비 과정’(HHX, Higher Commercial Exam), ‘기술․공업계 대학 준비과정’(HTX, Higher Technical Exam) 등 유사한 과정이 있다. 그러니까 김나지움도 하나의 과정만 있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과정이 존재하는 것이다.


직업 학교는 중세 시대 길드 조직의 후원 활동에 그 근거를 둔 것으로서 숙련공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받는 도제 수업의 현대판 버전이다. 직업 교육은 건축, 수공예, 식품과 농업, 운송과 수송, 사업과 사무, 재정,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등 크게 7개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이 7개 분야 아래에 95개의 하위 분야, 200개의 세분화된 전문 분야가 있어서 덴마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각 직업별 영역을 다 포괄하고 있다. 교육 기간은 2년제에서 5년제에 이르기까지 상이한데, 이는 각 직업별로 승인된 회사나 단체에서 요구하는 실습 기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직업 교육의 전 과정 동안 학생들은 대략 30~50% 정도의 시간은 학교에서 보내고, 50~70% 정도의 시간은 회사나 공장, 단체에서 실제 견습생으로 일하면서 보낸다. 때로 학생들은 후반기 교육 기간 동안 적당한 견습 장소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학교는 회사나 공장, 단체 협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학생들이 견습할 수 있도록 일을 배정해 줄 의무를 지닌다.

공립 기초 학교와 고등학교 사이에 애프터 스쿨이 있었다면, 고등학교와 대학 사이에는 포크 스쿨(Folkehøjskole 또는 Folk high school, 시민 대학, 농민 대학, 평민 대학)이 있다. 포크 스쿨은 원래 농민들을 위한 평생 교육 기관으로 출발을 했다. 그래서 지금도 평생 교육 기관으로서의 성격이 어느 정도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대학이나 직업 세계로 들어가기 전 자아를 찾고 진로를 모색하는 기관 역할을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공부의 내용도 농업을 전문으로 배우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고 체육, 디자인, 음악 등 다양한 내용을 짧은 기간 집중해서 배우면서 동시에 다양한 단체 활동과 진로 탐색의 시간을 갖는다. 그래서 학업의 기간도 3개월, 6개월, 10개월 코스 등으로 다양하게 운영한다.



덴마크의 고등 교육


덴마크의 대학 교육은 2년 과정의 단기 고등 교육, 3~4년 과정의 중기 고등 교육 또는 학사 과정, 3~8년 과정의 장기 고등 교육 또는 학위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2년 과정의 단기 고등 교육은 전문 대학(College)에 해당되는데, 이론과 실기를 접목한 직업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중기 고등 교육과 장기 고등 교육은 종합 대학(University)에 해당되는데, 3~4년 과정의 학사 학위만 운영하는 대학 역시 구체적인 직업과 연계된 좀 더 단기 과정의 전문 대학의 연장선으로 운영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장기 고등 교육은 전문화된 학문과 관련된 전공들로서, 학생들이 학사 학위만으로 학업을 마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최소한 석사 학위까지는 공부를 하고 있고, 가급적 두 가지 석사 학위 과정을 공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대학 입학은 통합 관리 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학생은 8개 대학이나 전공을 우선순위를 따라 적어 내게 된다. 그리고 학생들은 김나지움에서 자신이 이수한 과목과 수준, 각 과목에서 받은 성적, 대학 입학 시험(졸업 시험)에서 받은 성적, 다양한 직업 경험, 비공식 교육 기관 이수 경력 등의 서류를 제출한다. 이러한 학생들의 희망과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대학은 정원 내 학생들을 선발한다. 실제로 각 대학이나 전공에 따른 대략적인 지원 가능한 점수대가 나와 있기 때문에 특정 대학이나 전공에 꼭 진학하기를 원하는 학생은 그 대학이 요구하는 성적을 추가로 이수하거나 필요한 직업 경력을 통해 보충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대학 진학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나 경쟁이 심한 것은 아니다.




※ 이 글은 덴마크 탐방 당시 탐방 학교에서 브리핑해 주었던 내용과 송순재 교수님이 편집한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덴마크 자유 교육》(민들레)을 참고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