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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멘토링은 무슨 과외야?



교육 실천 이야기 3
멘토링은 무슨 과외야?

정 혜 진


 “너 이번에 전교 1등이라며?”  


 “네? 네!”
 “너 어느 학원 다녀? 과외는? 뭐 특별히 받는 수업이 있니?”
 “학원 수강이나 과외는 받아 본 적 없고 멘토링은 받아 본 적 있어요.”  
 “멘토링? 멘토링은 무슨 과외야?”

 저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다른 친구들처럼 제가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 전교 1등을 하자 주변 친구들과 어른들은 저에게 부담스런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공부의 비결이 뭐냐고 묻곤 합니다. 그러면 저는 슬며시 웃으며, 6학년 때 받았던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선물 덕분이라고 대답합니다.


내 행복을 먹어 치운 괴물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아무도 못 말린다는 사춘기가 어느 날 불쑥 저를 찾아와 제 마음속에서 괴물이 되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힘들어 죽겠는데 왜 공부를 해야 되는 거야?’

‘아, 짱나! 다 귀찮고 시시해!’

꿈도 없고,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도 없던 저는 TV 리모컨을 친구 삼아 빈둥거리며 공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내 자신조차 맘에 안 들고 이 세상 모든 게 불만투성이던 그때, 담임 선생님이 멘토링을 받아 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저는 그저 대학생 언니랑 같이 뭘 한다는 게 왠지 있어 보여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두드림(Do Dream)의 정체

첫날 멘토, 멘티가 함께 게임을 하며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고 그렇게 저의 멘토였던 장윤희 선생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뒤로 함께 서점에 가서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골라 읽고, 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했습니다. 비전 콜라주를 만들 때는 꿈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멘토링 활동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연탄 배달 봉사 활동이었습니다. 저는 연탄이라는 것 자체를 그날 처음 봤고 연탄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뿌듯했고,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배워서 남 주자 ! 왜?

한번은 멘토-멘티 등산을 갔었습니다. 열심히 올라 정상에 도착해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든 순간! 아뿔싸! 다른 멘티들은 모두 멘토 선생님 도시락까지 싸왔는데 저만 그냥 온 것입니다. 그때 저는 제 자신의 못난 모습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배려할 줄 모르고 자기중심적인 제 모습을요. 그런데 그날도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시던 멘토 선생님.

그날의 사건을 통해 제 생각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저는 공부하다 알게 된 중요한 정보가 있으면 친구들이랑 그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경쟁해야 하고 그래서 성적을 올려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멘토 선생님은 아무 대가도 없이 우리를 위해 시간을 내어 아낌없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 주셨습니다. 자신이 아니라 남을 위해 기꺼이 나누고 계신 멘토 선생님을 보며 나도 공부해서 다른 사람에게 나누고 베풀며 살아야겠다는 커다란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 삶의 소중한 두 가지 선물

제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제가 꿈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입니다. 그전에는 그냥 좋은 대학에 가서 다른 사람들 보기에 좀 더 폼 나게 보이려고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진짜로 열정을 갖고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합니다. 기아나 인권, 사회 불평등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던 저는, 사회 소외 계층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인권 지킴이가 되고 싶습니다.

두 번째 선물은 독서입니다. 6학년 때 책 한 권 제대로 안 읽던 제가 책의 재미를 깨우치게 된 후, 지금은 1주일에 두세 권 정도 읽습니다. 시험공부 기간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멀리 미래를 내다보면 당장의 시험보다 책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사교육에 찌들어 있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깝고 불쌍하단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아름다운배움(약칭 아움) 덕분에 무척 행복했었고, 멘토링이 있던 금요일을 매일매일 손꼽아 기다렸었습니다. 그래서 아움이 자꾸자꾸 커지고 성장해서 아직 기회를 받지 못한 아이들한테도 멘토링을 받을 기회가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친구들의 꿈을 찾아 주고 든든한 조언자가 되어 줄 테니까요.



아름다운배움의 두드림 멘토링은 독서 토론과 문화 활동을 통해 취약 계층의 청소년들을 정서적으로 지원하여 꿈과 자신감을 찾도록 돕습니다. 멘토링 사업을 위해 후원해 주세요!
우리은행  1006-601-327102  아름다운배움



정혜진 봉림중학교 2학년 재학 중. 아름다운배움 두드림 1기 멘티. 소외 계층을 위해 일하겠다는 꿈을 찾은 후,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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