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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이 본책보다 더 매력적일 때가 있지요.

나이 마흔은 불혹(不惑)이라지만, 불혹이 자꾸 부록(附錄)으로 들린다는 강윤후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마흔 한 살의 저는 두 해째 부록을 살고 있어요. 30대까지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다가 마흔이 되면서 휴직하고 잡지를 만들고 있으니, 제대로 부록 같은 나날들이에요. 그런데, 요즘 웬만한 잡지들은 부록이 본책보다 더 매력적일 때가 많잖아요? 여성지를 사면 본책보다 두세 배 비싼 화장품과 핸드백을 부록으로 주지요. 우리 잡지도 달력이 부록으로 나오는 12월에 유독 독자들이 배송을 꼼꼼히 챙기지요.

그래도 저는 이 부록 생활보다 본래 생활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옛 동료들의 지친 목소리로 팍팍한 학교 소식을 전해 들을 때면 복직이 두려워지기도 하지만, 취재 가서 마주치는 아이들을 보면 학교로 얼른 돌아가고 싶어요. 학교에 있을 때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던 기분으로 지금은 복직할 날을 손꼽아 보면서 그 소망으로 버티고 있답니다.

요즘 좋은교사운동 사무실에서는 또 다른 손꼽기가 있지요. 바로 기독교사대회를 향한 준비와 기다림이지요. 팸플릿과 포스터를 기획하고 만들었고, 그것을 전국 각지에 배송하느라 기윤실의 많은 선생님들이 늦은 밤까지 수고하기도 하셨고, 제때 홈페이지를 열어 등록받으려고 선생님들과 간사님들이 밤을 새워야 했지요. 학교에서 지쳐 고단한 몸을 이끌고 기독교사대회장인 원주까지 답사를 다녀오시는 선생님들을 보면 이분들이 기독교사대회를 소망으로 품고 있지 않다면 이런 헌신이 불가능하겠다 싶어요.

이번 달엔 또 기독교사대회를 위한 중보 기도 책을 만들었어요. 2010년 5월 부록으로 넣어 보내 드려요. 일대일 결연 이야기를 엮은 책까지 부록이 두 권이네요. 이 부록들이 선생님들을 지치게 하는 일들, 관심을 빼앗아가는 것들 속에서, 사랑해야 할 제자들과 기독교사대회로 마음을 집중시키고 기도할 수 있게 도와주기를…. 불혹(不惑)을 도와주는 매력적인 부록(附錄)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