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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돌아가기 싫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본이 되고 계시지만, 인터뷰는 안 하기로 유명하신 윤구병 선생님을 만났다는 자랑부터 해야겠어요. 선생님과 어울려 공동체 이루어 사시는 분들이 손수 기르신 먹거리로 차려 먹는 ‘문턱 없는 밥집’에서 밥 먹고 ‘기분 좋은 가게’에서 이야기 나누었어요. 인터뷰 마치고 사인을 청했더니, “은하 선생님, 은하수처럼 우리 아이들을 위해 많이 울어 주세요”라고 쓰시는 거에요. 좋은 선생님 되라는 축복은 많이 들어 봤지만, 많이 울라는 부탁은 처음 받아 봤어요.

제가 교사가 되고 가장 많이 울었던 해는 발령받던 첫 해지요. 교실 바로 옆 화장실에서 얼마나 울었던지…. 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을 위해 운 것’은 아니었어요. ‘저 자신을 위해 운 것’이지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임용고시에 합격한 자부심과 포부가 교실에서 매일 조금씩 무너져 내리니까, 속상하고 고달파서 울었지요. 밤마다 아이들 편지에 답장을 쓰고 학급 행사를 기획하고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데도 몰라주는 아이들 때문에 억울해서 울었지요. 하루에 몇 통씩 답장을 쓰던 그 무렵의 저에게 사랑은 제게 문안하는 자에게만 문안하는 것이었고, 공평은 저를 따르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학급 행사를 열어 주는 것 정도였지요. 점심을 굶어 가며 점심시간마다 찬양 모임을 열고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선배를 별나다고 생각했고(최미정 선생님 죄송해요. 아시죠? 지금의 제 마음), 아무 고민 없이 지도서대로 하는 제 수업에 부끄러움을 몰랐어요.

흔히들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하지만, 저는 초심으로 돌아가기 싫어요. 지금도 저는 사랑 없고 어리석지만, 허영과 교만이 가득 차 있었던 그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긴 싫어요. 제가 늘 돌아가야 할 곳은 코람데오, 하나님 앞이겠지요.

2010 기독교사대회 등록이 시작돼요. 이곳이 우리들의 코람데오지요. 다른 유혹에 흔들리기 전에 얼른 등록해요, 하나님 앞 우리의 자리.

[ 2010년 4월호 책갈피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