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방법이 아닌,
수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박상준 (전주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교육과를 졸업하고 배재고에서 8년간 가르쳤고, 2004년 이후 전주교대 사회교육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 ‘교육과정 심의회’ ‘교과용 도서심의회’ 위원, 법무부 ‘헌법교육 강화추진단’ 위원, 전북교육청 ‘인성교육 진흥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좋은 교사의 양성과 정의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육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2014년부터 교육대학교 강의에 ‘거꾸로 교실’을 적용하며 연구하고 있다.
인터뷰.정리 김진우 / 사진 김현경
최근 《거꾸로 교실을 넘어 거꾸로 학습으로》 책을 낸 박상준 교수를 만났다. ‘거꾸로 교실’이 우리 교육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그 너머를 내다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박상준 교수는 GVF(좋은교사를 꿈꾸는 사람들) 운동을 도우면서 지난 기독교사대회에서는 서관석 교수와 투톱으로 부스를 지키며 짐을 나르고 ‘찌라시’를 나눠주는 등 잡다한 일을 마다 않고 섬겼던 분이다. ‘거꾸로’ 라는 단어가 묘하게 접목이 된다. 10월 25일 연구실에서 만남을 가졌다.
교사 경험도 있으시고 교대에서 학생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개인적인 영향을 받은 분이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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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까지 성격이 내성적이라 발표 같은 거를 잘 못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발표할 기회를 많이 주시면서 극복하게 하셨어요. 사범대에 가서 그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범대 진학은 교사로서 사명감을 가졌다기보다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등록금이 싸고 졸업 후 바로 발령이 나는 국립 사대에 진학하게 된 거죠. 대학원에서는 손봉호 교수님께 석.박사 과정을 지도받으면서 10년 정도 배웠는데 그분의 삶과 지식과 신앙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일례로 대학원 강의는 교수님이 바쁘면 빼먹는 것이 보통인데, 손 교수님은 방송 스케줄 등으로 수업을 못하게 되면 반드시 보강을 하셨어요. 심지어 방학 때까지 이어서 보강을 하는 통에 고생을 좀 하기도 했죠. 생활적으로도 늘 검소하게 사시고, 10년 동안 뵈어도 늘 똑같은 양복을 입고 다니시는 등 이런 부분들이 저를 비롯한 여러 제자들에게 깊은 영향을 남긴 것 같아요.
박사 논문은 어떤 주제로 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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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 쪽으로 썼어요. 지식 중심 시민교육의 한계를 넘어 실천 중심의 시민교육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했죠. 학교현장에서 여전히 시민교육을 지식이나 사고 능력 위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콜버그의 ‘도덕 발달론’은 딜레마 상황을 통해서 토론을 하면 도덕적 판단능력이 향상된다고 주장해요. 그런데 콜버그 자신이 수 년 동안 실험하고 적용을 하며 몇 년간 추적조사를 한 후 결과를 분석해 보니, 토론수업을 하면 학생의 판단능력이 향상되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는 별로 도덕적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도덕적 판단능력과 추론능력은 상당히 높아지는데 그게 진짜 목표냐는 거죠. 도덕 발달론의 기본 전제가 도덕 판단능력이 높아지면 도덕적 행동을 하게 될 거라는 것인데 이 전제가 틀린 거예요. 전제가 틀리니까 이론을 아무리 근사하게 만들어도 무너진 거고요. 콜버그는 결국 자기 이론의 모순 때문에 자살을 하죠.
기존의 지식.사고능력 중심의 시민교육도 그런 한계를 지녔습니다. 인권에 대한 지식을 아무리 가르쳐봤자 실제로 아이들은 옆에 있는 친구를 아무 죄의식 없이 괴롭힌다는 거죠. 이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지식을 가르쳐서 학생들을 민주 시민으로 키우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제 삶 속에서 민주주의나 인권 등을 체험해야, 시민의식이나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더 민주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런 문제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론과 실험 결과들을 종합하여 지식 중심의 교육을 넘어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연구를 했습니다.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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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사고와 행위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현장학습은 교과서에서 배웠던 지식을 박물관 같은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들으며 이해하는 수준에 머물렀죠. 이를 넘어서 교실에서 배웠던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경험을 통해 문제해결능력이나 의사소통능력 등을 체득하는 과정인 체험학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수요집회에 직접 참여하면서 왜 이런 활동이 필요한지를 배우게 하는 것이죠. 실제로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면 변화가 상당히 크거든요. 교과서에서만 보던 사건을 나가서 실제로 체험하면 공감능력이 생기고, 실천하는 능력도 향상됩니다. 이런 게 중요한 거죠. 이런 형태로 교육이 진행되어야 시민운동에도 직접 참여하게 되지, 지식으로만 가르치면 최소한 시민단체를 후원하는 정도도 안 하게 됩니다.
관련해서 좋은교사운동에 사회쟁점교육위원회가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교실에서도 다루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죠. 최근 계기교육을 둘러싼 교사의 정치적 중립 등에 대한 논란도 존재하고 ‘보이텔스바흐 협약’이라는 것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것이 원래는 교사를 정치에 동원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이것이 아예 교사의 정치적 자유마저 얽매는 수단으로 바뀐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교육에서 정치적 쟁점을 제거해버리는 방식으로 오용되는 것이 아닌가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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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에 ‘논쟁문제 수업모형’이 있는데, 교사가 사회적 쟁점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정교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논쟁문제 수업을 할 때 교사의 역할이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는데, 신념을 갖고 교사의 입장을 밝힐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수업을 공정하게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겠고요. 교사는 학생들끼리 충분히 토론하게 하고, 토론의 끝부분에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충분히 말할 수 있습니다. 사회교사라면 당연히 사회적 쟁점에 대해 수업할 수 있고, 해야 합니다.
예전에 독재 정권에서는 교사가 정치적 입장을 갖는다는 것이 결국 정권을 비판하는 쪽으로 가게 되니까 이를 봉쇄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을 내세운 측면이 있는 것이거든요. 최근에 계기교육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데 사실 굳이 어떤 계기가 있어야만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고 일상적으로 사회적 쟁점을 다루는 것은 사회과 교육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의 정치적 자유와 수업권 보장도 계속 목소리를 내면서 바꿔나가야 하고요.
거꾸로 교실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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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받고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의 사고력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대학 현장에서 많이 느꼈습니다. 여전히 대학에서도 교수 중심의 강의가 이루어지고, 학생은 스스로 사고하고 공부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했어요. 교대에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오는데도 이 학생들이 밤새 놀다가 아무 생각 없이 수업에 들어와서 멍하게 앉아 있는 등 수동적으로 학습하는 경우가 많죠.
한편 교육현장에서는 여러 형태의 수업성찰이나 수업코칭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대다수의 선생님이 찾는 것은 수업시간에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수업방법이나 자료예요. 열린 교육이 일어나다가 금방 사라졌고 핀란드 교육을 이야기하지만 별로 수업이 달라진 게 없잖아요. 최근에 거꾸로 교실도 유행하는데, 여전히 많은 선생님이 이것도 하나의 수업방법으로 이해해서 수업 비디오 만들어서 보여주고 학생들끼리 활동하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거꾸로 교실이라는 것이 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우리나라 교실 환경에 맞게 제대로 정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업을 바꾸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수업 ‘방법’이 아니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겁니다. 교사가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고 학생은 앉아서 수동적으로 배우는 교사 중심의 패러다임을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배우는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같이 배워가면서 도와주기도 하고 학습이 더딘 학생은 더 특별히 지도하기도 하면서 전반적으로 학생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하죠.
저도 2014년부터 교대에서 강의할 때 거꾸로 교실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교재나 참고자료를 읽고 강의실에 오면, 제가 전체 강의를 하지 않고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질문받고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하죠. 그 다음엔 모둠 별로 1시간 동안 토론하게 합니다. 모둠마다 토론한 내용을 발표한 후, 15분 정도 제가 피드백하며 강의를 정리해요. 학생들에게 이런 수업에 대해 물어보면, 옛날에는 아무 생각 없이 와서 그냥 수업 듣고 가면 됐는데 이제는 수업시간에 토론을 해야 하니까 미리 책을 읽어야 하고 스스로 공부하게 된다고 해요. 책을 안 읽어오거나 생각을 안 해오면 토론에서 소외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를 해옵니다. 여러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내용도 더 명확하게 이해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배울 수도 있죠. 이런 면에서 학습 효과가 훨씬 더 높습니다.
기존의 협동학습이나 배움의 공동체 등과 다르게 거꾸로 학습이 갖는 차별성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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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혁신하기 위해 수업방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수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죠. 기존의 수업방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거꾸로 교실은 여러 가지 수업방법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에요. 새로운 수업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그 안에서 협동학습, 토론수업, 하브루타 수업 등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이때 교사는 옆에서 학생들 수준에 맞게 공부하도록 도와주고, 학습더딤학생이나 배움찬찬이 같은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지도해주기도하고, 잘 하는 학생은 또래교사로 다른 학생들을 가르쳐주도록 하는 것이지요. 학습의 과정 속에서 과목이나 내용에 따라 얼마든지 여러 가지 수업방법을 사용할 수 있어요.
‘거꾸로 교실’과 ‘거꾸로 학습’을 구분했습니다. 핵심적으로 무엇이 다른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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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교실과 거꾸로 학습은 기본적으로 수업의 중심을 교사에서 학생으로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것이 같습니다. 교사가 전체 학생을 놓고 똑같은 내용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 그 대신에 학생들이 비디오나 학습자료를 미리 공부하게 하고 교실에서는 그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스스로 배우게끔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거꾸로 교실은 주어진 교과서 지식을 얼마나 잘 배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평가도 그 지식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맞추어 모든 학생이 똑같은 시험지로 객관식 시험을 치지요. 반면에 거꾸로 학습은 지식을 넘어서 고차적 사고를 키우는 것을 지향합니다. 학생이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해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끔 하고, 평가는 지식의 이해를 넘어서 문제해결능력이나 탐구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보고서나 구술시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지요. 특히 학생이 자신의 능력에 맞게 원하는 평가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어요.
중간 단계로 ‘거꾸로 완전교실’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와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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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완전교실은 거꾸로 교실과 ‘90% 이상의 학생이 90% 이상의 학업 성취도에 도달’하는 완전학습의 요소를 결합시킨 것인데요. 여전히 주어진 교과서 지식을 이해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것이 한계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수준에 맞추어 개별적으로 학습할 수 있고, 학습더딤학생의 보충학습을 도와줌으로써 90% 이상의 학생이 학습목표에 도달하도록 도와주는 부분이 더 발전된 것이지요. 거꾸로 완전교실에서 거꾸로 학습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지식을 넘어서 탐구력이나 창의적 사고력 같은 사고력의 발달에 초점을 맞추어 더 깊고 넓은 학습을 강조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거꾸로 교실의 확산 상황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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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래교실 네트워크’에서 만여 명의 선생님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거꾸로 교실을 통해 수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작년에 청주교대 학술대회에서 들은 발표에 의하면 ‘민주주의 단원에서 4주 정도 거꾸로 교실을 했고 효과가 있었다’는 식이었어요. 결국 하나의 수업방법으로 적용한 것이지요. 거꾸로 교실은 패러다임의 변화이기 때문에, 한 과목에서 1년 내내 거꾸로 교실을 적용하면서 기존의 교사 중심의 수업을 완전히 학생 중심으로 뒤집는 것이어야 합니다.
현장 교사들이나 교수님의 입장에서 실제로 거꾸로 교실을 실시한 결과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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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 의견을 보면 전통적 수업보다 학생 성적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되는데, 그 이유는 중.하위권 학생들이 교사 또는 또래교사의 개별적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희 학생들과 인터뷰를 해 보면, 일단 대학에 와서 진정으로 어떻게 공부하는 것인지를 배웠다고 해요. 지난해 EBS <다큐프라임> “교육대기획, 4부 - 서울대 A+의 조건”편에서 나온 것처럼, 우리나라 수재들이 서울대 들어가서 좋은 학점 받기 위해 교수가 하는 농담까지 다 받아 적고 그대로 외워서 시험을 친다고 하거든요. 제 강의에서는 제가 직접 가르치지 않고 학생끼리 토론하면서 공부하게 하는데, 학생들은 처음에는 좀 어려워 하지만 이것이 진짜 공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거꾸로 수업하는 것은 교사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활용해서 사회현상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과제를 주고 어떻게 토론을 시키는지 궁금한데요(이 대목에서 수업에 쓰이는 학습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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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교재를 읽고 내용을 정리하도록 ‘거꾸로 학습지’를 줍니다. 학생들은 이해한 내용을 정리하고 마인드맵 등 그림으로 구조화하여 제출합니다. 강의실에 오면, 제가 토론 문제를 주고 학생들은 모둠 별로 토론을 합니다. 저는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이 모르는 내용을 다시 설명해 주거나 토론의 방향을 잡아주죠. 토론이 끝나면 각 모둠이 발표하고 다른 학생들이 질문하면서 더 심층적으로 토의하게 합니다.
평가는 어떻게 합니까? 학생 개인에 맞춘 평가가 가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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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수행평가를 하고 기말고사에서 논술시험을 실시합니다. 수행평가는 학생들이 토론하는 동안 제가 모둠 별로 다니면서 학생들의 토론 활동을 관찰하여 평가를 내립니다. 논술시험은 오픈 테스트 형태로 시험지를 집에 가져가서 공부하면서 작성하도록 합니다. 불행하게도 교육대학은 A.B학점의 비율이 정해진 상대평가를 해야 하고, 임용고시에도 성적이 반영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학생이 성공하는 수업은 교대에서도 불가능하군요. 완전학습을 지향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변별을 해야 하고, 모두가 성공하면 오히려 문제가 되는 이런 현실적 딜레마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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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부분이 우리 사회에 합의가 되어야 할 부분인데요. 먼저 완전학습을 위해서는 교육과정이 적정화되어야 하는데 교육과정 부분은 선생님들이 관여하기 어렵고, 주어진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죠. 하지만 교과서 전체를 다 안 가르쳐도 되거든요.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진도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거꾸로 교실을 적용하면서 학습이 더딘 학생들의 학습을 도와주면서 수업할 수 있지요. 교사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전통적 수업 환경에서는 중.하위권 학생들을 챙길 시간이 없어요. 거꾸로 교실을 하면 선생님이 전체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시간적 여유가 생기거든요.
평가 문제는 현행 시스템 안에서 지필평가를 안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수행평가의 비율을 높여서 다양한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험 한 번만 보고 끝내는 평가에서는 학생들도 그 때 한 번 외워서 끝내는 공부를 하지만, 거꾸로 교실의 평가는 수업 과정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니까 다각도의 평가가 가능하죠. 이 부분에서 교사의 평가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절대평가에 대해서도 부풀리기 논란 등이 있지만, 그런 문제는 몇 년 이상 길게 보고 가면 정착이 될 것이라 봅니다.
교사양성과정으로 주제를 옮겨서,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춘 새로운 교사상을 교ㆍ사대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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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양성과정의 문제는 어떤 학생을 선발할 것이냐 하는 것인데요. 현재 교대의 경우 너무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초등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성적보다는 교사로서의 인품이거든요. 기본적으로 학습더딤학생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한데, 학창시절 성적이 우수했던 예비 교사들의 문제는 학교에 갔을 때 공부 못하는 애들을 이해 못하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수업했는데 너는 왜 모르냐’는 거죠. 이런 것들을 고려하여 학생들을 선발할 때 성적 비중을 좀 낮추고 면접을 통해 교사로서의 적성과 인성을 반영하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선발은 그렇고 교육 과정에서 실습을 강화한다든지 하는 방안은 어떤가요? 임용고사도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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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부분의 대학이 학생들을 실습 보내놓고 거의 관여를 하지 않아요. 실습의 내용이 중요한데, 실습을 담당하는 교사가 이미 전통적 수업방식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업 지도안 짜느라 밤새지만 그것이 그리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실습 시스템을 바꾸어야 합니다. 임용고사도 암기력 테스트를 넘어서 질적인 평가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발도 성적 중심이고, 임용고사도 지필고사가 중심인데, 대학 강의에서도 상대평가의 결과가 임용고사에 반영되는 구조 속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절대평가 그리고 다양한 능력에 대한 평가라는 철학이 상당히 모순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가 되어가는 과정이 오히려 기존 교육체제의 문제점이 더욱 강화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염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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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시험에서 대학 성적을 반영하는 본래 취지는 교.사대 교육을 정상화시키고 대학 공부를 제대로 하도록 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상대평가 체제 속에서 자기들끼리 경쟁해야 하고, 그 결과가 당락을 좌우하니까 그런 폐해가 좀 크죠.
교사양성과정에 민주시민교육의 차원의 교육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의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 같은 과정들이 있잖아요. 교사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어려운 지역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활동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실제로 제도적으로 장려하는 구조는 어려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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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프로그램들이 있으면 바람직할 텐데 제가 아는 한 없습니다. 사회봉사 학점이라는 것도 취지는 좋지만 대부분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대학의 구조 속에서는 학생들이 시험공부 외의 활동을 하면 임용에서 불리해집니다. 당장 학생회장을 하려 하는 학생도 없을 정도예요. 어떤 일도 벌어지느냐 하면, 어쨌든 누군가는 학생회장이 되어야 하니까 3학년끼리 콘도에 들어가서 자원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없으면 우리가 돈 걷어서 100만원, 200만원 줄 테니까 누구라도 나와서 하라는 거죠. 아마 다른 교대들도 비슷한 상황일 겁니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이 와중에 GVF 활동도 돕고 예비교사 사역을 하고 계시는데, 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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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선교단체들이 전반적으로 어렵습니다. 예전에 어떤 선교단체의 경우에 100여명 넘게 있었는데 지금은 20명 정도밖에 안 돼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 시간을 뺐기니 꺼려하는 것이지요. 3.4학년이 되면 임용 준비에 ‘올인’하면서 더 어려워지고요.
전북의 GVF는 서관석 교수님 같은 분이 엄청나게 헌신을 해서 유지되고 있는 겁니다. 교대 전체 학생들을 불러서 상담도 하시고 개인적으로 학생들을 돌보고 계세요. 현장 교사가 중심이 되는 GVF의 경우에는 비전은 크고 좋은데, 중심이 되는 교사들이 결혼하고 육아를 하게 되면서 비전의 추진력이 떨어지는 것 같고 헌신할 다음 세대를 양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좋은교사운동을 비롯해서 교사들이 변화하는 시대 가운데서 어떤 과제를 잡고 가야 하는지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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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의 혁신’이 핵심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수업방법을 바꾸는 것은 당장 눈에 띄는 변화이고 필요하지만 큰 틀에서 수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운동을 했으면 합니다. 2001년에 앨빈 토플러가 한국의 학교와 교사를 보고, 미래에 쓸모없어질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비판했어요.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죽은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에 힘을 쏟는 현실이지요. 이제는 교사가 중심이 되어 주어진 교과서를 달달 외우게 하는 설명식 수업의 틀을 벗어나서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하도록 도와주는 패러다임으로 바꿔가야 합니다. 교육제도나 정책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교사와 학생이 만나서 하루 종일 이루어지는 교실 수업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내년부터 현장 선생님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거꾸로 교실로 수업을 변화시키는 일에 헌신하고자 합니다.
교·사대 양성과정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답답해졌다. 성적이 가장 우수한 아이들이 들어와서 상대평가 체제 속에서역시 좌우를 돌아보지 않고 성적 경쟁을 하다가, 그 정점에서 임용고사를 통해 교사로 선발되는 구조 속에서 길러지는 태도와 능력은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과 많이 다를 것 같은데. 현재 체제는 구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 같다. 그 가운데서 거꾸로 학습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학생 중심 수업, 단편적 지식을 넘어선 능력을 기르는 수업, 모두가 배우는 수업’ 분명 거꾸로 학습은 현재 체제와 맞서고 있다. 이 말은 곧 현재 체제가 거꾸로 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분명 이 실천이쉽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히 수업 방법 하나를 도입하는 차원이 아닌 패러다임을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큰 흐름은 당장 바꾸지 못하지만 진짜 공부를 맛본 사람들은 그 흐름 가운데서 조금씩 다른 물길을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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