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연가 1
아침 독서로 여는, 더불어 꿈꾸는 교실
마침내 이루어진 소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소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는 것이다. 그렇지만 항상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내가 생각한 만큼 책을 많이 읽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내가 초등 교사가 된 후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이들과 함께 책 속에 푹 빠져 있을 때다. 매일 아침 15분 정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가까이하고 즐길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2010년 겨울 방학 때 독서에 관한 정말 좋은 책 두 권을 만났다. 한 권은 여희숙 선생님이 쓰신 《책 읽는 교실》이고 다른 한 권은 아침독서추진본부에서 펴낸 《대한민국 희망 1교시 아침독서 10분》이라는 책이었다. 처음에는 ‘아침 독서 10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것도 꾸준히 하면 뭔가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아침 독서를 시작하다
2010년 한 해 동안 3학년 스물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아침 독서를 꾸준히 했다. 아침 독서 10분을 실천하고 보니 생각보다 아이들이 훨씬 더 좋은 반응을 보였다. 물론 만화책을 읽고 싶어 하는 아이, 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 자기 수준의 책을 못 골라서 이리저리 책을 뒤적이는 아이들도 몇몇 있긴 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자기만의 책 세계에서 꾸준히 책을 읽었다. 무엇보다 교사가 열정을 가지고 한 가지 일에 꾸준한 열심을 보이면 아이들이 나중에는 잘 따라 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체험한 귀중한 경험이었다.
2011년 올해는 아이들과 만나는 첫날부터 아침 독서를 실시했다. 그리고 앞으로 내년에 너희들과 헤어지는 날까지 아침 독서를 할 거라고 말했다. 작년에 모아 둔 학급 문고 200여 권이 있어서 시작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 두 권 가져오기, 우리 집 아이들이 어릴 때 보았던 책 모두 가져오기, 아침 독서의 취지를 잘 이해한 학부모님의 중고 책 기증, 나를 아는 지인들의 책 기증, 좋은 전집류 인터넷에서 아주 싸게 팔 때 주저 없이 구입하기 등을 통해서 어느새 우리 반 학급 문고는 600여 권이 넘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독서 수준은 생각보다 편차가 컸다. 어떤 아이들은 동식물이 나오는 그림책이나 글씨 큰 옛날이야기를 겨우 읽는 수준이고 어떤 아이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을 정도로 독서 수준이 높은 아이도 있었다. 어떤 책이든 자기의 수준에 맞게 즐기다 보면 차차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서 지도를 하면서 무엇보다 일주일에 한 권 정도 재미있는 책을 읽어 주면서 아이들에게 독서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를 알려 주려고 애썼다. 책을 재미있게 읽어 주다가 중간에 멈추면 아이들이 먼저 도서관에 달려가거나 자기 집에서 구입하여 읽는 경우도 있었다. 박지성, 김연아 등의 스타에 관한 책 그리고 재미있는 영어 동화책도 가끔씩 읽어 주었다.
아이들을 도서실에 데리고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르라고 했을 때, 10여 분이 지나도 자기가 읽을 책을 고르지 못하고, 또 골랐다 해도 맘에 안 들어서 금방 바꾸는 것을 보면서 ‘도서관에서 책 고르는 법도 일일이 알려 주어야 하는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침 독서, 이렇게 해 보세요
나는 아침 독서 활동을 네 가지 원칙을 세워 진행했다.
* 모두가 읽어요
때로는 바쁜 일이 있을 때에도 항상 아침 독서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나도 함께 아이들과 독서를 하니까 아이들도 아침 독서 활동에 잘 참여해 주었다.
* 날마다 읽어요
매일 아침마다 빠지지 않고 아침 독서를 하고 가끔씩 학교 전체 조회가 있는 날에는 아침 국어 시간을 이용해서 아침 독서를 했다. 물론 방학 중에도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과제를 제시했다.
*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과학 앨범, 옛날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창작 동화를 읽는 수준까지 날로 독서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만화책(학습 만화도 포함)은 아침 독서 시간 말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읽도록 하고 있다.
* 그냥 읽기만 해요
더불어 꿈꾸는 교실을 소망하며
아이들의 책을 내가 먼저 더 많이 읽고 아이에게 적절한 책을 권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그리고 필요한 책을 지속적으로 구입하고 이 일에 학부모님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책 읽기가 무르익으면 느꼈던 것을 글로 옮길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글쓰기 지도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아침 독서 10분 활동이 정말 좋은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우리 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같은 뜻을 품고 있는 GVF 동료 교사들에게도 이 활동을 적극 권할 생각이다.
학급 문고도 더 확충할 계획이다. 우리 반에는 전집류가 약 350여 권 단행본이 약 250여 권 정도 있다.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학급 문고를 약 1,000여 권 정도 확보하는 것이 우리 반의 목표다.
아침 독서 활동으로 나의 오랜 소원도 이루어 주시고, 우리 아이들과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셔서 하나님께 참 감사한다. 아침 독서를 하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의 소감을 짧게나마 소개한다.
저는 아침 독서가 좋습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가져오는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아침 독서를 15분해서 좋습니다. 그래서 우리 반이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작년에는 책을 50권 읽었는데 올해는 223권을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읽을 생각입니다.
(순창초등학교 3-1 강미진)
저는 원래 책 읽기를 싫어했는데 우리 선생님 덕분에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책도 만화책을 많이 보았는데 지금은 줄글 책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아침 독서를 할 때 저는 책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순창초등학교 3-1 이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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