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다시 매일 가정 예배를 드리다
임경근 목사님은 가정 예배를 매일 드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실제로 목사님 가정은 하루에 3번 가정 예배를 드린다고 하셨다. 내용과 형식에 관계없이 모일 수 있는 가족들만이라도 모이고 아이들의 상황과 수준에 맞는 간단한 말씀과 기도를 나눌 것을 권면하셨다.(올해 초 임 목사님 가정에 저녁 초대를 받아 갔었는데, 최근에는 매일 찬송가 순서를 따라 찬송을 부르고 찬송가에 있는 성경 말씀과 해설을 나누는 것을 보면서 얼마든지 창의적인 예배가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 5월 임경근 목사님의 말씀을 들은 후부터 매일 가정 예배를 드리기로 다시 결단을 했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아이들의 학교 시간이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몇 년간 매 주일 저녁에만 가정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다시 매일 드리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그래서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다 참석 못할 경우 정한 시간에 있는 사람들만 모여 기도 제목을 나누고 합심 기도하는 것으로 매일의 예배를 드리고, 대신 주일 저녁에는 모든 가족이 다 모여 충분한 시간을 드려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그래서 아빠가 늦게 들어오는 날은 엄마가 인도를 하고, 아빠 엄마가 같이 늦게 들어오는 날은 제일 큰 아이가 인도를 하는 식으로 해서 매일 빠짐없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렇게 다시 가정 예배를 시작한 것이 하나님의 예비하심이었는지 지난해 우리 가정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큰 아이가 고3, 둘째 아이가 중3 입시생이었고, 아내는 6월에 자궁에 종양이 발견되어 7월에 수술을 받았다. 나는 8월 기독교사대회를 앞두고 영적으로 초긴장해 있었고, 집주인이 갑자기 이사를 요구해서 급하게 집을 알아보고 8월 말에 이사를 했다. 교회 내 크고 작은 문제들이나 좋은교사운동 내 풀어야 될 문제들은 늘 안고 있는 문제였다. 그런데 5월부터 매일 가정 예배를 드리면서 이 모든 문제들을 온 가족들이 함께 기도해 왔는데, 문제를 공유하면서 가족들이 인간적으로뿐 아니라 영적으로도 많이 가까워졌다. 하나님께서 각 문제들에 대해서 어떻게 역사해가시고 어떻게 당신의 선하심을 드러내시는지를 체험해 감으로 아이들이 하나님을 경험하는 시간도 되었다.
육의 양식, 영의 양식
김헌수 목사님은 종교 개혁 시대 경건한 가정의 전통을 많이 말씀하셨다. 그들은 매 식사 때마다 가족이 같이 모여 식사 전이나 후에 말씀을 읽고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육의 양식과 영의 양식을 함께 먹는 삶의 습관들을 형성했다고 한다. 특히 칼빈은 하루에 8번 기도할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3끼 식사 전과 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저녁에 자기 전)
현대인들이 이렇게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아이가 학교 갈 때 부모가 손을 얹어 기도 해주고, 아이가 학교 갔다 오면 바로 아이에게 따뜻한 차와 간식을 먹인 후 10분 정도 아이와 함께 말씀을 읽고 기도하고, 저녁에 온 가족이 모이면 역시 간단한 다과를 함께하며 말씀과 기도를 나누는 것을 습관화할 것을 제안하셨다. 육의 양식과 영의 양식을 세트로 배치하는 것은 참 신선했다.
그리고 김 목사님은 종교 개혁 시대의 소중한 전통인 신앙고백서나 요리 문답을 가정에서 읽고 교육할 것을 제안하셨다. 원래 요리문답을 가르치는 것은 교회 목사의 소임이지만 요즘처럼 교회가 아이들을 교육할 절대 시간을 잃어버린 때엔 가정 예배 때 요리 문답 공부를 회복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리라는 각성이 왔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평일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큐티를 확인하고 함께 기도하는 방식을 유지하지만, 주일 저녁에는 하이델베르크 요리 문답을 미리 공부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하이델베르크 요리 문답은 성약 출판사에서 깔끔하게 번역했고, 김헌수 목사님의 해설서도 같이 출판했는데, 매우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가정 예배를 찾아서
결혼생활 20년, 처음에 잠들기 전에 아내와 서로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것에서 시작한 우리의 가정 예배는 아이들이 태어나고 성장함에 따라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 왔고 다양한 변신을 꾀해 왔다. ‘아이들에게 그림 성경책 읽어 주고 기도해 주기’, ‘찬양 중심 예배’, ‘주일 예배의 축소판 예배’, ‘주일에 들었던 말씀 나누기’, ‘성경 통독’,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문답 따라 하기’ 등 시도해 보지 않은 방법이 없었고, 매일 하기, 격일로 하기, 1주일에 1번 하기, 때로 한동안 방학에 들어가기도 했다. 아침에 한 동안 드리다가 저녁으로 바꾸기도 했다. 어떤 때는 아이들의 반발을 억지로 누르고 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기도하는 것이 가정 예배의 중심이 되었다. 급하게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각자 자신이 원하는 집의 조건에 대해 기도 제목을 내놓고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그 모든 조건에 다 맞는 집을 주시는 것을 체험하며 놀라기도 했고, 새 학년 전에는 새로 만날 선생님과 친구들을 위한 기도, 고입과 대입을 앞두고 주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기도 등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놓고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개입하심을 경험하면서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실제로 우리 삶에 구체적으로 역사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 갔다. 교인들과 주변의 아픈 사람들과 연약한 사람들을 위한 기도, 여러 나라와 사회의 현안을 놓고 기도하는 가운데서 우리의 삶이 자신과 가족에게만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 갔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어떤 과정을 통해 부모의 하나님이 아닌 자신의 하나님으로 고백하며 하나님 앞에서 단독자로 서 가는가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고 염려가 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가정 예배는 온 가족이 가정에서 마치 밥을 먹고 뒹굴며 놀고 이야기를 하고 때로 싸우기도 하듯 부모와 아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가장 자연스럽게 하나님 앞에 같이 나아가며 같이 하나님을 경험하는 방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의 한가운데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늘날 한국 교회의 현실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나는 “신앙 전승에 실패한 교회”라고 말하고 싶다. 유럽 교회는 수백 년 동안 신앙 전승을 해 오다가 최근 그 전통을 잃고 있는 반면 한국 교회는 100년이 겨우 넘는 시간에 급속도로 신앙 전승의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그 어떤 현실보다 심각한 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한국 교회의 현실 앞에서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직장과 사회는 사람을 너무 일에 혹사시켜 가정에 시간을 내지 못하게 하고, 한국 교회는 가정에서의 신앙 전승의 실패의 위기를 제대로 못 느끼고 있고, 아이들은 경쟁과 대학에 내몰리거나 게임과 영상물 등 온갖 세상의 재미있는 것에 매몰되는 이 상황이 너무 거세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의 조류를 거슬러 우리의 가정은 어떻게 우리의 아이들에게 영적 피난처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예배라는 형식에 급급하거나 바리새적인 규칙 지키기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신앙이 삶이고, 가정은 우리의 사적인 삶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라면, 가정 예배는 자연스런 삶의 연장이어야 하고, 하나님 중심의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부모의 신앙의 가장 자연스런 표현이어야 한다. 그냥 가족이 편하게 모여 대화하고 서로 사랑하되 그 시간의 한 부분을 조금 더 의식적으로 우리 삶과 가정의 주인 되신 하나님을 생각하고 그분과 대화하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그 방법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실 것이다.
'연재 종료 > 정병오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난과 평범을 경험할 기회를 빼앗지 마라 (0) | 2011.05.09 |
---|---|
역사를 사는 그리스도인 (0) | 2011.03.28 |
우리는 과연 사랑의 빚을 갚으며 살고 있는가? (0) | 2010.12.31 |
고전읽기와 세상읽기 (0) | 2010.11.09 |
자녀가 마음대로 안 될 때(2010년 10월호) (0) | 2010.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