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선생님들 덕분에 교육 현장에 소명의 꽃이 피어납니다
인터뷰_ 한성준, 김영석
사진·촬영_ 이정우
정영찬 (후세대교회 담임목사)
진주교육대학교 졸업 후 3년간 교사로 근무하고 목회자의 길을 걸어왔다. 진주교대 재학시절부터 후세대선교회에서 활동하였고, 1998년 기독교사대회 참가 이후 2003년 하나님의교사들(GT)를 창립하여 지금까지 예비교사와 교사들을 돕고 있다. 월간《좋은교사》성경공부 교재를 20년째 집필하였으며 설교집으로《바람》(2022)을 출간하였다. 북한선교와 북한교회 재건을 위한 뜻을 품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정영찬 목사입니다! 저는 진주교육대학교에서 초등교육학을 전공하고, 경남 통영에서 교사 생활을 3년간 하였습니다. 이후 사직을 하고, 수원에 있는 합동신학교(현, 합동신학대학원)에서 3년간 신학을 공부했고, 부산에 있는 고신대학교 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하여 기독교교육과정(석사), 기독교대안학교(박사) 등의 주제로 논문을 썼습니다. 하나님의교사들(GODteachers, 이후 GT)의 창립부터 올해까지 34년간 줄곧 동역하며 기독교사운동에 참여했으며 후세대교회를 개척하여 올해 20년째를 맞이했습니다. 기독교교육과 학교, 공동체와 교회, 성경에 마음을 쏟으며 살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작년 이맘때 기윤실교사모임에서 수련회 설교원고를 《바람》(2022)이라는 소책자로 출간해 주신 바 있습니다.
2.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지난 2월에 아내와 함께 태국의 북향민 선교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기독교사운동과 목회를 병행하면서 마음에 품고 있는 소명의 걸음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북한선교, 통일선교입니다. 이 소명에 대한 마음은 진주교대를 다니던 청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거주의 경계까지 정하시는 하나님이심을 알기에 복음을 전할 땅끝이 어디일까 고민하다가 우리 나라의 분단상황과 한반도의 복음 역사를 공부하고는 한반도의 영적 부흥, 통일선교를 가슴에 품기 시작했어요. 틈틈이 북한선교를 담당하는 기관을 방문해왔고, 그곳의 요청에 따라 성경을 강의하는 등의 동역을 이어오고 있어요. 여담이지만 기독교사대회 때마다 선택특강도 통일에 관한 것만 편식하듯 들었어요. 남북한의 왕래가 자유로워지는 날이 오면 남은 생애를 북한교회 재건을 위해 힘쓰고 싶습니다.
3. 3년간의 교직생활을 뒤로 하고 목회자의 길을 걷고 계십니다. 대학시절 후세대 선교회에서 활동하고, 이후 하나님의교사들(GT)을 설립하셨습니다. 어떠한 삶을 살고자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후세대선교회는 제가 진주교대 3학년 재학 중이던 1989년 10월에 창립되었습니다. 진주교대 인근의 한누리교회를 담임하시던 하언승 목사님께서 헌신적으로 설립에 힘써 주셨습니다. 이후 후세대선교회는 진주교대 출신의 초등교사모임과 진주교대 학생들로 구성되었고, 1998년 1회 기독교사대회 참가 이후 경남 거제지역의 기독교사모임과 통합하면서 2003년부터 ‘하나님의교사들(GT)’로 개명했습니다. 후세대선교회의 역사는 그대로 이어받기로 했고요.
목회자로서의 소명은 진주교대를 졸업하기 1년 전, 4학년이 시작될 때쯤 받았습니다. 누군가 교직 경험을 갖고 신학을 공부하여 예비교사들과 현직 교사들을 독려한다면 하나님 나라의 열매가 많아질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품고, 2년여 동안 기도했습니다. 기도의 결과로 제가 품었던 생각이 나를 향하신 부르심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교사를 그만두고 신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엄청난 스트레스였어요. 심한 우울감에 시달리며 괴로워했습니다. 주님의 뜻에 순종하기를 원하시는 강권하심을 느껴졌습니다. 결국에는 신학교에 입학했는데, 건물 안쪽 벽에 2층에서 1층까지 세로로 커다랗게 걸린 액자가 눈에 들어왔어요. 지사충성(至死忠誠)(계2:10), 이 글귀를 대할 때마다 전율을 느꼈습니다. 새로운 소명을 위해 다시 태어났으니 죽음에 이르기까지 주어진 부르심 앞에 성실히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금까지 제 삶에 좌표가 되는 말씀입니다.
4. 좋은교사운동의 시작부터 함께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교사운동과 어떻게 함께 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1998년 제1회 기독교사대회를 앞두고, 그해 4월 중간고사 기간에 당시 현직에 있던 송인수, 정병오 선생님께서 우리 모임 소식을 듣고 진주로 내려오셨어요. 그분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거품을 물고 설명하는 기독교사대회 소식에 마땅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엄청난 폭우를 뚫고 우리도 그해 여름 강원대학교로 향했고, 당시 강도사였던 제가 기도회 순서를 맡아 섬겼어요.
이후 ‘기독교사연합’이라는 이름을 보다 완곡하고 대중적인 의미로 ‘좋은교사운동’이라고 이름 짓고 사단법인으로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2년마다 열리는 기독교사대회에 GT가 두 차례 간사단체로 섬겼는데, 편안하게 참여하는 것보다 섬길 때 공동체에 더 큰 은혜가 임했습니다. 이는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는 신비한 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교사운동의 이사라는 직함을 한 번도 양보하지 않고 이어왔는데, 올여름이면 임기가 만료됩니다. 이제 갱신하지 않고 우리 단체의 다른 지체에게 넘겨주려 합니다. 1년에 1회, 안건이 있으면 몇 차례 소집되는 정도이지만 좋은교사운동 전체의 방향과 리더십을 고민하는 중대한 직분이어서 막중한 책임과 긴장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5. 월간 《좋은교사》 교사용 성경공부 교재를 20년째 집필해오고 계십니다. 매월 어떤 마음으로 집필하고 계신가요?
2003년 말, 선임 집필자인 정병오 선생님(현 좋은교사운동 이사장)께서 저에게 자연스레 그 일을 넘겨주었어요. 당시 정병오 선생님처럼 2~3년 제가 맡아서 하다가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주는 일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아직도 매년 12월호 원고를 넘겨줄 때면 편집장에게 혹시 다른 집필자가 생기면 알려달라고 습관처럼 묻고 있어요. 그렇게 시작한 일이 올해로 딱 20년을 채우게 되었네요. (웃음)
처음 몇 개월을 집필하면서 성경을 한 권씩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 선생님들이 적어도 1년에 한 권씩 성경을 개론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되니까요. 목사로서 성경을 설명하고 가르치는 일은 가장 본질적인 사명이면서 기쁨의 영역이기에 이 일은 너무 복되고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원고를 쓸 때 마지막 나눔을 위한 적용과 실천의 글을 쓰는 것이 제일 힘듭니다. 시기적으로 한 달 앞서 원고를 마무리하니까 교육 현장을 미리 떠올려야 하고, 본문의 해설과도 일치하는 적용을 찾아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요. 무엇보다 무려 20년째 원고를 쓰다 보니 너무 비슷한 멘트와 적용점 때문에 한계상황을 맞곤 합니다. 그때마다 잠점히 성령의 인도하심을 간구하며 잠시 글을 멈추고 뒷산을 돌거나 텃밭에서 땀을 흘린 다음 다시 책상에 앉으면 신비하게도 원고가 마무리되곤 합니다. 은혜로 한 달 한 달 채워가고 있습니다.
제가 쓴 해설을 읽는 선생님들에게 성경을 알아가는 기쁨이 샘솟고, 그것으로 나눔을 하는 모임에 성령의 충만함이 임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하나님 나라가 교육 현장에 강력하게 임하기를 집필자로서 늘 기도합니다.
6. 좋은교사운동의 회원단체들이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GT는 어떤 변화와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후세대선교회에서 하나님의교사들로 이름을 바꾸어본 역사적 경험이 있습니다.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구성원과 단체의 특성이 바뀌었습니다. 교대생과 초등교사 중심에서 유아교육기관의 교사, 초등, 중등, 특수교사까지 외연이 확장되었습니다. 이는 상당히 긍정적이고 유익한 변화의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올해로 34년을 지나오면서 구성원의 얼굴도 상당히 많이 변했습니다. 20~30년 이상을 동역하는 지체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사라졌습니다. 그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처럼 기독 단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구성원은 자연스럽게 바뀌고, 구성원의 변화는 분위기의 변화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변화 속에 바뀌지 않아야 할 본질적 요소와 변화를 수용해야 할 비본질적 요소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과 하나님 나라와 관련된 교리적 측면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야 할 본질입니다. 하나님의교사들은 초기의 방황을 지나 하나님의 말씀(성경), 양육, 공동체, 사역이라는 가치를 붙잡았어요. 우직하게 복음을 전하고 제자들과 동료교직원, 후배들을 초대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감사하게도 현재까지 수적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른 기독교사 단체의 경우에도 구성원들의 변화, 사역의 내용과 양상의 변화 등이 찾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26년 동안 좋은교사운동과 함께하면서 많은 기독교사 단체들의 명멸을 관찰해왔어요. 본질에 충실할 때 생명력과 지속력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말씀과 기도, 복음사역, 제자나 동료교사에게 복음을 전하고 사역으로 초대하는 단체들은 크게 위축되지 않았어요. 그러나 교사의 입장과 가르침의 영역에만 집중하면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변할 때 지치고 고갈되기도 했습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복음과 부르심의 소명으로 뜨거운지, 항상 본질로 공동체의 현 상황을 점검해야 합니다.
7. 전직 교사로서, 목회자로서 오랜 세월 선생님들과 함께하시고, 교육계를 지켜보셨습니다. 갈수록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선생님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보고 계십니까?
정말 현장에 서 있는 교사들의 고통이 해마다 더해가는 것을 봅니다. 크게 보면 두 가지 문제로 보입니다. 하나는 교육계를 포함한 우리 사회 전반의 세계관적 영향입니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얻기 위한 도구로 교육을 이해하고, 진학과 직업 선택을 위한 과정으로 교육을 바라봅니다. 인격 형성, 바른 인생관 등을 논의하고 가르칠 기회가 상실되고 있어요. 게다가 자녀의 수가 현격히 줄어들면서 자기 자녀만을 중시하는 편애적 성향까지 더해졌지요. 이런 사회적 분위에서 교육계가 적절하고 적법한 대처 방법을 찾지 못하고 그저 끌려가는 상황입니다.
또 하나는 교사 자신의 세계관 문제입니다. 창세기 3장에서 범죄 이후 인간의 역사는 단 한 번도 영적으로 평안하거나 쉽게 넘어갔던 적이 없었어요. 사회와 역사는 늘 영적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싸움터입니다. 기독교사들도 사회와 시대의 가치에 너무 쉽게 동요하고 함몰되고 있습니다. 복음을 너무 쉽게 양보하고 있어요. 그러니 피곤과 부담이 끝없이 반복되고, 복음이 없는 교사들과 같이 아파트, 주식, 해외여행 패키지에 눈독 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영적 전쟁 속에서도 주
님의 부르심에 목숨을 걸고, 주님께 받은 소명을 따라 뚜벅뚜벅 걸어가는 복된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어요.
8. 앞에서 말씀하신 어려움을 겪는 선생님들에게 전직 교사로서, 목회자로서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처음 인류가 선악과를 따먹고 하나님을 피해 숨었을 때, 하나님께서 먼저 찾아오셨고, 그들에게 복음을 일방적으로, 주권적으로 제시하셨습니다. 이는 타락한 인류에게는 스스로 죄 문제를 해결하고, 창조의 생명과 영광을 회복할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을 선명하게 알려주는 장면입니다. 21세기라고 해서 달라진 것이 있을까요? 지금도 여전히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주시는 하나님을 믿고 그분께 신실하게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히 11:6)
제가 심각하게 진단하는 것은 한국교회 전반이 복음의 진정성에서 이탈하고 주변적인 것에 집중하거나 정치 이데올로기의 덫에 걸려 넘어진 상황입니다. 예배를 드리며 뜨거운 눈물을 흘려본 경험이 언제입니까?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자기의 죄를 토하면서 목이 쉬어본 때가 언제입니까? 복음을 전하면서 무시와 핀잔을 받고도 신령한 기쁨을 누려본 일이 언제입니까? 성경을 더 읽고 싶어서 잠을 설치거나 설교의 시간이 너무 짧아서 더 오래 설교해 줬으면 좋겠다고 아우성을 쳐 본 적이 언제입니까? 경건의 모양만 있을 뿐 경건의 능력을 상실한 껍데기 신자들의 시대입니다.
우리는 다시 십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곳에서 부활의 권능을 덧입고 하늘의 영광과 생명을 뜨겁게 소망하며 목숨을 걸고 부르심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9.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지난 3월부터 안식 기간(8개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성경 강의를 요청하는 선교지를 찾아가 성경을 가르치거나 북한선교를 담당하는 국내외 기관을 방문하고, 아내와 함께 이스라엘, 이집트, 터키 등지로 성경 지리 답사도 다녀오려고 합니다.
그동안 교회와 GT 수련회에서 전했던 설교를 책으로 만드는 일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하나님의교사들 30년사를 집필해야 할 부담도 큽니다. 교회 사역을 안식할 뿐이지 여전히 움직이고 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연히 매달 월간 《좋은교사》성경공부 원고도 집필해야 합니다. (웃음)
앞으로 계속해서 성경을 잘 가르치는 목사, 눈물로 복음을 외치는 목사, 한반도의 통일을 소망하며 북한교회 재건을 위해 기도하는 목사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10. 학교 현장에서 애쓰고 계시는 좋은교사운동의 선생님들에게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생님들이 여전히 한국교육의 희망입니다. 우리가 희망이 되기 위한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인격적으로 끌어안는 것입니다. 우리 주님의 이름과 복음의 생명력이 한 분 한 분에게, 모든 회원단체에 강력히 임하기를 소망합니다. 가장 먼저는 주일 공예배를 사모하며 나아가고, 예배드리는 그 자리에 은혜가 임하기를 소망합니다.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확보하며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능력 주심을 경험해야 합니다. 그리할 때 선생님들이 서 계신 우리의 교육 현장은 예배의 현장이 되고, 소명의 꽃이 피게 될 것입니다. 지치지 말고 계속 걸어갑시다. 좋은교사운동이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선생님들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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