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세상 살아내는 지혜를 가르치는 선생님들께 그림으로 응원합니다
- 그림으로 쓰는 연애편지의 주인공은 늘 하늘 아버지입니다
인터뷰 한성준 현승호 손지훈 김영석
촬영 이정우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리움을 그리는 초록담쟁이입니다. 저는 홍익대학교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하였고요. 지금은 자연을 닮은 삶을 사는, 그리고 그 삶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소박한 그림쟁이를 꿈꾸며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5년동안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정식연재 작가로 활동하였고, 좋은교사운동과는 2021년 표지그림을 그리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네요.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기분 좋게 그림을 그렸는데, 선생님들도 좋아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2.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지난 3월 1일부터 두 달간, 일러스트전을 치뤘습니다. 그동안 전시회를 열 기회는 많았지만 책이나 다른 통로로 꾸준히 그림을 보여 드려왔기 때문에 따로 전시를 하진 않았는데요, 좋은 공간과 기회를 제공해 주셔서 참 좋은 시간 가질 수 있었어요. 보여 드리지 못했던 원화들도 보여 드리고, 오래전부터 저의 그림을 좋아해 주시고 응원해주셨던 분들을 직접 만나 뵙고 인사드릴 수 있어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그림을 그리는 것이 혼자 작업하는 일이다 보니 주변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전시를 통해 ‘나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었구나. 함께 걸어준 많은 분들 덕분에 이렇게 감사한 시간이 찾아오는구나!’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시를 통해 지금까지의 삶과 작업에 대해 되돌아보고 어느 정도 정리를 할 수 있었어요. 이제는 또다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될 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지금은 전시를 통해 받은 힘으로 더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고요. 더불어 삶의 모습을 다시 디자인하기 시작했어요. 좀 더 자연친화적인 곳으로 거주지를 옮기고자 이사 프로젝트를 시작했지요. 저희 부부는 정말 집순이 집돌이라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았는데요, ‘나의 살 곳은 어디인가’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여러 곳을 여행하고 있어요. 팔도 유람의 꿈이 이렇게 이루어지네요. (웃음)
언제 이사를 하게 될지, 또 어디에 머무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살아갈 모습을 꿈꾸며, 또 그 꿈을 이루어가실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떠나는 여정 자체가 참 신나고 즐거운 것 같아요. 이런 일들로 인해 또 어떤 새로운 그림을 그리게 될지 기분 좋은 설렘과 기대로 요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3.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신 것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산골생활을 하시고부터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림작가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여러 책에서 언급했듯이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강원도 산골생활을 하고 나서였어요. 저희 가족은 아이들이 3살, 6살 되던 해에 갑자기 강원도로 이사를 해서 그로부터 8~9년 동안 산골 작은 마을에서 살게 되었어요. 그 시절이 저에게는 인생이 완전히 바뀌는 경험이 되었어요. 사실 강원도는 우리의 의지로 간 것이 아니라 집안 사정이 매우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내몰리듯 가게 된 것이었거든요. 당연히 아픔과 슬픔의 시절이 되어야 마땅한데, 저희 가족은 도리어 그곳에서 너무나도 큰 은혜를 발견하고 맛보았지요. 지금 생각해도 참 신비롭고 놀라운 일이에요. 마치 온 가족이 이상한 나라에 뚝 떨어진 것 같이 비현실적인 일로 느껴질 만큼요. 가장 가난하고, 가장 보잘것없던 그 시절의 하루하루에 가장 큰 감사와 기쁨이 넘쳤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저도 유년기를 다시 맞이한 시절이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두 아이의 엄마로서 육아로 인해 힘들었던 기억보다 마냥 저도 어린아이가 되어 함께 뒹굴고 놀았던 기억들로 가득하답니다. 자연에서의 생활이 몇 년 지나면서 저는 정말 오랜만에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셈을 해보니 학교 졸업 후 거의 10년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았더라고요. 사실 다른 이들과 발맞추어 정식 코스를 밟아 미술을 전공했지만, 그동안 무엇을 그리며 살아야 할지, 내가 정말 그림을 그리며 살게 될지에 대한 생각과 확신을 갖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 저에게 동화 같은 삶이 주어지고 하나둘, 마음을 충만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쌓이자 조금씩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자연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 바깥세상과는 거꾸로 살아가는 가족의 일상-을 담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에 작은 그림들을 올리기 시작했고요. 참 서투른 그림과 글이지만 그때부터 조금씩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만나기도 했지요.
갑자기 바람처럼 떠밀려 시작된 산골생활은 또 그렇게 갑자기 끝나게 되었어요. 저는 향수병에 시달리게 되었지요. 자연 속에서의 그 시절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움은 매일매일 차올라 이걸 풀어내지 않으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듯 견딜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참 많이 그렸어요. 그 시절의 아이들과 나의 모습을, 우리가 살았던 시골의 풍경을….
그리운 것을 자꾸 꺼내다 보니 제가 직접 경험한 것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그리워하는 이미지들과 감성들도 담게 되더라고요. 함께 더불어 살았던 시골 마을, 고향을 닮은 할머니들, 골목을 누비던 친구들, 세상에서 제일 예뻤던 우리 엄마…. 내 안에 그리운 이야기들이 가득 차 마구 소용돌이치는 기분이었어요. 그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마음이 자꾸만 그림을 그리게 만들었지요.
그즈음 ‘네이버 그라폴리오’라는 창작 플랫폼에서 정식 연재 작가 제의를 받아 일주일에 두 작품씩 꼬박꼬박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야 했어요.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띠고 장기간 꾸준히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저는 이 기간 동안 그림작가로서 정말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내는 훈련을 하게 되었고, 그림작가로서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세인 성실성을 이때 배운 것 같거든요. 그라폴리오는 저의 포트폴리오가 되었고 인터넷을 통해 점점 더 많은 분에게 제 그림이 닿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여러 업체와 이런저런 작업도 함께 하게 되었고요.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다 보니 어느새 그림을 그리는 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4. 월간 《좋은교사》 표지와 달력 그림을 그려 주셨습니다. 따뜻하고 밝은 그림이 늘 반갑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마음으로 그리시는지 궁금합니다.
가끔 오래전 저의 그림들을 꺼내 보곤 합니다. 성마른 선과 다소 어두운 색감에서 당시의 상황이나 마음 상태를 보게 되지요. 사실,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나기 전에는 인간의 내면을 왜곡하거나 부정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는 예술의 형태가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그렸던 자화상들을 보면 날카로운 표정에 우울한 몸짓이 대부분이에요. 모든 그림이 그리는 이의 모습을 담은 자화상이라고 한다면 지금 제 그림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졌다는 것이 스스로도 참 신기하답니다.
산골에서의 삶은 매일 자연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삶이었습니다. 모든 순간이 아름답고 감사했어요. 그러한 삶을 선물 받고 나니 그림에 담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표현하는 선과 색감이 달라지더라고요. 저는 언제나 하나님 아버지 품 안에 뛰노는 어린아이였어요. 자연 속에서 계절을 따라 함께 흐르며 사는 일상이 순간순간 어찌나 신기하고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자연과 동물,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매 순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심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되었고, 그분께 집중하는 삶은 매일이 감사였습니다.
사랑은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것이더라고요.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감사를 어떻게든 표현해 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 노래를 불렀을 것이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면 글로써 그분에 대한 마음을 풀어냈겠지요. 이렇게 하나님을 향한 연애편지를 그림으로 담게 되면서 본격적인 그림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림일기처럼 지극히 개인적이고 작은 그림들을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좋아해 주실 줄 몰랐어요. 가냘픈 민들레 홀씨가 바람을 타고 퍼져나가듯 그림들이 날아가 닿는 곳마다 또 다른 생명력으로 덧입혀지는 것을 보는 건 참 놀랍고 기쁜 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여정을 돌아볼 때, 이 모든 일이 나에게서 비롯된 일이 아님을 고백할 수밖에 없어요. 그림을 그리는 삶은 온전히 하늘로부터 나에게 주어진 선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왜 나에게 이런 과분한 선물을 주셨을까 생각하며 결코 가볍지 않은 부담감을 느낍니다.
작은 이야기가 담긴 작은 그림들이지만 나에게 오신, 참으로 커다란 하나님의 사랑이 그림 가득히 흘러넘치길 바랍니다. 아직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도 제 그림을 보며 뭔가 모를 따뜻함과 위로를 느끼며 그 안에서 자신들이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라도 돌아보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소망을 제게 주신 하나님을 그림이라는 언어로 풀어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림으로 쓰는 연애편지의 주인공은 늘 하늘 아버지일 거예요.
5. 작가님의 그림에 아이들, 꽃과 나무, 동물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림의 주제와 소재는 어디에서 찾으시나요?
그림의 소재는 늘 제 주변에서 찾습니다. 저는 그림에 담기는 이야기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저에게 그림에 들어가는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행위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계절이 바뀌며 변화하는 감정들, 문득 그리워지는 것들, 소소한 순간에 반짝하고 떠오르는 추억들, 하루하루 달라지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세세하게 느끼며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가에 대한 사색들 이런 생각들 속에서 그림의 주제를 고르고 그림에 담습니다.
지금의 나를 그리지만 주로 어린이와 할머니의 모습으로 그리는 건 어린아이와 자연, 할머니의 이미지가 제가 늘 그리워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내고 싶은 모습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에게나 다른 이들에게 왜곡되지 않은 모습으로, 하나님이 정해 놓으신 자연의 질서와 섭리에 따라 나 또한 참으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현재 저의 화두예요. 이런 생각 속에 사는 저에게 어린아이와 꽃, 나무, 동물, 할머니는 그러한 하나의 이미지로 통하는 대상들이고, 그림에 이들을 담아내는 것은 저의 소망을 형상화하는 행위입니다. 그림을 그리며 나도 모르게 그림 속 아이와 비슷한 표정을 짓게 되는
것처럼 그리다 보면 그림 속 풍경과 닮은 살게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지요.
6. 작가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그림은 주로 언제 그리시나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따로 정해 놓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해가 떠 있을 때 그리려고 합니다. 노안이 와서 해 떨어지면 작업이 힘들더라고요.
많은 분이 ‘그림작가들은 밤의 감성을 좋아해서 모두가 잠든 사이 홀로 깨어 그림을 그릴 거야.’라든지, ‘그림을 그릴 때는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를 만큼 집중할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계실 텐데요. 저는 두 경우 다 반대로 하고 있어요. 그림 그릴 때 제가 많이 산만하거든요.
저의 작업 패턴을 제삼자가 보듯 살펴보니, 그림 그리다가 바로 옆에 놔둔 뜨개질을 하다가 갑자기 방 청소를 하다가 다시 앉아 그림을 그리다가…. 한마디로 작업 내내 딴짓을 많이 하더라고요.
아마도 그림작가로서의 시간과 집순이로서의 일상적 시간이 구분 없이 같이 굴러가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더 깊게는 ‘딴짓’을 하는 짧은 시간들이 작업 중 쉼표가 되는 게 아닐까 해요. 사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 되어가고 있어요. 노안으로 인해 돋보기를 쓰고 작업을 해야 하니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반복되는 터치에 어깨부터 손끝까지 많은 무리가 가더라고요. 그래서 자꾸 진득하게 앉아 있지 못하고 들썩들썩하는가 봐요. 몸을 좀 푸는 거지요.
그 시간이 점점 잦아진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어쨌든 더 편안하게 작업하기 위해 나도 모르는 새에 굳어진 습관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딴짓을 하는 시간에 몸만 푸는 것은 아니랍니다. 몸은 단순하고 가벼운 활동을 하면서 머리로는 계속 그림의 다음 스텝을 생각하고 있거든요. 길을 걸을 때 발끝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먼 곳을 응시하면서 잠깐 멈춰 서있는 것과 같은 걸 거예요. ‘다시 걸을 땐 이렇게 걸어봐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딴짓을 하며 잠깐 쉰 후, 다시 그림으로 돌아와 작업하고 또 얼마 안 가 다시 엉덩이를 들썩이고….
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그림을 그려나가기 때문에 저의 일상에서 어느 부분이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고 아닌지 정확히 구분되지 않아요. 그림 그리는 일이 일상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라고 스스로 미화해 봅니다. (웃음)
7. 학교에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만납니다. 저희 회원 중에는 미술 선생님도 많은데, 학생들이나 자녀에게 미술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요?
제가 아는 한 어린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미술 활동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그림을 사용하는 데 있어 어떤 거부감이나 제약을 느끼지 않지요. 그런데 마냥 즐겁던 미술 활동이 또래 집단 속에서 비교되고, 자신의 결과물이 좋은 그림이란 이런 것이라는 획일화된 기준에 의해 평가되면서 미술에 대한 흥미를 잃는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의 평가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아이들이 가정에서만큼은 평가를 위한 미술 활동을 강요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엄마가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 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리는 환경에서 자랐어요. 아이들의 주변은 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져 있었어요. 종이와 연필, 색연필, 크레파스, 물감 같은 미술 재료들이 널려 있었지요. 방에는 늘 그림 그릴 때 들으면 좋은 배경 음악들이 흐르고 있었고요. (저는 지금도 작업할 때 그 공간에 흐르는 음악을 참 중요하게 생각한답니다.) 그림은 남매끼리 함께 놀고 소통하는 참 멋진 방식이었어요. 지금은 두 아이 중 한 아이가 미술대학에 진학해 미술학도의 길을 걷고 있어요. 다른 길을 가는 한 아이에게도 그림을 그리는 일은 여전히 즐거운 일이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이지요.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면서 편안하고 좋은 경험들이 많이 쌓이길 바라요. 그림으로 인해 평가받거나 점수대로 줄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려지든지 종이 위에 시각화된 자신의 마음과 내면이 그대로 인정받는 경험들이 거듭되다 보면 그리는 일은 (그림에 재능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참 좋은 통로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8. 요즘 작가님의 그림이 들어간 책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날들이 참 좋았습니다> 에세이집도 내셨어요. 앞으로 어떻게 활동하고 싶으신지 작가님의 활동계획도 궁금합니다.
저는 남편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데요. 회화를 전공하고 대형 파크 디자인 회사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하던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오래 전부터 꿈꾸어 온, 우리만의 일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그림을 그리고 남편이 저의 그림과 이야기로 책을 엮거나 아트 상품들을 만드는 등, 가치 창출을 하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지요. 물론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고 그다지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욕심 없이 우리에게 주신 것들로 즐겁게 삶을 꾸려나가게 되어 참 행복하답니다.
많은 작가들이 그러하듯이 저의 일들도 프로젝트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면 또 다른 목표점을 향해 나아간답니다. 책을 하나씩 출간하는 것, 온라인 클래스의 개설 등 거의 대부분의 작업들이 그렇답니다. 올해는 펀딩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어요. 모험을 싫어하고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저이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으로의 여정을 계획하고 저를 이끌어주는 남편이 있기에 힘차게 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여러 작업들을 펀딩이라는 형태로 나누어 볼 생각이에요. 캘린더 작업이나 일러스트북 작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해나가게 될 거예요.
또, 지금까지와는 다른 컬러링북을 계속 출간해 보고 싶어요. 저에게는 몇 개의 작업 라인들이 있는데요. 아름다웠던 날들-회상, 한복 소녀, 말간 아이, 어린이 초상 등 각각의 이야기와 독특한 색깔로 ‘초록담쟁이’라는 작은 나무에서 사방으로 푸른 가지를 뻗어나가고 있지요. 이 가지들을 잘 성장시키고 가꾸어서 이 가지는 에세이집으로, 저 가지는 컬러링북으로, 어쩌면 새롭게 알게 될 또다른 모습으로 각각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것이 지금의 바람입니다.
9. 학교 현장에서 애쓰고 계시는 좋은교사운동의 선생님들에게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늘 동경의 대상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정말 귀하고 대단한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에게도 교회에서, 미술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기회가 여럿 있었어요. 처음엔 자신도 있었고 호기롭게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결국 ‘나에게는 가르치는 재능을 주시지 않으셨구나.’ 하며 포기하게 되었지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그건 정말 나 자신을 내려놓는 일이더라고요. 한 아이, 한 아이 속에 이 험한 세상을 잘 살아내기 위한 지혜를 담는 것. 그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게 하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크고 귀한 일일까요. 하지만 크고 귀한 사명일수록 내려놓고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는 것도 크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어려운 일을 소명으로 붙잡고 좇으며 사랑으로 감당하시는 선생님들, 정말 존경합니다.
참 어려운 시절이네요. 앞이 보이지 않는 시대적 어둠에 가장 힘든 건 아이들이겠지요. 점점 무거워지는 책임감으로 우리 선생님들, 정말 많이 힘드실 것 같아요. 하나님께서 선생님들께 어느 때보다 더 큰 위로와 능력으로 함께 하시길 믿고 기도합니다. 저도 늘 가르침의 현장에 마음을 두고 그림으로, 글로 응원할게요.
이 땅의 선생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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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goodtcher.tistory.com/entry/우간다-에피소드12-선교사-그리고-그-자녀들MK홍세기
출처: https://goodtcher.tistory.com/entry/우간다-에피소드-8-선교지에서-아내와-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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