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5 미국교육 탐방 보고서 ②
기고 2. MZ 교사의 눈에 들어온 미국교육
강창대(서해중학교)
출국을 준비하며
MZ세대라면 미국에 다녀온다는 것이 꽤 상징적인 일이라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미국에 간다는 것 자체가 나를 흥분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과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MZ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면서도 교사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는 지점이 궁금했다. 감정노동으로 지치고, 쓰러져가는 MZ세대 교사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지 탐색해 보고 싶었다.
학교 탐방을 하며
첫 번째 학교는 데그라치아초등학교였다. 우리를 반겨주는 분은 편한 옷차림에 무전기와 여러 개의 열쇠가 달린 목걸이를 차고 계신 선생님이었다. 알고 보니 이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셨다. 항상 갖춰진 복장에 근엄한 분위기를 풍기는 우리나라 교장 선생님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계셨다. 무전기는 학교에 비상 상황이 생길 때 즉시 대비하기 위한 소통 도구였다. 교장 선생님은 언제나 학생들과 소통하고 교사들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으셨다.
교실에서는 학생들의 작품이 교실 곳곳에 붙어 있는 것이 특별했다. 그중에서도 독특했던 것은 수학 개념들을 전지에 정리하여 교실 곳곳에 붙여놓았다는 것이다. 수학 교사인 필자로서는 학생들이 배운 내용들을 수시로 쳐다볼 수 있게 함으로써 개념을 잊지 않고 기억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과목도 작품들을 게시함으로써 교실이 정말 배움의 장소라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는 다른 학교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또한 인상 깊었던 것은 교실이 너무나 학생 친화적으로 되어 있었다는 점이나. 우리나라처럼 딱딱한 바닥이 아니라 언제든지 넘어지고 굴러도 다치지 않을 부드러운 재질의 바닥이었다. 그리고 책상을 언제든지 옮길 수 있도록 다리에 바퀴가 달려있었다. 우리나라처럼 획일적인 교실 모습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수업 장면을 보았을 때 책상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땅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있었다. 질서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교사는 자연스럽게 학생을 호명하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 모습보다는 학생들의 생각을 존중하며 그들의 생각을 들으려고 하는 교사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강의식 수업에 익숙해진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또 신선했던 장면은 선생님이 학생과 잔디밭에서 1:1로 수업하는 장면이었다. 학생은 잔디밭에 누워서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예의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이렇게 자유로운 수업을 통해서 학생은 수업을 좀 더 친근하게 느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학교에서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과,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는 계층들을 위한 특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소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면이 없잖아 있는데, 이곳 학교에는 진정성 있게 학생들을 배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인상 깊었다.
두 번째 학교는 IB 인증 스쿨인 쵸야고등학교였다. 특별히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가 IB 인증 학교이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서 수업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고등학교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던 것은 학교의 규모였다. 대학교를 방불케 하는 학교 크기에 압도되었다. 우리나라 보통의 학교 건물만 한 것이 7~8개가 있었다. 학생들은 IB 프로그램의 기준에 따라 배정된 교과목을 자신의 진로나 선호에 따라 선택하여 수업을 듣는 시스템이었다. 학점제로 졸업하는 미국 학교의 시스템이 참 선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더 놀라웠던 점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존중하는 수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과학 수업을 참관하고 있는데 큰 전자칠판 위쪽에 영어가 아닌 언어로 무엇인가가 자동으로 써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교사에게 무엇인지 물어보니 말하는 것을 스페인어로 실시간 번역해 주는 프로그램이라 설명했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비중이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소수의 학생이라도 언어적인 장벽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동시에 내 교실에 있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언어적인 배려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단지 교과 내용을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서 학생 개개인을 존중하는 교실 문화를 먼저 생각하는 IB 프로그램의 취지를 잘 살리는 것 같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다문화 학생이 교실에 있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학교처럼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존중하는 교실이 된다면 그것을 보는 학생들도 존중이 무엇인지 서로 배우게 될 것이기에 나도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에 있는 한 학생에게 IB 프로그램의 장점에 대해 질문했다. 아주 명석해 보이는 한 학생이 대학을 갈 때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는 것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사실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IB 프로그램이 대학에 쉽게 입학하기 위한 도구라고 인식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모습이었던 것 같다. 역시 어딜 가나 고등학생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압박은 비슷한 것 같다.
세 번째 학교는 투손고등학교였다. 이 학교는 투손에서 가장 큰 학교였다. 경비 직원이 무려 12명이고 학교 경찰이 따로 상주하는 곳이었다. 거대한 철망으로 둘러싸여 경비가 삼엄했다. 미국 학교에서 발생하는 총기 사고를 뉴스로만 봤었는데 이 모습을 보니 실감이 났다. 이곳 교장 선생님께서는 작년에 총기를 소지한 학생이 있어 4명을 즉시 퇴학시켰다고 설명하셨다.
본격적인 학교 탐방이 시작되었다. 학교를 둘러보러 교정에 나오는데 7~8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밴드팀이 경쾌한 연주를 하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알고 보니 수업 장면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반겨주며 연주를 해주었고, 우리는 장단에 맞춰 같이 춤을 추었다. 음악으로 이 학교 학생들과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이 순간을 통해 학생들은 음악이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가 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나 또한 학생과 마찬가지로 배우게 되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학교 곳곳에는 동아리 모집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요가 동아리, 밴드 동아리, 연극 동아리, 뮤지컬 동아리, 스포츠 동아리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진행 중이었다. 교장 선생님 설명으로는 동아리가 50개 정도 있는데 방과후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모여 동아리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럴 여유가 어떻게 있을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학교 시간표를 보니 3시 30분이면 모든 일정이 끝났다. 고등학생임에도 이런 자유로운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네 번째 학교는 어터백중학교였다. 이 학교는 특별히 AVID 프로그램 시범학교로서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전국에 7,500개 정도의 AVID 학교 중 200여 개의 시범학교가 선정되었는데 그중 한 학교였다. 동영상으로 소개 영상을 보니 상호작용을 위한 노트 필기와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었다.
교실 곳곳에는 멕시코 문화와 흑인 문화들에 대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2월을 흑인 역사의 달로 선정하고 흑인 문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우는 시간이라고 했다. 앞의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존중하는 교육을 강조했는데 이곳 학교는 정말 적극적인 학교였던 것 같다. “왜 이렇게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려고 애쓰냐?”라는 질문에 교장 선생님께서 미국인이 어느 나라에 가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는 것처럼 멕시코인이나 원주민들도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학교의 책임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다문화 학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우리 학교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런 부분은 우리나라 교육이 배워야 할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마다 자기 수업에 활용할 노트를 만들고 언제든지 배운 내용들을 다시 찾아볼 수 있도록 구조화해 놓은 것이 인상 깊었다. IB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필자는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했을 때 과다한 업무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기에 여기 계신 선생님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교사들에게 AVID 프로그램의 장단점에 대해서 질문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AVID 프로그램이 처음에는 힘들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계속하다 보니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보람이 되었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지금은 너무 좋다고 답했다. 학생들을 위한 진심이 느껴지는 감동적인 답변이었다.
수업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어떻게 고민을 해소하냐고 질문에도 미국의 선생님들은 인상적인 답변을 해주셨다. 학생과 상호작용 노트를 작성하는 것처럼 교장 선생님과도 1:1 노트가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교장 선생님이 관리자의 느낌보다는 대화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신선했다. 교장 선생님과 교사가 함께 수업에 대해서 고민하고 상호 신뢰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또한 지역 교육청에 전화해서 수업 컨설팅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미국에서는 이렇게 수업을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놀라웠다. 평소 혼자서 수업에 대해 고민했던 터라 이런 점이 굉장히 부러웠다.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교육청이 학교를 적극적으로 교사를 지원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탐방을 마치며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미국교육은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연방 정부에서 사람을 보내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학생이 등교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학교 관계자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학생과 교사를 지키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답했다.
사실 우리는 미국교육의 그나마 밝은 부분을 본 것이다. 여전히 미국 곳곳의 학교에서는 인종차별이 자행되고 있으며 돈이 없으면 꿈도 꿀 수 없는 엘리트 사립학교의 존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자 노력하고 교육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MZ세대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결국 교사는 세대의 차원을 넘어 우리 모두가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다. 교사는 언제 가장 행복할까? 내가 가르친 학생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세대 구분을 넘어 중견 교사든, MZ세대 교사든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탐방했던 학교들이 트럼프 정책에 대비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상황에 맞는 교육 방식을 찾기 위해 연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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