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시
스승의 날
교단시
윤 민 경
나는 오늘 속이 조금 거북스러웠다
가르치는 게 지겨워졌다
말하는 게 귀찮아졌다
1달 전만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하고 토를 달아 보지만 만사 핑계다
저 스스로 스승, 스승, 한다고
다 스승될까
스승, 스승, 중얼거리다 불쑥 트림이 나온다
아차 그래 트림아 고맙다
더 나와라
내 소맷부리에 달랑거리고 붙어 있는
값싼 가식의 구슬
남김없이 데리고 빠져 나가라
내 가슴 속에 멍울 진 절망의 뿌리
통째로 뽑아 데려 가라
내 허리춤에 가부좌한
권태의 뱃살도 데려 가라
하루고 이틀이고 문제없으니
다 데려가라
내 성대에 자리 잡은 저 이기적인 굳은살도
당장 뜯어 데려 가라
나는 주문을 외고
트림은 엉겁결에 자꾸 나오고
오늘따라 나는 내내 속이 거북스러웠다
나쁘지 않았다
(2010. 5월 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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