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술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아름다움을 누릴 권리, 행복할 권리를 찾아주는 교사가 되는 것이 저의 비전 입니다. 미술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느냐 모르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고 누리는 즐거움과 행복까지 달라진다고 봅니다.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 심미안을 가지고 어른이 되어서도 삶 속에서 아름다움을 누리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학창시절 가슴에 그 씨앗을 심어 주고 싶습니다.”
김포 감정중학교 이다정 선생님
결혼과 사역,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싶은 30대!
글·김태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 중에 하나가 뭉크의 ‘사춘기’라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알몸의 소녀를 그린 작품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가 변화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어른이 되어야 하는, 사춘기 소녀의 불안감이 그림 속에 잘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감정은 누구나 겪는 성장통으로 인간이 평생 동안 고민하고 감내해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리즈를 기획하고 연재하면서, 젊은 기독교사들에게 있는 이런 불안, 염려들을 드러내면서, 기독교사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우회적으로 살펴보려고 했다. 이제 그 마지막 선생님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데, 바로 이다정 선생님이다.
이다정 선생님을 선택한 이유는, 그녀가 이제 결혼하기 막 몇 달 전에 있는 기독교사이기 때문이다. 가정을 갖는다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축복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독교사에게는 힘겹게 짊어져야 가는 십자가다. 이미 결혼 생활을 수 십 년을 한 분들은 느끼겠지만, 결혼 생활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특히 여교사들은 가정을 가지고 아이를 낳게 되면, 그동안 했던 수많은 사역들을 한 순간에 내려놓아야 한다. 이런 상황들을 젊은 여교사는 현재 어떤 마음으로 가정을 준비하고 꾸리는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특히 여자 기독교사들에게 있어서 육아는 정말 큰 십자가인데, 혈기가 넘치는 이다정 선생님에게는 이런 문제들이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서, 막무가내 인터뷰를 또다시 시작했다. 젊은 총각 선생님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이다정 선생님은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기에, 이상한 마음은 주지 말고, 여심을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잘 읽어주시길 바란다.
건방진 프로필
이다정, 현재 그녀의 나이는 31살, 교직 데뷔 5년차!
1982년 포항제철 용광로의 기(?)를 받아 성서 가정의 1남2녀 중 장녀로 태어남.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 다정. 정이 많다는 뜻인 듯 하나, 많은 면에서 빼어나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이름. 딸 바보 이신 아버지는 멋진 곳을 데리고 다니시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 해 주셨고 아름다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수성 풍부한 소녀로 성장!!!
어느 날 소녀 시절 이 선생님의 그림을 본 담임선생님과 미술반 선생님의 캐스팅으로 고학년 미술반에 먼저 입문. 일찍이 학생들의 특기를 키워주는 교육을 실천 했던 학교의 선경지명 덕에 매일 학교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게 됨. 좋아하던 노래 부르기도, 글짓기도 내려놓아야 했지만 흰 도화지 위에 그려지는 맑은 수채화에 매료되어 초등학교 시절은 행복하기만 했음.
짧은 남자 컷 머리가 두발 규정이었던 중학교 시절. 잘린 머리칼과 함께 엄격한 규율로 인해 다소 위축된 학교생활 시작. 학교에서 가장 무서우셨던 미술 선생님의 스파르타식 교육으로 그림 그리는 것이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버티고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됨.
고등학생이 되어 머리칼은 되찾았으나 입시로 시작한 석고 데생이라는 것은 너무 어려웠음. 뜨거운 추상 쪽 성향인 이 선생님은 색의 아름다움과 자유로운 표현, 새로운 창작에 대한 욕구가 있었으나, 하루 4시간 이상을 하얀 석고상을 노려보며 연필 질을 해야 했음. 모교에 찾아가면 아직도 미운 석고상 뒤통수에 새겨놓은 낙서가 남아있다는…….
미술에 대한 큰 뜻을 품고 고2 방학, 서울로 상경. 더 넓은 곳에서 나와의 싸움이 시작됨. 미술학원이라는 곳은 그동안 고민했던 것들을 너무도 쉽게 가르쳐 주었고, 눈으로만 담아 그리던 내겐 새로운 것들의 연속이었음. 낯선 곳. 미술 최고인 줄 알았던 내게 좌절감을 맛보게 한곳. 자리 경쟁과 계속되는 시험, 연필 가루와 물감 냄새는 조금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음.
기대에 미치지 못한 대학 진학으로 대학 생활은 아쉽게 시작하였으나 이내 무엇이든 열심히 해보겠다는 굳은 의지로 바뀜. 미술 작업을 실컷 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은 행복했지만, 작업실에서 종일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잠시. 3학년이 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됨.
교직 이수자 선발이 되면서 교육학 수업에 문화 인류학 부전공까지 하게 되며 3개 대학동을 뛰어다니며 빡빡한 대학 생활을 하게 되었음. 미술 작업에 대한 기대치가 크셨던 전공 교수님의 서운해 하시는 시선을 알면서도 회피해야만 했음. 결국 세 가지를 걸쳐 4년을 빠듯하게 보낸 결과 ‘미술’과 ‘일반사회’ 교사 자격증을 쥐고 졸업했다.
미술 작업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그 시절, 부모님 뜻에 따르지 않고 졸업과 동시에 디자인 회사에 취직. 이럴 줄 알았으면 왜 교직이수를 했지? 모태신앙으로 성장해 왔지만, 미지근했던 신앙생활은 일찍 시작한 사회생활에서 찬물이 되어버림. 청년의 비전을 심어준, 동안교회 그곳을 떠올리며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쓰실지, 나를 향한 계획하심이 무엇인지 궁금해짐. 학부시절 뜨거운 열정으로 떠났던 아프리카 단기선교. 그 학기를 헌신했을 때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에서 주신 교직이수, 이미 길은 열어 주셨는데 내 욕심에 헤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과감하게 사직서를 던짐!
이후 5개월 동안 새벽기도를 통해, 한 영혼에게 영향력 있는 삶으로 살아가는 교사라는 자리가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됨. 나를 사랑하는 하나님은 최선의 것을 나에게 주기 원하시고 그 딸이 가장 귀하게 쓰임 받는 그 자리 가운데서 영광 받으시길 원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생김. 그렇게 임용시험을 결심하고 ‘하나님께서 세우신다면 나는 학교로 간다’ 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다시 가게 된 미술학원.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갯바람 냄새가 나는 노량진이란 곳. 독한 고시 생활이 시작. 다닥다닥 포스트잇 붙은 좁은 고시원 방에서 책들을 스캔해 나가기 시작. 식권으로 먹는 식당 밥에 피부는 상해가고 20대의 아름다움을 잠시 접어놓아야 했지만, 숨 막힐 땐 한강철교를 한없이 바라보고 독서실 창문 사이로 보이는 나뭇잎 색을 확인하는 낭만 고시생 이다정.
한 번의 좌절을 맞보고 은혜 가운데 꿈꾸던 미술교사가 됨. 신규로 허덕대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흘러 5년차 교사가 되고, 아직 성숙한 기독교사로 살진 못하지만, 미술교과모임의 끈을 놓지 않고 좋은 교사가 되고자 배워 나가는 욕심쟁이.
여교사 어떻게 성장해 왔는가?
이다정 선생님은 외모에서부터 미술 선생님답다. 강렬한 색상, 남다른 센스가 엿보이는 액세서리들, 겉보기에는 발랄한 20대 후반의 여대생 같은 느낌 났다. 하지만 교사 생활에 들어서면서 시작된 그녀의 고민은 여느 기독교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임용 합격 후 그 다음 목표와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기대했던 교직생활은 형식과 정해진 규칙이 있는 공무원으로의 삶이었기에 보다 새로운 무언가를 창작하는 훈련을 했던 지난 학창시절과 너무 달라 답답하고 힘들었죠. 같은자리를 빙빙 돌며 비틀대다 끝내 쓰러지고 마는 팽이처럼 위태롭게 살던 제게 ‘좋은교사’는 힘을 실어 준 단체입니다.”
쏟아지는 업무에 치여 수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했었는데, 정말 잘 하고 싶었던 수업에 대한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배울 수 있었던 ‘행복한수업만들기 교과모임’, ‘기독교사 대회’는 소진되어 가는 내게 공급이 되었고, 다시금 교직을 두고 기도하던 첫 마음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올 겨울에는 북유럽 교육탐방을 통해 핀란드와 덴마크의 교육 현장을 직접 보며 자극 받고 많은 생각들을 담고 돌아왔습니다. 혼자서는 힘들기 때문에 뜻을 같이 한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이 모임이 저에게는 교직생활의 많은 고민들을 해결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아직은 젊기에 먼저 이 길을 걷고 계신 선생님들과의 만남은 만남 자체가 배움이고 감동입니다.
또 하나, 고민해야 할 부분인 배우자를 두고 마음고생(?)을 좀 했습니다. 이십대에 교단에 선 후 학교에 충실해서인지(?) 짝을 찾지 못하고 헤매기를 몇 년……. 스물아홉 가을, 이십대를 놓기 싫은 마음과, 서른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어지는 낙엽에도 눈물이 나더군요. 퇴근길 버스창가에 기대어 장재인의 ‘가로수그늘 아래 서면’을 들으며 온몸으로 외로운 감정을 느꼈던 아픈 기억이 나네요. 서른을 한 달 앞둔 겨울. 옆 학교 교장선생님의 소개로 한 사람을 소개 받았습니다. 나는 선생인데 그는 학생이더군요. 스쳐 지나가는 많은 만남 가운데 지쳐있었기에, 기대 없이 나갔던 그 만남은 유쾌한 대화로 이어졌고 그 사람은 곧 저의 남편이 된답니다.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져 가는 이 순간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내 나이 서른, 새로운 생활을 기대하며
결혼을 몇 달 앞둔, 이다정 선생님의 입은 그대로 귀에 걸려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결혼 후, 가정생활이 그리 쉽지 만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부푼 꿈속에 있는 이다정 선생님에게 이제 본격적인 결혼 생활이 펼쳐질 30대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결혼을 앞두고 전에 생각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챙기고 준비하면서 조금은 내가 어른이 되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아파오다가도 스물아홉의 방황을 떠올리면 지금이 참 감사합니다.”
결혼은 서로의 다름을 통해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계어 같은 수학 공식이 적힌 두툼한 책을 읽고 있는 남자 친구를 보면 다른 별 사람 같습니다. 자라온 곳도, 성향도 다르지만, 그 다름을 존중하고 배워가려고 합니다. 요즘 청년 예배 목사님의 설교 말씀에 매 주 빠지지 않고 하시는 ‘결혼하라’는 말씀에는 항상 따라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희생’입니다. 결혼은 평생 나 하나만을 생각하며 살던 사람들이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해 가는 과정, 희생의 과정이라고 합니다. ‘사랑’은 계산적인 현대인에겐 우습고 미련한 감정일지 모르겠으나 사랑은 계산해서 살 수 없는 참 신기한 하나님의 선물이지요. 사랑은 손해 볼 줄 알면서 손해 보는 것인데 사람들은 외롭기는 싫으나 손해 보는 것은 더 싫어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도 내가 희생할 준비, 손해 볼 마음이 없다면 만남은 어렵겠죠?
박사 과정 마지막 학기, 연구실에서 사는 남자친구와 제대로 된 데이트 몇 번 못하고 결혼까지 약속을 하는 과정 가운데 속상한 적도 많았으나 이해 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랑하기 때문이겠죠. 덕분에 저도 방학을 도서관에서 보내며 의도치 않은 연구하는 교사가 되었으니 더 잘 된 일이 아닙니까?(웃음) 욕심 많던 소녀가 교사가 되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가는 과정까지 깎고 다듬고 어루만져 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낍니다. 항상 최선의 것을 주셨던 하나님께서 가장 훌륭한 남편을 주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한 가정의 아내로서, 한 아이의 어미로서 가정을 만들어 가는데 소망이 있어요. 주위에 아이들을 키우시며 일하시는 워킹 맘 선생님들을 보면 항상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쓰러졌다 다음날 출근하고 내 몸 하나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사는데 말입니다. 다들 젊은 것이 좋은 거라 말씀은 하시지만 그분들께는 제가 경험하지 못한 아이를 양육하면서 느끼는 기쁨과 가정에서 얻는 안정감 같은 행복한 비밀이 엿보입니다. 그래서 기대 됩니다. 설익은 20대에서 결혼, 출산, 육아 등 많은 것이 시작되는 30대가 된 다는 것이.
이젠 실수하면 창피한 년차가 되었어요. 교직은 책임감 때문에 어려운 직업이라 생각했는데 그 무게가 더 해지는 느낌입니다. 지금까진 선배 선생님들께서 많이 챙겨주셨는데. 이젠 좀 더 야무지고 멋지게 해야 한다는 비장함 맘이 듭니다. 지금까지 좌충우돌 헤매던 모습에서 좀 더 단단해지고 다듬어질 30대가 너무 기대된다. 이제 시작인 것만 같고요 지금, 이 순간을 맘껏 누리고 싶네요.
결혼, 하지만 기독교사 운동가를 꿈꾸다!
아름다운 결혼 생활을 꿈꾸고 있지만 이다정 선생님은 또 다른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수업 코칭 전문가로서의 사역이다. 최근에 그녀는 좋은교사 수업 코칭 전문가 1기 과정에 참여했고, 수업 코칭 연구소에서 아트 디렉터로 섬기게 되었다. 결혼 준비만 하기도 벅찰 텐데, 수업 전문가로서의 사역을 시작하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봤다.
“수업에 대한 목마름이 있습니다. 작년에 여러 번 수업 공개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수업을 여는 만큼 발전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그러나 수업에 집중하여 고민하고 보완할 점을 찾다보니 오히려 수업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학교에 와서 제일 하고 싶었던 수업에 집중하다보니 너무 뿌듯하고 즐거웠답니다. 아이들도 그런 저를 알아주는 것 같아 기뻤고요. 어떻게 하면 더 괜찮을까? 아이들에게 어떤 장치를 놓아 주는 것이 도움이 될까? 등등 무언가를 가르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은 지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임용 공부 이후로 하지 않았던 자기주도식 공부(?)를 나도 모르게 하게 되었으니까요. 거기에 좋은교사 선생님들과 함께한 신을진 교수님의 집단 상담이 더해지고, 뜻을 함께 하자는 선생님들의 권유로 함께 고민하고 공부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살아있는 수업, 수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큽니다.
저는 미술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아름다움을 누릴 권리, 행복할 권리를 찾아주는 교사가 되는 것이 저의 비전 입니다. 유럽에서 만난 한 선생님이 예술은 평가할 대상이 아니라 삶에서 누리고 추구할 대상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수행 평가에만 급급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한마디였죠. 주요 과목이 아니라는 안타까운 현실에 있지만, 미술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느냐 모르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고 누리는 즐거움과 행복까지 달라진다고 봅니다.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 심미안을 가지고 어른이 되어서도 삶 속에서 아름다움을 누리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학창 시절 가슴에 그 씨앗을 심어 주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해야겠지요.
번뜩이는 재치와 순수한 마음을 지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교사란 직업의 매력에 점 점 빠져 들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을 보며 학교란 곳은 비단 내가 주는 곳이 아닌, 내가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곳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 감사합니다. 때론 지치고, 속상할 때도 있지만, 그냥 교사가 아닌 ‘좋은교사’로 살아간다면 힘이 날 것 같아요.”
이다정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결혼 준비하기 전에 나는 무엇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집구하고, 양가 부모님 설득(?)하는 등 결혼 준비에만 온 정신과 에너지를 다 쏟았다. 다른 일에 미쳐 신경 쓸 일도 없었다. 그런데 이다정 선생님은 이미 자신의 정체성을 한 가정의 ‘아내’뿐만 아니라 ‘기독교사’라는 것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이런 후배 교사들이 있으니 선배 교사로서 미안하기도 하고, 더 잘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선배 교사들에게 던지는 말 한 마디가 내게 큰 힘이 된다.
“교사라는 직업은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선배님들의 모든 것이 다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배님들의 지혜가 담긴 말씀 한 마디에, 토닥거려주시는 따뜻한 손길에 배우고 위로받습니다. 선배님을 뵐 때마다 나는 아직 학생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의욕만 앞서고 부족한 줄 모르는 아직 설익은 모습이지만, ‘잘한다, 잘 할 것이다’ 격려해 주시는 가르침에 매번 부끄러워지곤 합니다. 먼저 닦아주신 그 길이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따라가고 싶습니다. 자랑스러운 후배 교사가 되고 싶어요. 언젠가 저도 멋진 선배교사가 되겠지요?”
특히 이 말에 정병오 대표님이 힘나길 바란다. 나 같은 후배 교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이다정 선생님 같이 당차고 멋진 후배들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나를 보면서 한숨만 쉬는데, 이다정 선생님의 감사 글을 보면서, 힘을 얻기를 바란다. 아니 정병오 대표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사역하고 있는 30대 후반, 40, 50대 기독교사 선배들도 말이다. 당신들이 울면서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 ‘작은 길’이, 우리 같은 후배 교사들에게는 ‘큰 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에는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발걸음을 어지럽게 걷지 말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걷는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반드시 훗날 뒷사람의 길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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