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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만남

30대, 기독 교사 운동가를 꿈꾸다


“저는 지금 예비 교사 아카데미 사역과 청주 기독 교사 연합 모임을 잘 섬기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그래서 40대에는 수많은 2030 기독 교사들에게 기독 교사 운동가로서의 삶을 보여 주고, 그들과 영적인 가문을 이루고 싶어요. 그래서 저를 시작해서 40-30-20대가 연결되는 기독 교사 가계도를 만들고 싶고, 제 삶을 보면서 후배들이 ‘아, 저런 삶이 기독 교사의 삶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는 모델과 같은 삶을 살고 싶어요.”

 

글 ․ 김태현

 

청주 서원초등학교 손현탁 선생님

30대, 기독 교사 운동가를 꿈꾸다

 

지난 2011년의 콘셉트는 ‘40대 기독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였다면, 2012년 〈좋은 만남〉, 1~3월의 콘셉트는 ‘2030 기독 남자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다. 콘셉트를 이렇게 잡은 이유는,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2030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지기 위해서다. 그래서 지난달에는 대전의 미혼 교사 박윤환 선생님을 만났고, 이번 달에는 청주 서원초등학교에서 손현탁 선생님을 만났다.

손 선생님을 주목하게 된 것은, 이 사람이 여러 일들을 혼자 잘 저지르기 때문이었다. 청주 기독 교사 연합 모임, 청주 예비 기독 교사 아카데미, 초등 학습 캠프 등 많은 모임을 주도적으로 처리하여 나를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이 손현탁이 누군데 이토록 사역을 잘하는지를 궁금해 했다. 그래서 나는 특유의 밀어 치기 인터뷰로 손 선생님을 만났다. 처음에는 “내가 뭘”이라고 빼는 것을, “인터뷰 기사 잘 나가면, 수백 명의 기독 미혼 여교사들이 볼 텐데, 결혼하려면 나랑 인터뷰해야 한다”고 꼬드겨서,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그러니 부디 기독 미혼 여자 선생님들은 주목해서, 이 손 선생님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들길 소망한다.

 

건방진 프로필

손현탁. 현재 그의 나이 31. 교직 경력 고작 7년! 1981년 대구에서 보수적이고 불교적인 가정에서 2남 1녀의 막내로 태어남. 귀여운 외모에 사람만 보면 웃어서 주변 사람들이 “딸이 참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하심. 어머니의 교육열에 힘입어 대구의 8학군이라는 수성구에 위치한 중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처음으로 겸손해지는(?) 경험을 하게 됨.

그리고 진학하게 된 고등학교에서 지금까지 연락하며 지내는 유일한 두 친구를 만났고, 그 친구들의 기도와 전도로 고등학교 2학년 2학기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 하지만 어머니의 불교 신앙과 아버지의 유교적 보수주의 때문에 한 달 만에 교회 출석 중지. 하지만 견딜 수 없는 은혜에 대한 갈급함과 주일 성수에 대한 부담감으로 급기야 가출 감행! 다음날 집에 들어갔으나 본인은 온갖 핍박을 받으며 눈칫밥 먹는 신세로 전락하고, 가족들은 기독교에 대해 큰 상처를 받게 됨.

그런 상황 속에서 틈나는 대로 하나님을 찾게 되었고 학교에서 틈틈이 읽고 묵상한 이사야서 말씀과 친구들의 격려와 기도로 회복을 경험함. 막연하게 한의사를 목표로 준비한 수능에서 인생 최고의 점수를 받지만 한의대에 진학하기엔 많이 모자란 점수였고, 친구들의 조언과 신앙의 자유에 대한 소망으로 한국교원대학교에 입학함.

대학교 입학 후 가장 큰 관심은 ‘어떤 기독 동아리에 가입할 것인가?’였고, 한 간사님의 섬김에 감동하여 CCC 가입을 결정, ‘CCC 전공에 초등 교육 부전공’이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을 정도로 CCC 활동을 열심히 하였음. 뒤늦게 찾아온 오춘기를 정리하고 정신 차려 보니 4학년! 임고 준비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기여서 많이 고민이 되었지만, 목사님과 여러 선배들의 조언, 그리고 하나님께서 열어 주신 기적으로 2004년 2학기 상주에서 첫 교직 생활을 시작함.

배운 게 전도하고 성경 공부하는 것이라 반 아이들을 데리고 성경 공부 모임을 열었는데 레슬링만 하다 끝이 난 씁쓸한 기억을 안고서 충북으로 이동함. 배우며 성장하고 싶은 열망은 많았으나 그럴 만한 여건이 없어 고민하던 중 CCC-TIM 내의 기독교 상담 공부 모임을 참여하며 ‘길 위에 돈과 시간을 버리는 것’을 아깝지 않게 여기게 됨. 인프라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충북 지역에 대한 안타까움과 CCC에서 배운 민족 복음화에 대한 꿈을 재료 삼아 청주 지역 교육계 복음화를 위해 뛰고 있는 당신은 욕심쟁이 우후훗!

 

30대 남교사는 어떤 아픔이 있는가?

손 선생님의 일상을 먼저 물어봤다. 역시나 여러 일로 상당히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월요일은 청주 CCC-TIM 모임, 화요일은 예비 기독 교사 아카데미 모임, 수요일은 교회 수요 예배, 목요일은 행복 수업 아카데미 서울 모임, 금요일은 교회 금요 기도회, 토요일은 청년부 모임, 일요일은 주일 예배 및 성가대 등.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쁘다. 그만큼 30대 초반 남교사를 원하는 곳은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때를 흔히들 ‘소모’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교회면 교회, 학교면 학교, 가정이면 가정, 곳곳에서 안정기를 걷고 있는 이 30대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손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대개 30대 분들은 자기 계발과 취미 활동에 관심을 갖습니다. 방학이 가까이 오면,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느라고 바빠요. 아니면 끊임없는 소개팅으로 이성 친구를 만들려고 힘을 쓰죠. 그런데 저는 교회, CCM-TIM, 예비 기독 교사 아카데미, 청주 연합 교사 모임, 초등 학습 캠프에 에너지를 쏟아요. 당연히 이런 사역에 제가 사용된다는 것이 참 감사하고 즐거워요. 그런데 가끔, 아주 조금, 서글픈 느낌이 들어요. 쓸쓸하기도 하고요. 단순히 여자 친구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가 잘 가고 있는가?’ 등 삶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어서 그래요.”

“풍요 속의 빈곤, 화려함 속의 허상이랄까?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30대 초반 교사들에게 많은 일을 시켜요. 특히 ‘총무’ 직분을 많이 시키죠. 그런데 제가 서운한 것은, 많은 일을 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그 일로만 소모된다는 거죠. 저는 선배 교사들, 혹은 선배 신앙인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은근한 따뜻함’을 원하는데, 사람들은 상황만을 보고 내가 ‘잘 지내고 있다’, ‘이럴 때 이 정도는 해야 된다’는 막연한 판단 속에서 저한테 더 가까이 다가서지 않는 거예요. 스쳐 지나가며 일상적으로 ‘수고하세요’, ‘잘 지내세요’ 하면서 헤어지는데, 저는 ‘뭐 때문에 힘드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싶어요. 눈에 보이는 상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내면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저희 30대 초반에게 이런 이야기를 건네주는 사람이 많이 없어요.”

손 선생님의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쿵’ 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기자도 모임을 진행할 때, 30대 초반의 선생님을 중심으로 실무를 맡길 때가 많다. 결혼 전이라 시간적으로 여유도 있고, 에너지가 많을 때라 별 부담 없이 일을 맡기는데, 정작 그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은 소홀했다. 그래서 30대의 눈에서, 40대 교사들이 이끌어 가고 있는 좋은교사운동, 각 회원 단체에 대한 생각을 알려 달라고 했다.

“신실한 선배 기독 교사의 삶을 보면서 그분들의 삶 자체가 저에게 표지판이 되었어요. 때로는 지금하고 있는 것들이 옳으니 ‘계속 직진’이라는 신호를 주시기도 하고, 때로는 이런 것들을 더 알고 배워야 한다는 ‘+’ 안내를 주시기도 하고, 때로는 그 방향이 아니라고 ‘좌회전’ 신호를 주시기도 하세요.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어요. 그것은 세대 간의 연결 지점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저는 CCC에서 훈련을 받았어요. 그때 항상 들었던 말씀이 ‘내 아들아 그러므로 너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은혜 가운데서 강하고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 디모데후서 2:1~2 말씀이에요. 바울은 디모데와 동역하면서 3대를 바라보며 사역했어요. 마찬가지로 우리 선배님도 이런 지점이 있어야 될 거 같아요. 조금 더 세밀하게 저희같이 30대 초반의 선생님들을 잘 이끌어 주는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단순히 말씀 공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 혁신, 교육 정책, 수업 등 교육에 관한 여러 분야들을 기독교적인 관점으로 보고 실행할 수 있는, 기독 교사 운동가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거 같아요. 그래야지 우리 30대 초반의 교사들이 20대 후반의 기독 교사들을 가르치고, 그들은 또 30대가 되어 또 다른 20대 후반의 기독 교사들을 양육하겠죠. 저는 이렇게 세대 간에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야지 우리 기독 교사 운동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은 결혼하기 전까지 죽어라 열심히 하고, 결혼하고 자녀가 생기면 수면 아래로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개인적인 상황을 배려해 주는 부분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모든 일이 30대에게 집중되면서 탈진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물론 일은 저희가 하지만 50대, 40대, 30대, 20대 기독 교사가 영적으로 4대가 연결되면서 지속적으로 서로 도와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이런 지점이 많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꿈을 향하여

기독 교사 운동의 세대 간의 연결, 손 선생님은 정말 좋은 지점을 말해 주었다. 한편으로는 우리 기독 교사 운동이 30대를 혹사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사실 이런 말은 헌신하지 않는 교사가 말하면 희생하기 싫은 자기변명이라고 말하겠지만, 현탁 선생님에게는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 정말 많은 사역들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것이, 청주 기독 교사 연합 모임이다.

“연합 모임의 시작은 지난봄에 진행된 예비 교사 아카데미 때문에 시작되었어요. 강의 당일, 명강사(?)가 서울에서 오신다는 얘기에 현직 선생님들도 여러 분 참석하셨어요. 청주 TCF 선생님과 CCC-TIM 선생님, 행복한수업만들기 선생님까지 총 열 분 정도의 선생님이 참석하셨는데, 강의 후 조별 나눔의 시간에 현직 교사들만 따로 모였어요. 그 나눔의 자리에 강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모인 김에 연합 모임을 시작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고 마침 TCF 청주 지역 대표로 섬기고 계신 노효숙 선생님께서 ‘5월에 연합 기도회가 있으니 함께하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그 말을 받아서 그러면 준비를 위해 단체 대표들끼리 한번 모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5월 초에 노효숙(TCF 청주 대표), 추성현(CCC-TIM 청주 대표), 손현탁(행복한수업만들기 초등 청주 대표) 이렇게 셋이서 모였어요. 모인 자리에서 5월 말에 있을 연합 기도회를 위해 역할을 나눠 준비하기로 했고, 모이니까 진짜 좋다, 자주 보자는 의견이 있어서 분기에 한 번씩 모이기로 이야기가 되었어요. 그래서 7월에는 TCF 대표로 섬기고 계신 안준길 선생님을 모셔서 ‘기독 교사의 설렘’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들었고, 10월에는 교육을 위한 연합 기도회로, 12월에는 또 다시 명강사 그분(?)을 모셔서 ‘수업친구만들기’에 대한 특강을 들었어요. 역시 이렇게 모이니깐, 모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이 나더군요. 기독 교사라는 그 정체성이 더 진하게 몰려오고, 청주시 전체를 품을 수 있는 영적 안목을 가지게 되었어요. 숫자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이 모임을 발전시켜서, 청주 지역에 있는 예비 교사들과 현직 기독 교사들을 깨우고 지역 모임으로 연결하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요.”

 

40대를 꿈꾸다 !

끝으로 그에게 30대 초반에도 이렇게 많은 사역들을 하고 있는데, 40대에는 자신이 어떤 모습이기를 소망하는지 40대의 손현탁은 어떻게 되어 있을지를 물어봤다.

“사실 대학 시절에는 정말 놀라운 꿈을 꾸었어요. 대학생 시절, CCC 간사님들은 세 가지 준비를 늘 하고 다니신다고 들었어요. 말씀 전할 준비, 떠날 준비, 죽을 준비. 그분들의 삶이 저에게 많은 도전이 되었어요. 그래서 저도 농촌, 어촌 등 주님이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서, 교회를 개척하듯이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전도하고 한 손에는 복음을, 한 손에는 사랑을 들고 마을을 돕는 꿈을 꿨어요. 그런데 막상 교사가 되니까 제 꿈이 얼마나 허황되었는지 알게 되었어요. 너무 이상적이었던 거죠.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달라요. 비록 그때의 야성은 없지만, 현실을 바라보는 안목이 깊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한 공부가 상담 공부예요. 이 사회는 점점 더 발전하고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멀어지는 것이 인간관계예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교육 과정이 화려해지고, 사용하는 교육 기자재도 최첨단을 걷고 있지만,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는 멀어져 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기본적으로 공부해야 할 것이 상담이라고 생각하고 여러 세미나와 연수를 참석하고 책을 읽으면서 이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40대쯤이면, 아마추어 수준에서 동료 교사와 학생들을 잘 어루만져 주는 상담자가 되어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항상 붙잡고 있는 주제가 있어요. 그것은 ‘교육의 영역을 어떻게 하나님께 드릴 것인가?’ 하는 거예요. 결국 그것은 많은 기독 교사 운동가를 길러 내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지금 예비 교사 아카데미 사역과 청주 기독 교사 연합 모임을 잘 섬기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그래서 40대에는 수많은 2030 기독 교사들에게 기독 교사 운동가로서의 삶을 보여 주고, 그들과 영적인 가문을 이루고 싶어요. 그래서 저를 시작해서 40-30-20대가 연결되는 기독 교사 가계도를 만들고 싶고, 제 삶을 보면서 후배들이 ‘아, 저런 삶이 기독 교사의 삶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는 모델과 같은 삶을 살고 싶어요.”

 

손현탁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내가 선생님과 같은 30대 초반에는 무슨 생각으로 살았는지를 살펴보았다. 하루하루 수업하는 것이 힘들었고, 학교의 경직된 문화와 일상을 버텨 내기에 바빴다. 그런데 우리의 현탁 선생님은 이미 그 단계를 이기고, 기독 교사 운동가로서의 삶을 꿈꾸고 있다. 갑자기 기독 교사 선배로서 마음이 뿌듯해진다. 우리 후배들이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에 마음이 뜨거워진다. 문득 나도 정병오 대표에게 이런 후배이었는가를 생각해 본다. 물론 아닐 거라 생각하고, 적어도 선배 교사에게 부끄럼이 없는, 소망을 주는 기독 교사의 삶을 살길 소망해 본다. 그리고 정 대표에게 이런 편지를 적어 본다!

“정병오 대표님, 미안했어요. 그동안 막무가내의 후배 교사를 보살피는 데 고생이 많았습니다. 오죽 했으면 좋은교사 사무실 내에서는 체벌이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겠어요. 앞으로 선배 기독 교사들에게 기쁨과 도전을 주는 후배 기독 교사가 될 거예요. 당신과 같은 선배 기독 교사들이 있었기에 우리 후배 교사들이 이렇게 살 수 있었네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