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필로 그리는 천국

월간 《좋은교사》 공식 블로그

연재 종료/교단 일기

경축! 여진 탄신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3. 29. 11:09

 

담임 엄마의 말랑말랑 연애편지 11

경축 ! 여진 탄신일

이여진


어쩜, 어쩜 !


12반! 어제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내 마음을 다 표현하기에 고맙다는 말은 참 식상하네. 그래도 고맙다. 이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고맙다.

내가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구나. 얘들아, 어쩜 그런 생각을 다했니? ‘경축 여진 탄신(?)일’ 메모까지 붙여서 백설기를 만들어 온 교무실에 돌리고, 행정실과 경비실까지 빠뜨리지 않았다는 아이들. 어쩜 그런 생각을 다했니, 얘들아.

“우리 샘한테 축하 메시지 한 통 보내주세요.”

너희들 덕분에 태어나서 가장 많은 수량의 교내 축하 메시지를 받아 보았다. 애들 참 잘 키웠다고, 다들 나보고 부럽다고 하시네.

“아이고, 무슨요. 백 가지 사고 치고, 한 번씩 요래 이쁜 짓을 하고 그래요.”



너희들이 나를 가르친 거야


이렇게 엄살스런 답문을 보내 드리면서, 한 편으론…. 내가 너희들을 키운 것이 아니라 너희들이 나를 성장시킨 것이

 

란 생각에 숙연하기도 하다. 한 해 동안 우리 서로는 서로가 자라 가는 풍경을 함께 지켜 주었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가르치는 사람이었던 셈이지.

야학에서는 교사와 학생을, ‘강학과 학강’이라 부른다. 가르치며(강, 講) 배우는(학, 學) 사람, 배우며(학, 學) 가르치는(강, 講) 사람이란 뜻이지. 



개인적 취향(?)


지난 토요일 자리 옮기는 문제로 속상한 일이 있었을 때도, 정화를 불러와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 내가 좀 더 침착하게 여유롭게 따뜻하게 상황에 대처했으면 더 지혜롭게 일이 풀렸을 텐데’ 하며 나의 모자람을 생각했다.

내 마음엔 그런 게 있나봐. 너희들이 나를 이해해 줄 것이다. 내가 너희들을 참 좋아하고, 그렇기 때문에 때론 이 상황이 좀 못마땅하더라도 내가 악의 없이 그리고 공정하게 대해 준 것이리라고 믿어 줄 거란 생각. 내 스스로가 너희들을 평등하게 대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너희들도 그리 믿어 주리라는 생각.

물론 나도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특별히 좋아하는 유형의 성격은 있어. 내가 갖지 못한 면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인간의 매력을 느끼면서 혼자 즐거워하지. 음침하게 지켜보면서 ㅋㅋ 왜 너희들도 특별히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잖아. 너희들의 말에 귀를 잘 기울여 준다거나, 따뜻하고 친절하다거나, 잘 배려해주시거나…. 기타 등등

샘들도 그래.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고, 잘 이해해 주고, “이러 이러한 잘못을 했으니, 이러이러한 벌을 받자.” 그러면 잊어버리지 않고 그 잘못에 대한 벌을 받고. 예의를 지키고.

그런 아이들이 이쁘지. 고맙고. 열심히 살아가는 아이들, 다른 친구들을 배려해 주려는 애들 보면 또 예쁘고. 만날 똑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또 스스로 고치려고 애를 쓰는 아이들을 보면 비록 또 다음날 똑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또 예쁘고, 예쁘고, 그렇다.

하지만 특별히 내 취향(?)의 학생이란 이유로 똑같은 문제에 다른 혜택을 준다거나 공정하지 못한 처벌을 내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너희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샘 스스로는 양심에 떳떳하게!!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담임이 되면 정말 참 신기하게도 ‘내 새끼다’ 싶은 마음에 사랑이 송송송 솟아나게 되거든. (^___^) 그니깐, 내 마음을 믿어 주면 좋겠다고. 헤헷.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새끼


너희들 덕분에 참 특별하고 행복한 생일을 보냈다. 얘들아, 하루 종일 참 행복했다. 12반 ! 하나님 내게 참 좋은 선물을 주시는구나. 올 한 해….

오래, 오래~ 나도 너희들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따뜻하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두고두고 내가 마음에 힘을 잃을 때, 아이들에게 실망할 때, 내가 걷는 이 길이 과연 옳은 길인가를 고민할 때, 그때 나는 너희들을 생각하고, 기억에서 오는 위로를, 격려를 받으마.


고마워, 12반.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나의 아이들.

 


딸들 덕분에 날마다 회춘하는, 그러나 내일 모레 서른.

연애쟁이 담임 샘. 여진 드림

 



'연재 종료 > 교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대를 알 수 없는 교사  (0) 2011.03.29
만남, 그 관계의 흔적  (0) 2011.03.29
나의 가룟유다들 #2  (0) 2011.03.29
목련에 대하여  (0) 2011.03.29
나의 가룟 유다들  (0) 201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