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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연가 1 : 떼나이스뜰링? (안녕하세요)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5. 3. 17:55


교실 연가 1
떼나이스뜰링? (안녕하세요)

하 승 천



 

동부 아프리카 권역에 자리 잡은 에티오피아. 13개월 동안 해가 지지 않고 수천 년의 무수한 역사를 자랑하는 ‘시바’ 여왕의 나라 에티오피아. 한국 전쟁 때 UN 참전국으로서 한국을 도와줬던 혈맹으로 맺어진 나라 에티오피아. 그 곳에서의 행복했던 교육 활동을 소개합니다.



히브레트프레(Hibret Firre) 초등학교

  2008년 6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약 2년 동안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위치한 공립 학교 히브레트프레 초등학교에 근무했었습니다. 히브레트프레 초등학교는 한국 전쟁 참전 용사들의 후손들이 다니는 학교로서, 전체 1,500명 학생 중에 약 200명 정도가 참전 용사들의 후손들입니다.


 참전 용사들은 그 당시 에티오피아에서 유능한 지도자들로 구성된 집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 갈 무렵, 정치적으로 에티오피아는 공산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이들이 되돌아왔을 때는, 영웅에서 정부를 배신한 배신자로 낙인 찍혀 정치범으로 몰락하는 수모를 겪게 되었습니다. 1995년 다시 연방 민주 공화제로 바뀌면서 한국 정부는 도움을 요청하는 에티오피아의 작은 외침을 들었고,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보상하고자 참전 용사들이 집단 거주하는 곳에 위치한 초등학교를 새롭게 다시 지어 주었습니다. 그 이름이 ‘작은 씨앗’ 바로 ‘히브레트프레’ 초등학교입니다.




꼬레아, 구와뎅냐 (한국 그리고 친구)

 요즘, 한류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한류의 바람은 과연 어디까지 불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정확히는 몰라도 확실한 건 에티오피아에도 한류가 거세게 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한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류와는 다른 것입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엔터테인먼트가 주를 이루는 한류가 아닌 교육 한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히브레트프레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퇴근을 하면 여기저기서 “꼬레아~ 꼬레아, 여네 구와뎅냐.” (한국~ 한국, 우리의 친구)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거리의 어르신들은 정중히 모자를 벗으면서 인사를 합니다. 이것은 바로, 히브레트프레 초등학교를 통해 그들의 묻힌 자존심과 한국의 변치 않는 사랑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한국의 학부모들처럼 이 학교에 자신의 자녀들을 보내고자 이사까지 감행한 학부모들도 있다고 하니, 과히 교육의 한류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애통한 자, 복을 구하다

 2년 동안 함께한 학생 중 기억에 남은 학생을 소개할까 합니다. 젤라럼과 메커더스, 각각 나이는 16살과 14살인 이들은 모두 하나님께 애통한 마음을 보인 친구들일 것입니다.


 특히, 젤라럼은 그 당시 7학년 일 때, 처음 저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할머니와 단둘이 시골서 살던 젤라럼은 할머니가 더 이상 돌봐 줄 힘이 없으시자, 수도로 향하는 차비만 손에 쥐고, 무작정 홀로 상경하였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수도에 온 젤라럼은 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지내다가 지나가던 히브레트프레 학교 선생님에 의해 목숨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후, 학교에 다니면서 줄곧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젤라럼은 결국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한참 수업을 진행하고 있던 도중, 학교 교감 선생님께서 교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왔으니 얼른 교무실로 와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전화는 다름 아닌 현지 사무소에서 온 전화였습니다.


 “하 선생님, 한국으로부터 하 선생님을 찾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사업가 한 분이 학생들을 돕고 싶다고 하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순간, 그분과 통화를 급히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 동안 찾고 있던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당연하죠. 우리가 도울 학생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분 연락처 좀 알고 싶습니다.”


 시차가 맞지 않아 하루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린 뒤, 드디어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네, 하 선생님 맞으시죠? 제 이름을 밝힐 수는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희 부부는 미래의 에티오피아를 이끌고 나갈 수 있는 학생 두 명을 대학교 때까지 도와줄 생각입니다. 부디, 신중히 아이들을 선발해 주세요.” 그 순간, 젤라럼과 메커더스의 애통함이 하나님께 전달되는 듯하였습니다. “젤라럼, 메커더스, 이젠 걱정하지 마. 하나님께서 너희들을 살리셨다.” 



아마서끄날로 (감사합니다)

 현재는 한국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지만, 에티오피아, 그 중에서도 히브레트프레 초등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이 마음 한 구석에 늘 남아있습니다. 떠나기 전,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에게 진심으로 받은 그 말 한 마디. “아마서끄날로, 아마서끄날로, 이그지아벨이스뜰링.”(감사해요, 정말 감사해요, 하나님께서 우리 대신 축복해 주실 거예요.)


 비록 전 세계에서 가장 못살고, 벌거벗은 민족이지만, 마음만은 늘 풍요로운 그들에게 오히려 내가 그들로 인해 더욱 행복했다고 전해 주고 싶습니다.


 “아마서끄날로, 이그지아벨이스뜰링.”







하승천 / 인천 약산초.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2년간 수학 교사로 근무하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아프리카와 그곳 제자들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4년차 교사선교회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