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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

작은 학교, 큰 이야기 #5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


골리앗을 이긴 놈

우리 반 다윗에게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다윗은 자기보다 훨씬 큰 골리앗을 무서워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하나님이 함께 싸워 주셨기 때문이지. 하나님이 힘이 엄청 세거든.”

며칠 후에 아침부터 다윗이가 나에게 와서 자랑을 한다.

“선생님, 저 골리앗 이긴 놈이에요.”

 

결혼 예정설 부인하다

학기 초부터 채연이와 결혼하겠다고 노래를 부르던 다윗이가 어느 날은 나에게 조심스레 이렇게 이야기한다.

“선생님, 저 채연이랑 결혼 안 할 거예요.”

“왜?”

“사람들이 막 놀려요.”

“뭐라고 놀려?”

“채연이 아이유 닮았다고요.”

 

등교 거부 사건

우리 반 남학생 중 다윗은 씩씩하고 남자다운 모습이 인상적인 아이다. 게다가 솔직하고 순수한 매력까지 발산하니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이다. 유쾌하고 발랄하신 분교장님께서 이날도 역시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다윗을 교무실에 불러 놓고 사랑의 눈길을 보내고 계신다. 그리고 나선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다윗의 손에 쥐어 주시고,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받아먹고 있는 아이에게 묻는다.

“다윗아, 아이스크림 맛있지? 우리 학교에서 어떤 선생님이 제일 좋아?”

아이스크림에 눈을 떼지 못하고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대답한다.

“분교장 선생님이요.”

“그렇지? 아이고 예뻐라. 그럼 우리 학교에서 어떤 선생님이 제일 예뻐?”

“분교장 선생님이요.”

“그래, 착하다. 운동장 가서 놀아.”

분교장님은 약간의 서운함과 배신감에 허탈해 하고 있는 담임인 나를 바라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이신다.

 

얼마 후 분교장님의 조카인 우리 반 수안이가 해맑은 모습으로 교무실로 달려와 분교장님께 귓속말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나간다.

“다윗이가 사실은 분교장 선생님 안 예쁘대요.” 하고.

호탕하게 웃으셨지만 뭔가 찜찜한 듯 분교장님께서 다윗을 호출한다. 하지만 여러 차례 호출 명령에도 잔뜩 겁을 먹은 다윗은 교무실로 올 수 없었다. 나와 분교장님은 드디어 수색 작전에 나섰다. 아이들의 제보와 도움으로 다윗이가 은거해 있는 곳까지 다다랐는데, 다윗은 자기 몸집만한 나무 밑동에 힘겹게 숨어 있다. 누가 봐도 엉덩이가 다 보이는데, 아주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숨을 죽이며 숨어 있다.

“어? 이상하다. 분명히 다윗이 이쪽으로 온 것 같았는데…. 금세 사라졌네? 애들아, 혹시 다윗이 보게 되면 교무실로 좀 오라고 해. 안 그러면 내일 선생님한테 혼날지도 몰라.”

능청스런 선생님의 연기에 모두들 넋을 잃었지만, 나무 밑동에 숨어 있는 아이만큼은 끝까지 꿋꿋하게 몸을 웅크리고 있다.

다음 날 아침. 수업 시작할 때가 다 되었는데도 다윗이 보이지 않는다. 집에 전화도 해 보고, 학교를 샅샅이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결국 선생님들과 전교생이 학교와 마을을 수색한 끝에 마을 회관 근처에 몸을 숨기고 있는 다윗을 만날 수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윗의 손을 잡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 내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순수한 것 같다. 선생님들의 사소한 농담과 장난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줄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기독 교사로서 충성스럽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교실에서의 수업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보이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더욱 기도로 준비하며 신중하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는 성경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며 수업 내용들을 재구성해 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학급의 제자들을 말씀으로 양육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시는 말씀에 믿음으로 순종하며 나아갈 때 이 땅이 하나님의 나라와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윗아, 이제는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돼. 우리 학교 선생님 중에 누가 제일 좋아?”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

 

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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