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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하나님의 고집

하나님의 고집

 

 “너는 언약궤를 멘 제사장들에게 명령하여 이르기를, 너희가 요단 물가에 이르거든, 요단에 들어서라 하라.” (여호수아 3장 8절)

그들에겐 광야가 필요했다

본문은 40년간 광야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제 다시 가나안 땅을 점령하기 위해 요단강을 건너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40년간의 광야 생활에서 그들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직접 체험하였지만 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해서 가끔은 난동도 부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나안 땅과 비슷한 전투력을 가진 가나안 주변의 족속들을 상대로 스파링을 치루며 조금씩 단련되어졌고, 그런 작은 승리들을 통하여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제 요단강만 넘으면 그들은 그토록 꿈에서 그렸던 약속의 땅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그들에겐 잔인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광야 40년 생활은 그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이었다는, 아니 하나님의 은혜였다 생각합니다. 노예로만 살아왔던 그들에게 노예가 아닌 자주적인, 언약의 백성들로서의 삶이 무엇인지 배우고 훈련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하나님께서는 광야 생활을 통해서 그것들을 배우게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40년의 광야 생활을 통해서 어떡하든 약속의 땅에 들어가게 하고 싶어 하시는 하나님의 고집. 원하시는 바가 있으면, 아니 우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할 믿음의 영역이 있다면 멀리 돌려서라도 기필코 다시 세우시는 하나님의 의지.

 

내가 통과한 광야의 시간들

저에게는 이런 하나님의 고집과 의지를 배운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임용 시험을 네 번 떨어진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지금 돌이켜 봐도 참으로 끔찍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밑바닥까지 내려간 제 본연의 모습을 만나게 하셨고, 저의 거품과 찌꺼기들을 제거하시면서 저를 단련시키셨습니다. 저에겐 이 시간들이 광야의 시간들이었습니다.

교사가 되고 13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에 대한 열정만큼은 신규 때와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매너리즘 비슷한 찌끼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아이들을 보면 여전히 뭔가를 아이들과 하고 싶고, 좋은 것이나 즐거운 것을 경험하게 되면 아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먼저 듭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임용 사수의 경험이, 그 시간을 통해 저를 단련시키신 하나님의 의지가 아이들에 대한 제 마음을 지키고 있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여름 방학을 보내며 더욱 확신이 든 생각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일 년의 중간에 방학을 두게 하신 이유는 방학 동안에 지난 한 학기를 잘 돌아보아 처음 만나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잘 살펴서 2학기 때는 실패했던 것들이나 놓쳤던 것들을 다시 회복하여 좀 더 깊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 눈에는 아이들이 좀 다르게 보입니다. 밉게만 보였던 아이들의 단점이 이제는 수용되어지고 좀 더 관대하고 여유 있게 보입니다. 조금만 더 노력을 하면 아이들 내면에 숨겨져 있는 본연의 형상들이 조금씩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마음 안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2학기 내내 아이들과 생활하며 하나님의 고집을, 아이들에 대한 하나님의 의지를 느끼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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