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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에티오피아에서 교사로 사는 법

에티오피아에서 교사로 사는 법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름 방학을 보내고 이제 삶의 현장으로 돌아온 아이들과 선생님들. 여름 방학의 뜨거웠던 추억을 멀리하고 교육의 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들 얼굴은 하나같이 시커멓게 그을렸고 더욱 키가 자란 듯 보입니다. 선생님들은 이런 아이들을 보고 흐뭇하기만 합니다. 에티오피아 아이들과 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에티오피아도 지금쯤이면 여름 방학을 잘 보내고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오는 때입니다. 특히, 에티오피아 교사들은 현장으로 돌아오는 얼굴 표정이 더욱 비장하기만 합니다.

 

교사가 되기까지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적으로 교사들의 사회적 위치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누구나 교사가 될 수 있다는 인식과 교사를 하느니 차라리 막노동으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처우에도 교사를 희망하는, 학생들과 평생을 함께하기 원하는 에티오피아 많은 젊은이들이 교육대학교로 향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할 게 없어서 교사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더 많은 실정입니다. 일단,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면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일반 사설 학원에서 2년간 주말이나 야간을 이용해서 일정 과정을 수료하는 방법입니다. 둘째는 우리나라 교육대학교처럼 TTC(Teachers' Training College)라는 교육 기관에 들어가서 교육을 받는 방법입니다. 이 둘째 방법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방법인데, 인문계 고등학교를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대신에 TTC를 많이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 또한 2년 과정이나 전문대학교처럼 주간을 이용하여 교사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방법은 모두가 꿈꾸는 과정으로 4년제 대학을 나와서 학사 학위를 소지하고 현장으로 나오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으로 교사가 되면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을 통해 들어온 교사들보다 약 3만 원 정도 돈을 더 많이 받으며 교직 내에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교사들이 원하고 선망하는 방법이긴 하나, 그 비율은 절대적으로 낮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교사로 사는 법

지금은 많이 나아지고 있는 편이나, 국제기구에서 발간한 각종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교사의 처우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편입니다. 그 중에서도 에티오피아 교사의 처우는 가장 형편없는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다행히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전폭적인 지지와 정부의 부단한 노력으로 교사의 처우가 그나마 나아지고 있기는 합니다.

현장에 있으면서 바라본 에티오피아 교사들은 그야말로 한국에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비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는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경제적 면에서는 정말로 너무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버스 기사나 택시 기사가 한 달 동안 30만 원 정도의 수입을 거두는 반면, 교사의 월급은 경력에 따라 겨우 7만 원에서 9만 원 수준입니다. 즉, 아버지가 교사라는 것은 가난한 집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한 달 월세가 5만 정도고, 각종 물가가 뛰고 있는 것을 가만하면 한 달 동안 2~3만 원 정도로 한 가족이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포기할 수 없는 꿈

개인적으로 교사에 대한 확신이 별로 없었는데, 에티오피아에서의 교육 활동을 통해서 교사로서의 비전을 더욱 확실히 가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교직을 절대 떠나지 않는 수많은 에티오피아 교사들을 보면서 교사로서의 소명과 삶을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에티오피아를 떠나기 전 교사들과 개별적인 인터뷰를 했습니다. 주요 질문은 “왜 교직을 떠나지 않는 건가요?”이었습니다. 이러한 질문이 한편으로는 그들의 삶을 형편없는 삶으로 규정하는 것 같아서 정말 미안했지만, 그들이 교직 현장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답은 한 중년 교사의 고백이었습니다.

“아셔나피, 당신 같으면 이러한 교육 현장을 떠날 수 있겠어요? 아이들은 우리를 통해서 꿈과 희망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서 또 다른 꿈과 희망을 가지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떠나면 우리의 삶이 윤택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피폐해질 거예요. 아셔나피도 이러한 기분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곳을 쉽사리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또한 알고 있습니다.”

이 교사는 두 아이를 두고 있는 아버지로서 혼자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지만 늘 열성적으로 자신을 계발하고 아이들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사는 교사였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교사는 드물었으나, 이러한 헌신적인 교사들의 삶을 통해 에티오피아의 미래는 더욱 풍성해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새로운 2학기! 저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교단에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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