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연가 1
아이죠흐 (괜찮아요, 힘내자구요)
하 승 천
에티오피아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된 현실이 바로 빈곤이었습니다. 빈곤은 단순한 빈곤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낳았습니다. 빈곤으로 인해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여학생들은 더욱 성차별을 당해야 했으며, 경제난을 이기지 못하여 교사들은 결국 학교를 떠나야 했습니다. 이번 호에는 이러한 비극적인 현실을 국제 사회는 어떻게 바라보며 대처해 나가는지 제가 경험한 에티오피아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게요.
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 새천년개발목표)
제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하여 에티오피아를 가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국제 사회가 UN을 중심으로 2005년에 지정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에 의거하여 대한민국도 함께 동참하는 데 있었습니다. MDGs는 국제 원조 사업 즉, 저개발 국가가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하는 사업을 논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목표입니다. 이러한 목표는 크게 8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8가지 목표 중 교육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목표가 세 개나 있다는 것입니다.
Goal 1 절대 빈곤 및 기아 퇴치
전 세계적으로 보면 하루에 버는 돈이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인구 비율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합니다. 목표 1은 이러한 인구 비율과 기아 인구 비율을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데에 있습니다. 에티오피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에티오피아에서 막노동을 온종일하면 과연 얼마나 벌까요? 1,000원 미만의 돈을 법니다. 하루 종일 구슬 꿰는 일을 하면 500원 정도. 아이들이 흔히 할 수 있는 구두닦이는 한 번 구두 닦는데 100원이니깐 하루에 열 켤레만 닦아도 고소득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이 나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960년부터 2000년까지 50개국을 대상으로 시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학교 교육을 1년 연장하면 GDP가 0.37% 증가하며, 인지 능력의 증가를 고려할 때 GDP 1% 증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에서는 학교 교육을 1년 더 받을 경우 개인 소득이 10%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고 합니다. 교육의 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Goal 2 보편적 초등 교육 달성
목표 2는 교육과 직접적으로 연관됩니다. 2015년까지 전 세계 아동이 초등 교육의 전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왜 이러한 목표가 나왔을까요? 빈곤으로 인해 당장 돈을 벌지 않으면 모두가 굶어 죽게 되는 현실에서 취학 연령 아동들은 학교를 다닌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바로 빈곤이 아동들의 학습권을 빼앗아 가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실제로 에티오피아 현지에서는 취학 연령 아동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구두닦이를 하거나 껌을 팔거나 아니며 대놓고 구걸을 합니다. 초등 교육이 의무 교육인 우리와는 달리 저개발 국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수업료를 받기 때문에 교육 불평등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돈 있는 사람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사회적으로 더 좋은 직장을 얻고, 가난한 사람들은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면서 자연스럽게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국제 사회가 협력하여 부자든 가난한 자든 모두가 초등 교육만큼은 받도록 힘을 쏟고 있는 것입니다.
Goal 3 양성평등 및 여성 권익 향상
저개발 국가 특히, 아랍권 국가와 아프리카 국가의 성별 간 차이가 매우 심합니다. 이러한 성별 간 차이는 아랍권 경우는 종교적인 이유로, 아프리카의 경우는 종교적인 이유뿐 만 아니라 빈곤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이러한 성별 간 차이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학교 등록률만 살펴봐도 그 나라의 양성평등 지수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남아 대비 여아의 학교 등록 비율이 100%를 이미 도달하였지만, 에티오피아 같은 저개발 국가는 중ㆍ고등학교로 갈수록 그 비율이 떨어집니다. 에티오피아 초등학교의 경우는 0.89로 상당히 높은 수치를 나타내지만, 고등학교는 0.31의 비율을 나타냅니다. 즉, 한 학교에 남자 100명당 여학생 31명이 다닌다는 말입니다. 빈곤과 종교적 문제로 저개발 국가 남성들은 여학생들이 교육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이 사회의식 전환의 출발점이 되어 에티오피아 여성들의 권익 향상은 물론이고 빈곤 퇴치와 사회적 불평등 요소를 바꾸어 내는 날이 하루 속히 왔으면 합니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아프리카가 더 떠오르는데, 뜨거운 아프리카에서 교육을 통한 시원한 소식이 들려오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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