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필로 그리는 천국

월간 《좋은교사》 공식 블로그

특집, 좋은교사

[특집] 2025 좋은교사운동이 제안하는 대선 교육 공약 ① 되돌아본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

좋은교사 2025. 5. 2. 12:13

[특집] 2025 좋은교사운동이 제안하는 대선 교육 공약 ① 

 

회고. 되돌아본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하고 싶지 않은 숙제

숙제를 흠모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느 진영의 어느 대선 후보든 교육 영역은 하고 싶지 않은 숙제일 것 같다. 교육 문제 하나를 건드리면 고구마 줄기처럼 얽히고설킨 수많은 문제가 따라 올라오고, 따라 올라온 문제들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말이다. 손을 대면 표를 얻기보다 잃기 십상이니 어느 대선 후보도 교육 분야는 현상 유지 전략을 선택한다. 혹은 어려운 숙제는 그대로 두고 표가 될 정책만 힘껏 추진한다. 그러다 보니 교육 문제는 하고 싶지 않은 숙제에서 풀 수 없는 사회적 난제로 방치되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역대 어느 정부도 교육 분야에서만큼은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지는 못했다.

 

 

 

해야만 했던 숙제들

윤석열 정부의 시작도 여느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교육 난제로 굳어진 문제들을 풀어야 할 책임은 같았다. 과도한 상대평가와 입시 교육, 이에 뒤따라오는 사교육 문제와 대학 서열 문제, 학교의 관료제와 교장 승진제 등은 어느 정부든 풀어야 할 숙제들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시작 시기에는 오래된 숙제와 더불어 당장 풀어야 할 숙제들도 산적해 있었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2022 개정 교육과정 고시, 고교학점제와 맞물린 절대평가 도입, 절대평가 도입과 연계된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2028 대입제도 개선 방안 발표 등이 큰 과제였고, 무엇보다 이 과제들을 하나의 줄기로 묶어내야 했다. 또한 코로나 이후 부각이 된 기초학력 지원과 학습격차 해소, 학생 심리ㆍ정서 지원 등의 과제가 있었다. 그리고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 마련, 중소 도시의 학교 소멸과 대도시의 과밀, 과대 학급 양립 문제, 지방 소재 대학의 소멸 문제 등도 시급한 문제였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일관된 교육정책 추진을 목표로 했던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도 주목할 과제였다.

 

 

 

풀어내려 했던 숙제들

5세 입학 논란으로 임명 35일 만에 박순애 장관이 사퇴하고 이후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들은 이주호 장관에 의해 추진되었다. 초ㆍ중등 교육 분야에서 주목할 몇 지점들을 톺아보자.

초ㆍ중등 교육의 끝이 대학입시로 모이다 보니 대입 정책은 학부모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2028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해야 했다. 대입제도는 다시 과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 문제와 직결되고, 이는 초ㆍ중등 교육의 교육과정과 평가 체제와 연결된다.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상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대평가 도입이 필요하고, 절대평가 도입을 위해서는 고교 서열 문제 해소가 필요하다. 또한 성취평가제를 기반으로 하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안착을 위해서는 고교 내신과 수능에 대한 개선 방안이 절실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은 정권이 바뀌면서 없던 이야기가 되었다. 절대평가 도입도 현실적 문제를 이유로 도입되지 못했다. 다만 상대평가를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등급을 완화하였으나 적용 과목을 고교 대부분의 과목으로 확대하면서 결과적으로 경쟁의 강도는 줄지 못했다. 성취평가제를 기반으로 하는 고교학점제는 상대평가 병기가 이뤄지면서 도입 취지를 살리는 운영은 어렵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던 기초학력 지원과 학습격차 해소 문제, 정서행동 위기학생들에 대한 지원 정책들도 뚜렷한 현장 변화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기초학력 정책은 전문교사 인력 지원이 아닌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예산 지원 형태로 흘러가면서 기초학력 지원 역량이 단위 학교에 축적되기 어려웠다. 정서행동 위기학생 문제는 서이초 이후 분리 학생 지도와 더불어 더 크게 부각은 되었지만 Wee 프로젝트를 리뉴얼하거나 학교 밖 진료를 지원해 주는 수준에서 그쳤다. 이들 학생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학교 안팎을 아우를 수 있는 지원 체계는 마련되지 못하였다. 기초학력과 정서행동 위기학생 정책은 결국 정확한 진단과 진단에 따른 지원, 지원을 위한 전문 인력 확보를 포함한 지원 체계 마련이 핵심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마음 이지(EASY) 검사 등이 진단과 지원을 위해 도입되었으나 현장의 변화는 크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시기에 있었던 가장 큰 교육계 사건을 선정한다면 서이초 사건이지 싶다. 곪아 있던 많은 문제가 봇물 터지듯 터졌고 저경력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은 수십만의 교사를 광장으로 나오게 했다.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어 달라는 뜨거운 함성이 이어졌다. 서이초 이후 교권보호 관련 법안들이 만들어지고,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육활동 보호와 민원 대응책들을 발표하였다. 서이초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를 위해 교육부, 교육청, 학교, 교육단체들의 노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광장에서 외침의 크기만큼 공교육 회복이 크게 이뤄지지는 못했다. 정서적 아동학대 기준의 불분명함은 여전하고, 민원 대응 체계는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인력과 예산 지원은 지속적이지 못하고, 교육 주체들의 신뢰 회복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광장에서 모아졌던 현장 교사들의 공교육 회복 염원이 실제적인 학교 변화로 끝까지 추동되지 못한 부분은 실로 아쉬운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인 교육정책으로 늘봄학교 정책과 AIDT(AI 디지털 교과서, 이하 AIDT) 정책을 빼놓을 수 없다. 두 정책 모두 속도감 있게 추진되었다. 늘봄학교는 저출산 시대에 국민적 필요가 큰 사업이다. 진보든 보수든 자녀 출산과 돌봄을 위한 지원 정책은 표와 연결되는 사안이다. 윤석열 정부에서의 돌봄 정책은 지역과 함께하는 체계에서 학교가 돌봄을 모두 책임지는 구조로 바뀌었다. 올해 늘봄지원실장까지 만들어지면서 학교가 돌봄에 대한 공간과 인력에 대한 책임을 모두 지는 방식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에 대해 학교 현장은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정책의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AIDT 정책은 현장과의 괴리가 더욱 컸다. 발전하는 AI 기술을 교육에 접목하는 것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다수의 현장 교사와 학부모들이 AIDT 정책에 우려를 표한 데에는 정책 추진의 속도와 방향에 있었다. AIDT 도입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과 인프라의 문제, 시범 운영 과정 없이 모든 학교로 확대하는 문제,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현장과의 소통과 협력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오히려 AIDT의 교육적 필요와 효과를 중심으로 현장과 점층적으로 합의해 갔다면 AIDT 정책이 현장을 이토록 혼란스럽게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불통과 과속의 한계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교육정책들의 공통된 한계들은 대부분 정책 추진의 불통과 과속에서 비롯되었다. 합의되지 못한 방향으로 현장과의 소통 없이 급박하게 교육정책들이 추진되다 보니, 추진한 정책들이 현장의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 되기보다 현장에 어려움을 주는 또 다른 과제가 되어 버렸다. 앞서 돌아보았던 AIDT나 늘봄 정책, 대입제도 개편, 유보통합 추진,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등이 그러했다.

얽히고설킨 교육 난제들을 단번에 풀어낼 묘수는 없다. 천천히 그러나 부지런히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문제를 풀어낼 힘이 눈앞의 표 계산에서 올 수는 없다. 현장과의 소통과 협력에서 실마리를 찾아내고, 찾아낸 실마리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변화에는 현장의 힘이 실리기 마련이고 힘이 실린 변화는 난제를 풀어갈 동력으로 선순환된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표 계산에 앞서 현장의 고통에 먼저 마음을 쓰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