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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오 칼럼

오디세이, 지금부터 시작이다(2018.02)

정병오 칼럼

오디세이, 지금부터 시작이다

 

 

1년 후 복교, 무책임한 것 아닌가요?

얘들아, 오디세이[각주:1] 1년 과정을 마친 것을 축하한다. 물론 오디세이 1년을 마치고 일반 학교로 복귀하는 너희들의 마음이 마냥 기쁘기만 하진 않다는 것은 잘 안다. 어떤 친구들은 왜 오디세이 과정은 1년인가요? 그냥 고등학교 3년을 오디세이에서 보내면 안 되나요?”라고 묻기도 하지. 부모님들이나 어른들 가운데는 아이들을 이렇게 자유롭고 재미있는 교육 가운데서 1년을 보내게 한 뒤 다시 일반 학교로 보내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닌가요?”라고 묻는 분도 있어.

오디세이가 처음부터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디세이는 3년 혹은 6년이라는 완결된 체제를 선택하지 않고 ‘1년 과정이라는 지극히 불완전한 체제를 선택을 했어. 그래서 오디세이학교는 처음부터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고, 오디세이학교 학생들은 이곳에서 열심히 재미있게 생활하면서도 늘 마음 한편에 과정이 마치면 다시 복교해야 한다는 두려움을 갖고 생활해야 했지.

오디세이학교를 시작하고 학교의 틀을 만들 때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야. 하지만 우리는 ‘1년 과정3년이나6년이라는 틀에 포함된 불완전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1년의 전환 과정으로서 완결된 체제라고 생각했어.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에 1년의 별도의 시간을 가지는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와는 달리 오디세이학교는 고등학교 1학년 학력 인정이기 때문에 이것이 장점이기도 하면서 또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과정3년이나 6년을 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전환을 위해서는 1년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해서 선택한 거야.

 

우리가 속한 현실, 입시경쟁체제

쉬운 이야기를 너무 어렵게 풀어 가는 것 같지만 이왕 이야기를 시작했으니까 좀 더 진행해 볼게. 우리가 속한 한국의 교육은 과도한 경쟁체제라는 것을 잘 알 거야. 내가 성장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주어진 내용을 반복해서 외우고 익히거나 굳이 지금 배우지 않아도 되는 내용까지 미리 당겨 와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욱여넣는 경쟁을 하는 체제지. 그래서 공부를 할수록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가 재미없어지고 등수로 인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불행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지. 이는 너희도 9년 동안 경험했으니 잘 아는 사실이지.

그래서 잘못된 경쟁체제를 없애고 고치기 위해 그동안 뜻있는 어른들이 많은 노력을 해 왔어. 서구 교육 선진국의 교육제도나 입학제도를 도입해 보기도 하고, 새로운 수업 방법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대학의 수를 대폭 늘려 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 왔지만 입시경쟁체제가 잘 무너지지 않는 거야. 교육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의 한 부분이니 우리 사회가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는 현상과 맞물려서 그런 면도 있겠지.

 

오디세이의 도전, 1년간 진짜 교육 맛보여 주기

그래서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 입시경쟁 중심의 교육체제와 틀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더 해야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우리 교육을 바꾸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지. 그래서 택한 방법이 아이들, 그중에서도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삶의 전환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의 맛을 보여 주기로 한 거야. 시험을 치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배움의 기쁨을 따라 하는 공부, 친구랑 경쟁해서 이기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서로의 지혜를 모아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공부, 내 삶과 무관한 지식 암기가 아니라 내 삶과 연결된 공부,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배움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기로 한 것이지.

이렇게 1년 동안 배움의 기쁨, 평화적인 관계, 자기 삶의 주인 되기, 함께 문제를 풀어가기의 맛을 느끼고 몸에 익힌 아이들이 다시 입시경쟁체제 속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론 1년 동안 교육의 본질을 맛보았다 해도 입시경쟁체제 속에 홀로 들어가서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큰 티가 나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디세이학교에 오기 전 9년 동안 생활했던 교육이 낯설게 보이기 시작한다는 거야. 그 전에도 무언가 불편하고 힘들긴 했지만 왜 힘들고 불편한지 이유는 몰랐을 거야. 그런데 오디세이학교에서 다른 교육을 받고 학교에 돌아가면 현재 학교 교육의 모습이 보다 분명하게 보이고,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거야.

 

너희가 만들어 가야 할 길

물론 착각하면 안 되겠지. 오디세이 경험을 통해 현재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더 분명하게 보게 되었다고 해서 너희가 무언가 된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되겠지. 그리고 오디세이에 오지 않고 일반고에서 1년을 보낸 친구들이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보낸 것은 아니겠지. 그 가운데 어떤 친구들은 오디세이에서 보낸 너희보다 더 오디세이다운 생각이나 노력을 하면서 보낸 아이들도 있을 거야.

어쨌든 너희는 오디세이의 경험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학교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적응을 해야겠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른 반응과 실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거야. 대입을 위한 공부를 하더라도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진로를 위해 대학을 준비할 수 있겠지. 같이 수업을 듣더라도 시험 점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 내용에 관심을 갖고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려고 하겠지. 동아리를 하더라도 단지 스펙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의 내용을 누리고 즐기면서 하겠지. 학급이나 학교 활동 관련해서도 생기부 기록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동체를 세우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기쁨을 위해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하겠지.

 

선생님은 너희를 응원해

물론 이런 상상은 내가 바라는 모습을 이상적으로 그린 면도 있어. 하지만 먼저 일반고로 복교한 1, 2기 선배들을 보면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이런 모습을 조금씩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야. 당연히 긍정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야. 오디세이에 와서 올바른 교육과 배움의 기쁨을 맛보았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현실과 부딪히면서 괴롭고 힘든 것도 많이 느껴. 하지만 바로 이 아픔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실천을 하게 되는 것 같아.

이야기가 너무 길어진 것 같다. 오디세이 1년의 과정을 마치고 복교를 앞두고 있는 너희 마음속의 염려와 두려움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반고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설명해 보았어. 그리고 나름대로 기대도 해 보았어. 그리고 나의 기대가 어느 정도는 너희의 삶을 통해 현실로 나타날 것을 믿기에 이제 오디세이를 떠나 일반고로 돌아가는 너희의 발걸음을 진심으로 축복한다.

 

* 이 글은 오디세이학교 3기 수료식 때 학생들에게 들려 준 글입니다.

  1. 오디세이학교는 서울시 교육청이 민간 대안학교와 협력하여 고1을 대상으로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도록 도와주는 1년 위탁교육과정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