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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성명서]『만3세부터 고교까지 장애학생 의무교육 전면 실시』에 대한 논평


교육과학기술부의 OECD 국가 중 최초』는 우리나라의 특수교육과 장애인 복지의 어려운 현실을 감추는 단어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월 27일 특수교육대상자 의무교육을 OECD 국가 중 최초로 만 3세 유치원 과정부터 전면 실시하며, 의무교육 기간은 고등학교까지 15년간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와 함께 중증장애로 인해 학교출석이 어려워 가정이나 시설, 병원 등에서 순회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학생 2,000명에게 스마트기기를 지원하여 실시간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장기입원 또는 장기치료로 학업을 중단하거나 유급위기에 있는 건강장애학생(약 3,500명)의 학습권 보장 및 학교생활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병원학교 31개소와 화상강의시스템 4개소(서울, 부산, 인천, 충남)를 계속 운영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발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정책 구현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던진 섣부른 정책 발표이다.

턱없이 부족한 특수 교사에 대한 수급 계획 없이 의무교육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그저 좋아 보이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장애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교사의 개인적인 돌봄과 치료교육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현실은 그다지 건강한 상태라 볼 수 없다. 적은 수의 특수 교사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장애 학생이 배당되어 있고, 일반 학급에서의 통합 수업 역시 쉽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의무교육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은 기존의 불안정한 특수교육 시스템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2.『OECD 국가 중 최초』는 우리나라의 특수교육과 장애인 복지의 어려운 현실을 감추는 단어이다.

만 3세 이전에 장애 진단을 내리고 특수 교육 대상자로 분류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부모가 36개월 된 자녀에게 고칠 수 없는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치료와 대응의 절차에 돌입하게 되는 일은 흔한 일이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부는 만 3세 아동으로 특수 교육 대상을 확대하는 일을 두고 『OECD 국가 중 최초』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우리나라의 특수 교육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앞서 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고 하였다. 이는 본질을 호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의 특수교육 현실과 장애우들에 대한 복지는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3.스마트 기기 지원보다 특수교사 충원이 더 절실하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만남과 사귐이다. 그것은 스마트 기기로 채워질 수 없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스마트 기기 지원에 사용될 예산이나 교육 기부를 부족한 특수교사 충원 재원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획일적으로 실시될 수밖에 없는 온라인 수업은 개별화 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들에게 적합하지 않다.

특히 온라인 수업은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확대해나갈 사안이 아니다. 수업의 질과 학습의 효과, 그리고 학생 관리의 문제는 온라인 수업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다. 온라인 수업의 효과도 문제가 되지만, 학생 관리의 문제는 더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건강 장애가 있거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학생이 화상을 통해 전달되는 선생님의 수업을 온전히 따라오고 수업의 공간을 지켜낼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정신장애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은 출석 인정 통로 외에 큰 의미가 없다.

온라인 수업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인정하고 제한적인 형태로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 장애가 있는 학생들의 학습 부진과 출석 미달로 인한 유급 상황에 대한 대안은 다른 형태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온라인 수업이라는 비효율적인 도구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기기를 구입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재정을 보다 더 효과적인 대안에 투입할 것을 권한다.

 

(사)좋은교사운동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이번 발표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의 태도에 있다. 특수교육대상자의 의무교육 적용 연령은 2010년에도 5세∼17세까지였고, 2011년에도 4세∼17세까지였다. 이번 발표는 이와 같은 정책적 연속선상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부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의무교육 적용 연령을 1년 더 확대하고 고등학교까지 장애 학생 의무 교육을 전면 실시한다는 것을 대단한 것이라 홍보하고 이를 드러내는 선전 문구를 선택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 홍보 전반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그것을 눈치 채고 있고 안타깝게 여기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사)좋은교사운동은 특수교육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이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여 실천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2012.2.28 (사)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