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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교사 5월호) 특집- 교육개혁 10대 핵심 정책의 의미와 한계

좌담

교육개혁 10대 핵심 정책의 의미와 한계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회

 

한성준(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윤석열 정부의 교육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교육개혁 10대 핵심 정책’이 발표되었습니다. 교육부의 이번 10대 교육개혁 정책에 대해 어떻게 보셨는지요. 이번 발표의 의미에 대해 큰 틀에서 먼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홍인기(좋은교사운동 경기정책위원장): 보수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정책입니다. 진보가 이끌었던 지난 5년과 진보 교육감들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은 새로운 어젠다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정책이 새로워 보이지만 예전에도 보수 정권 내내 ICT 활용 교육과 같은 정책이 있었습니다. 친기업적인 관점에서 교육 분야에 기술을 사용해 온 정책의 반복입니다.

 

이봉수(좋은교사운동 서울정책위원장): 역대 정부는 국정의 목표로 국정과제를 제시해 왔고, 이 중 교육 분야는 교육계에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그 핵심을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는 자율성과 다양성 확대를 목표로 내걸었고 박근혜 정부는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이었으며, 문재인 정부는 교육과 보육을 책임지는 나라였습니다. 현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서 교육 분야가 별도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10대 교육개혁 정책은 뒤늦은 감이 있습니다. 정부가 출범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고 향후 레임덕을 생각해 볼 때 3년 여의 시간에 국정과제로서 교육개혁 정책이 잘 실현될지 우려스럽습니다.

큰 틀에서 추가하자면 현 정부의 교육개혁 비전이 대한민국 재도약의 시작이고 목표로서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교육자유창의에 기반해 모두를 키워주는 교육인데요, 지구 온난화, 공동체의 해체 등 국가의 근간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국정과제에 제시되지 않고 개인과 국가의 성장에만 방점을 찍힌 점이 무척 아쉽습니다.

 

김영식(좋은교사운동 전 공동대표): 교육 고통 해결을 위한 개혁 방향을 역행하는 정책 과제 발표라고 봅니다. 학생들이 교육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유는 과도한 경쟁교육 때문이고, 경쟁교육의 정점에 대입제도와 고교 서열화가 자리 잡고 있는데, 대입제도 개혁 의지는 보이지 않고 고교서열화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을 보니, 교육개혁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네요.

 

한성준: 10대 정책 중 긍정적으로 보는 정책은 무엇이고, 그렇게 보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봉수: 우선 고교학점제를 큰 틀에서 계승하고 지원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고교학점제가 현장에서 성공할지 그 여부가 아직도 논란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학점제 안착의 방향으로 학사 운영이 진행 중이라 만약 고교학점제를 전면 재검토했다면 더 큰 혼란을 주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마이스터 2.0의 추진도 긍정적이라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고졸 전성시대 이후 전문계 고등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입시 체제가 한국의 공교육을 왜곡시키는 주범이라고 볼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입 서열화 타파, 기업의 역량 중심 채용,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 해소 같은 정책과 함께 다양한 삶의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국가가 지원해 주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김영식: 제가 보기에도 이전 정부의 고교학점제 정책을 계승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고교학점제 추진에 따라 내신 절대평가 확대 기조도 볼 수 있고요. 오랜 개혁 과제였던 유보통합 추진을 밝힌 것도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여러 난관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홍인기: 진보든 보수든 교육정책에 있어 공통점은 학부모들의 필요를 채우는 정책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입니다. 유보통합정책이나 늘봄학교처럼 학부모들의 필요를 채우는 정책은 꾸준히 진행될 거 같습니다. 다음 대선은 초등 3시 하교제가 주요 이슈가 되리라 전망해 봅니다.

 

한성준: 반대로 염려되는 정책은 무엇이고, 그렇게 보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염려되는 정책의 발전 방향에 대해 제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홍인기: 첨단분야 인재 육성 정책에 대해 걱정이 됩니다. 사실 지금 반도체 분야에 필요한 고급 인력은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가 대만의 TSMC에 밀리는 이유는 고등학교나 대학 졸업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대학의 연구를 지원하는 생태계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첨단분야 인재 육성들 들여다보면 기업이 원하는 값싼 노동력 제공을 위한 정책이고 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를 통해 수도권으로 인구이동을 부추기는 나쁜 정책입니다. 인력 수요마저도 정확한 근거를 밝히지 않고 해당 업계의 연구 결과를 무턱대고 쫓아가고 있습니다. 정부 연구기관의 자료와 차이가 크게 나는데, 제대로 된 비교나 토론 없이 양성 인원이 결정되어 안타깝습니다.

 

이봉수: 염려되는 정책 두 가지를 말해 보겠습니다. 우선 고교학점제 관련 자사고의 존치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2025년 자사고 전면 폐지는 고교학점제와 발을 같이 맞춘 것입니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학과 진로를 위해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요, 다수 학생의 경우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으려면 자신이 선택한 과목이 내신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현행 1등급이 4%인데 만약 25명의 학생이 A라는 과목을 선택한다면 1등급이 1명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고교학점제 시스템에서는 2학년 과목부터 절대평가로 과목 선택을 하도록 했습니다. 이주호 장관은 나아가 1학년도 절대평가를 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문제는 현행 고교제도와 입시 체제 하의 고교학점제는 자사고가 내신 평가 및 수능 모두에서 유리하여 자사고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중학교의 사교육비 증가와 연결될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6년제 교육 전문대학원 추진도 우려스럽습니다. 명목상으로 교사의 전문성과 현장 적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6년제 대학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학교 교육의 전문성 부족이 4년 동안만 교육을 해서인지, 수업내용과 방법의 현장 적합성이 부족해서인지는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장 경험이 없는 교수들이 만드는 전문대학원 교육과정이 얼마나 잘 만들어질지 고민이 됩니다. 6년의 과정 후 고소득 직종으로 진출하는 법학전문, 약학전문, 의대 등에 비교해 볼 때 6년이라는 긴 과정을 통해 양질의 예비 교원을 확보하고 배출할지도 의문스럽습니다. 좀 더 심화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김영식: 외고, 국제고, 자사고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반고 내 유형별 분화를 시도한다는 것이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여기에 교육자유특구법까지 병행되면 국제학교까지 난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교육 불평등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 분명해집니다. 영재학교-과학고-외고-국제고에 국제학교가 결합되고, 일반고 내 유형별 분화까지 이루어지면, 부모의 경제적 배경에 따른 교육 불평등과 공교육의 슬럼화는 피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봅니다.

 

한성준: 이번 10대 정책 중에 이런 정책은 추가로 포함되었어야 한다 싶은 정책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홍인기: 학생 수 감소에 대한 대책입니다. 지방대학에 대한 지원은 이번 발표에 포함되어 있는데, 대학은 현재 40만 명대의 출생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20만 명대의 출생아 감소 쓰나미를 맞고 있어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폐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도 30만 명대의 입학생이 점차 줄어들어 3년 뒤인 2026년에는 20만 명대의 신입생을 맞이하게 됩니다. 학생 수 감소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봉수: 저는 수험생 40만 시대에 획기적인 교육 기획안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40만을 다 인재로 키우고 고등학생 시절에 과도한 학습이 문제가 있다는 대통령의 선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립대학교를 통폐합하고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려 고등학교에서의 입시 병목을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선택할 나이가 되는 대학교로 옮길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 교육력 제고 방안 중 교사의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한 다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연수나 여러 종류의 학교설립을 통해 수업의 질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교사들이 왜 수업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는지 엄밀하게 따져 그 권한과 의무를 재설정해야 합니다. 연수는 지금도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근로자의 법적 정의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정의 아래 노동자에게 노동 이외의 다른 업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사의 권한과 의무를 수업과 생활지도혹은 수업으로 국한하는 명확한 법적 지위의 부여가 필요합니다.

 

김영식: 고교교육력 제고 방안을 넘어서 학교교육력 제고 방안이 보다 실효성 있게 제시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력 제고를 위해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데, 디지털 교육은 미래 교육의 한 축으로서 당연히 추구되어야 할 영역이지만, 이것이 교육력 제고의 핵심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기초학력 보장 정책이나 개별화 교육,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교사 증원 방안, 교사 전문성 신장 방안, 교원 자격체제 개선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으면 합니다.

 

한성준: 교육 3단체의 평가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평가의 의미나 결과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홍인기: 먼저 교육부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귀담아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습니다. 정치는 다른 목소리를 통합하는 과정입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귀담아듣기를 바랍니다.

 

이봉수: 4가지 준거를 가지고 10대 정책을 평가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타당하다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준거 없이 제시된 교육청의 10대 정책이 국민과 교육계의 관심사와 필요성에 의해 분석한 것이 돋보입니다. 정책 입안자들이 정책을 만들 때 무엇이 중요한 기준인지 환기시키는 중요한 발표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식: 교육개혁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성을 적절하게 제시한 평가 결과로 봅니다. 현재 미래교육 담론은 허상에 가깝습니다. 우리 교육의 방향을 전체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서 미래교육을 말하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 거죠. 이를 적절히 잘 지적했다고 봅니다.

 

한성준: 교육 3단체 평가 결과에 대해 다른 평가를 내리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재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이봉수: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은 현재 진행형으로 적절히 활용한다면 수학 같은 특정 과목의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점수로 B 정도 주고 싶습니다.

 

한성준: 마지막으로 교육부에 전할 현장의 목소리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이봉수: 뒤늦었지만 10대 정책을 수립하고 방향을 설정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10점짜리 과녁이 있다면 화살의 방향이 6점 정도를 향해 있습니다. , 정책을 급조해서 만들다 보니 일단 시위를 당기고 보자는 식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교육정책이 되기 위해 그 방향을 조정하고 세부 실천 계획을 현실 적합한 방향으로 잘 세워야 하겠습니다.

 

김영식: 경쟁교육의 틀을 넘어서는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고교체제나 대입제도는 과거 산업사회에 맞는 경쟁교육 시스템 안에 갇혀 있습니다. 미래교육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그 길이 보일 것입니다. 국가교육위원회와 소통하면서 미래교육의 길을 제대로 잡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