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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7월호) 코로나 3년, 코로나가 던진 질문들 앞에서

코로나 3년, 코로나가 던진 질문들 앞에서

한성준(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기고1-3은 2023년 좋은교사 7월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3년, 마스크를 벗다

2023, 드디어 마스크를 벗고 학생들의 웃는 얼굴을 온전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겪은 지 3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지와 더불어 학교의 교육활동도 코로나 이전으로 많이 돌아왔다. 수도권 학교들도 체육대회는 물론 숙박형 체험학습도 실시하고 있다. 매일 아침 자가진단 어플을 켤 일도 줄고, 체온 체크 일도 간소화되었다. 3년 만의 일이다. 마스크를 벗기 위해 교육 주체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마스크는 벗었지만 우리 교육 현실은 여전히 답답하다.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는 듯하다. 일상의 회복이 소중한 일이기는 하나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 교육이 마주했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입시 경쟁교육과 사교육비 문제는 국민들에게 교육이 고통이 되는 주된 요인이었다. 교육 주체 간의 신뢰는 점점 낮아져 학교폭력과 교육활동 침해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었다.

마스크를 벗게 된 2023,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과연 우리 교육 현실은 나아졌는가? 코로나 전에 가지고 있던 교육의 문제들, 그리고 코로나를 지나며 부각된 문제들에 대해 우리 교육은 나름의 해법을 찾은 것인가? 2023년 우리 교육은 코로나 이후 새로운 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우리는 많은 질문들 앞에 서 있다.

 

코로나가 던진 질문들

지난 3년 학교가 처음으로 마주한 변화는 온라인 수업이었다. 학습 자료를 단순히 제공해 주는 수업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수업 형태가 바뀌어 갔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이 가능한 학교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교실에는 와이파이망이 깔리고, 학생들에게는 디지털 디바이스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교육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더욱 활발해져서 교육개혁 10대 정책 중 첫 정책으로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이 꼽혔다. 코로나로 촉발된 디지털 교육이 이제는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다.

급변하는 교육 기술을 우리 교육에 선도적으로 접목하는 일은 필요한 일이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코로나를 지나며 불거진 학습격차와 교육격차의 문제는 디지털 기반 교육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코로나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국민들에게 가장 큰 교육 고통은 입시 경쟁교육과 사교육 문제이다. 최첨단 디지털 교육 기술을 활용한 교육의 종착지가 결국 입시 경쟁교육은 아닌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시대를 위한 교육을 말하면서도 여전히 우리는 입시 경쟁교육에 발목이 잡혀 있다. 코로나를 지나며 미래교육으로의 교육체제 전환을 이야기했지만, 입시 경쟁교육에 발목이 잡힌 우리 교육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코로나 이후 미래교육이 우리 교육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지만, 현재 교육의 문제와 고통 해결 없이 미래로 나아갈 수는 없다. 미래교육과 수업의 변화, 에듀테크를 이야기할 때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를 지나며 학교폭력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할 역량이 학교에 축적되었는가도 되물어야 한다. 코로나 이전에 학교폭력 업무가 교육청으로 이관되었지만, 코로나가 터지며 교육청의 학교폭력 업무가 급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면 등교가 시작되자 학교폭력 처리 건수는 증가했고, 교육청은 학교폭력 업무 처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거기에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지난 4월 엄벌주의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까지 나왔다.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가해자 처벌 중심의 엄벌식 대책만으로는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없음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교육활동 침해 사안과 학교폭력 사안이 증가함에도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 역량은 제자리이고,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의 교육적 해결 역량도 늘 그 자리이다. 코로나 이후 늘어난 학교 내 갈등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학교폭력 업무는 일부 교육청으로 넘어갔지만,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할 역량은 코로나 기간에 나아진 것이 없다.

정시 확대 국면에서 코로나가 발생했고, 코로나 시기에 평가의 문제 또한 우리 교육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코로나 시기에 누구를 먼저 학교에 나오게 할 것인가를 두고 큰 이견이 없었다. 당연히 대학 입시를 앞에 둔 고3 학생들의 등교가 우선이었다. 1/3 등교, 2/3 등교 등이 이어질 때도 고3의 우선 등교는 우리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동의된 부분이었다. 코로나가 아무리 심각해도 고3의 등교가 멈추는 일은 없었다. 코로나 감염 학생의 대학 입시 응시를 위한 촘촘한 메뉴얼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수능이나 대입이 우리 교육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수행평가 비율은 대면 접촉과 감염 위험 때문에 확연하게 줄어들었고, 지필평가 100%로 평가를 진행하기도 했다. 코로나를 지나도 입시의 벽은 여전히 견고했고, 정시 확대 기조는 변화가 없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사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사건처럼 이야기되었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교육의 평가 영역에서만큼은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교육 고통의 몸통인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여전히 우리 교육의 주된 질문이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를 지나며 가장 이슈가 된 것은 학습격차와 기초학력 문제였다. 언론에서는 각종 통계 수치를 들어 학습격차 문제를 다루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도 오랜만에 학교에 온 학생들의 모습에서 학습결손의 상황을 쉽게 경험할 수 있었다.

대면 등교가 늘어나면서 교육회복 관련 예산이 학교에 많이 내려갔으나 실제 이 예산이 교육회복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교육회복의 역량이 학교에 축적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초학력 문제뿐만 아니라 이른바 금쪽이로 표현되는 정서 행동상의 어려움을 보이는 위기학생 문제도 코로나 기간에 부각된 문제이다. TV 프로그램으로도 많이 방영되는 이 학생들의 심각한 교육활동 침해의 모습은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 학생들에 대한 지도 방법이나 학교 내 대응 매뉴얼, 우리 사회의 학교 지원 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코로나 시기에 두드러졌던 문제 중에는 학교 내 소통과 경직된 관료주의 문화도 있었다. 수시로 바뀌는 방역과 학사 정책에 대해 학교는 교육청을, 교육청은 교육부만 바라보는 형국이었다. 이 과정에서 학교장의 리더십, 학교의 의사소통 역량 등에 따라 코로나 대응을 잘하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가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재난 상황을 지나며 코로나 이후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정의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잊혀 가는 질문들

마스크는 벗었지만 여전히 학교는 답답하다. 코로나는 우리 교육에 수많은 질문을 던져 주었다. 지금까지 관성처럼 흘러온 한국교육에 대해 지금 이대로 가도 되겠나 물었다. 우리 교육은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답을 찾지 못하고 코로나 이전의 답답했던 교육 일상으로 힘없이 돌아가는 듯하다.

이번 호에서는 수업과 평가, 학교폭력과 교육적 해결에 대해 코로나 이후 우리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 답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다음 호에는 기초학력과 학습격차, 정서행동 위기학생 문제, 학교와 교사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코로나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팬데믹은 언제든 다시 가능하다. 코로나가 던진 질문들을 우리 교육이 외면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월간 <좋은교사> 7월호 특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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