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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만남

나를 다시 숨 쉬게 한 공동체(2013.05)

어느 선생님의 고백처럼 내가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나를 지키고 있었다는 말에 저는 절대 공감합니다. 혹시 저와 같이 답답한 상황에 있는 선생님들께 꼭 기독교사 공동체에 가시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공동체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랍니다. 그 선물을 받고 풍성함을 누리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서울 한영중학교 구 윤 선생님 

나를 다시 숨 쉬게 한 공동체

 

 

 

 

/ 사진·김중훈

 

 

 

 

 

지난해부터 학교 현장에 꼭꼭 숨어있는 열혈 아줌마 선생님을 취재하라는 편집위원회의 요구가 있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수소문한 결과 기독교사 단체마다 그 수가 상당했지만 시간을 내기 어렵거나, 부담스럽다고 사양하는 바람에 취재를 쉽게 하지 못했다. 나는 이렇게 묵묵히 학교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기독교사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열혈 아줌마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신규 교사 시절에는 그분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어려운 헌신을 지속하고 계신지 몰랐다. 이분들은 학교에서는 책임감 있는 경력 교사로, 가정에서는 아내이자 어머니로 살아간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이분들의 삶은 치열하고 힘들다. 격려와 인정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여기에 하나 더 기독교사 단체를 소리 없이 조용히 섬기는 그들이 언젠가부터 나의 눈에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분들을 마주치거나 보기만 해도 숙연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TCF(한국기독교사회)열혈 아줌마 선생님중에 한 분인 구 윤 선생님을 만나 보았다.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부터 서울에서 성장했습니다. 서울이 저의 고향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성실한 성품을 가진 부모님을 따라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나갔습니다. 그냥 교회 안에서 사람들이 좋았고 또한 인정받는 것이 좋았습니다. 고등학교에 오면서부터 저에게 기독교가 일종의 구속이란 느낌이 들었고 뭔가 답답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기독교 문화는 익숙했지만 사실 기독교가 뭐가 좋은지 알지는 못했습니다.

 

모든 것을 새롭게 가르쳐준 IVF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선생님들께 인사드리러 찾아갔습니다. 중학교 때 기독교반을 담당하셨던 강영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기독교 동아리인 한국기독학생회(IVF)를 소개해 주시면서 기독교 동아리 활동을 하면 무척 좋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중학교 때 기독교반 활동이 무척 재미있었던 기억으로 남았기에 뭔가 재미있는 곳일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중에 제가 교사가 되어 TCF 모임에서 강영희 선생님을 중학교 시절 제자에서 이제는 동역자로 만났을 때 정말 너무 기뻤습니다. 선생님의 제자라는 것도 자랑스러웠고 선생님 뒤를 따라가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강영희 선생님은 TCF 모임에서 대모(?) 선생님이시거든요. 성인이 되어서 신앙생활을 시작하신 아버지도 대학생 때 기독 동아리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셨던 터라 꼭 가입하라고 권하셨습니다. 교회 중고등부 선생님도 저에게 IVF를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막연히 더 좋은 대학교 생활을 꿈꾸던 나에게 ‘IVF 라는 곳에 가면 무엇인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면 대학 시절 IVF는 나에게 모든 것을 새롭게 가르쳐준 곳이었습니다. 우선 가장 큰 것은 무엇보다 복음을 다시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방법, 기도하는 방법, 말씀을 보는 방법, 예배 드리는 방법,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방법 등 신앙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핵심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내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많이 아파한 후에 십자가의 가치와 복음의 은혜를 알았을 때는 세상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복음의 힘으로 하루하루 행복했고 전도도 너무나 재미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는 복음의 힘으로 내 스스로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확신은 내 자신의 신앙이 아닌 공동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계속 부족한 것만 보이는 결혼 생활과 육아

대학교를 졸업한 후 반년의 임용고사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한영중학교에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교 시절 교생실습 시간이 너무 즐거웠기에 학교에 나가면 바로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 말에 의하면 소위 매를 들고 센 척하는 교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분명 아이들이 너무 좋고, 교사라는 직업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무엇인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서서히 하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하여 깊이 인식하기도 전에 저는 처음으로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연애에 빠져 아무것도 점검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아주 빨리 지나가 버렸습니다.

저는 짧은 연애 후에 결혼을 결정했습니다. 아마 친구들 중에서 제가 가장 빨리 결혼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제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삶은 적응할 겨를도 없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도 잘 몰랐습니다. 결혼과 동시에 그때까지 제가 살아왔던 삶과 전혀 다른 삶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신랑은 직장 생활이 너무 바빠서 늦게 퇴근했고 퇴근 후에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좋기보다 혼란스러움이 많았던 신혼이었습니다. 바로 임신해서 몸까지 많이 힘들었습니다.

결혼 생활과 육아는 정말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제 일상은 이것저것 잘 못하는 것이 많은 실수투성이였습니다. 자라면서 나름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저에게 계속 부족한 것만 보이는 결혼 생활과 육아는 너무 힘겨웠습니다. 자신감도 잃어버리고 모든 것이 싫어지기만 했습니다. 기도도 알고, 말씀도 아는데 문제를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지 못하고 깊은 우울감에 빠져들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불평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내 안의 가득한 불만과 짜증과 분노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러다가 나뿐 아니라 내 가정과 남편, 아이까지 파괴해 버릴 것 같았습니다.

바로 그때 결혼 전에 두 번 정도 참석했던 TCF가 생각났습니다. 대학교 때 IVF 활동처럼 그곳에 가면 뭔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찾아갔습니다.

 

기독교사 공동체에 있다는 것만으로 정말 제가 살아서 숨을 쉬는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을 때 다시 TCF 모임에 나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던 그때 기독교사 공동체의 공간에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정말 제가 살아서 숨을 쉬는 것 같았습니다. 모임 중에 나누었던 말씀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사도행전으로 PBS(Personal Bible Study)를 했었는데 모든 말씀이 나를 위해 준비해 주신 말씀 같았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문제가 공동체 가운데서 성경 공부를 하면서 해결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모든 어려움을 하나하나 만져 주셨습니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큰아이를 안고 버스를 타고 모임에 갔습니다. 모임으로 가는 중간에 아이가 잠이 들면 안미정 선생님께 전화해서 버스 정류장까지 와 달라고 부탁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때는 늘 버스 정류장까지 나와서 짐을 들어주시곤 했습니다. 둘째가 태어나 아이 둘과 함께 모임에 갈 때는 남자 선생님들이 정류장까지 나오셔서 잠이 든 아이들을 안고 모임 장소(좋은교사운동 3층 사무실)로 가주시기도 했습니다.

기독교사 공동체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냥 그 자리를 앉아 있는 것만으로 선생님들이 저에게 얼마나 잘 해주셨던지 생각하면 할수록 감사하고,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얼마나 많이 울고 위로를 받았던지 TCF를 생각하면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모임을 통해 회복되었기에 큰아이 성호를 더욱 사랑스럽게 볼 수 있었고 또 둘째를 낳을 마음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의 강요로(?) 누구보다 모임에 열심히 나갔기 때문에 저절로 꼬꼬마 TCFer’(이재국 샘의 표현에 의하면)가 되었답니다. 아이들이 모임에서 얌전하게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어준 것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공동체는 기독교사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가장 큰 보약이기 때문에 방학 중 수련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 둘과 함께 꼭 참석했습니다.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가를 배웠습니다

이제야 교사다운 교사가 된 것은 TCF와 좋은교사운동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법, 수업을 즐겁게 하는 법, 모든 것을 공동체를 통해서 배웠습니다. 수업이라면 일제식 강의법 밖에 모르고 학급경영이라면 벌로 통제하는 것 외에 학생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저는 좋은교사운동의 자율 연수를 통해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협동학습, 강풍법, 에니어그램, 학급경영 등 많은 강의를 통해 아이들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가를 배웠습니다. 어설픈 가정방문도 하고, 일대일 결연도 해보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 공동체의 도움을 받아 계속 배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캠퍼스에서 노방전도를 했던 경험과 공동체의 도전 덕분에 부활절과 학기 말에는 기회가 되면 학생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하고 좋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랜만에 연락 된 졸업한 학생들이 저에게 하는 첫마디 중에 하나가 선생님, 저 요즘 교회 다녀요.”라는 말입니다. 당장 열매를 거둘 수 없을지는 몰라도 기도하고 뿌린 씨앗은 가장 좋은 때에 열매를 맺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늘 어제보다 발전된 오늘의 삶을 강조하다보니 아이들의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또 다른 큰 기쁨입니다. “선생님 저 이렇게 발전했어요.”라고 하는 글을 보면 제가 교사인 것이 정말 기쁩니다.

좋은교사운동과 TCF 공동체를 통해 이제야 겨우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교사가 되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참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참 감사한 것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 학생들은 하나님께서 꼭 책임져 주신다는 것입니다. 저랑 무척 안 맞아서 힘들어 했던 학생들 중에는 신기하게도 다음 해에도 좋은 담임을 만나서 활짝 피는 것을 보게 됩니다. 나랑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는 학생이나 아니면 그렇지 않는 학생이나 기도로 쌓은 아이들은 분명히 잘 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받은 사랑의 빚을 갚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저를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해준 TCF 공동체에 감사하는 마음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도 조금 컸고 지금까지 받은 사랑의 빚을 갚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 모임에서 리더를 하게 되었습니다. 회비만 내는 회원이 아니라 이제 겨우 공동체에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리더라는 자리가 정말 긴장되게 합니다. 아마 더 공동체를 잘 지킬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예전에 수련회를 준비하면서 , 수련회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섬김의 손길 위에서 이루어졌구나!’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알고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웠던지. 어떤 수련회를 가든 정말 불평할 것보다 감사할 것이 더 많이 보입니다. 헌신하는 선생님들의 수고가 먼저 눈에 보여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정말 공동체에 아쉬움이 있는 분들에게 리더가 되어 보시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수련회를 준비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럼 정말 그들의 손길의 감사함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가 자리를 지키면서 지금 열심히 활동하는 미혼 여자 선생님들에게 결혼 후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할 수만 있다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꼭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정말 때로는 누구나 길을 잃어버리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도 뭔가 어긋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내가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나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기독교사 공동체는 저에게 살 수 있게 해주는 산소 같은 존재입니다. 공동체를 한번 경험했던 저에게는 공동체 없이 사는 삶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철저하게 느꼈기 때문에 저는 끝까지 공동체에 붙어 있으려고 합니다. 어느 선생님의 고백처럼 내가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나를 지키고 있었다는 말에 저는 절대 공감합니다. 혹시 저와 같이 답답한 상황에 있는 선생님들께 꼭 기독교사 공동체에 가시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공동체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랍니다. 그 선물을 받고 풍성함을 누리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기독교사 공동체 안에서 열심히 배웠으니 정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사로 아이들에게 좋은 문화를 가르치고 싶습니다. 정말 바른 삶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좋은교사운동에서 제시하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이렇게 인터뷰도 했으니 잘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좋은교사가 되어가는 발걸음을 떼었듯이 저도 다른 선생님들에게 그런 길 중에 하나를 보여주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