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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나의 가룟 유다들 #4


 수나미의 쓰나미 제자 양육
나의 가룟 유다들 #4

전 수 남


원더걸스가 좋아, 내가 좋아?

 

기독교 동아리를 하다 보면 교회에 다니지 않아도 예수님을 믿지 않아도 선생님을 보고 그냥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중 T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어느 날 T와 문자를 하다가 “T야, 원더걸스가 좋아, 내가 좋아?” 하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즉시 온 답문. “원더걸스요.” T는 원더걸스 선미 광팬이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생각했는데 잠시 후 온 문자. “아니요. 선생님이 더 좋아요.”

 야호! 신이 난 저는 여러 아이들에게 시도해 보았습니다.

 “D야, 농구가 좋니, 내가 좋니?”

 “선생님은 하나님이 좋으세요, 예수님이 좋으세요?”

 “H야, 공부가 좋니, 선생님이 좋니?”

 “생각 좀 해봐야겠네요.”



★ 스스로 깨달은 교훈
 한 번 성공했을 때 만족하자.

 
그 당시 저는 세상 다른 모든 것보다 우리 아이들이 제일 좋았습니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큐티로 만나고, 매일 저녁 시간엔 컴퓨터실을 개방해서 아이들이 놀러 오면 만나고, 매주 금요일 저녁 시간엔 3학년 모임으로 만나고, 매주 토요일엔 정기 예배로 만나고, 방학이 되도 매일매일 보고 싶어서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서 성경 공부를 했습니다. 인천 부평 지역 연합 예배를 만들어서 같이 찬양 연습하고, 연합 학생 리더 모임 만들어서 같이 예배 준비하고. 1년 365일을 아이들 생각과 아이들과의 만남으로 살아갔습니다. 제가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아이들에게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다 해내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떠오르는 모든 생각들을 실천으로 옮겼고 강의도 요청이 들어오는 대로 열심히 했습니다.


과속 스캔들

 그런데 저의 주체할 수 없는 속도에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강의료를 대신해 여러 장의 문화 상품권을 받았고 모은 상품권으로 3학년 아이들과 수능 시험 후 영화를 보기로 약속했습니다. 약속 하루 전날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지금 여행 가고 있는 중이라서 내일 약속을 취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선생님과 약속하고서 미리 얘기도 안 하고 일방적으로 취소하다니….’ 그래서 “너희들은 나쁜 놈들이다” 하고 문자를 보내고 전화도 안 받았습니다.



★ 가룟 유다가 준 교훈
 나의 속도와 하나님의 속도는 다르다.


 생각해 보면 저는 그때 전진 중이었습니다. 그 다음 계획이 있었고 아이들과 또 다른 일들을 해 나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서운했던 일들은 마음 한 편에 켜켜이 쌓아 두고 계속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 다음 일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하나님은 저를 속도로 사랑하시는 것이 아닌데, 저는 저의 속도에 아이들을 따라오게 했습니다. 양육에 있어서도 과속은 위험한 것임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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