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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업 만들기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은 원래 누구의 것인가?

지남철 위에서 함께하는 시사 수업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은

원래 누구의 것인가?

 

 

 

  지난 학기, 좋은교사운동 사회쟁점교육위원회에서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복지’에 대해 공부했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등의 고전에서부터 한국의 복지 정책까지 다양한 책을 읽고 현 교육 복지 상황을 살펴보며 복지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출발점에서부터 뒤쳐지는 아이들을 지원하고 상식에서 벗어난 소득의 양극화 현상을 줄여 주는 복지의 역할이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에 부합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자 학년 말에 학생들과 함께 ‘복지’ 관련 수업을 해 보았다.

자 ! 지금부터 초등학교 1학년과 함께한 복지 수업의 일부를 소개한다.

(어느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의 쉬는 시간)

 

"선생님이 여러분에게 놀이 세트를 나누어 주려고 합니다. 쉬는 시간에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와!"

선생님은 A를 지명해 10개의 놀이 세트 중 5세트를 아이에게 준다. 순간 쏠리는 아이들의 눈빛. B에게는 2세트를, C와 D에게는 1세트씩을 나누어 주고, 남은 것을 몇 명에게 더 나누어 준다. 받은 아이들도, 못 받은 아이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지만, 이내 받은 아이들은 잔뜩 신이 났다.

"선생님, 쟤들은 왜 많이 받은 거예요? 어떻게 하면 많이 받을 수 있나요?"

"응. 그냥 선생님이 마음속으로 정해서 나누어 준거야."

얼렁뚱땅 대답을 회피하고는 아이들이 노는 장면을 살펴본다. 잔뜩 부러워하는 아이들의 표정. 놀이 세트를 가진 아이들은 즐거워하면서도 불편한 표정들이다. 가장 많은 놀이 세트를 받은 A 주위에 친구들이 몰려든다.

"나도 같이 놀아도 될까?"

용기 내어 말을 건네는 몇 명. 고민하던 A는 그중 2명을 선택하여 함께 놀다가 이내 1명을 내쫓는다. 질투가 난 몇 아이들이 A의 놀이를 방해한다. 화가 나지만 참고 있는 아이. 친구의 놀이를 방해하는 아이. 부럽기만 한 아이. 그냥 포기하고 가만히 있는 아이. 혼자만 노는 것이 재미없는지 놀이 세트를 포기하는 아이. 친구의 배려로 운 좋게 함께 놀게 된 아이 등. 다양한 상황과 감정들이 출렁인다.

놀이를 정리한 후 아이들과 함께 방금 전 쉬는 시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글을 적게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 놀이 세트를 못 받은 아이들은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받은 아이들은 어떤 기분이었나요?

- 놀이 세트를 받은 아이들이 혼자만 가지고 놀 때는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 놀이 세트를 못 받은 아이들이 나의 놀이를 방해할 때 어떻게 하고 싶었나요?

- 질투하는 친구가 나의 놀이를 망치지 않도록 나의 것을 나누어 줄 생각이 있나요?

- 놀이 세트는 원래 내 것인가요?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 후에는 토끼와 거북이가 서로 도와 가며 함께 계주를 완주했다는 내용의 '新 토끼와 거북이' 동화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함께 규칙을 정하여 놀이 세트를 골고루 나누어 노는 시간을 가졌다. 불공정한 분배가 주는 분노와 서운함의 정서에서 벗어나 공정함이 주는 기분 좋은 느낌과 반에 찾아온 평화를 마음껏 누리며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놀았다.

 

 

교실 속 복지, 세상 속 복지

이 수업에는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정황들이 펼쳐진다. 놀이 세트를 가진 아이들은 자신의 노력에 의해 그 부를 얻은 것이 아니다. 노력에 따라 가치를 분배해 주는 경우에는 분배에 대한 저항이 적은데 반해 아무 이유 없이, 또는 노력에 반하여 분배하는 경우 불균등한 분배에 대한 불만이 커진다. 사회에서도 개인의 성실과 노력에 의해 부를 얻은 경우 저항이 심하지 않지만 불로 소득이나 투기로 많은 부를 가지게 되었을 때 그 부에 대한 저항감이 큰 편이다.

또 놀이 세트를 얻게 된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의 소유가 불편하고 못 받은 아이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우리 반 전체의 부를 아무런 대가 없이 너무 많이 소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이가 시작되면 아이들은 곧 자신이 가진 것에 몹시 심취하며 가진 것으로 다른 아이들을 좌지우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놀이 세트를 받지 못한 아이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선생님께 어떻게 하면 자신도 받을 수 있는지 묻는 아이. 다른 분배 방법을 제안하는 아이. 분노를 느끼는 아이. 친구들의 놀이를 방해하는 아이. 부러워하는 아이. 함께 놀자고 제안하는 아이. 그리고 포기한 채 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 이 사회에서 최소한의 것도 가지지 못한 이들의 감정도 이토록 다양할 것이다.

서유럽의 복지는 가진 자들이 없는 자들의 폭동을 막고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해 시작되었다. 피지배 계층에게 기본적인 삶의 질을 제공하는 것이 사회에 안정감을 주고 지배층의 지배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북유럽의 복지는 사회로부터 값없이 얻은 여러 혜택들을 이웃과 후세대에게 기꺼이 내놓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에 근거하고 있다. 자신의 놀이를 방해하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자기의 것을 나누어 주겠다는 모습에서, 또 무료로 얻게 된 놀이 세트를 기꺼이 내놓아 함께 놀겠다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이와 같은 사회 복지의 여러 동기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것들은 원래 누구의 것이지?" "물론 선생님의 것이지요."

그리스도인들은 누구의 것인지 알고 있다. 모든 것이 원래는 주인의 것이라는 것을. 다만 우리에게 나누어진 것이란 걸.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처럼 정의롭지 않은 분배에 대해 우리 사회의 누군가는 분노하고 누군가는 좌절한다. 누군가는 더 자신의 것을 움켜쥐고 누군가는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내어놓는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소유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내가 누리고 있는 평화와 안정감, 소유한 많은 것들이 하나님께서 내게 값없이 주신 것이라고 고백한다. 움켜쥘 것인가. 내어놓을 것인가. 아이들이 우리에게 묻는 질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볼 문제

 

1.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 토끼와 거북이가 모두 서운하지 않게 경기할 수 있는 규칙을 정해 봅시다. 이와 연결 지어 우리 사회에는 어떠한 규칙들이 필요할지 생각해 봅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ㆍ《사회적 약자》 (카람진, 푸슈킨 외 지음, 에디터)

이 소설집은 주변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힘센 자들, 가진 자들의 횡포에 희생되는 사회적 약자인 '작은 사람들'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자 한 19세기 중반 이후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 5개가 담겨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이 실려 있다.

 

ㆍ《4천원 인생》 (임인택 외 지음, 한겨레출판사)

4명의 기자들이 음식점, 대형 마트, 가구 공장, 난로 공장에 한 달 정도 근무하며 쓴 취재 일기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가까이 있는 우리 이웃의 삶을 날것 그대로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