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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업 만들기

지킬 것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

열혈 아줌마의 좌충우돌 수업 이야기 9

 

지킬 것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

 

 

김주화

(행복한수업만들기 한문 모임 대표)

새해를 맞으며

참으로 혼란스러운 2011년을 보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러했지만, 나라 안팎의 일들을 보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그 어떤 분야도 혼란스럽지 않은 곳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가 혼란할 때면, 제가 대학 시절 들었던 동양 철학 수업에서 모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자꾸 생각이 납니다. 어느 성현의 말씀이라고 하셨는지, 어떤 경전에 있는 말씀이라고 하셨는지는 이제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졌지만, 그 내용만큼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사회는 道로 다스려지는 사회고,

그 다음은 德으로 다스려지는 사회,

그 다음은 法으로 다스려지는 사회,

그 다음은 힘으로 다스려지는 사회,

그것도 안 될 경우 가장 미천한 사회가 돈으로 다스려지는 사회다.”

우리 사회의 모습을 떠올려 보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어떤 단계에 와 있을까요.

 

守株待兎

‘守株待兎(수주대토 :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림)’라는 성어를 아시지요? 고등학교에 근무하던 때 고2 학생들과 함께 했던 ‘守株待兎’라는 성어 수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宋人에 有耕田者러니 田中有株하야, 兎走觸株하야 折頸而死어늘

因釋其耒而守株하야 冀復得兎나 兎不可不得하고 而身爲宋國笑라.

 

송(宋)나라에 어떤 농부가 있더니 밭 가운데 그루터기가 있어서, 토끼가 달려가다가 그루터기에 부딪쳐서 목이 부러져 죽었거늘 그로 인하여 (토끼가 또 그렇게 달려와서 죽을 줄 알고) 밭 갈던 쟁기를 버리고 그루터기만 지켜보며 다시 토끼 얻기를 바라였으나 토끼를 다시 얻을 수 없었고 자신은 송나라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아마 학교 다니실 때 한문 시간을 통해 한 번쯤은 들었던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나오게 된 ‘守株待兎’라는 성어는,

[1] 마음 열기

- 진나라의 유가와 법가 사상가들의 정치사상,

‘혼란한 세상을 구제하는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기

[2] 본문 학습

- 교과서 본문 내용 학습 (守株待兎 유래 원문)

- 한자의 음과 뜻 익히기, 본문 내용 풀이 및 이해, 문법적 설명, 본문 쓰기 등

- 본문 내용을 주장한 한비자와 법가 사상의 뒷이야기 알기

[3] 한 걸음 더

- 한비자가 알았던 것을 우리도 알자

: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

- 한비자가 몰랐던 것도 우리는 알자

: 시대가 아무리 흐르고 변해도 지켜야 하는 가치

[4] 삶에 접속하기

- 현실 문제에 접목하여 생각해 보기(인터넷 쇼핑몰 피해, 인간 복제, 자연 개발 문제 등)

- ‘守株待兎’와 함께 ‘溫故知新’의 의미 알기

구습에만 젖어서 시대의 변천을 모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낡은 관습만을 고집하여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마치 우연히 토끼 잡은 것을 계기로 그루터기를 지키고 앉아 다시 토끼가 잡히기만 고대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재미있는 우화 형식의 글이기에 풀이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만은 없었습니다.

 

禮가 아닌 法으로 다스리는 사회

守株待兎의 이야기는 진시황에게 등용되어 법가 사상을 역설하며 현실주의적 정치를 주장했던 한비자가 했던 이야기입니다. 한비자는 이 이야기에서 유가(儒家)들을 송나라 농부에 비유해서 비꼬고 있습니다. 당시 유가 사상이 주장하는 ‘혼란한 세상을 구제하는 방법’이란 ‘복고주의(復古主義)’였지요. 이상향의 정치를 행했다는 성인들의 정치에서 표본을 찾아내고 그것을 본받아 혼란한 세상을 구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에 반해서 한비자의 주장은 급변하는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죠. 그래서 혼란한 세상을 구제하는 방법으로 유가 사상가들이 주장했던 ‘禮’보다 더 강한 ‘法’의 필요를 주장했으며 선왕들의 방침만 가지고 백성들을 통치하는 것은 모두 守株待兎와 같이 어리석은 행위라고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守株待兎라는 성어 속에는 유가와 법가의 정치 철학의 대립이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유가든 법가든, 사람이 중심이 되어 만든 사상이 온전할 수 없습니다. 양쪽 모두 장점과 단점, 허와 실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이 글을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법가의 정치사상을 한번 구경해 보기로 했습니다.

법가 사상은 진나라의 몰락과 함께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집니다. 이들은 인간을 근본적으로 이익만을 탐하는 이기적인 동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국가는 그 이기심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조종함으로써 부강을 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군주는 왕의 권세와 법의 강제에 의하여 백성을 통솔해야 한다고 했고, 가치 판단의 기준은 현실적으로 효과 있는 결과를 낳았느냐 아니냐에 두었습니다. 학생들은 처음엔 ‘法’으로 다스리는 사회니까 공정하고 올바른 사회지 않을까 생각했다가, 자유와 자발성에 의거한 ‘法’이 아닌, 복종과 강제를 강조하고 인간을 오직 통치의 대상으로만 보는 법가에 대한 설명에 좀 질려했습니다. 그런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아마 그 시대에도 그렇지 않았을까요. 그러니까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지혜

그렇지만 저희는 이들의 주장 속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시대의 변화를 읽는 눈’입니다. 춘추 전국 시대를 거치며 이미 혼란해진 사회를, 요순시대의 도와 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한편 부족하고 답답한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로운 흐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새로운 사상을 일으킨 것은 인정해 주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학생들과 함께 수렵 사회에서 지식 사회에 이르기까지 어떤 단계를 거쳐 사회가 변해 왔으며, 그 사회의 주도자는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주도자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했는지를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 이렇게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지혜를 쌓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도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 다음에는 이렇게 시대가 아무리 흐르고 변해도 바뀌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주로 ‘가치’를 대답했습니다. 효, 우정, 사람 사이의 믿음, 서로를 향한 배려, 생명 존중, 정의, 예의, 정직, 환경 보호 등이 거론되었습니다. 바로 법가 사상가들이 간과한 부분입니다. 변함없이 지켜야 하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그런 가치까지 송두리째 法 아래 두고, 法이라는 이름으로 지배 계층의 이익만을 추구했기에 법가 사상은 역사에서 일찍 사라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시대가 바뀌며 옷은 한복에서 양장으로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지켜야 할 가치까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를 계속적으로 지켜나가되 시대에 따라 지혜롭게 표현해야 함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기독인으로 산다는 것

학생들이 답했던 지켜야 할 것들은 대부분 기독교 윤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겨지는 가치는 성경적인 가치들입니다. 그런데 요즘 시대는 이런 ‘절대적인’ 가치들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점점 ‘상황에 따라’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는 일들이 되어 갑니다. ‘절대’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케케묵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편견이 가득합니다. 저 역시 그런 논리에 속아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뼈저린 후회와 회개를 반복하기 일쑤입니다. 신앙을 지키고, 신앙에 따라 살아가면서도 시대의 요구와 필요에 맞게 그것을 표현해 내는 일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요즘처럼 어지러운 나라, 혼란한 사회, 옳고 그름이 무너져 내린 세상을 보고 있자면 더욱 그렇습니다. 앞서 들었던 사회의 예를 볼 때 우리 사회는 어디쯤에 와 있나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힘으로 다스려지는 사회? 돈으로 다스려지는 사회? 어떠한 모습이든지 간에 기독인이라도 그 안에서 지켜 내야 할 가치를 굳건히 지켜 나가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학생들도 보고 배울 것이 있겠지요.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 (마 10:16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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