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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업 만들기

도가니가 식은 이후


지남철 위에서 함께하는 시사 수업

도가니가 식은 이후

 

  다시 불붙은 도가니

도가니는 쇠붙이를 녹이기 위해 만든 우묵한 그릇을 말한다. 혹 비유적으로는 흥분이나 감격 따위로 들끓는 상태를 말한다. 흥분의 ‘도가니’라든가 광란의 ‘도가니’ 등은 이의 비유적 표현에 해당된다. 영화 〈도가니〉가 많은 국민들을 분노의 도가니에 빠지게 하였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이 영화는 광주의 인화학교라는 청각 장애인 위탁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화학교 사건은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 교사 등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장애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 성추행했던 사건이다. 이 사건은 한 교사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성폭행에 가담했던 교장과 행정실장 등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분노의 도가니를 만든 재판 결과

이미 판결이 끝난 이 사건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이 재판의 결과가 국민들의 상식 수준에서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합의했다는 이유 때문에 교장과 행정실장은 집행 유예 선고를 받았으며 교사 한 명만이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범죄에 가담한 교사들 중 일부는 복직을 하여 여전히 교편을 잡고 있다. 도무지 이 사건에서는 정의란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피해 학생들은 고아이거나 집안 형편이 극도로 어려운 학생들이었다. 또한 이 사건을 고발한 교사들은 오히려 해임 처분을 받았다. 이에 반해 가해자들은 아무런 공식적 사과 없이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법체계에서 가능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들의 고통이 끝나지 않았던 이유

성폭행은 친고죄다. 그러므로 고소인인 피해자가 합의를 하고 고소를 취하하면 현실의 법안에서는 그 형량이 최소화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친고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법정에서 자신의 성적 수치심이 다루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피해자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장애인들이나 극도의 가난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합의나 고소 취하가 금전을 매개로 종용될 가능성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또한 지금의 사회복지법의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현행법으로는 사회 복지 법인의 전횡을 막을 수 없다. 사회 복지 법인은 특별히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또한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이런 복지 법인이 매우 불투명하게 운영되며 많은 경우 족벌 체제로 운영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사건에서 보듯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너무 쉽게 복직할 수 있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일명 '도가니법'을 추진하고 있다. 각 당의 추진 내용은 다르지만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 추진, 성폭력 특별법에서의 ‘항거 불능’ 조항의 삭제, 사회 복지 법인 이사진의 1/4 이상을 공익 이사로 선임하고 불법 행위를 저지른 임원은 사회 복지 법인 경영에 다시는 참여하게 할 수 없도록 하는 법 조항의 제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도가니의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

우리 국민을 ‘냄비 근성’에 빗대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만 국민들의 관심이 냄비처럼 들끓었다가 순식간에 식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전의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발생했을 때 사회적인 분노와 여론이 들끓었었지만 지금은 이에 대한 개선책이 없이 과거 속에 묻혀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도가니는 주로 흙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 식어 버리는 정도가 냄비에 비해 서서히 진행된다고 한다. 국민적 분노가 힘이 되어 이 도가니가 새롭게 끓어올랐다. 끓어오른 도가니가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에게 진정 지속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 국회는 신속한 법 제정을 해야 할 것이고 우리 또한 계속 이를 감시해야 할 것이다.

 

• 친고죄(親告罪) : 범죄의 피해자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할 수 있는 범죄다. 형법상 간통죄·강간죄·강제추행죄·준강간죄·준강제추행죄, 미성년자 등 간음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사자(死者)명예훼손죄, 모욕죄 등이 친고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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