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한 수업 만들기

쫄지 마


지남철 위에서 함께하는 시사 수업

쫄지 마

 

  

나꼼수 열풍과 친숙해진 구호들

2012년입니다. 1년 전(2011년 2월호) 이 꼭지를 통해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10년의 우리 사회를 그려 볼 것을 제안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글에서는 지난 10년을 ‘세계화로 인한 양극화’로 정리하고, 앞으로의 10년을 그려 볼 수 있는 키워드로 ‘복지’와 ‘소셜 네트워크(SNS)’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복지 논쟁이 활발해지고, 좋은교사운동도 페이스북을 통한 소통이 활성화된 것을 보면 1년 전 예측이 일부 맞는 것도 있죠?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역동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합니다. 그 흐름을 파악해야만 우리의 삶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 교사로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기사를 검색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이제는 익숙해진 몇 가지 구호와 단어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선생님들에게는 이 구호와 단어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시는지 궁금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정의란 무엇인가?” “투표 인증샷”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누구나 당당하게 요구하고 누려야 할 권리다.” “쫄지 마.”

잠시 교육 과정으로 돌아가 볼까요? 2009 사회과 개정 교육 과정 첫 장을 보면, 사회과의 교육 목표가 나옵니다. “사회과는 학생들로 하여금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익혀 이를 토대로 사회 현상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민주 사회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가치와 태도를 지님으로써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도록 하는 교과”라고 나와 있고 교과서에서는 “시민이란 공공의 정책 결정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사회 교사 입장에서 위에 나오는 구호와 단어들을 지금까지는 교과서에서만 존재하고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서만 외웠었다면, 이제는 이 교과서 속 단어들이 밖으로 튀어나와 삶의 현장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의 삶과 무관하게 느껴졌던 헌법 조항이 구호와 노래로 일상화되고, 오랫동안 동원의 대상인 국민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이 권리를 가진 시민임을 깨닫게 되었다는 증거를 여기저기서 발견하게 됩니다.

곧,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은 최근 ‘쫄지 마’라는 말로 대표되는 ‘나꼼수 열풍’과 ‘시사 개그’의 폭발적 반응에서 보듯이 권력에 대한 새로운 인식, 그리고 ‘투표 인증샷’에서 보듯이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움직임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예전처럼 비장하거나 무겁지 않고 일상적인 삶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함께 공유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12년 한 해 국회 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로 이어지는 중요한 정치 참여 일정 가운데에서 폭발적으로 확인될 것입니다. 정치가 자신과 공동체의 삶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의 발견과 스스로 참여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민 의식의 발전이 선거 참여 열기로 이어져 이제 선거가 해야만 하는 의무로서만이 아니라 권리와 시민 참여의 축제로 향유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에 대한 자각은 더 나아가 타인의 권리에 대한 관심과 연대 의식, 정의에 대한 추구로 발전하여, 기존의 정치 공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롭고 성숙한 시민과 사회의 모습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이젠 쫄지 말아요

장면을 바꾸어 이 흐름을 학교에 적용해 볼까요. 학교라고 이러한 사회의 흐름에 무관할 수 없겠죠. 학교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중적인 숙제를 안게 될 것입니다. 곧, 시민들이 자신을 정치 주체로서 인식하고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듯이, 이제 교사들도 학교 구조와 관료 등을 핑계 대며 수동적으로만 지낼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교사 스스로 교육의 주체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 스스로 교육 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는 것, 교육의 변화를 이루기 위한 교사 공동체를 만드는 것 등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이러한 공동체는 ‘배움의 공동체’일 수도 있고, ‘수업친구 만들기’일 수도 있고 지역 모임이나 학교 내 작은 모임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모임이 되었든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린 상상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교육을 준비해야 합니다. 곧 교사가 교육의 현장에서 주체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게 되는 거죠.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마지막으로 불편할 수도 있는 또 하나의 숙제. 바로 새로운 시민으로 등장할 주체인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아직은 표현 방식이 거칠고 성숙하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학생들의 권리에 대한 자각은 하나의 큰 흐름이 될 것입니다. 이제 학생들도 더 이상 예전의 학교 권위에 쫄지 않습니다. 결국 학교와 교사인 우리는 이러한 학생의 권리를 인정하고 이들과 소통하는 문화를 고민해야 합니다. 곧, 학교가 학생을 성숙한 시민으로 키우는 장이 될 때 교육은 회복될 것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이러한 변화와 도전이 때로는 힘들고 두렵기도 하지만 2012년에 일어날 변화를 즐기며 쫄지 말고 당당하게, 하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멋진 학교를 꿈꾸며 한 해를 계획하시기를 소망합니다.

'행복한 수업 만들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킬 것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  (0) 2012.01.11
틀림 vs 다름  (0) 2012.01.11
도가니가 식은 이후  (0) 2011.11.07
상상력, 공감 능력 그리고 하나님 #4  (0) 2011.11.07
시 드는 시 수업  (0) 2011.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