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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만남

보통이 뭔데?(2016.1)

사람이 있지만 없는 것 같은 곳, 분명히 나를 보고 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 학생들, 온종일 누워 있거나 말이 없는 학생들,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지 않는 학생들, 그리고 아무도 나를 눈여겨보지 않을 때 드러날 수밖에 없는 나의 민낯…. 이런 상황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요.

 

 

 

 

보통이 뭔데?

영월 특수교육지원센터 김봉례 선생님

 

 

 

 

 

_ 손현탁, 사진_ 원인실

 

 

 

보통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때로 선 하나 그어놓고 이쪽은 정상, 저쪽은 비정상이라고 구분 짓는 것이 무의미해보일 때가 있어요. 특수교육과 일반교육은 어떻게 구분하는 걸까요? 김봉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고민해 봐요.

 

태어난 영월, 자라난 안산

강원도 영월에서 12녀 중 막내로 태어났어요. 이웃과 나누길 좋아하시고 인자하신 부모님의 신뢰를 받으며 자랐고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산골에 살면서 자연을 벗 삼아 놀며 풍성한 유년기를 보낼 수 있었어요. 아버지께서 다니시던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가족들은 안산으로 이사를 와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6살 때 주일학교 교사였던 고모를 따라서 처음 교회에 갔어요. 주일학교 때 전도사님 설교, 공과 공부했던 건 생각이 안 나요. 매주 게임하고 색칠공부하고 간식 받았던 기억만 있네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사를 하고 중학교 때까지는 교회를 안 나갔어요. , 초등 시기에 하나님 없이, 교회를 다니기만 해서 이사 간 곳에서는 스스로 교회를 찾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고등학교 1년 방황기에 반 친구 중에 목사 되겠다는 친구의 전도로 다시 교회를 찾게 됐어요.

그렇지만 고1부터 대학 시절 내내 하나님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어요. 뜨겁게 찬양하고 기도하다가도 문득 하나님 없으면 이게 뭐하는 거야'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대학교 때는 CCC를 했어요. 그런데 2학년 때 다니던 교회가 분열되고 성도들이 목사님을 몰아낸 일을 겪으면서 CCC를 그만두고 다니던 교회를 나왔어요. 믿음이 없어 사람만 보였던 것 같아요. 그래도 감사한 건 함께 다니던 할머니와 작은 집 식구들은 교회에 남아 지금까지도 교회를 아름답게 섬기고 있어요. 작은 집 식구들의 우직한 신앙에 지금도 배우는 게 많아요. 그때 작은 아빠가 봉례 마음도 알겠어. 사람을 보면 실망스러운 때가 많지.' 해 주신 말씀이 지금도 신앙의 나침반 역할을 해 줘요.

 

봉례는 특수교사가 어울릴 것 같아

학창 시절, 좋은 선생님을 많이 만났어요. 그래서인지 유치원 때는 유치원 교사가 되고 싶었고, 초등학교 때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었고, 중학교 때는 수학 선생님이 좋아서 수학 교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교생 선생님께서 저에게 특수교사가 되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동안 특수교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련된 정보도 찾아보고 도전하게 되었어요. 조언이랄 것도 없는, 그 선생님의 짧은 한두 마디의 이야기가 이 길에 들어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2004년에 강원도 강릉으로 첫 발령을 받아 든든한 동역자들을 여럿 만났어요. 그 사람들이 10년 사이에 전국으로 흩어졌지만 지금도 하나님 안에서 아픔과 기쁨을 함께하며 지내고 있어요. 강릉에서 6년 동안 교회의 성장과 함께 제 신앙이 성장했어요. 이 시기에 하나님에 대한 의심도 버리고 구원을 확신했어요. 하나님께서 자녀 삼아 주셔서 참 감사해요. 그때 대학 시절 방황한 저를 기다려 주신 하나님 사랑을 생각하며 '나도 누군가를 포기 않고 기다려줘야지' 고백한 적이 있어요. 인터뷰하며 다시 생각난 걸 보니 그동안 그렇게 살지 않았나 봐요.

 

대학원에서 알게 된 특수교사의 축복!

신규시절, 중증 장애학생들이 있는 반을 맡게 되었어요. 교과교육은커녕 개별적인 지원이 없이는 식사할 수 없는 정도의 중증장애 아이들, 보육도 제대로 해주기 어려운 학생들 앞에서 내가 도대체 이 아이들에게 뭘 해 줄 수 있지?’ 하는 회의감을 느꼈어요. 아이들 앞에 이유도 모르고 서 있을 수 없어서 특수교사가 아닌 다른 길을 찾기도 했지만 사직할 용기는 없어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학교생활을 하던 중에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파견제도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제도를 알기 몇 년 전에 같은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이자 초등학교 선생님께서 제가 가진 현장의 고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한국교원대 임병덕 교수님을 만나면 그 고민이 해소될 수 있을 거라 추천을 해주셨는데 잊고 있다가, 파견 안내 공문을 보면서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났어요. 대학원 측에 문의해보니 교수님께서 있는 초등도덕과에 초등특수교사도 지원 가능하다고 알려주셔서 도전하게 되었고 2010년부터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임병덕 교수님을 만나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직접 교수님을 만나 공부를 해보니 주일학교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의미도 알게 되었고 기독교인으로, 교사로, 특별히 특수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게 되었어요. 대학원 공부를 통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기보다,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의미를 알게 되었어요. 특수교육과 일반적인 교육이 다른 것처럼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다른 것처럼 느끼던 부분들이 있어요. 그렇게 교사 생활을 했는데 임병덕 교수님께는 모든 교육은 교육이고 모든 교사는 교사였어요.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이 다르지 않은 거죠. 그래서 특수교육을 교육이라는 큰 틀에서 볼 수 있도록 가르쳐 주셨고 모든 교육은 동일한 교육이라는 입장에서 가르쳐 주셨어요. 제게는 특수교육을 가장 교육답게 가르쳐주실 수 있는 분으로 생각됩니다. 특수교육 현장에서 구체적인 상황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배우기는 한계가 있지만 특수교육대상 학생들도 일반 학생들과 동일한 한 학생,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배운 게 저에게는 참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교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그만두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나라는 아찔함이 들 정도로 깨달은 게 많아요.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변화와 성장에서 보람을 찾는 게 교사라면 상대적으로 특수교사들은 그런 보람을 찾기가 참 어렵죠. 교과 학습을 통해 인지가 발달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이 다가 아닐 텐데, 저는 그 이외 발달의 가치를 볼 안목이 없었어요.

기저귀를 계속 갈아주어야 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제가 직접 학생을 들어 올려서 갈아주다가 어느 순간 그 학생이 자신의 몸에 힘을 줘서 기저귀를 갈려는 저를 도와주려고 하는 거예요. 그것은 1부터 10까지의 수를 학생이 알게 되는 것만큼 의미가 있는 것이죠. 일반교사들처럼 학생들의 변화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점은 특수교사도 동일해요. 하지만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가르친 것의 효과도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특수교사에게는 일반교사들보다 훨씬 오랜 시간에 대한 인내가 필요하고 그것을 견딜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그 무언가는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이 배움의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그것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알 수 있도록 교육이론과 교육철학을 공부하는 거예요. 대학원에서 공부한 시간은 저에게 특수교사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도 찾고 회복도 경험했던 시간이었어요. 그 시간은 하나님의 특별한 인도하심이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네요.

 

속초, 새로운 경험의 연속!

공부를 마치고 속초로 이동하게 되었어요. 특수학교에 갈 상황이었는데, 이전에 특수학교에서 중증의 아이들을 만나 교직을 떠나고 싶었던 상태가 공부하면서 나아졌다고는 생각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두려움 때문에 피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내보니 기우였어요. 속초에서 근무한 3년은 교사로서 큰 기쁨을 느끼고 아이들의 변화에 반응하면서 보낸 시간이었어요. 아이들의 삶의 의미, 교육의 의미를 새롭게 배우고 난 뒤에 현장에 가서 그것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속초에서 근무하는 동안 선생님들과 함께 연구하고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제가 대학원에서 교육철학, 교육이론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관점과 의미를 알게 되면서 회복을 경험했던 것처럼 주변의 선생님들도 그런 회복을 경험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2012년부터 같은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교육철학 관련 독서토론동아리를 만들어서 운영하였고, 2013년부터는 TCF 소속 특수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강원지역 교과연구회를 운영하였어요. 그런 공부 모임과 연구회 활동을 통해서도 제가 그랬던 것처럼 선생님들이 회복하고 성장하는 것을 경험하였어요.

 

특수교육철학 모임이 시작되다

그 후에는 TCF 소속 특수교사들의 전국단위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TCF 안에 특수교사들이 전국 곳곳에 계시다는 이야기를 그 전부터 듣고 있었는데 1TCF 수련회, ‘관심자 모임 시간에 특수교사들이 모이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 처음으로 특수교사들이 15명 정도 모이게 되었어요.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단순히 내가 속한 학교,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특수교사들의 고민에는 만나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서 특수교사 모임에 대한 안내를 하였고 신청을 받아 올해 3월부터 8명으로 모임을 시작했어요.

모임에 참석하신 한 선생님께서 다른 특수교사 모임과 이 모임이 특별히 다른 점이 있을까 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가 뭔가 다른 것을 경험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저희가 읽기로 선정한 책과 소논문들이 교육에 대한 넓은 관점, 대안적인 관점들을 소개하고 있었기 때문에 푸념으로 끝나거나 자기만의 세계로 빠지는 것을 막아주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일찍 끝날 거라고 예상하고 왔던 모임이 늦게 끝나게 되고, 점점 각자의 삶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대구에 계신 한 선생님께서 대전에서 모임이 진행되다 보니 거리가 있어서 참여하지는 못하고 모임이 진행되는 것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연락이 왔어요. 그 선생님은 대구대 IVF 출신이신데 후배들과 대구에서 따로 우리가 TCF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계획서대로 모임을 하고 계셨어요.

2학기에도 대전과 대구 모임은 같은 내용으로 특수교육철학 모임을 진행했고 201511월에는 처음으로 대전, 대구 연합 모임을 했어요. 처음에는 독서모임을 중심으로 진행했었는데 한 달에 한 번 모두 어렵게 모이다 보니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려고 5월부터는 강사님을 모셔 특강 듣는 시간도 마련했어요. 12시에 모여서 식사하며 교제하고, 특강을 들은 후 강사님께서 시간이 되시면 함께, 아니면 저희끼리 읽기 자료를 발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모임을 진행하고 있어요.

단순히 교육이론에 대해 공부하고 있지만 재미있게도 그 공부가 모이는 선생님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어요. 공부하면서 선생님들은 이전에 무심코 하던 행동을 반성하기도 하고, 기존의 교육방식과 충돌하는 부분이 생겨서 불편한 상태도 느낀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또다시 현장에서 살아가다 보면 명쾌하게 정리가 되는 순간도 있고, 이런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경험을 나누며 모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임을 거듭할수록 우리도 이렇게 모임을 지속해서 할 수 있구나 하는 든든함이 더해지고 있어요. 바쁘지 않은 사람 없는 요즘에 이렇게 모임이 지속되고 함께 하는 이들이 기쁘게 모임에 참여한다는 것은 하나님 은혜입니다.

올해 12월 모임에서는 내년 계획을 세울 예정인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지 벌써 기대가 돼요. 개인적으로는 같은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공통 주제의 공부도 필요하겠지만, 선생님들 각자의 고통에서 시작된 나름의 주제를 붙들고 관련 이론을 공부해서 각자가 한 주제의 전문가가 되시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모임에 참여 중인 분이 15분이니까 15개의 주제가 다뤄지는 것이죠. 그러면 모임에 참여가 어려운 특수교사 분들에게 나눠 드릴만 한 자료집, 일반교사들과도 나눌만한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넓혀져 가는 지경

특수교육 관련법(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교육지원청마다 특수교육지원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되어 있지만, 교육지원청마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장학사를 배치할만한 여력이 없어서 특수교사들이 배치되어 특수교육 관련 업무, 순회교육 등의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다량의 업무로 퇴근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고 방학이 보장되어있지 않다 보니 특수교사들이 희망해서는 잘 가지 않아요.

저도 속초에서 근무하다 영월로 지역 이동을 했는데 마침 영월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근무하시던 분이 이동하시면서 발령을 받았어요. 희망해서 배치된 건 아니지만 한 해를 돌아보니 저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어요. 센터에서 근무하면서 넓은 범위의 업무들을 해볼 수 있었고, 여러 정책이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을 거쳐서 어떻게 학교에 전달되고 진행되는지를 그 속에서 경험할 수 있었어요. '연구자로서의 교사'에 관심이 많고 계속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 주변 특수교사들을 돕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경험이 부족하고 이해의 폭이 좁아서 읽고 싶은 논문의 주제가 협소했는데 교육청에서 일하면서 여러 분야의 특수교육 관련 논문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통합교육, 장애인식 예술행사, 인권보호 활동, 순회교육 등 각종 사업을 기획·진행하고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과 소통하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생기게 된 거예요. 3, 4월에는 너무 힘이 들어 하나님께 제가 여기에 왜 있나요?’ 묻고 또 물었는데, 시간이 지나야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네요.

 

특수교사라는 민낯

특수학교와 일반학교가 다른 부분 중에 하나는 학생들이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는 거예요. 즉 교사를 긴장시키거나 감시하는 역할을 학생들이 해주지 못하고 있는 거지요. 그러다 보니 교사가 스스로 바르게 서 있기가 쉽지 않아요. 특수교사들은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비인격적인 모습, 분과 화를 내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데 정말 힘든 순간이죠. 보통의 경우에는 적당히 성격 좋다는 말을 듣고 사는 분들도 학생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종종 경험할지 몰라요. 저는 제 바닥을 많이 봤답니다.

그렇게 내 바닥을 자꾸 보다가 학교 현장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사람이 있지만 없는 것 같은 곳, 분명히 나를 보고 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 학생들, 온종일 누워 있거나 말이 없는 학생들,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지 않는 학생들, 그리고 아무도 나를 눈여겨보지 않을 때 드러날 수밖에 없는 나의 민낯. 이런 상황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요. 그리고 그런 교사들끼리 모여 있는 학교에서 근무한다는 것이 일반학교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거칠고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똑같은 교사이고 학생이지만 일반 교사들과 다른 부분이 그런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오히려 그런 밑바닥을 보게 된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때마다 하나님께 나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제가 잘 가르치고 인격적인 교사라는 믿음이 저에게는 없어요. 12년 동안 그런 믿음을 깨뜨려준 환경에 있었던 것이 감사해요. 사촌 동생이 고3인데 교대를 갈지, 특수교육과를 갈지 고민하길래 기독인으로 잘살고 싶으면 특수교사가 되라고 조언했고 실제로 올해 특수교육과로 진학했어요. 주변에 좋은 분들을 만나면 특수교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요. (웃음) 아직도 한국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에 훌륭한 분들이 특수교사가 되어서, 함께 절절히 고민하고 작은 힘을 모아 같이 걸어가고 싶은 거지요.

 

일반교사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경력이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다양한 분야의 교사 모임에 가면 나와 관련 없는 이야기들로 들렸고, 모임의 의미를 발견하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 편이에요. 제가 속해있는 교사 단체가 TCF인데요. TCF는 한 개인의 고통도 공동체의 고민으로 끌어 안아주고 판도 벌여주는 문화가 참 좋아요. TCF가 그런 것처럼 좋은교사운동이나 학교 현장의 기독교사들도 특수교사들이 요청하면 환대해 주시고 판도 좀 벌여주셨으면 좋겠어요. 비주류라고 분류될 수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좀 더 마련되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선생님들의 회복과 성장을 돕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것을 좀 더 전문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공부를 계속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현재는 박사과정에서 계속 공부하는 중이에요. 선배교사들의 수고가 현재 교육적 토양을 만든 것처럼 이러한 저와 동료교사들의 수고가 더 나은 교육계를 만들어갈 것이라 믿어요.

 

느린 성장’. 김봉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난 표현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각자의 인생스케줄에 맞춰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지 느리거나 빠른 성장은 없는 것이겠죠. 교사인 나의 기준에서, 학부모의 입장에서, 또는 다른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그 학생의 성장이 느려 보이는 거겠죠? 하나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는 시선은, 마음은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 ...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라’ (에베소서 41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