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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죄가 없다(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_2017.07)

 

 

 

수학은

죄가 없다

 

 

 

 

 

인터뷰정리 임종화 사진 김현경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난곡중학교를 시작으로 한성과학고, 용산고, 세종과학고 등에서 수학교사로 근무하였다. ‘전국수학교사모임을 만들어 회장으로 활동하며 수학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다 2011년 명예퇴직을 하고 수학교육연구소를 설립하여 수학 교육과정 개발과 혁신학교 수업컨설팅 사역을 하고 있다. 현재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로 활동하며 수학 대안교과서 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 착한 수학, 하루 30분 수학, 수학이 살아 있다, 개념연결 중학수학사전, 지금 가르치는 게 수학 맞습니까?등이 있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이제 교육계에서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습니다. 일상적이라는 말은 문제의식마저 약화되어 당연해졌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수학교과로 인해 많은 학생이 고통 가운데 있고 이로 인해 교사도 고통 가운데 있지만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이에 오랫동안 수학교육의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최근에는 대안교과서를 제작하고 있는 최수일 선생님을 만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습니다.

 

 

30여 년간 수학교사로 근무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수학교사모임을 처음 만들어 오랫동안 대표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임을 만든 계기와 활동 내용을 알고 싶습니다.

 

교직은 정확하게 27, 햇수로 28년 했습니다. 제가 교사가 되고 몇 년 후에 전교조가 생겼고, 전교조 산하에 전국수학교사모임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했는데 초기에 만들어졌다가 잘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수학선생님들이 운동성이 있다기보다 학문적이에요. 그래서 순수하게 아이들이 수학을 잘 배우게 하자는 목적으로 수학교사모임이 생겼습니다. 한때는 전교조와 같이 활동하기도 했지만 독립적으로 활동했습니다. 처음에는 조직이 작았는데 3~5년 조직을 키워가면서 재정 기반도 마련하고 조직이 커져 지금까지 오게 되었죠. 전국수학교사모임은 1994년에 시작되었고 모임이 대중화된 것은 1998년입니다. 그후 2003년에 교사모임 중 최초로 사단법인이 되었습니다.

 

전국수학교사모임에서는 주로 어떤 연구와 활동을 하셨나요?

 

아이들이 수학을 다른 어떤 과목보다 어려워하고 수학교과서가 아주 건조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학교 수학책과 중학교 수학교과서가 거의 비슷하지요. 학자들이 좋아하는 학문적인 스타일 그대로 중고등학교 교과서로 쓰는 거죠. 그래서 학습자 중심으로 수업하려면 선생님들이 개인적으로 알아서 준비해야 했어요. 모임 초기에는 개별 교사들의 자료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마침 90년대에 인터넷이 생기면서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료를 모으고 공유하기 시작했죠. 그때 공유한 자료가 최초로 수학교사들의 활동지 역할을 했고 그 결과 7차 교육과정 수학교과서에 처음으로 각 단원의 도입에서 구체적인 조작활동을 넣으라는 내용이 추가되기도 하였습니다.

 

교사로 다양한 활동을 하셨는데 명예퇴직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전국수학교사모임에는 약 20~25개의 작은 동호회가 있어서 각각 10~20명 정도 서울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모여 각자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같이 공부하고 그 결과물을 전국에 알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선생님들이 콘텐츠에만 매몰되고 전체적인 정책에 대해 관심이 적은 것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제가 별도로 교육과정과 수업에 대해 고민을 하는 팀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교육과정과 정책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전국수학교사모임의 다른 팀에서 지지를 받지 못해 많이 외로웠고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교육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에 2004년에 휴직을 하여 3년 간 여러 학교도 돌아다니고 다른 나라에 가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때가 교직 20년차 였고 혁신학교가 생기기 시작할 때였는데 혁신학교를 보면서 새로운 교육이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업의 변화, 교육과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휴직기간 동안 대학원에 가서 3년 간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오히려 더 보수화되어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관료, 관리자들과 자꾸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관리자들과 갈등하며 힘을 허비할 바에는 교사들을 돕자는 마음으로 명예퇴직을 하고 수학교육연구소를 시작했습니다. 연구소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교육과정 개정’, 두 번째는 교사들의 수업 컨설팅이었습니다.

 

퇴직과 동시에 개인적인 수학교육연구소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을 거의 동시에 시작하신 거네요?

 

. 퇴직하고 수학교육연구소를 시작할 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님의 권유로 수학사교육포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현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상근하고 있는 안상진 선생님과 김성수 선생님이 부대표였고 저와 건국대 홍진곤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아서 네 명이 작게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현직에 있어서 일을 많이 하지는 못했었는데 2013년부터 수학교육연구소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으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상근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사역 내용을 듣고 싶습니다. 최근 수포자가 이슈입니다. 그런데 다른 인터뷰를 보니 수학은 죄가 없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수학포기자 문제가 심각한데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요즘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한 이슈죠.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는 그룹 중 하나가 과학자와 수학자들이에요. 그들이 4차 산업혁명을 근거로 수학과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수학과 과학을 잘 가르쳤으면 아이들이 그 과목을 싫어하지 않겠죠. 그런데 현재 아이들이 수학과 과학을 너무 싫어하고 힘들어 해요. 원인을 누가 제공했을까요? 수학자와 과학자들이 교육학자가 아니라고 해서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에요. 교육과정을 바꾸려고 하면 그분들이 속한 학회가 압력단체로써 변화를 저지하였고, 우리 단체가 수포자 없는 입시 플랜운동을 했을 때도 학회와 교수단체에서 압박을 넣어 반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니 수학이 더 중요해졌다고 하며 수학의 이권을 찾으려고만 하지 아이들이 수학을 좋아하고 잘하게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책임 있는 이야기는 안 해요.

수학교육은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수학을 왜곡되게 가르쳐서 우리나라 성인들은 일상에서 수학을 유용하게 사용할 줄 모르는 상태가 되었지요. 그래서 수학은 죄가 없다고 말한 거예요. 수학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뜻으로 말한 거죠.

 

그러면 핵심적으로 어떤 것이 가장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수학을 사고의 수단, 인간 삶의 편리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소통 등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 삼았어야 했는데 지식으로 삼은 거죠. 수학자들은 자기가 대학에서 가르칠 제자들을 염두에 두고 교육과정을 만들어요. 본인들이 교육하기 좋은 상태로 아이들이 배워오길 바라면서 만든 것이 현재 교육과정이에요. 교육과정이 몇 번 개정되었지만 우리나라 수학교육과정의 전반적인 흐름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다든지 이공계 대학에서 원하는 기초수학을 하기에 필요한 것을 모든 아이들에게 요구하고 있어요.

수학은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지식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알아야하는 것은 알아야 하죠. 하지만 수학의 가장 큰 목적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고등 사고력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키우는 거예요. 그런데 수학교과서에는 그런 것이 없어요. 수학시간에 그런 사고력을 배웠냐고 물어보면 성인들은 아무도 긍정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그것이 없는 것이 현 교육의 가장 맹점이라고 생각해요. 수학 전공할 사람이 아니어도 세상을 살면서 수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데 그것을 안 가르치고 있어요. 제가 그 부분을 지적하면 수학자들은 다 가르쳤는데 학생들이 이해 못한 것이라고 말해요.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그것은 가르친 사람 책임이지 배우는 사람 책임이 아니거든요. 모르게 가르쳐놓고 왜 모르냐고 하면 말이 안 되는 거죠.

 

현재 수학 대안교과서 제작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죠.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의 후원 덕분에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었던 수학 대안교과서 제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교과서도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연구하여 만든 것이라 무조건 엉터리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수학계가 굉장히 보수적이에요. 그러다보니 교육과정의 변화가 쉽지 않고 내용도 줄이자고 말은 하지만 줄이지 않게 되죠.

현직교사가 모여 중학교 1,2,3학년을 단계적으로 제작하고 있는데 중학교 1학년은 현직교사가 38, 중학교 2학년은 3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어요. 중학교 3학년 교과서는 내년부터 준비 예정이고요. 대안교과서의 핵심은 자기 주도적으로 수학을 발견 또는 발명하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까 우리가 새롭게 쓰는 교과서에는 지식이 별로 나타나지 않아요. 기존의 교과서에는 지식이 다 쓰여 있거든요. 그것을 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못 발견할 거라고 생각해서 불안해해요. 아이들이 발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아이들이 어리다고만 생각하고 수학을 잘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믿어주질 않는 거죠. 현재의 교과서가 현장 실험을 많이 거치지 않은 것도 문제예요. 그래서 저희는 교과서를 1년 먼저 개발했고 내년에 적용할 중학교 1학년 교과서를 올해 1년 동안 12개 학교에서 실험적으로 먼저 사용하고 있어요.

 

실제로 대안교과서를 사용하는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실험학교 중에서 3월에는 기존 교과서를 쓰고 4월부터 참여한 학교가 있어요. 4월부터 대안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 학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기존 교과서와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기존 책에는 지식이 다 있어서 읽기만 하면 되는데 이 책은 지식이 없어요. 우리가 다 찾아야 해요.”라고 대답했어요. “힘들지 않니?”라고 물었더니 그런데 이게 재밌어요.”라고 답하더군요. 기존 책은 지식 중심으로 단편적이에요. 문제 1을 풀고 문제 2를 풀 때 둘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죠. 그런데 대안교과서는 문제가 쭉 연결되어 있어요. 수학적 개념과 사고의 연결성을 고려해서 한 가지의 사고를 하면 그 사고가 확장되도록 계속 과제가 연결되어 있는 거죠. 사실상 한 과제를 한 시간 내내 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현재 교과서는 별 관계도 없는 과제를 한 시간 동안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해서 재미가 없었죠. 하지만 이 교과서는 자신의 사고가 계속 연결되어서 한 시간 내내 마치 드라마 보는 기분을 느끼는 거죠. 이것이 대안교과서 제작의 목적이었죠. 수학시간에 단편적인 지식을 주는 게 아니고 커다란 사고를 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에요.

 

정책이나 교육과정 고민도 하셨고 교과서도 만드시는데, 결과적으로 원하시는 것은 이런 교과서를 모든 학생들이 다 쓰는 건가요?

 

수업 중에 국어, 영어, 수학시간이 가장 많죠. 거의 수학을 일주일에 네 시간정도 배워요. 그리고 밤에 학원가서도 배우죠. 아마 중고등학생이 개인적으로 시간을 가장 많이 들이는 과목이 수학일 텐데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인생에 별로 영향을 못 줘요. 그 결정적인 원인이 교과서와 수업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교과서가 콘텐츠이고 그것을 운영하는 것이 교사의 수업이죠. 이 두 가지가 맞물려서 문제입니다. 제가 수업을 컨설팅하려고 10년을 다녔는데, 안 바뀌어요. 수업이라는 것은 철학이 중요한데 철학을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교과서를 바꾸려고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면서부터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어요. 이 교과서는 철학을 바꿀 수 있어요. 이 교과서는 자신의 기존 방식으로는 수업을 할 수 없게 만들어 가고 있어요. 그전에는 활동을 강조해도 싹 빼고 지식만 가르치면 돼요. 그런데 이 책은 아예 가르칠 것이 없어요. 가르칠 것을 많이 들어내고 대신 그 자리를 아이들의 활동으로 바꾸었고 마지막 지식 정리는 아이들이 손으로 쓰는 식이에요. 자기가 써야 자기 것이 돼요. 기존에 써진 것을 읽는 것만으로는 안 돼요. 아이들에게 그런 소유권을 확보하게 하는 거죠.

제작 과정에서 힘든 것은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교과서로 구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거예요. 그래서 1년이라는 실험 기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모릅니다. 지금 실험하는 학교 아이들에게 이거 안돼요, 저거 안돼요라는 피드백을 받고 있고 그때마다 고치는 거죠.

 

이를 위해서 교사와 아이들이 모두 변해야 하겠군요.

 

아이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어요. 아이들은 자기가 직접하고 자기 것이 되어야 재미있어하고 참여하는데 그것을 선생님들이 못 맞춰주는 거거든요. 지금 많은 선생님들이 맞춰주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예를 들면 거꾸로교실이나 배움의 공동체나 혁신학교 같은 노력이 있잖아요. 그런데 수학선생님들은 어려워하세요. 현재 교과서의 틀 자체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새로운 수업을 위해 매일 밤새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했는데 우리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그 역할을 해주니까 너무 쉽다는 거죠. 이런 고무적인 반응이 많아서 제가 최대한 실험 결과를 잘 반영해서 좀더 멋있게 교과서를 만들면 100% 성공은 아니더라도 70~80%의 성공은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이를 통해서 전체적인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을 어떻게 바꾸고 싶으신가요?

 

대안교과서 제작 과정과 실험 데이터를 근거로 연구보고서를 낼 예정입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조그마한 소리도 많이 들어주는 분위기라서 상당히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교과서는 검정 체제인데 제약이 많아요. 가장 큰 제약이 쪽 수 제약인데, 불과 한 학년 책을 250쪽으로 제한합니다. 지금 교과서가 약 340쪽인데 90쪽을 줄여야 해요. 90쪽을 줄이면 교과서가 건조해져요. 지식을 더 압축적으로 써야하는 거죠. 결국 아이들은 요약된 책을 보게 되어 참여할 공간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아이들이 정말 가지고 놀 수 있는, 그래서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교과서가 필요합니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포기하면서 다른 교과서도 점진적으로 규제가 완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고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다른 교과서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우리의 역할은 교과서의 새로운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지 우리가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교과서가 우리가 개발한 모델을 토대로 하여 기존의 일방 주입식을 벗어난 새로운 교과서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미 많은 출판사에서 수학교과서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 교과서가 공개되어 있으니 비교하며 꽤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현재 우리나라 수학교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가 이해했니? 알았어?”예요. 한 가지를 설명한 후 이해하냐고 묻는데, 이해하냐는 말이 아이들에게 굉장히 애매한 질문이잖아요. 아이들도 귀찮으니까 네네하고 넘어가는 거예요. 그걸 모르고 선생님은 이해한 줄 알고 그냥 넘어가고. 이게 우리나라 전형적인 수학수업이죠. 이해했냐고 물어선 안 됩니다. 뭘 배웠는지를 물어야죠.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보면 아이들이 무엇을 배웠다고 말하고 이해한 바를 쓰라고 하는 것이 수업이 되어야지, 자기가 혼자 다 해놓고 이해했는지 물어보고 이해한 사람 손들어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입니다.

 

대안교과서 작업은 언제까지 하는 것인가요?

 

저는 중학교만 하려고 합니다. 3까지 완료하면 2020년이 돼요. 고등학교를 안 하려고 하는 이유는 우선 고등학교는 수학계 힘이 너무 쎄요. 그리고 중학교는 의무교육이기도 하고, 전 세계가 중학교까지는 거의 비슷한 편인데 고등학교부터는 다 다르거든요. 그런데 요즘 고등학교 선생님들에게 전화가 많이 와요. 대안교과서는 고등학교에서 더 필요하다고요. 사실 고등학생이 더 힘들거든요. 어려우니까. 그래서 별도의 조직을 꾸려서라도 고등학교와 초등학교까지 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수학, 수포자 이런 이야기가 많은데. 아이들을 바라볼 때 선생님이나 학부모에게 어떻게 수학을 바라보라고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아이들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키우려고 노력하고 효율적인 인간을 만드려고 하는 것은 모든 교과가 다 똑같아요. 그중에 수학은 수치나 기호를 사용하죠. 다른 교과에서 지문을 길게 써서 감동을 줄 것을 수학은 두세 줄로 해결해요. 그런 면에서 문제 상황을 만들어서 해결하는 사고나 경험을 하게 하는 좋은 도구예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본원칙이 중요해요.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한 후 그 개념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야하는데 지금 학교 수학뿐만 아니라 학부모가 생각하는 수학은 문제를 푸는 기술을 익혀서 문제를 푸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수학은 그저 문제 푸는 과목이에요. 수학 문제집을 많이 풀면 부모에 대한 보상이 된다는 말도 아이들이 하더라고요. 부모님이 수학공부에 돈을 많이 댔으니 문제집 한 권 더 풀어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그것은 부모님들의 보상심리일 뿐이고 애들을 망치는 거예요. 문제풀이는 목적이 아니고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사모임을 만들고, 외국을 다니고 교육과정 개정에 참여하며 누구보다 수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애쓴 선생님의 고군분투가 절절하게 느껴진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삶과 고민의 힘으로 현장에 기반한 대안교과서를 제작하기까지 이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수고를 통해 수학교육 뿐 아니라 전체 교육의 본질이 회복되길 소망합니다.